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쓰는 것은 철저히 개인적인 생각일 뿐 진실과는 거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점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외부에서 보는 시각과 내부에 있었던 사람의 시각으로 그 조직의 부침을 보는 관점의 차이를 비교하는 정도로 보시면 될듯합니다. 사실 여기에도 전현직 직원분들이 계시기에 좀 꺼려지긴합니다만 그리고 다른데 펌은 하지말아주세요.
개인적으로 여러가지 힘든 일이 있는 때이고 어제 그분의 사퇴소식을 듣고 더욱 멘붕인 상황에 뭔가 내 안의 이야기를 쓰고 싶은 생각이 들어 끄적여 봅니다.
네, 나는 이 회사를 약 12년정도 근무했습니다. 펜티엄의 마지막 시절과 지난 마지막 황금기 시절을 지내고 퇴사를 했습니다. 솔찍히 저는 이 회사를 다녔던게 자랑스럽습니다. 힘든 일도 있었고 열받는 일들도 있었지만 그 회사의 기업문화라든지 역사, 같이 일했던 동료들, 그간의 이루웠던 많은 일들 등등등, 전체적으로 보면 그렇습니다.
요즘이 제가 입사하던 시절을 생각나게 하네요. 프레스캇으로 기억되는 펜티엄의 삽질로 경쟁사에게 많은 추격을 허용하던 시절이였죠. 지금과 좀 비슷한 상황이랄까? 그 당시 상황은 뭔가 절치부심해서 우리가 어떤 회사인지 보여주겠어 하는 그런 분위기였습니다.
잠시 Core2Dou 나오던 때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어느날 메일 한통을 받았는데 새로운 제품(C2D)가 나오는데 모든Sales and Marketing은 다 모여라. Sales and Marketing 총괄 두 사람이 직접 교육을 할 것이다. 한명도 빠짐없이 아시아 지역은 가능한 시간에 맞춰 일본 토쿄나 중국 심천으로 다 모여라. 약 서너시간의 (정신)교육을 받으러 거기까지 가서 다 모였습니다. 웃기게도 제품의 교육이라기보단 진심 정신교육에 가깝더군요. (물론 제품에 대한 주요 교육은 따로 받았습니다) 평소에 얼굴보기도 힘든 높은 사람이 직접 나와서 우리 이거 성공못하면 망하는거야 너희들 정신 똑바로 차리고 정말 잘해야해. 잘하는 사람한테는 그만큼의 보상이 돌아갈꺼고 잘못하는 사람에게는 그만큼의 책임을 물을꺼야.
사실 좀 의외였습니다. 철저히 테크놀로지회사로 생각되는 회사에서 이런 다단계같은 분위기로 교육을 할 줄이야.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그만큼 절박했던 조직의 요구로 받아들였습니다. 그리고 이런 분위기는 최소한 내가 있을 때는 처음이자 마지막이였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의 일은 다 아시듯 압도적인 분위기로 경쟁사를 따돌리기 시작했습니다.
잠깐 전 CEO였던 그리고 얼마전 돌아가신 폴 오텔리니에 대해 이야기를 해야될것같네요. 이 회사는 창립자부터 철저히 엔지니어들이였습니다. 밥 노이스, 고든 무어로 시작해서 앤디 그루브 그리고 크레이그 베럿까지. 하지만 PSO(폴 오텔리니의 이니셜)는 엔지니어 출신이 아닌 첫 CEO였습니다. 하지만 충분히 이 회사의 뿌리와 본질을 잘 아셨고 조직을 잘 이끌어 직원들의 존경을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이분과 개인적 추억(?)이 하나 있는데 매년 미국에서 이 회사의 Sales and Marketing Conference를 엽니다. 직원만 몇천명이 모이는 엄청 큰 행사죠. 직원들만을 위해 이정도 행사를 할 정도의 자부심(?) 이런게 있었고 직원들 입장에서도 많은 것을 배워가고 회사내 네트워킹과 온라인 교육으로 절대 알 수 없는 여러가지를 알 수 있는 엄청난 기회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새벽부터 한밤중까지 정말 빡세게 돌리는 그런 행사였고 뭔가 교육과 축제가 어울어진 그런 행사랄까. 하여간 정신없이 돌아다니다 보면 수천명중 아는 얼굴들을 보게 됩니다. 이름도 기억이 안나고 어디서 봤는지 기억도 가물가물한 그런 동료들이죠. 지나가다 안녕? 잘지내? 오랬만이네 이런 인사들이 오고가는데 지나가다 마주오는 사람 하나가 어디서 많이 본 얼굴입니다. 내가 어디서 봤더라? 누구였지? 그런 생각을 하다 기억은 안났지만 그냥 “Hi, Long time No See, How’re you doing?” 이런 의례적인 인사를 날리고 그 사람도 웃으며 반갑게 인사를 해주는데 그때 기억이 났습니다. 이런!! 맨 밑바닥 직원이 CEO한테 이 따위 인사를 하는데 그 사람은 첨보는 직원의 인사를 반갑게 받아주며 갈길 가네요. 만약 우리나라 대기업의 총수였다면? 하여간 수행원도 없이 그렇게 똑같이 사원증 목에 걸고 직원들과 똑같이 걸어다니고 같이 밥먹고 같이 이야기하는 그런 CEO였는데 딱히 폴 오텔리니뿐만 아니라 그전 CEO들도 그랬고 그게 이 조직의 문화였습니다. 참고로 CEO도 회사에 개인방이 없습니다. 모든 직원이 모두 같은 크기의 책상과 Cube에서 일합니다. 그리고 주차장에 CEO 주차자리도 없습니다. (앤디 그루브가 미팅에 늦었는데 그게 본사 주차장에 자리를 못찾아서 돌다 늦었다는 전설이 내려오기도 합니다) 그게 창립자부터 전통이죠.
각설하고 폴 오텔리니는 잠시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다시 황금기로 가는 시절을 잘 운영했습니다. 개인적으로 폴의 가장 큰 업적은 애플 맥킨토시를 이 회사의 CPU로 바꾼거고 실수는 아이폰과 아이패드로 대표되는 모바일시장의 진입을 잘못한겁니다. 퇴임할때도 직원들과 QnA 시간에 재임중 가장 후회되는게 뭐냐는 질문에 애플과 협상문제 그리고 개인적인 일 하나가 있었다고 했습니다. 개인적 생각으로는 이건 폴의 책임만은 아니죠. 조직전체의 실수였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나름 스티브 잡스랑 절친이였던 폴 입장에서는 맥까지 가져왔는데 아이폰을 못가져온게 두고두고 후회가 됐을겁니다.
서론이 길었습니다. 본론은 짧게 가겠습니다. 여기서부터 진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다시 한번 진실과 거리가 있을 수 있습니다.
폴 오텔리니가 은퇴를 생각하면서 후계자 선정작업에 들어갑니다. 이 회사의 무척 독특한 문화가 있기에 다른데서 오는 사람은 여기 적응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릴거라서 CEO는 내부출신이 되야된다는 확실한 공감대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만큼의 인재도 많았기에 누가 다음 리더가 될 것인지 궁금해했죠. 그리고 결국 션 말로니가 내부적으로 후계자로 인정받게되었고 다들 여기에 수긍하고 박수를 치게됩니다. 그리고 향후 아키텍쳐와 Sales and Marketing을 총괄하는 거의 CEO에 가까운 범위의 책임을 가져가게 되고 그때 경쟁했던 팻 갤싱어같은 다른 이인자 그룹들은 회사를 떠나 새로운 회사로 가게됩니다. 그런데 갑자기 션 말로니가 중풍으로 쓰러집니다. 여기에서 첫번째 문제가 생깁니다. 아마 션 말로니가 그대로 CEO가 되었으면 지금과는 달랐을거라 생각합니다.
이미 션 말로니와 경쟁하던 이인자들은 조직을 떠난 상태이고 내외부에서 다시 CEO감을 찾아봅니다만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폴 오텔리니가 예정된 은퇴를 연기하고 이년인가를 더 하게되죠. 그러다가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브라이언 크자니체크 (이 사람은 이름도 어려워서 늘 너의 성을 어떻게 발음하는거야? 라는 농담을 받습니다 그래서 이니셜은 BK로 불립니다)가 부상하게 되고 이때 내부에서 많은 논란이 있었습니다. 주로 펩에서 (쉽게 이야기를 하자면) 공장관리를 하던 사람이였습니다. 이게 두번째 실수였습니다. 아마도 이사회와 주주들의 오판(또는 탐욕)이라고 생각됩니다만 이때는 태평성대의 시절이였고 경쟁사는 (그때 생각으로) 회복불능의 타격을 받은 상태라 누가 되도 큰 문제는 없을거라 오판을 하지 않았나라는게 개인적 생각입니다. 그저 현 상태를 유지하고 BK의 장점인 경비절감과 수익의 극대화를 잘해서 배당만 잘하면 된다라는 생각이 였을거라 생각합니다. 그때 이미 BK에 대해 많은 안좋은 이야기가 있었고 그 이야기를 하지는 않겠습니다만 내부적으로 이건 아니야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BK가 CEO가 되고 나서 차세대 리더들이 많이 회사를 떠납니다. 개인적으로는 잠재적 경쟁자들의 제거라고 생각되지만 그건 내 개인적 뇌피셜입니다. 그리고 이때쯤 나는 퇴사를 합니다.
드디어 염려했던대로 불미스러운 일로 BK는 짤립니다. (네 이건 짤렸다고밖에 이야기를 할수 없죠) 그동안 CEO의 삽질을 유산으로 남기고 말이죠. 이미 회사는 커질대로 커진 상황이고 새로운 비전이 제대로 보여지지 않은 상황이였습니다. 짧은 소견으로 잘 모르겠으나 드론에 투자를 하거나 모바일에서 철수를 결정하고 수익의 극대화를 위해 R&D및 여러 부분에서 정리를 시작하고 아마도 이런 부분이 약속된 제품의 로드맵에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라는게 개인적 생각입니다.
역시 난세에는 영웅이 등장하는 법. 회복불능인줄 알았던 경쟁사에서는 희대의 여걸이 나와 새로운 제품으로 이 회사의 점유율을 가져가고 좋은 의미의 시장의 경쟁이 다시 시작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회사가 이대로 주저앉을꺼라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이런 위기(주력이였던 메모리를 포기하고 CPU로 전환을 했다던지 펜티엄이라든지 C2D같은 새로운 제품으로 시장을 장악하고)를 몇번이고 극복해왔기에 다시 극복하리라 생각합니다. 이게 단지 점유율을 높여 경쟁사를 다시 점유율로 압도하는게 아니라 새로운 기술로 새로운 비전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기를 기대합니다.
짧은 요약
- 회사가 어려워지는데는 내부적 요인도 있지만 운과 같은 예측 불가능한 요인도 있다.
- 내부문제도 있겠지만 자본주의의 특징처럼 주주들과 이사회의 욕심(?)이 회사를 어렵게만들 수도 있다.
- BK는 용서가 안된다.
- 나믿 인믿
- 이 회사에서 외계인의 외(?)권을 유린한단 소리가 있는데 그건 조국 전장관님이 비리가 있단 거와 동급
- 이 회사는 소녀시대를 광고모델로 쓴 위대한 회사
수정했어요 ㅋㅋㅋ
조국 전장관님과 그 가족에 비리가 있었다면 외계인이 다 도망간게 사실이겠죠.
정말 최고의 회사 하나 망가뜨리는데는 멍청한 CEO가 딱이라는 사실을. ㅠ
하지만 인간이어도 굇수면 일반인입장에선 외계인입니다
- 지금 조국 전장관님 비리가 있다고 얘기하시는 겁니까?
외계인의 외(?)권을 유린하다가 지탄 좀 받았다고 풀어줘버려서 지금 이 사단이 난거 다 아는데... ^^
- 덕심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10년은 넘어야 덕심이야기를 할수 있는겁니다.
소시 2007년 데뷔니까 10년이 넘었죠. 덕심 인정?
(아래에 "전 마지막줄까지 진지했습니다."라는 대댓글만 아니어도 이런 대대댓글을 달 생각이 없었는데 ^^;;)
그리고 마지막줄까지 진지했던건 사실입니다.
그리고 회사나 경영자집단이 순혈주의로 빠지는 것도 그렇고, 그렇다고 낙하산을 쓰는 것도 문제입니다.
사실 가장 좋은 것은 내부 경쟁을 통해 항상 잠룡집단을 만들어 관리하는 것이 가장 좋은데 이게 사내 정치로 연결될 가능성이 커지니..
그래서 100년 이상 가는 기업은 대부분 가족기업인 것 같아요.
최소한 그당시 근거없는 순혈주의는 아니였다고 생각합니다. 전직했던 사람 입장에서 정말 독특한 문화와 사업이라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리고 대통령도 아니고 직원들이 투표해서 CEO를 뽑을수 있는건 아니니 낙하산이라고 보기도 힘들구요. 창업자라고 CEO가 되고 앤디 그루브도 말하자면 낙하산이였으니까요. 중요한건 정말 그자리에 맞는 사람을 골랐으냐 이게 문제겠죠.
이인자 그룹도 건강하게 유지되고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사내정치도 전혀 없다고 이야기못하겠지만 건강한 사내정치수준으로 유지되고 있었구요. 그래서 좋아했던 조직문화였는데 BK가 많은 부분을 망쳐놓은거 같아 아쉽습니다. 그래서 그다음 CEO가 외부에서 오게되었죠.
/Vollago
그런데 최근 쇼티지를 보면 공정능력에 의구심이 많이 글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