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개원의사입니다.
1저자 2개만 써도 나오는 전문의자격증인데
어쩌다보니 4개 쓰고 전문의자격증을 땄습니다.
1저자 4개 중 한개는 제가 쓴게 아닌데 지도교수님이 쓰시고는
줄 사람이 없어서 제가 기여를 그나마 제일 많이 했다고 제 이름을 올리셨습니다.
2저자도 2개 있는데 그 중 한개도 제가 거의 다 썼는데 2저자가 되었습니다.
공대 논문 쓰는 분들의 글을 보니
의대에서 논문쓰는 시스템은 다른 곳과는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1. 의대는 일단 논문 쓸만한 소스가 많습니다.
왜냐하면 공대처럼 뭔가 논문주제를 정한 다음 연구를 시작하는게 아니라
병원에서 진료와 치료를 지속적으로 하는 중이고
이 과정에서 데이터가 계속적으로 쌓이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논문 쓸만한 소스를 엑셀파일 안에 쌓아놓고 있습니다.
그것도 별 것 아니고 엑셀 한 줄안에
진단명 환자번호/이름 몇개 있고 연구방향 이런 거 한줄 쓰여있습니다.
그러다가 논문 써야할 이유가 있는 사람(전공의4년차 등)한테 하나씩 줘서
완성하게 하는 시스템입니다.
조국후보자 딸에게 1저자로 올리면서 단국대의대 교수님이
학자로서의 양심에 가책이 없는 이유는 이런 탓입니다.
연구 데이터를 일단 러프하게 갖고만 있는 상태인데
이 자료를 논문 쓰라고 받으면
(받는다기보단 환자번호들과 연구방향 알려주는 식이죠)
진료차트 프로그램 통해서 환자 데이터들을 보면서
대상과 방법을 치료 가이드라인과 작성법에 맞게 정리하고
발견에 통계학적 의미가 있는지 확인하고
endnote로 reference정리하고
다른 reference들 찾아가면서 discussion쓰고
그걸 영문으로 다듬는 과정입니다.
2주 안에 할 수 있냐구요? 당연히 할 수 있죠.
병원 전공의 잠도 못자고 주 120시간 근무하면서 논문 다 썼습니다.
지금은 많이 줄인게 주88시간으로 줄여서 펠로우들까지 당직을 서게 되었다는데
2주 빡세게 돌리면 논문 2개도 씁니다.
제가 직접 쓴 논문 중에 제일 오래 걸린 것도 걸린 시간 다 합해도 1주 안나올 겁니다.
2주안에 정말 쉽게 쓰려면 똑같은 주제의 논문 쫙 다 찾은 다음
abstract, 서론, discussion 참고하면서 비슷하게 만들면 됩니다.
아마 고등학생이니 그 정도 만들었을 겁니다.
(stevem님 말씀 따라 추가합니다)
그리고 전적으로 연구에 참여해서 데이터 정리하고 초안논문을 만든 것은 2주라고 해도
수정하고 저널에 보내고 교정받고 교정에 따라 탈고하고 하는 데에 1년 4개월이 걸렸다고 하네요.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의 상당한 부분은 지도교수가 하는게 정상이구요.
2. 논문에 대한 평가 자체도 공대랑 비교할 수 없이 impact factor가 높습니다.
공대분들 가끔 열폭하면서 SCI 이야기하시는데
의대는 논문 자체가 훨씬 많으니 SCI 인용도 많고
impact factor도 높습니다.
조금 높은게 아니고 몇배 높습니다.
조교수 하다가 외국 유학다녀와서 논문 쓰다가 개원하신 선배님 이야기를 들은적 있는데
논문을 개인병원 앞에 전시해놓으면
공대분들이 읽어보다가 SCI급 논문의 IF점수만 보고 깊은 존경심을 품고 진료에 임하신다고.
역시, 공대잡는 건 의대의 IF 인가요?
먼가, 공대교수님들이 짠해보이네요 ㅎㅎ
그래서 논문에 대해서 총질하기 시작하면 서로 다른 학과 들이 난장판이 됩니다
(의대 조차 분과별로 다릅니다)
학계별로 관행이나 규정등이 너무 다르니깐요
알고싶지 않은 건지도 모르겠지만요.
전 영어 잘 하고 EndNote 잘 다룬다고 줄창 부림당했어요. 2저자 논문 한개는 토씨하나까지 제가 다 손봤는데 정작 윗년차분이 전문의시험이 얼마 안 남아서...
여전히 프레임에 같혀 계시네요?
실험을 2주간 했다 - 팩트
논문을 2주만에 썼다 - 가짜
논문에 필욯한 데이터 확보에 2주간을 소요한게 사실이고
그 데이터로 논문을 실제로 쓰고 수정 교정 탈고하고 제출하는데 1년 4개월 소요됐습니다.
이럴때는 흔히 '논문을 1년 여에 걸쳐 썼다'라고 합니다.
저는 이학계로 의대에도 있어본..... 논문도 세자리는 아니지만 좀 써봤네요...
(2주만에 ;;;;;; 아니죠^^)
그리고 초안, 교정, 수정 의 상당한 작업은 언제나 지도교수 (적어도 제대로 된 연구자가 교신저자라면)의 몫입니다 ^^
정말... 너무나 공감합니다. 솔직히 자료만 온전하면, SPSS 몇 번 돌려서 P-value 값 확인하는 것을 몇 차례 하면 끝나지요. 컨셉이 중요해서 그렇지, 있는 자료 통계돌리는 것은 정말 쉽죠!
어차피 컨셉은 교신저자인 교수가 짜 놨을 거고... 그걸 문장으로 만들어내는게 중요하고, 그것을 번역하는게 귀찮고...
이것을 고등학생이 1년 걸쳐서 비슷한 논물을 읽으면서 문장으로 만들어내고, 번역했다면.... 양심있는 교수라면 누구나 1저자를 줬을 겁니다.
정말로... 전공의 패스나 교수 승진 등의 문제로, 얼마나 말도 안되는 일들이 벌어지는지를 다 알고 있는 상태에서... 1저나 논란을 보며 웃음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오피스 워드 한 번 열어보지도 않고 논문 뺏어가거나, 거저 얻는 경우도 얼마나 많은데... 이 정도 노력했으면 진짜 기특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