매년 그렇듯이 올해 한글날에도 배달의 민족, 네이버 등 여러 곳에서 무료 폰트 배포에 나섰습니다. 나름 한국 인터넷의 좋은 문화 중 하나라고 할 수 있고, 무척 고마운 일입니다. 어떤 무료폰트들이 있는지는 간단한 검색으로도 여러 자료가 나오니 직접 찾아보셔도 되겠습니다.
이 글에서는 그런 고마운 이벤트의 와중에 일말의 아쉬운 점이 있어 조금 짚어둘까 합니다. 우선 다음의 링크들을 들어가보시기 바랍니다.
▶ 배달의 민족 글꼴
https://www.woowahan.com/#/fonts
▶ tvN 즐거운 이야기체
http://tvn10festival.tving.com/playground/tvn10font
▶ 상업용 무료폰트 40종
http://blog.naver.com/logix200/221006492177
어떤 점이 눈에 띕니까?
여러가지 있겠지만, '윈도용은 TTF, 맥용은 OTF'로 나누어서 배포하고 있는 점이 눈에 띕니다.
어째서인지 폰트 제작사나 폰트 배포자들이 TTF와 OTF 폰트를 구별하여 배포할 때는 TTF는 윈도용으로 OTF는 맥용으로 구분짓는 경우들을 자주 봅니다. 최근 사랑 받는 무료 폰트 시리즈 중 하나인 배달의 민족 글꼴들이 대표적으로 그렇습니다. 윈도용을 받으면 TTF가 다운로드되고, 맥용을 받으면 OTF가 다운로드 됩니다.
잘못된 형식의 이미지 링크입니다.
무료폰트 시리즈 중 가장 대표적이고 널리 사용되는 폰트인 네이버 나눔 폰트조차도 얼마전까지만 해도 이런 식으로 OS에 따라 포맷을 달리하여 배포해왔습니다. 다행히 지금은 그런 구분 없이 배포합니다.
계속 이런 일들이 이어지다보니, 상당수 윈도 이용자들은 "윈도에선 TTF를 써야 하나보다, 맥에서는 OTF를 쓰나보다"라고 생각하곤 합니다. 게다가 TTF와 OTF 폰트에 대한 추가 정보를 찾아보면, OTF 포맷이 더 최신 고품질 폰트라는 설명이 나오곤 하죠. 그러니 더 나아가서 "맥에서 더 고품질의 폰트 환경을 지원하는군"이라고 까지 생각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Q. TTF는 윈도용이고 OTF는 맥용인가?
A. 아닙니다. 둘 다 윈도용입니다. 둘 다 윈도에서 사용가능하며, 배포처에서 TTF와 OTF로 나누어 배포한다면 뒤도 돌아보지 말고 OTF를 받으십시오. 위의 링크처럼 '맥용 OTF'라고 명시해서 파일을 제공하더라도 무시하고 그냥 OTF 받으십시오. 문제 없습니다.
Q. 고품질 폰트니까 편집, 디자인, 출판에 필수적이고, 그러니 맥과 더 궁합이 맞지 않을까?
A. 그렇지 않습니다. 90년대라면 몰라도 현시점에서는 맥이 편집, 디자인, 출판작업에 더 특화되었다고 할 것이 없습니다. 어도비와 애플의 관계가 90년대 같지 않아서, 지금은 포토샵, 일러, 인디자인 등 핵심 어플 들의 개발과 버전업이 윈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애초에 OTF 자체가 MS와 어도비가 협력하여 개발한 포맷입니다. 애플에서 만들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OTF 포맷이 맥환경에 더 친화적이라는 것도 없습니다.
Q. 그래도 TTF와 OTF의 차이는 있을 텐데
A. OTF가 화면에 폰트를 그려내는 데 시스템 리소스를 더 소모합니다. 하지만 그 차이라는 건 90년대나 2000년대 초반의 PC 환경 수준에서나 의미있고, 현재의 PC 컴퓨팅 성능 수준에서는 의미 없습니다. 지금의 PC 환경에서는 그냥 OTF 입니다. (※ 단, 윈도 생태계 특성상 몇 세대 이전의 구형 시스템이나 구 버전 프로그램을 구동하는 경우가 왕왕 있을 수 있습니다. 구동 환경이 윈도7도 아니고 XP 호환이다~ 뭐 그런 정도 수준이면 TTF 쓰십시오.)
Q. 그렇다면 폰트 배포페이지에서는 왜 저렇게 구별해서 안내할까?
A. 모르고 그런다면 무식한 것이고, 알면서 그런다면 '윈도 사용자 차별'이겠지요.
< 요약 >
잘못된 형식의 이미지 링크입니다.
https://www.woowahan.com/#/fonts
이후로는 이런 상황을 만나면 '맥용'을 눌러서 '윈도를 위해 개발된 OTF 폰트'를 다운받으세요.
otf가 ttf 이후에 나온 포맷인건 맞는데 대개 무료 폰트들의 경우
otf의 핵심 기능을 거의 사용하지 않습니다.
ttf버전을 기본으로 포맷만 otf로 바꾸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유의미한 퀄리티 차이는 없다고 보면 됩니다.
그리고 설령 otf만의 추가 기능이 들어있다해도 그걸 지원하는 전문 프로그램과 관련 지식이 있어야
제대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일반인은 쓸 일도 없구요.
제 생각에 윈도우용을 ttf로 배포하는 이유는 윈도우 환경의 경우 최신버전뿐만 아니라
구버전에서도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서 호환성을 위해 그렇게 하는거 같고
맥은 상대적으로 해당 문제에서 자유롭기 때문에 otf로 배포하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폰트 개발자들이 맥에 선민의식을 가지고 있거나 윈도 사용자들을 무시해서
굳이 퀄리티 낮은 ttf로 제작해서 배포한다는건... 좀 아닌거같습니다.
유수의 폰트 개발사 공식 홈페이지에서조차 'OTF는 맥용', 'OTF는 그래픽용' 운운의 표현이 보이니까요. 실수나 오기가 아니라 실제로 그렇게 인식하고 있다는 얘깁니다. 게다가 어도비 프로그램이 윈도 환경을 우선지원하게 된지도 한참이건만, 여지껏 '어도비 프로그램은 맥에서 돌리는 게 기본'이라고 생각하는 디자이너들도 수두룩 하고요.
예를들어 저 위에 나온 네이버 폰트 개발에 참여한 산돌 커뮤니케이션은 윈도우용 시스템폰트 개발에도
참여한 회사입니다. 폰트 개발자들이 윈도우 환경에 대해 무지할리가 없죠.
p.s. 사실은 좀 더 설득력있는 설명이 있긴 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설명하면 또 누군가에 대한 비난으로 해석될지도 모르니 넘어감이 좋을지도요.
1. 과거 패키지가 구분 판매되었던 이유? = 그게 가장 잘 팔리니까
맥은 디자인 관련 수요가 많고 윈도우는 사무 관련 수요가 많으니
맥은 다양한 디자인 기능을 지원하는 OTF, 윈도우는 구버전 윈도우나
프로그램에서도 문제 없는 TTF 패키지 판매가 많았습니다.
OTF버전의 기능이 더 많은만큼 라이센스 적용이 더 엄격하고 가격도 훨씬 높았습니다.
2. 무료 폰트를 맥은 OTF, 윈도우는 TTF로 배포하는 이유? = 호환성 때문
맥이나 윈도우 모두 TTF, OTF 다 지원합니다.
그런데 OTF폰트 가운데 일부는 윈도우 구형 프로그램에서 문제를 일으키기도 하고
반대로 TTF폰트 가운데 일부는 맥 환경에서 문제를 일으키기도 합니다.
어느 하나로 딱 통일해서 배포하려면 여러가지로 신경쓸게 많은데 무료로 배포하는 폰트에
그렇게까지 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편의상 가장 문제가 적은 두 가지 포맷으로 나눠서 배포하는겁니다.
3. 무료 폰트에서 TTF, OTF 퀄리티 차이가 있나? = 없다
OTF가 더 많은 기능을 가진 포맷인건 맞지만 확장자가 OTF 라고해서
모두 그런 기능을 가지고 있는건 아닙니다. 무료로 배포되는 OTF 폰트의 대부분은
TTF의 단순변환에 불과합니다. png포맷의 이미지를 psd포맷으로 단순 변환했다고
화질면에서 특별한 이점이 더 생기지 않는것과 비슷합니다. 대부분의 무료 폰트의 경우
굳이 OTF버전을 써서 얻을 수 있는 이점은 거의 없습니다.
개발사가 호환성 검증해서 내놓는대로 쓰는게 가장 안전하고 편리합니다.
애플이 하위호환 날려버리고 신기술 적극 도입하듯 OTF 쓰고, MS가 하위호환 레거시 보장하듯 TTF 쓰는 이미지가 있네요.
오피스용 TTF, 그래픽용 OTF로 봐도 괜찮을거 같구요.
TTF에 없는 OTF의 부가기능들을 오피스에서 쓸 일도 없을 거고요.
글리프 지원의 차이에 비하면 베이지언 곡선 처리 방식은 사소한 문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