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 불매운동이 시작되면서 개인적으로 인간으로 생각하지 않는 자한당 사람들이 한일간의 기술격차가 50년이라고 짖는걸
보고, 한번쯤은 이야기해볼 필요가 있어서 풀어볼까 합니다. 어차피, 클리앙의 모공이야 말로 거대한 집단지성의 결정체일테니
말입니다.
지금이야 스타트업을 운영하고 있지만, 원래 하던 일은 IT 사업기획을 거쳐, 제조업 연구소의 기술기획팀장으로 근무했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겪었던 이야기들을 한번 풀어보는 것이 의미가 있는 일이라 생각이 되서 이야기를 시작해보겠습니다.
제가 삼성의 1차 협력사의 기술연구소와 모 대기업 기술연구소에서 근무했었습니다. 주로 하던 일은 개발 Process 관리와 기술기획
업무, 그리고 연구소 운영 실무를 했었지요. 아무래도 이 관점에서 이야기를 해야 좀더 피부에 와 닿으리라 생각되서 이 관점으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1. 개발 Process 측면의 한/일 기술격차
개발 Process란 기업이 제품을 개발할때, 비용을 절감하고 효율적으로 개발하기위한 일종의 연구소 내부 규칙 같은 겁니다. 일반 직원
들은 사규를 지켜야 하지만, 연구원들은 사규와 함께 바로 이 개발 Process를 지켜야 하죠. 특히, 제조업의 개발 Process는 순간의 잘못으로 엄청난 비용이 동반되기 때문에 필수적으로 지켜야 하는 것입니다.
이 개발 Process의 제일 앞단에 있는 것이 바로 BMT 입니다. 물론, 제일 맨앞은 제품에 대한 Concept이나 포지셔닝 모 그런것이 필요하겠지만, 신규 제품을 개발한다고 하면, 세상에 없던 제품이 아닌 이상 제일 먼저 해야할 것이 바로 BMT(Bench MArking Test)입니다.
모 BMT의 이론이나 그런것들을 소개하기보다는 그냥 하는 일을 이야기하는 것이 좀더 이해가 빠를거 같아서.. 어떤 일을 하는지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신제품 세탁기를 개발하려고 한다면, 연구소의 연구원들은 시장에 출시된 세탁기를 구입합니다.
이 과정에서 세탁기 가격이 비싸니, 우리 제품과 비슷한 컨셉의 제품만 구매한다던가 하는 의사결정을 하죠. 아무튼, 시장에서 판매되는
제품을 구매해서, 연구원들은 그 제품을 몇날 며칠동안 분해를 합니다. 그냥 분해를 하는 것이 아니라, 분해과정을 하나 하나 기록하며 분해를 합니다. 왜냐하면 나중에 다시 조립을 해야하거든요. 조심스레 나사를 돌려 빼고, 결합된 부품들을 하나 하나 분리해내면서 결합 원리나 부품의 수준, 조립의 수준, 몰드의 수준 등..정말 우리가 모르는 많은 부분들을 꼼꼼히 기록합니다. 이 과정이 해당 제조사의 제품 1개 혹은 2개의 제품마다 진행을 하게 됩니다. 만약, 시장에 삼성, 엘지, 소니, 파나소닉, 월풀 등등의 모든 제품들을 이 과정을 거쳐서 분석을 합니다.
모 아시겠지만, 이런 분석을 하다보면, 기업들간의 기술 수준이 드러나게 됩니다. 그런데, 정말 희한하게도 그 기술수준과 시장의 점유율이 비슷하게 일치하기도 합니다. 그 이유는 나중에 말씀드리겠습니다. 이렇게 제품에 대한 분석을 하면, 메이커별 각 기술 영역별 최고 회사와 최저회사 모 그런것들이 대략적으로 그려지게 됩니다. 구체적으로 몇점 몇점 점수를 내진 않더라도.. (원래는 점수를 내서 보고서를 작성 해야합니다.) 대략적으로 해당 기술 카테고리별로 우수회사와 그렇지 않은 회사들이 드러나게 되고, 해당 제품을 개발하는 방향들에 대해서 대략적인 방향들이 잡히게 됩니다. 그 과정을 통해 이후 개발 과정에 반영을 하게 됩니다.
대략 이 과정을 몇년동안 지켜보게 되면, 시장에서 Maker들의 기술력들이 드러나게 되고, 실제 이 과정에서 전자제품 분야에서 일본의 Maker 가 상위에 랭크된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해당 제품별 약 5개의 기술 카테고리가 나뉘는데, 그 5개의 기술 카테고리중에 일본 제품이 상위에 랭크된 경우.. 정말 제 기억에는 없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기술격차가 일본과 한국의 차이가 없다고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니구요. 실제, 지난 20년동안 일본의 가전 제품. 전자제품들은 한국 기업들의 이 과정을 통해 거의 흡수되었다고 보는게 맞습니다. 그래서, 실제 일본의 기술력이 우수한 부분 대부분들이 한국 기업에 흡수되어 있고, 오히려 몇몇 기술들은 한국의 기술력이 우수하다고 평가됩니다.
단적인 예로, 제품의 조립을 결정하는 나사의 개수 라는 단편적인 지표를 놓고 이야기해보면(정말 단편적인 지표입니다.) 일본 제품의
나사개수보다 한국 제품의 나사개수가 적은 경우가 훨씬 더 많습니다. 나사가 적으면 돌리는 시간, 맞추는 시간들이 감소해서 생산성이 증가 하거든요. 그리고, 아무래도 나사가 좀더 단단하게 체결이 되긴 하지만, 의외로 나사의 불량이 많아서 불량 나사를 통한 시간낭비도 꽤 됩니다.
그런 측면에서 볼때, 조립의 생산성은 소니나 다른 일본 유명기업들이 한국 기업을 앞지르지 못한 상태입니다. 웃기는건.. 한국의 경우에는 조립이나 생산성에 영향을 미치는 좋은 방법이 있으면 곧바로 제품 개발에 반영을 하는데, 일본은 그러지 못합니다. 몇년동안 해당 제품을 계속 BMT를 해보면, 3년전 조립방식을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반면에, 한국은 혁신적인 조립방식이 나오면 곧바로 차용을 합니다. 그래서, 생산에 반영을 하죠.
모.. 결론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이미 시장에 나온 제품들의 기술격차는 거의 없습니다. 일반 연구소의 BMT를 해보면 대번에 나옵니다.
오히려, 한국의 기술이 더 뛰어나거든요. 특히, 생산관리 기술의 경우에는 더욱더 그렇죠. 이 분야의 기술들이 일본을 뛰어넘게 된 결정적
원인은 바로 엔지니어들의 야근과 밤샘때문이지요. 일반적으로 보기에 제품 하나를 분해하고 분석하는데에 3일은 줘야 해요. 그런데,
일반적인 회사(삼성이 주도적으로 하는)들은 한 6개 정도 분해하고 분석하는 일주일도 제대로 안줘요. 그러니, 엔지니어들이 죽어나죠.
위에 잠깐 언급하였듯이 새로운 방식이 나타나면 우리나라는 곧바로 적용한다고 이야기했자나요? 생산라인을 변경하고, 조립방식을 변경
하는게 절대 쉬운일이 아니거든요. 이런 기술 카테고리를 생산기술 영역 이외에 다른 측면에서 이야기해보면 대략적으로 비슷합니다.
예를들어, 부품 경쟁력의 경우를 살펴봐도 비슷합니다. 제가 근무하기전 5 ~6년(2000년 중반)만 해도 특정 부품(예를 들어, 정밀 모터나,
내구성이 강한 모터)의 경우에 일본산 부품이 우수한 품질을 가지고 있었는데, 2010년을 기점으로 한국의 중소기업이 들고 들어와서 대체해 달라고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실제, 그렇게 해서 많이들 교체했구요.
전 대기업 연구소에서 저런 일을 했는데, 중소기업 연구소도 저런식으로 BMT를 했기 때문이지요. 모 다들 그렇게 일하면서 일본과의
기술격차를 줄여나갔습니다.
에휴..맘먹고 글을 쓰려니, 힘드네요. 여기에서 한번 끊고 다음번에는 기술기획 측면에서의 기술격차를 한번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ㅋㅋ
불매운동에 더욱 힘내시라고.. ^^
여기 딴지 아니고 클리앙인데
수정하셔야 할듯 ^^;;
하긴 요샌 소니 핸드폰보다 삼성 핸드폰이 만듦새가 더 나은거같아요.
예전 소니는 금형이나 디쟌이 앞도적이었는데 요샌 그정도는 아닌거같네요.
다음편을 너무너무 기대하고 있습니다!
얘기듣기로는 왜놈은 철저히 메뉴얼주의라고 하더군요. 장점은 개개인의 능력이 부족해도 일정 수준 이상의 결과물을 뽑을 수 있고 실패를 줄일 수 있습니다. 시스템을 만드는데 고생하지만 만들고나면 안정적으로 운영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새로운거 도입하는게 힘들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구멍가게처럼 운영할게 아니라면 우리도 장기적으로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음편이 기대됩니다
변화라는 것 자체를 그다지 안 좋아한다는 느낌이었습니다.
IT 쪽은 특히 변화가 빠른데 말이죠.
지금도 일하면서 느끼는게 대기업은 일 안해봐서 모르겠지만,
강소 중소쪽은 메뉴얼 없이 효율성 없이 주먹구구식인 회사들 아직 많더군요.
메뉴얼이 있어도 창의적이고 더 효율적인 방안이 있으면 메뉴얼 수정이 되어야 하는데,
일본쪽은 그게 잘 안변하나 보군요.
극공감 드립니다.
50년 격차에 대해 타당한 근거도 없이 말하는 폼이 무슨 생각으로 사는지 의심이 들더군요.
같이 근무하던 R&D 쪽 형님이 일본과 한국의 대학 연구 문화도 너무 다르다고 해서요.
일본 기초과학 쪽이 도제식이라서 10-30년 이상 연구가 가능하고 그에 따른 성과들이 잘 나온다고 했는데
과연 이게 맞는 말인지 , 한국이 저 문화를 따라가야할지 궁금하네요
솔직히 샤오미 물건들 쓰다보면 하드웨어적 완성도는 낮지만 이제 한국이 저런 일본 따라가는구나... 싶은게 실감납니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