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여러 이유로 유명해진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가
학계에서 본격적인 이름을 날린 계기가
2002년 여름 '자본주의 맹아론 논쟁'이었을 겁니다.
당시 이분은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로,
자신의 전공을 살려 조선시대 말기, 일제강점기 시대의 거시경제 통계를 연구주제로 삼았습니다.
그러니까, 이 공부가 진짜 어려운 이유가, 한문해독이 필수이기 때문입니다.
그것도 아주 고급 수준의 한문 공부가 필요합니다.
감히 미국에서 공부하고 온 해외파 천재 경제학자들이 선뜻 뛰어들기 어려운 분야죠.
역사학+경제학의 배경에 일본자료 해독이 필요하니 또 일본어까지 필요한
아주 묘한 주제입니다.
1.
이 교수의 주장은 꽤나 단순해서 이해하기 어렵지 않긴 합니다.
<서론> "조선시대 후기 거시경제는 지속적으로 악화됐다, 여러 통계로 보아"
<본론> "일제 시대 이후 거시경제 통계가 지속적으로 좋아졌다, 여러 통계로 보아"
<결론> "썪어문드러진 조선의 자력으로 근대적화 불가능, 일제를 통한 식민지 근대화 인정해야" (잉?)
이분을 과거 주장을 요약하면
"조선시대에 자본주의 맹아가 있을리가 없다"고 단순 명쾌하게 주장하는 분입니다.
아니, 조선과 별반 다를게 없는 일본도 했고, 중국도 가능했고, 독일도 이탈리아도 다 했는데
왜 조선사회에는 근대의 싹이라는게 없는건가?
주로 역사학자들이 분기 탱천해 맞대응했지만, 본디 역사학과 경제학은 조금 거리가 있습니다.
또 이 교수가 "없는 걸 없다는데 어떻게 만들어 내냐""고 맞대응하니
단기간에 접점이 나오질 않았습니다.
이분의 연구 방법이나 연구 태도 모두 흠잡을 데가 없는 학자인건 맞습니다.
그런데, 서론-본론 잘 나가다가 '결론'' 대목이 너무 황당하니까 기존 학계에서도 "머야?" 하고 확 깨게 됐고,
보수언론이 주목하고, 단기간에, 그야말로 스타학자가 되어버립니다. 2002년에 말이죠.
그리고, 이유는 모르겠지만, 2005년엔가 서울대로 영전하게 됩니다.
각종 설화에도 불구하고, 서울대로 옮겨가게 된 배경이나 학계에서 스타로 떠오르게 된건
여러가지 설도 존재하지만 그런 배경과, 연구자금의 출처까지 본격적으로 파헤진 적은 없고요.
2.
2002년에도 한번 봤지만,
제가 기억이 나는건 2006년 무렵 을지로 맥주집에서 무슨 경제특강이 끝난 뒷풀이 자리였습니다.
머, 그당시만 해도, 이분이 엄청나게 유명한 분도 아니었고,
이런저런 특강에 불려나가 꽤나 정상적인 강의도 많이 하고 그랬습니다.
당시, 제가 왜 그 자리까지 갔는지는 정확하게 기억이 안나지만, 학술적 관심으로 봐주시면 감사합니다.
이분의 '식민지 근대화론'은 저같은 청춘(?) 세대에겐
너무나 짜증나는 관점이긴 합니다.
조금만 관심을 갖고 봐도
세상에, 이렇게 패배주의적인 역사관을 가질 수 있을지, 놀랄 지경이죠.
그래서 맥주잔을 앞에 두고 이렇게 물었습니다.
"교수님, 저는, 교수님의 연구방법론을 존중하지만, 이렇게 묘한 결론으로 끌고 가시는 건 이해가 안 갑니다.
~혹시 다른 목적이 있는건 아닌가요?"
그분의 답변이 꽤나 인상적이어서, (뉴라이트 세계관을 함축한 것 같아)
지금까지도 꽤나 생생하게 기억을 하고 있네요.
"OO이군, 우리 역사를 한번 잘 살펴보게, 고난과 굴종의 역사였어. 나는 정말이지 우리 역사가 때론 부끄럽네. 중국을 보게. 우리는 수천년에 걸쳐 중국에 굴종해야 했고 일방적으로 당하고만 살았어. 중국의 힘이 더 세지면 우리를 그대로 놔둘 것 같은가? 나는 중국을 믿지 않아. 그건 우리 역사가 잘 보여준다고 생각해, 중국은 자신보다 잘 사는 한국을 그냥 놔둘리 없어. 그렇다면, 현재 오늘날의 대한민국의 번영을 이끈 세력은 누구인가? 나는 명확하게 말할 수가 있네. 해양(海洋)세력이야. 우리는 중국을 멀리하고 해양세력과 손을 잡아야 하네. 그래. 일본과 미국이지. 우리가 해양세력과 손을 잡아야만 미래로 나아갈 수 있네. 실제 미국과 일본은 한국에 해준게 많고, 우리 또한 그들에게 도움될 부분이 많아....식민지 시절을 어둡게 묘사해봐야 내 얼굴에 먹칠하기네, 충분히 발전과 진보가 있던 시대였다고 해석할 수 있어. 그 긍정적인 대목을 재해석해줘야 우리의 미래도..."
3,
15년 전 기억인 관계로 오류가 있을 수도 있지만,
50대 초반 이 교수의 생각은 대략 저런 내용이었습니다. 머, 크게 틀릴 내용도 없네요.
얼핏 그럴싸 해보이고, 실제로, 이 같은 세계관에 동조하는 분들이 꽤나 많습니다.
첫째는, 사대주의를 기본으로 깔고 간다는 거죠. (우리는 주변세력이다, 우리 주권은 없다)
둘째는, 대륙과 친해지지 마라?
종합해보면,
이분을 포함한 뉴라이트의 사상은 (사상이랄게 있을지 모르겠지만),
"친일해야 대한민국의 미래가 밝다",
"친미는 덤이다",
머 그정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런 분들이 잘사는 분들 가운데 꽤 많다는게 함정이긴 합니다.
저는 일자무식입니다만 경제학이 얼마나 역사학과 거리가 있는진 몰라도
17세기 이르러 국부론이 튀어나왔다고 해서 그 이전의 역사와 데이터는 다 무시되어야할 것도 아니고요.
고대부터 일제 직전까지 해도 중국의 침략도 많았습니다만
그 편을 통해 얻은 한문서적과 무역 교류 역시 많았습니다.
물론 중국과의 이야기는 몇천, 몇백년 전의 일이니 와닿지 않을 뿐이지 그 누구도 그걸 미화하지 않죠.
일제와 비교하면 이것은 고작 100년도 안된 일인데다가 피해자가 살아있어 와닿는 얘기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미화될 대상도 아니고 그럴 필요도 없다고 봅니다.
기자 폭행건
조상에 대한 거짓말 건
그리고 의도했는지 안 했는지 모르겠지만 서울대 명예교수라고 팔고 다닌 점 등
중국에서 한자, 종이, 화약, 인쇄술 같은 좋은 문물을 전해준 사례도 많고
신라와 고려는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면서 평화와 번영을 누렸는데,
이영훈은 그런 사실들을 싹다 무시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이영훈과 그를 지지하거나 옹호하거나 일리가있다고 찬동하는 사람들은 역사를 데이터로 보는 사람들입니다. 경제학적인 해부와 증거를 들어서
일제의 점령이 없었다면 조선의 근대화는 없었고.
일제치하의 수탈과 피해는 과장된것이며 실제로는 인구증가와 인프라증가가 있었다고요.
E.H카의 역사란 무엇인가를 읽어본 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역사는 사실의 나열도 아니며. 역사가의 역할은 사실과 자신의 해석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일입니다.하지만 그는 비뚤어진 가치를 가진사람입니다.
역사에서 완전히 객관적인 사실이란 있을수 없습니
다. 하지만 그와 그들은 자신들의 데이터와 그로 인한 결론을 맹신합니다. 자신들이 완전무결한 객관성과 합리성으로 무장했다고요. 애석하게도 역사에서의 올바른 객관성은 사실의 입수에서 오는게 아니라 올바른 기준을 제시하며 미래에 자신의 시야를 투사할수있는. 그럼으로 자신의 제한적인 위치에서 벗어나서 과거를 통찰할수있는 자들만이 얻을수있는 평가입니다. 역사의 본질은 발전이고 변화이며 진보이기 때문입니다. 그의 가치는 무엇인가요? 서구에서만 발현된 근대화의 개념? 마찬가지로 한국의 민족주의는 허구라는 그의 주장도 . 민족이란 개념이 근대 이전엔 없었다는 서양의 사례를 든 비약이구요.
문재인 대통령께서 이번에 뭐라고 말씀하셨던가요?
일본이 목표가 아니라고요. 대한민국이 추구하는 목표는 경제력뿐만이 아니라 평화와 인권 등 보편적인 가치라고요. 바로 이것이 올바른 기준입니다.
일제치하에서 어떠한 평화와 인권의 증진이 있었나요? 아마 그들은 .신분제 폐지를 운운하겠죠 ㅎ그것이 식민통치에 유리했기 때문이지만..
저는 야만의 시대라고 생각합니다.
조선의 언어조차 말살시키려고 하고 창씨개명을 시키려던 나라가 근대화라.. 그의 가치는 제국주의 옹호에 있습니다. 그리고 그 가치는 현재에도 배척하며. 미래에도 배척되어야 합니다. 시대가 생각하는 올바른 미래가치는 인권과 평화이기 때문입니다.
역사가는 과거를 거울삼아 현재를 해석하고. 현재를 분석하여 미래를 통찰합니다.
그래서 역사의식이 있는 사람들에게서는 역사가 반복되지 않습니다. 두번째 공연을 하는 사람은 첫번째 공연의 결말을 알고있기 때문이지요.
레비스트로스가 이런말을 했던적이 있습니다.
"원시사회든 문명사회든 외부지표는 중요하지 않아요 사회란 모든 종류의 뉘앙스로 가득차있죠. 한 개인의 죽음도 마찬가지에요
외부에서 볼때 하나의 죽음은 진부한 사건일지 모르겠지만 가족과 친척들에게는 하나의 세계가 무너지는 일입니다."
헤아릴수없는 세계를 파괴하고 짓밟은 무리와 그 치하의 시대.
그리고 그것을 합리와 실증이라는 가면으로 옹호하는 사람과 이를 수긍하는 사람들.
저는 인정할수가 없습니다.
안타깝지만 본문과 글쓴분의 취지 그 어떤것도 긍정할수가 없네요. 연구방법이 문제가 아닙니다.
저는 학력도 미진하거니와. 누굴 가르칠만한 지식도 재주도 없습니다. 다만 저의 정체성은 민족주의자이고.
역사와 정치에 관심이 있으며 경제학자가 역사를 가르치는것을 반대하는 나름의 주관이 있습니다.. 저는 제 앞가림도 못하는 아둔한 1인일 뿐입니다.
다만 제가 지혜도 지식도 없으나
올바름과 의로움에 대해서 일말의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서 말씀드렸을뿐입니다.
사실 신분제가 제대로 폐지된 것도 아니고,
일제 치하에서도 백정들은 엄연히 차별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일제 당국은 조선의 양반과 백정들을 엄연히 분리해서 대우했습니다.
아울러 일제 치하의 조선인들은 엄연히 참정권, 즉 선거권도 없었습니다.
이거야말로 신분에 따른 차별이 아니면 뭡니까?
중국에서 한국에 좋은 문화 전해준 것도 많은데요?
한자, 종이, 인쇄술, 화약 모두 중국에서 건너온 문물들입니다.
설마 경제학 교수라면서 그런 것들도 모르나요?
그리고 그런 식으로 따지면
일본이 힘이 강했던 구한말과 일제 치하 시절,
우리도 일본한테 내내 굴종하고 일방적으로 당하고 살았는데,
그런 것들은 안 보입니까?
중국의 힘이 더 세지면 우리를 그대로 놔둘 것 같은가? 나는 중국을 믿지 않아. 그건 우리 역사가 잘 보여준다고 생각해, 중국은 자신보다 잘 사는 한국을 그냥 놔둘리 없어./
그럼 신라 시대, 고려 시대에 중국은 왜 한반도를 가만히 내버려 뒀나요?
신라 시대와 고려 시대도 꽤나 잘살았던 시기인데?
아, 고려 시절 송나라로 간 고려 사신들이
송나라를 상대로 상당히 자주적인 외교를 해서
송나라 조정에서 고려와 외교 관계 단절하자는 소리가 나올 만큼,
고려의 입지도 굉장히 높았는데 말입니다.
이영훈은 이런 사실들은 싹다 무시하나 봅니다?
실제 미국과 일본은 한국에 해준게 많고,/
1997년 IMF 때 일본이 한국에 투자한 100억 달러를 한꺼번에 회수해가는 바람에
한국 경제는 더 어려워졌죠.
반면 그때 중국이 한국 상품들을 많이 사준 덕분에
한국이 1997년 IMF 위기를 빨리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한국의 최대 무역 흑자국이 중국이라는 사실은 알고나 있나요?
이미 한국의 대미, 대일 무역을 전부 합친 액수보다
한국의 대중 무역이 더 많고
한국이 거두는 무역 흑자의 절반이 중국에서 나옵니다.
심지어 미국을 상대로 한 무역흑자보다 중국을 상대로 한 무역흑자가 훨씬 많습니다.
반면 이영훈이 그렇게 찬양하는 일본은
한국의 최대 무역 적자국들 중 하나입니다.
무슨 말인지 아시죠?
한국은 중국과 무역을 하면 할수록 이익을 보지만,
일본과 무역을 하면 할수록 손해를 봅니다.
이런 현실에서 일본과 손잡고 중국을 멀리하자?
그건 한국 경제의 자살입니다.
명색이 경제학 교수라면서
엄연한 현실은 무시하고 무슨 까마득한 고대 이야기를 늘어놓는 걸 보면,
이영훈은 결코 경제학 데이터 때문에 이런 결론을 내린게 아니라
철저하게 냉전 반공적인 정치적 잣대 때문에 그런 결론을 내렸다고 봅니다.
우리의 미래도..."/
지금 미국과 일본은 국력이 쇠퇴하는 단계고
반면 중국은 나날이 국력이 강성해지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미국, 일본과 손잡고 중국에 맞서자?
그건 한국더러 국가적 자살을 하라는 소리입니다.
식민지 시절을 어둡게 묘사해봐야 내 얼굴에 먹칠하기네/
그런 식이면 과거 한국의 수천년 역사를 전부 중국에 굴종하고 일방적으로 당하고 살았다고 묘사해봐야
자기 얼굴에 먹칠하기인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