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과 인도 사이에는 정전 통제선 (Line of Control)이라고 표현할 수 밖에 없는 애매한 국경 지대가 있습니다. 비무장 지대 DMZ는 눈에 보이지 않는 군사분계선 때문에 애매하긴 해도 남방한계선이라는 명확한 경계선이 있지만, LoC에는 그런 것 마저도 전혀 존재하지 않습니다.
지도에 국경선을 아예 긋지도 못하는 미묘한 상태는... 같은 민족이 종교와 '물' 때문에 서로를 얼마나 미워할 수 있는지 잘 알 수 있고, 덕분에 DMZ 뺨을 후려 갈길 정도로 극한의 환경을 자랑하는 곳에서 전투를 벌입니다.
1. 극지방에서 전쟁을 안하려는 이유: 시아첸 빙하
히말라야 산맥의 시아첸 빙하에서 1984년부터 2019년 오늘날까지 35년째 전투가 벌어지는 곳이 있습니다. 카슈미르 분쟁의 연장선이기도 하고, 나름 땅욕심이기도, 수자원 확보 노력일지도 모르지만...
https://en.wikipedia.org/wiki/Siachen_conflict
이 곳의 참상을 설명하자면...
- 해발고도 6000m, 평균 겨울 적설량은 10.5m, 온도가 영하 50도 이하로 떨어지는 지역이라 지금까지 파키스탄에서만 약 3000명 이상이 죽었는데, 사상자의 97%는 동사 또는 산소 부족으로 인한 뇌손상
- 매년 10여명 가량이 동사하며, 2012년에는 파키스탄군 기지가 눈사태로 소실되면서 140명 사망, 2015년에 인도군의 '대장'이 눈사태로 사망
- 인도 / 파키스탄 군은 장비가 얼지 않게 하기 위해 하루에 10억원씩 지출
2. 위에는 정책이 있다면, 아래에는 대책이 있다
이런 극한 환경에서 장기간 대치를 하고있다보니, 인도군과 파키스탄군이 전투가 벌어져도 "절대 헬기에는 사격 안합니다".
급하면 포터들을 동원해서 짐 나르기도 하는데, 역시 눈사태로 하도 죽어 안가려고 하는 막장 동네라서... 둘 다 헬기로 모든 물자를 수송하기 때문에 헬기에 사격을 한다는 건, 같이 죽자는 소리가 되기 때문입니다.
물이 부족해서 일년에 1번 목욕하는 동네인데 뭘 더 바랍니까.
악천후 속에서 사투를 벌이는 시아첸의 파키스탄군
http://dunkbear.egloos.com/3329124
(...)
'제로... 제로가 뭐지?'
- 저산소로 뇌손상을 받은 나우만 아메드 소위
3. 백기가 좀 특이할 뿐, 원래 일상입니다
백기를 들고 아군 시체를 수습하러 나간다... 이런 건 좀 따뜻한 지방에서 벌어졌기 때문에 뉴스가 될 뿐, 카슈미르에서는 원래 일상입니다. 정부도 딱히 통제 안 합니다. 원내 정당이 50개가 넘고 언론사가 수천개가 넘는데 무슨 언론 통제를 합니까. 기자도 산소 부족으로 죽거나 얼어죽어서 취재를 못할 뿐, 따뜻한 곳에서 벌어진 인상적인 사건이라... 뉴스가 된게 신기할 뿐.
원래 백기는 이런 용도로 쓰는게 맞습니다.
미군이 한국의 장진호 전투를 70년 동안 복기하면서 주한미군에게 알라스카 주둔군용 장비를 주고, 괜히 인도가 한국의 K-9 자주포를 산 것이 아닙니다...
모디 인도 총리, 수출된 국산 K-9 자주포에 직접 탑승
https://www.mk.co.kr/news/politics/view/2019/01/406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