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고향집에 내려왔습니다. 쓸데가 있어서 옛날 사진첩들을 몇년만에 꺼내보다가 어머니가 제 대학교 졸업식 사진을 보셨습니다.
물끄러미 한참 보시다가 잠시 티비를 향하셨는데 티비 내용은 관심없으신 것 같았습니다.
원래 텐션 높으신 어머니인데 정말 낮은 목소리로 나도 오빠 공부 아니었으면 정말 대학교가 가고싶었다고... 다시 태어나면 그거부터 할 거라고 하시네요. 몇십년 동안 이런 말씀 하신 적 없었어요.
오늘 낮에, 저는 어머니가 코스트코에서 공짜 만두 집어서 나한테 가져온 걸 창피해 했습니다 ㅜ 눈물이 멈추질 않네요....
가족과 자신의 가정, 자식을 위해 희생만 하셨죠.
여전히 자신의 꿈은 자식이 잘되는 거 정도인 분들이 많다는 거...ㅠ.ㅠ
잘못된 시대.
지금이라도 학업의 꿈을 이루시길..!
사실 현 대학에 20대들과 함께 캠퍼스 생활하기엔 무리니까요.
공대 아니면 대학 쓸모 없다는 말씀만...
그러면서도 자식들 입히고 먹이고 가르쳐주신게 참 감사한데...참 사람이 간사한게 그 고마움을 자꾸 잊게 되는것 같아요.
내일 일어나면 부모님께 전화 한통 드려야겠습니다...
외삼촌은 대학까지 가셨고 이모님 두분도 고등학교까지는 가셨는데..
저도 어릴 때는 부모님 학력란에 중졸이라고 적는게 부끄러웠는데 지나고 보니 참 속상하더라구요.
되든 안되든 직접 당당하게 하고 싶다셔서,
영어 수학 다 다시 배우면서 하고 계십니다.
몇년전쯤 시작할 때 시간걱정, 주변 시선걱정 등록금 걱정등등등..
무엇보다 본인이 할 수 있을까... 그런 걱정들-
"
젤 힘든, 자식들 다 키워놓고 뭐가 걱정이냐고,
걱정말고 뭐든 하시라- 일단 하고 걱정하시라고.
자식들이 셋이나 있는데 엄마 등록금 그거 해결 못하겠냐고.. "
했습니다
몇년째 시간가는 줄 모르고 공부하십니다
어떤 방식으로든 지금이라도 공부할 수 있게 해드리세요
방법은 많습니다
살면서 부모님의 어떤 모습도 부끄러운 적이 없습니다
부모님은 부모님대로 최선을 다해 사셨을거에요
이제라도 부모님이 못내 아쉬운 일들을 하실 수 있도록 절대적인 지지와 용기를 보내주세요
평생 공부 못 한 게 한이라고 대학교 졸업을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계십니다.
나이 들어서 컴퓨터 사용법 배워서 숙제도 내고 스터디 모임도 가시는데 너무 좋아하세요.
보는 저도 엄청 뿌듯하고 자랑스럽습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어머니께 이런 길도 있다고 권해보세요.
이후 방통대 졸업하셨다는데..캠퍼스 라이프는 물론이고 대학생 신분? 이고 싶으셨던 그 젊은 시절의 갈망이랄까..목마름이랄까..그런게 환갑 넘어서도 아직 남아있으신거 같아요.
아 또 울컥하네요 ㅠㅠ
어려운 일 아닙니다. 만학도들을 위한 학교 찾아서 등록 시켜드리면, 엄청 재밌게 다니실거에요.
올해 간호학과 입학하고 열심히 공부중입니다. 졸업이 어찌 될지도 모르고 졸업한 다고 해도 어찌 될지 모릅니다만,
갈수있는데까지 가보라고 강력히 후원했습니다
요즘 대학에 좋은 제도가 많습니다.
더 늦기전에 꼬옥 어머니가 도전해 보시기를 추천합니다
지금 대학교에 입학해도 그건 돌이킬수 없는거에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