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병원 내과 전공의입니다.
펜벤다졸 글을 보면 왜 안아키가 그렇게도 많이 퍼졌는지 이해가 갑니다.
잠깐 한두글 나오는게 보여서, 어느 카더라 글들처럼 사라질 줄 알았는게 클리앙뿐만 아니라 여러 다른 커뮤니티에도 글이 올라오는게 보이더라구요.
글재주도 없고, 전공의수준으로 아는것도 별로 없지만 최근 환자/보호자 설명할 일이 많았어서 내라는 오더는 안내고 글을 간단히 적어봅니다.
종양, 암이라는 애들을 먼저 간단히 보면
얘들은 우리몸의 정상적인 세포들이랑은 다르게
세포가 분열하고, 분화하고, 잘못된 세포를 파괴하는 과정이 망가져서 자라나고 있는 나쁜애들이에요.
혈액암은 요새는 유전자변이가 어딨는지를 보는경우가 많은데 복잡하니 생략하고...
고형암을 1기, 2기, 3기, 4기 로 나누는건
이 애들이 얼마나 크기가 큰지/어디까지 침범했는지 (T)
임파선에 얼마나 갔는지 (N)
그리고 다른 장기로 전이가 있는지 (M)
를 종합해서 1, 2, 3, 4기로 나눠서 예후, 치료방향을 결정하게 되요.
그래서 암진단을 받으면 보통 종양이 어떤 세포에서 변한건지, 어디가 고장나있는지를 조직검사를 통해수 확인을 하고
CT/PET-CT/MRI/뼈스캔 등의 검사를 해서 몸 전체를 확인하고 가족들을 모셔두고 어떻게 해야할지 설명을 하는거구요.
정말 크기가 작고, 여러층에 안퍼져있으면서 (Tis/T1), 주위 림프절에도 세포가 안갔고(N0), 전이가 없다면(M0) 암초기에요. 정말 주위로 퍼진게 없어서 수술로 절제하고, 혹시라도 안보이던 작은 세포들이 커지는건 없는지 주기적으로 CT를 보면서 확인을 해요.
하지만 림프절 전이가 있다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져요. 원격전이(보통 간, 폐, 뇌, 뼈 등)가 없더라도 주위 림프절까지 가서 자라난 종양이 있다면, 중간에 림프절까지 가는 여러 길들에 영상검사에서는 안보이는 작은 세포들이 얼마든지 퍼져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라서 항암치료, 방사선치료를 하거나, 혹은 수술을 하면서 전후로 항암치료, 방사선치료를 고려하게 되요.
그리고 불운하게도 원격전이가 있다면 말기라고 해요.
피를 타고, 임파선을 타고 나쁜 암세포들이 몸을 돌고있다는 이야기고, 위와 비슷하게 영상에서는 안보이는 세포들이 여기저기 퍼져있을거에요. 몇몇 종양자체를 줄여주는게 전체적인 예후애 좋다고 입증된 암들(대표적으로 난소, 대장)은 정말 완치가 아니라 덩어리를 줄여서 합병증을 막으려고 수술을 하게되요. 여기서 하는 항암치료는, 완치가 아니라 조금이라도 종양이 자라나는걸 늦추고 합병증을 줄여보려는 '고식적, Palliative' 치료를 하는거구요.
수술, 방사선치료, 항암치료 결국 크게 3가지인데
혈액암들을 제외하고 고형암들은 항암치료, 방사선치료만 하는 경우는 몇몇 암(식도, 직장 등등...)들을 제외하고는 대다수가 고식적인 치료인 경우가 많아요.
정말 소설, 게임에 나오는 힐링포션/엘릭서처럼 약한번에 모든걸 치료해준다면 좋겠지만, 불운하게도 항암치료에 사용하는 약들은 그런애들이 아니에요.. 항암치료 약들은 작용기전이 크게
1. 세포독성 항암제.
말그대로 대다수의 약들이 세포가 분열하는 과정에 작용해서 DNA가 합성되는 걸 막고, DNA가 복제되는걸 막고, 세포가 분열하는걸 막는 약들이에요.
대표적으로 5-FU, Oxaliplatin, irinotecan, Gemcitabine, Cisplatin, Xeloda(Capecitabine) 같은 애들이 여기에 속해요.
사실 위에는 그냥 두서없이 나열한건데, 당연하지만 이 약들끼리도 기전이 여러개가 있어요.
주로 빠르게 자라나는 세포들을 공격하는 약이라
골수기능저하(호중구감소), 머리카락이 빠지는 부작용들이 보여요.
2. 표적치료제
말그대로 암세포가 어디가 고장이 났는지를 보고, 고장난곳을 대상으로 하는 약제들이에요. 세포 내부에서 여러 신호전달물질을 거쳐서 조절이 되는데, 어디가 망가졌는지을 확인하고 약을 선택하게되요.
무슨 이상한 영어들을 나열한걸 들어봤을 수도 있는데
EGFR, ALK, RAS 같은게 병리검사결과지에 나와있을텐데, 표적치료제를 쓸 수 있을지 확인해보는 검사들이에요.
이레사, 알렉센자, 아바스틴 같은 약들이 여기에 해당되요.
3. 면역치료제
요새 보험도 되면서 이야기가 자주나온 애들이고
PD-L1 이라는 이야기를 들어봤을텐데 여기에 해당되요.
각 약별로 시행하는 검사가 달라서 병리검사지 아래에
sp263 > 10%
이런식으로 적혀있을거에요.
약별로 다 다르고, 검사가 굳이 필요없는 경우도 있지만
간단히 말하면, 암세포들이 우리몸에서 면역세포들이 공격하는걸 피하혀고 하는데, 못피하게 막아주는 약들이에요.
엄밀하게는 림프구가 암세포를 인식하고 공격하지 않게하는 부분을 막아주는거지만 뭔가 한글이 복잡해지니...
Opdivo(nivolumab), Pembrolizumab 같은 애들이 여기에 해당되요.
길고 안정확한 이상한 글에서 벗어나서 처음으로 돌아가면
그럼 과연 펜벤다졸, 구충제는 어디에 해당하는 약일까요?
1. 포션/엘릭서같은 기적의 약
2. 암세포만 찾아서 없애주는 나노로봇같은 약
3. 항생제가 세균만 공격하듯기, 암세포만 잡는 전혀 새로운 종류의 항암물질
4. 세포독성항암제
5. 표적항암제
6. 면역항암제
간단히 찾아보면 결국은 4. 세포독성항암제 로 설명하고있어요..
정말 기적처럼 암세포에만 더 잘 작용할지, 독성이 적을지, 예후가 좋을지. 이건 결국 아직은 '몰라요'
하지만 결국 구충제는 기적의 엘릭서도 아니고, 기존 우리가 알고 사용하는 세포독성항암제로 사용될 수 있는 성분중 하나일거에요.
그럼 써도되는거 아니냐고 할 것 같은데,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항암제들은 '아직까지는 가장 연구가 많이된, 치료효과가 입증된 약'들이에요.
어느 병원을 가도 항암치료는 큰 틀에서는 비슷할거에요.
어떤 약 조합으로, 어떤 용량으로, 어떤 환자에서 사용할 때 얼마나 더 평균생존기간이 길었고 합병증이 낮았는지 수많은 연구결과들이 있고
이 연구들을 바탕으로 암 종류, 몇기인지, 어떤 변이가 있는지, 환자 전신상태가 어떤지를 바탕으로 어떤약을 쓰는게 근거수준이 어떤지 가이드라인에서 제시해주고 있거든요.
조의 프로토콜이라고 돌아다니던 것 같은데
프로토콜이라고 달렸다고 해서 특별한건 아니에요.
그냥 그사람이 그렇게 먹어봤다 라는거지
대규모로 이중맹검 무작위실험으로 기존 항암제보다 열등한지/우월한지 입증된 것 조차 없고, 어떤 부작용이 있는지 없어요.
글들에 달린 유튜브/저널은 근거수준을 높여주는게 전혀 아니에요.
하다못해 대다수에게 비난받던 안아키는 굳이 주장하자면 전문가의견이라고 붙여줄 수 있을텐데
제가보기엔 펜벤다졸은
버섯달인물이 암에 좋다더라.
친척의 친척의 지인이 기도원에서 금식기도를 1개월 하더니 암이 완치됬다더라
무안단물이 앉음뱅이를 일어나게 했다더라
랑 크게 다를바가 없어보여요.
그래도 먹겠다, 먹이겠다 라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면
왜 그렇게 많은사람들이 안아키에 가입해서 아이들을 학대했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아직도 오더못내서 할일이 산더민데 뭘쓴거지...
* 핸드폰으로 적었더니 오타가 너무 많네요. 근데 오타수정은 차마 못하겠어요..
사실이었으면 좋겠단 생각을 많이 해봅니다...
보호자나 환자 본인 심정이 이해는 갑니다만, 동시에 많은 사기꾼들의 먹잇감이 되는 게 현실입니다.
이상한 소금 비싸게 파는 등 환자 상태만 악화시키는 나쁜놈들이 창궐하고 있죠.
물론 본인도 벼랑끝의 선택이긴 하겠지만.......... 유투브나 SNS 매체를 통해 기적의 약처럼 나오는건 잘못되었다고 봅니다.
사람 마음은 다 비슷한가봅니다
펜벤다졸은 그 분들에게는 생존의 문제인지라...
오죽하면 개 구충제를 먹어가면서 그러겠냐 싶습니다.
삶을 부여잡고 싶은, 이어주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뭐 개똥이라도 어떻습니까, 개 구충제라도 어떻습니까.
살 확률이 있다는데...
저희 아버지도 암이 온몸에 전이 되서 마지막에는 호스피스 병동에서 돌아가셨는데...지금 살아계셨다면 저도 개 구충제 구하러 다녔을거 같네요...살 수 있는 날은 얼마 안 남았는데 실낱같은 희망이라도 있다면 매달려 보고 싶은거죠...가족이든 환자든...
저도 어제 락스 희석한 물 마셔봤다는 글부터 해서 펜벤다졸까지 연결한 글들을 보며 아니 이게 무슨...
하며 기가차 했었는데 생각해보니 이게 참 뭔가..ㅠㅠ 싶네요...
아마 혹하시는 분들은 말기환자로 더이상 해볼 것이 없는 가족을 둔 분들이실테니 그 마음을 이해하면서도
그나마 남은 시간을 더 땡길 수 있다는 생각은 왜 못하시는건지...ㅠㅠ
참 갑갑해요..
안아키 : 확실한 예방법과 치료방법이 있음에도 예방과 치료를 하지 않고 방치하는거.
구충제 : 치료방법이 전혀 없는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사람들이 지푸라기라도 잡자고 마지막으로 해보는거.
이걸 어떻게 같다고 말씀하시는거죠?
그런 논리라면 방화범이나 요리사나 불을 붙인다는 '점'에서 크게 다를것없습니다. 다른 '점'이 중요한거죠.
의학적으로 치료가 가능한 사람이 빠지는건 문제겠지만 4기에 의학적으로 연명치밖에 안된다면 개구충제가 아니라 개똥이라도 먹는걸 뭐라 하시면 안되는게 맞아보이네요
3개월을 사나 내일 당장 죽나.
하지만 누군간 기적적으로 완치다 될수가 있다. 그게 천명에 하나라도. 이럴때 어떤 선택을 해야할까요.
남은 기간이 아프고 고통스러운데 그게 크게 중요할까요? 요샌 왠만한병은 치료가 가능해서 보통 돌아가시는 사람중 상당수가 암이죠. 아직은 완치가 불가능하니까요.
저도 나이를 먹다보니 주변분들이 많이 돌아가시는데 솔찍히 암으로 돌아가시는분들 정말 힘들게 돌아가십니다. 아시잖아요. 마지막에 얼마나 환자가 힘든지.
그런삶이라도 중요하다면야 어쩔수 없겠지만 일말의 가능성에 목숨을 걸 사람도 있는거잖아요.
현대의학에 종사하시는분으로써 이런글은 타당합니다.
하지만 죽음을 목전에 둔 사람은 다를수 있다는것도 유념해주시면 훌륭한 의사가 되실수 있을거에요
화이팅!
저도 동감입니다
예를들어 이래도 6개월 저래도 6개월이라고 자조적으로 이야기하던데..
의사도 사실 언제 죽을지 어떻게 아나요
6개월이라고 추정하는 것일 뿐이죠
다만 그 6개월은 의사가 하라는대로 했을 때 6개월로 추정된다..인거죠..
(진짜 수명이 딱 6개월 남았다는 가정 하에,)과학적으로 입증된 정해진 치료에서 탈선하면 6개월이 4개월 5개월이 될 확률이, 7개월이나 8개월이 될 확률보다는 높을 것 같네요
어디까지나 확률입니다
하지만 전 짧아질 확률이 길어질 확률보다는 클거 같네요
안그렇다면 의사들이 민간요법을 그토록 금하겠어요 임상 경험에서 우러나온 전문가의 조언이라고 봅니다
100번 양보해서 지금 논란이 되는 성분이 과학자들도 발견 못했던 효능이 있다고 쳐요
모든 약은 어떤 용량으로 어떻게 적용하느냐에 따라 효능이 갈립니다
아무리 좋은 약도 소량이면 효력이 없고 과량이면 독이 됩니다
그 적정한 용량을 찾아내고 적용하는건 과학과 전문가의 영역이에요..
어떤 사람이 한 번 해본 프로토콜로 정해지는것이 아니야요 ㅠㅠ
게다가 프로토콜 이라고 하면 뭔가 의학적인 느낌 있어보이잖아요
아니에요... 여기서는 걍 내가해본방법~ 완전히 그 뿐인 표현입니다...
가느다란 실만한 가능성이 있다면..가족 입장에서 무엇을 못해볼까? 라는 생각이 먼저 드네요
말기암 환자에게 항암제는 어떤 기적을 가져다 주나요?
일말의 가능성이라도 있다면.. 시도해 보고 싶은게 환자 본인이나 보호자의 마음일듯 하네요
저는 명의나 보고 의학 드라마나 좋아하는 평범한 사람이지만, 사람들이 인생을 바쳐 의학을 연구해온 전문가들의 의견보다 갑툭튀 유투버의 카더라를 더 신뢰하는 것이 안타깝기 그지 없더라구요
지금 이 사태는 오로지 감성의 영역에서만 받아들여지고, 설명할 수 있는것 같습니다..
과학적으로 입증된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가 오로지 펜벤다졸에 의해 완치불가능한 말기암이 치료된 것이라는 과학적 근거가 탄탄해서 믿는게 아닌, 그냥 사람들이 그렇게 믿고 싶기 때문에 믿는거라고 봐요
그래서 제가 감성의 영역이라고 한거고요
항암제는 암도 죽이지만 정상세포도 함께 죽이지요
실제로 암투병에 항암치료 받다 면역이 급속도로 약해져서 암전의가 빨리와서 돌아가시는 경우도 많다고 들었는데요
말기암 환자에게 검증된 함암제가 무슨 소용있죠?
얼마나 생명을 유지 시켜 주나요?
입장바꿔 그쪽이 한달정도 남은 말기암을 선고 받았다면요
항암도 수술도 뭣도 안되는 상황 이라면요
?
저는 그 구충제를 먹고 좋아졌다는 사람이 진짜 폐암이 맞았었는지 (조직학적으로 확실했는지) 가 궁금하고, 실제 소위 구충제를 먹고 좋아졌다면 폐암이 아니였을 가능성을 만저 생각해 봐야하지 않을까 싶네요.
의사도 치료 못하는 병이라니 좋다는건 다해볼수 밖에요,
쿨하게 이제 할 수 있는게 없대요,
그동안 고마웠어요, 할 수는 없잖아요,
솔직히 뭘 해도 머지 않아 죽을 운명이면 부작용을 걱정할 삶의 여유가 있을까요.
약이 다 그렇긴 하겠지만, 표적항암제는 뭔가 타겟화되어서 신장에 부담이 갈거라는 생각은 못했네요...
'아무리 봐도 엘릭서처럼 완치가 가능한 약이 절대 아니에요'2. 뭐라도 좋다니까 해볼 것이다, 오히려 이런 '검증되지 않은' 본인 선택이 더 안좋은 예후를 가져올 수 있어요.
'정말 기존 항암제와 비슷하게 세포독성을 나타낸다면', 당연하지만 비슷한 합병증도 나타날 수 있어요.
기존 항암치료 중에 본인이 몰래 약을 먹다가, 골수기능저하, 호중구감소가 더 심하게 와서 패혈증으로 돌아가실 수 도 있다는 소리에요.
결국 제가보기엔
1) 아무리 잘봐줘야 기존 Xeloda나 TS-1같은 경구항암제 후보물질중 하나이고, 아직 연구된건 하나도 없는 약들인데
2) 이득이 있을 '수' 있다고 해봐야 정말 지금 붐이 일어나는 것 처럼 기적의 엘릭서가 아니고
3) 부작용이 나타나면 지금보다 상황을 더 나쁘게 만들 약들인데
이걸 희망으로 포장해서 여기저기 퍼트리고, 먹게하는건 무섭다는 거에요.
그래서 안아키에 비유한 거구요.
저는 충분히 걱정할만 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병원에서 호스피스병동으로 가세요. 라고 하는 시점이 아닌 암환자들도 임의로 충분히 시도해보려고 할 것으로 생각이 들거든요.
그들에게는 충분히 독이 될 수 있죠.
그런 면에서 경고가 충분히 필요해보입니다.
암환자가 된 시점에서 이미 자기 목숨이 풍전등화라는 생각을 갖게 됩니다.
특히, 극초기 제외하고, 임파선이라도 전이가 있다고 하면, 재발이 되었다고 하면...
식품과 약은 복용에 따른 부작용의 차원이 다릅니다. 비슷한게 아니에요.
그렇게 "자기 목숨가지고 그렇게 쉽게 시험하지는 않을 것 같은데요." 라면 굳이 암이 아니라도 민간요법과 검증되지 않은 것들을 듣고 믿고 행하는 사람이 없겠죠.
이상한 상상의 나래 많이 펴시네요. ..-_-............................
더 적기 귀찮아서 안적었는데 댓글수가 늘어가서 열어보니 여기에 이런일이 있었네요?
아버지가 60년대생이신데 본의아니게 60년대생이 되었습니다.
큰 희생을 요구하는 것도 아니고
큰 부작용이 있는 것도 아닌데
효과가 있을지 없을지 모른다면
하는게 당연히 맞습니다
같은 암환자라도 의사 선생님들 가족이나 의사 선생님 본인은 마지막까지 지적이고 품위있게 오직 규정된 치료에만 의존해 버티시는 듯해요. 그런데 저는 안 그랬거든요. 같은 암환자인 다른 분들도 다 그랬겠지만 사람 살리려면 무슨 짓이든 다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음식도 받기만 하면 뭐든지 다 먹이고 싶고, 저 자신은 죽어도 못 먹는 거라 해도 억지로 먹이고 싶고. 유명 셰프가 그런 거 먹이지 말라고 해도 그게 귀에 들어올까요?
그렇다 하더라도 환자들이 항암치료라든가 선생님 말씀에 귀 닫은 건 아니에요. 선생님 말 안 듣는 환자가 얼마나 될지? 항상 눈치보고 매달리는 게 대부분 환자들의 현실인데... 오히려 의학적인 처치도 받고 거기서 뭔가를 더 할 수 있으면 자신이 할 수 있는 선에서 시도해 보려고 애쓰는 거죠. 그러니까 안아키랑 다르다는 거고요. 안아키는 남의 말 듣는 거고, 지금 경우는 이런저런 경우 다 찾아보다 혹시 이거라도? 싶은 거고요. 매커니즘만 뚝 떼어서 그것 때문에 안아키라고 비유했다고 하시는데 이게 말인지 뭔지...
암 진단부터 치료과정까지 설명해 주신 이유는 뭔지, 뒤에 나올 안아키 비유랑 무슨 관련이 있는지 할 말이 없네요. 오래 한 선생님 만나다보면 다 듣는 이야기... 그래서 어쩌라고요? 암 환자 가족이, 특히 벼랑 끝에 선 절박한 사람들이 공부 안 할 것 같나요? 당장 자기 앞에 닥친 일이라 공부란 공부 다 하고 온갖 지식을 다 달고 다녀요. 사람 살리고 싶다면요. 엄밀히 말해 죽어가는 목숨 가장 살리고 싶고 뭐라도 하려는 건 담당의가 아니라 가족이고 본인이죠. 그러다 보니 지푸라기가 있으면 잡고 싶은 거고
잘못된 지식, 검증받지 못한 지식이 퍼지는 게 우려스럽다면 딱 그 한 마디만 하세요. 더구나 전공도 아니라면서요?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고, 그 말이 맞네요. 제 가족은 이제 완치했는데 담당쌤은 오히려 할 수 있으면 다 해보자고 하셨어요. 음식도 뭘 들여와도 말 안 하셨구요. 머릿속에야 이런저런 생각 하셨겠죠. 그래도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 수밖에 없었겠죠. 그게 희망이라면... 어쨌든 환자와 환자 가족이 버텨야 항암치료라도 한 번 더 할 수 있는 거니까요.
환자 본인 뿐 아니라 주변 가족들도 지치죠.
그저 마음으로 응원하겠습니다.
-추가-
의학과 과학에도 한계가 있어 일선에 있는 분들 역시 답답하기는 마찬가지일 겁니다.
본인이 정한 방향에 따라 생명이 좌우되는 상황에서 결정의 어려움이라는 것도 있을 거고요
훨씬 많은 환자의 경우를 보아왔기에 본문같은 우려도 당연합니다.
본인의 지식과 경험과 신념으로 판단해서 작성자님같은 결정을 내릴 수도 있고 담당쌤님 같은 결정을 할 수도 있겠죠
어느 쪽이 옳다 말할 수 없는 결정입니다. 의사 역시 신이 아니고 고뇌하는 인간이거든요
말기암 환자들의 마지막 시도를 안아키에 비유하는 것은 무시이자 오만이라고 생각합니다.
구충제로 완치된 사례가 있다고는 하나 작용 기전 자체가 기존 항암제에 비해 나을 게 없을 뿐더러 임상 연구마저 충분치 않다. 애초에 항암제도 종류가 많고 케이스에 따라 적용할 수 있는 게 다른데 유튜브 하나 보고 만병통치약처럼 몰아가는 상황이 우려된다고 적으신 건데요
저는 환자와 보호자의 불안감과 아쉬움을 이용해서 그들의 신앙의 영역을 차지하고 남의 생명과 재산을 앗아가는 사기꾼들을 증오...수준으로 싫어합니다
말씀하신 내용 알고 있습니다
암치료용으로는 확인되지 않은 약이지만
치료 사례는 전파되어 있고
체적이 작은 동물용 약이라
어느 정도 안전성 검증을 거친 약이므로
체적이 큰 인간에 대한 부작용은
거의 없을 걸로 추측하는 겁니다
우려되는 부작용은
말기의 위험성 앞에는 아무것도 아니구요
그 사람들도 나름 남은 삶 안에서
합리적으로 생각하고 선택하는 겁니다
안아키랑 비교라니 너무 모욕적인 것 같습니다
그 어떤 환우들도 병원의 치료보다 대안치료 요법들을 우선적으로 시도하지 않았습니다.
병원 치료에서 실패하고 더 기댈 곳 없는 환우들이 숲으로 가거나 또는 이와 같은 대체요법을 찾는 것이 의료인들을 왜 우려스럽고 무섭게 할까요? 의사분들의 시한부 통보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임종의 순간까지 조용히 연명치료만 받기를 원하시는걸까요?
알고 계신 많은 지식과 임상경험으로도 치료에 성공하지 못했다면, 다른 대안을 찾아나서는 환우들에게 기꺼이 용기를 주거나 희망을 북돋아 주는 말을 건네줄수는 없나요?
생명을 맡기고 믿고 따라왔던 의사분들로부터 더이상 치료방법이 없다는 선고를 받고 이제 믿을 곳 하나 없이 허허벌판에 내동대이쳐진 처지인데, 더 악화될 수 있으니 의료업계에서 검증되지 않은 것은 시도조차 해보지 말라는 말씀, 그리고 유머스러운 마무리는 참으로 여러가지 생각이 들게합니다.
그런데 지금 말기 암인 분들은 그걸 기다릴 시간이 없어요.
게다가 이 약은 제약사들이 특허권을 주장할 수 없어서 많은 비용을 들여 대규모 임상이 진행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봐야합니다.
그래서 그 분들은 사실 상 자발적인 임상시험에 나서는 겁니다.
스스로 리스크를 짊어지고 가능성에 목숨을 거는 겁니다.
엄밀한 임상적 검증은 불가능하겠지만, 몇년 후면 코호트연구로 간접적 검증이 가능한 시험 데이터들이 모이게 될겁니다.
어찌 보면 일종의 패스트트랙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요.
"검증 안된 처치는 시도도 하지 말라"는 방침은 환자에게 처방을 내려야 하는 의사 입장에서는 이해가 되지만,
기존 사회가 갖지 못한 유연성을 환자 개개인이 스스로의 목숨을 담보로 시험하여 뛰어넘으려 하는
담대한 집단 연구에 초를 칠 것 까지는 없지 않을까요?
설령 그 결과가 그닥 좋지 않다 하더라도 저는 응원하고 싶네요.
비전문가의 추측 정도에 머무르고 있는 것 아닙니까?
나중에 신박한 기전이 밝혀질 지도 모르지요.
제가 너무 행복회로 돌리는 것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