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이전 글을 보시면 직업을 알 수 있을 겁니다. 저는 지방 사립대 출신입니다. 1학년 땐 학사경고를 받고 군대 다녀와서 우연히 제가 현재 하는 연구 분야 교수님을 만나 공부라는 것에 대해 재미를 느끼게 되었습니다. 석사까지 한국에서 하고 박사는 미국이라는 교수님의 세뇌에 의해 자연스레 미국으로 유학을 오게 되었습니다 (저희 학과 출신으로는 7년 만에 유학을 하러 가는 학생이 나오게 되었고 최초로 외국에서 교수가 된 케이스입니다. 이정도면 어느 정도의 학교인지 가늠하실 수 있을 거 같네요).
박사를 한 학교는 나름 유명한 학교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주변 분들이 서울대, 연고대, 카이스트 포항공대 등의 소위 한국의 탑 학교 출신들이었습니다. 그분들과 같은 연구실 또는 같은 모임을 하는 동안 제 마음속에 항상 드는 생각은 "내가 여기에 있어도 되나..."라는 자격지심 이었습니다. 확실히, 같이 연구를 해보면, 다르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그래서 박사과정 내내 저는 열심히 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저 스스로 지방대 출신이라서...라는 생각을 할까 봐 두려웠습니다. 또한, 탑 학교 출신들은 한국에 돌아가도 어렵지 않게 자리를 잡을 수 있지만, 지방대 출신인 저는 한국에 돌아가면 오버 스펙으로 반길만할 곳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정말 다행히도 현재는 외국에서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저는 학벌에 대한 자격지심으로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을 처음 보게 되면 그 사람의 출신 학교를 제일 먼저 검색합니다. 그리고 탑 학교 출신이면 똑똑한 사람이라고 어리석은 고정관념에 사로잡힙니다. 논문이 리젝 될 때마다, 역시 나는 똑똑하지 못해 논문도 제대로 못쓰는구나 라며 자책을 합니다. 얼마 전 정부 그랜트 신청을 하기 위해 프로필 작성하는데 학부 출신 학교가 리스트에 없는 것을 보니 씁쓸하더군요. 이 나라 또한 제가 나온 학교 출신이 그랜트를 쓰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구나...
그런데 한편으론 동기부여가 됩니다. 실패를 할 때 마다 그래 역시 내가 그런 짓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래도 여기까지 온다고 수고했다며 다독여 줍니다. 그리도 다시 도전하게 됩니다. 어차피 난 밑바닥부터 시작한 거야...내가 안 되는 건 당연한 거야 어차피 손해 볼 거 없어, 다시 하면 되지 등등으로 스스로 응원을 해줍니다. 항상 상대방이 저보다 똑똑하다고 생각을 하니 그분들에게 많은 것을 배우게 됩니다. 무시를 당하게 되어도 그냥 웃게 되더군요. 즉, 저의 학벌 콤플렉스가 저를 겸손하게 만듭니다.
저의 학벌 콤플렉스는 아마 평생 될 거 같습니다. 저는 그냥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중고등학교 때 공부를 하지 않은 저의 짐이라고 그리고 굳이 이걸 없애려고 해봤자 안 없어지고 그런 저를 보며 힘들어하는 것보다 그냥 받아들이며 인정하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꿈이 있습니다. 저같이 중고등학교 때 공부 안 하고 방황하며 어른들에게 무시당하는 아이들에게 아직 늦지 않았다는 희망이 되는 꿈이 있습니다. 그 꿈을 위해서 그냥 묵묵히 걸어가고 싶습니다.
이상 그랜트 쓰다 뻘글 작성하였습니다.
/Vollago
사람마다 콤플렉스가 있기에 발전하는거겠죠 ㅠ
저는 나름 학벌 좋은 곳에서 학부 석사 마쳤지만
부끄럽지만 GRE 단계에서 몇번 보다 포기하고
늦게 직장 생활 몇군데 하다가 정착에 실패하고 늦깎이 공시생이 되었습니다.
박사 딴 동기들이 교수 되었다는 소식을 들으면 마음 속이 시리긴 하네요.
그래도 외국에서 자리잡으실 정도면 정말 열심히 하시고 실력도 있으실 거니
스스로에게 자부심을 가지세요~ :)
그분들은 진짜 천재들을 만나볼 수 있거든요?
말도 안되는 일을 해내는 사람들... 아이디어로 몇십만명을 먹여살리는 사람들
그 사람들도 천재를 보면서 똑같은 기분을 느낍니다.
천재들도 행복하진 않아요.
천재중에 모든 것을 생생하게 기억하는 사람은
주위 사람들이 거짓말을 너무 많이 해서 사람에 대해 실망하고 ,스스로 은둔형외톨이가 되었습니다.
질투하지 않는다면 살리에르도 행복하게 살 수 있습니다.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예요.
교수님이 그러시면 저는 똥멍청이라는.....
근데 열심히 자기 일하다 보면 잘 생각 안 나게 되는 때가 오지 않을까요.
/Vollago
하버드 나온 이준석 트윗 보면
그거 다 부질 없는 것 같기도 합니다. ㅋ
적당한 자극을 주는 정도라면 걱정 안하셔도 될거에요
심하면 스스로 다독이고요...
떨쳐버리세요. 고등학교때 잠시 정신차리지 않아서 그런거지 실력은 이미 입증된거잔아요.
/Vollago
그럼에도 제 의견을 이야기하면, 전 학벌이라는 것이 “고3 무렵 그 사람이 얼마나 성취했는가”를 보여주는 지표에 불과하다고 생각합니다. 고3때 잘 하는 사람이 다른 때도 잘 할 가능성이 높은 건 사실이겠지만, 사람 능력의 피크가 반드시 고3에 맞춰져야 할 이유는 없죠. 고3때 잘 한 것 이후에 성취한 것이 없다면 그건 더 큰 문제고요.
그러니 전 학벌도 물론 고려대상일 수 있지만, 결국 봐야 하는 건 지금 이 자리에서 그 사람이 얼마나 성취했는지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성취한 것이 없는데 학벌만 따지는 건, 고3때 성취한 것으로 평생 울궈먹는 것밖에 안 되는 겁니다.
지금 남들보다 더 많이 성취하셨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학부 간판은 그저 내가 고3때 피크가 아니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이상은 아닙니다.
/Vollago
/Vollago
학부때 아쉬운 학벌이라면 이제는
외국에 교수도하시고 충분히 훌훌터시고
현재와 미래의 성과에 집중하셔도 충분히 대단하신것같습니다
저도 학석박사 모두 다른 학교에서 했는데
학벌은 자기만족이다라는 결론을 내렸어요
남이 뭐래도 내 전공 내 학교에 자부심느끼면 그만이죠 ㅎㅎ
박사 해보면 학부 나온 수준이 어떤 수준인지 뻔히 아실 분께서..... ^^
세월이 지나고 나면서 보면.. 그런 것은 아무것도 아닌거 잘 아실 분이.. ^^ 그냥 잠시 센치해지셨나 봅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그런 감정을 동기부여하는 요소로 생각하고
지금은 생각보다 빨리 제가 오고싶은 회사로 왔습니다
많은 부분에서 공감하네요 ㅠ
/Vollago
/Vollago
/Vollago
온라인 상에서 내 학벌이 나타나는데 대한 두려움을 느끼는 분들이 꽤 있는 듯 합니다.
박사도 마치시고 교수자리까지 따낸거 보면 최소 상위 0.1% 입니다. (미국서 요즘 박사가 1%라고 하는데, 그중에 10명중 1명이나 교수자리 잡나요?)
그냥 재미나게 연구하시고, 티칭도 하시고 그러세요. 충분히 열심히 살고 계신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Vollago
물론 학석박을 탑학교에서 하고 이름을 날리는 사람이 많습니다만, 그런 학교에 진학하고도 연구는 별볼일없는 사람이 훠어얼씬 많습니다. 저도 그중에 한명이네요..저는 반대로 시험은 잘보는데 왜 연구는 못할까 자괴감에 빠져삽니다.
에르고김님은 연구 능력이 있으시고 그걸 증명하셨습니다.
말씀하신대로 다니신 학부학교가 탑이 아니라면 남들보다 더 뒤에서 출발하셨음에도 불구하고
학교빨이 아닌 순수 연구능력으로 교수직에 가신거라 생각하기 때문에 더 존경합니다.
외국은 박사졸업 후에는, 특히 연구쪽 커리어라면, 학부를 어디나왔든 뭘했든 전혀 상관하지 않습니다.
이상하게도 한국은 교수 채용시 아직도 학부를 어디 나왔는지 따지는게 참 이상하더라구요.
부디 영향받지 마시고 지금 가시는 길 당당히 가십시오. 응원합니다!
저도 뒤늦게 공부한 케이스인데 이런 겸손한 마인드로 꾸준히 공부하려구요!
좋은글감사합니다.
/Vollago
이렇게 성공하신 분들도 주변의 다른 교수들과 비교되어 학벌에 대한 불편한 마음은 항상 가지고 있는 듯 하신 것 같더군요.
말씀하신대로 이 점이 아쉬움도 되고 동기부여도 되고 하는 것 같습니다.
아마 평생 떨쳐내지 못할 수도 있겠죠. 지금처럼 받아들이고 주욱 직진하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Vollago
동기들 중.. 전문대는 저 혼자...
배치 받고.. 사수 선배는 고대... 그 선배들 동기들도 다.. 인서울 대..
우리직렬 말고 다른 직렬엔 지금 들어오는 후배들은 서울대도 있다고 그러고..
입사한지 십몇년이 지나고.. 나름 파트에서 없으면 안될 존재가 되었다고 생각 하지만...
내가 여기 다녀도 되나? 라는 생각 가끔 해 봅니다.
(해마다 연봉이 1 ~3프로 밖에 안올라서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학벌의 유일한 효용(?)은 자격지심에 인생을 낭비하지는 않게 해주는 정도입니다.
미국에서 교수하고 사시는 게 행복하면 된거죠, 뭐.
학벌 덜 따지는 곳이고,
한국학벌은 굳이 따져주지도 않는 곳이고.
/Vollago
듣보 지방4년제 대학에서 외국계글로벌 자리에 있다보니, 밑에사람들은 죄다 스카이라 항상 그런 자격지심이나 넘을수 없는 학벌의 벽을 느끼게 되더군요.
/Vollago
좋은학교 나온 사람들이 대체적으로 똑똑하고 일도 잘하긴 하지만, 그건 공부쪽으로만 잘하는거라
종합적(인성, 인간관계 등)으로 다 잘하는 경우는 드물더라고요.
지금은 그냥 인정할것 인정하면서 제갈길을 가고 있어요.
학교는 모르겠는데 회사일하는거에 있어서는 자꾸보니까 예전만큼 대단해보이지는 않더라고요ㅎㅎ
그와중에 정말 좋은학교 나온 친구들이랑 회사 동호회에서 운동같이 하는데..
독하고 끈기있고 부지런하고 열심히고 글터라고요
저래서 학교다닐때 공부잘했었구나 싶더라고요ㅎㅎ
그부분은 인정을 안할수가 없어요..
어쨌꺼나 같은 회사 들어와서
비슷하게 돈벌고 사는 제 자신도 가끔 인정합니다ㅋㅋ
스트레스 잘 극복하고 존버 해야죠~
/Vollago
/Vollago
극복하신 것이죠
나이들면 경력이죠
암튼 대단하십니다!!!
/Vollago
/Vollago
/Vollago
/Vollago
지방사립대에서 해외박사(북미, 서유럽)를 하셨다니 네트워크도 풍부하지 않은 상태에서, 정말 뜨거운 박수와 응원을 드립니다.
사실 학부학력 컴플렉스는 계속 되실거에요. 그건 어쩔 수 없거든요. 그래서 학벌컴플렉스 가능성이 있는 직업군에 가려는 제자들에게 저는 대학원말고 학부부터 바꿔보라고 권하는데 말을 잘 안듣다가 나중에 후회하며 찾아옵니다.(저는 수도권 사립대교수에요) 그때는 삼십대 중반이고 사회에서도 어느정도 자리를 잡은때라 또 망설이면 저는 이야기하죠. 그게 네 발목을 잡는다면, 편입이나 수능으로 다시 도전해라 하구요.
출신학교는 죽어서도 남으니깐요...안타깝지만 현실이에요 ㅠ
그런면에서 캐나다에서 교수하시면 국내보다는 훨씬 나으시겠어요. 학과에 유일하게 대구대학교, 해외석박사인 선임교수는 본인 학부를 숨기더라구요. 하다못해 홈페이지에도 학부는 안써요. 나중에 본인이 쓴 책을 도서관에서 우연히 보고 알게되었어요. ㅎㅎ제 후임교수들도 그녀 출신 대학을 몰라요. ㅎㅎ
/Vollago
/Vollago
학부가 SKY아닌 국내 교수님들을 보면 그래서 저는 경의를 표합니다.
사실 해외에서 공부를 한다는 건 학업 성취의 물리적 경험보다, 망망대해에서 온 비바람을 다 맞고 우뚝 솟았다는 지점이거든요. 그럼에도 사회에서 차별은 존재하죠...
나중에 기회되시면 모교 방문하셔서 특강해주심 학생들에게 큰 자극이 될거에요. 저희도 가끔씩 졸업생들 모시고 특강해요. 헤헤.
멋지고 근사한 날들을 보내셔요. 응원합니다.
SKY대학 3학년 학사편입하는게 최고구요,
SKY대 졸업이면 더 좋겠지만 SKY대 중퇴로도 명분은 서죠.
시간 여유 되면 편입시험이나 수능 한번 보시구요, (편)입학은 하시고 최대한 휴학처리후 졸업은 안하거나 은퇴후 하셔도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