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새는 기억입니다. 냄새는 어떤 사람이 떠오르게 만드는 기억의 실마리 입니다. 얼마전 동네에 새로 생긴 무한리필 갈비집에서 아이들과 저녁을 먹다 문득 엄마가 생각났습니다.
어렸을 때 엄마에게서는 늘 갈비 냄새가 났습니다. 늦은밤, 엄마는 한 시간은 족히 걸릴 거리를 종종걸음으로 돌아옵니다. 선잠 들었던 나는 엄마가 오면 눈을 비비며 일어납니다. 아직 찬 밤공기가 고스란히 뭍어있는 엄마 품으로 달려듭니다. 찌릿한 한기에 정신이 번쩍듭니다. 그럴수록 엄마 옷섶에 깊이 파고듭니다. 옷 구석 구석에서 갈비 냄새가 진동합니다. 맛있는 냄새입니다. 나는 집요하게 그 냄새를 맡습니다. 한참 뒤 엄마가 밀어낼 때까지 그 킁킁거림은 계속됩니다.
엄마의 냄새는 엄청난 축적입니다. 한 번의 서빙으로 배인 가벼운 냄새가 아닙니다. 아침 아홉시부터 밤 열시까지 골백번은 굽고 치워낸 숯불 위의 갈비향이 겹겹히 쌓인 깊은 냄새입니다. 피곤한 노동, 고단한 삶이 켜켜히 쌓인 진한 향입니다.
시골에서 도시로 이사한 뒤 엄마는 한참 일을 쉬었습니다. 그때 엄마는 안 하던 화장을 했습니다. 파운데이션을 두껍게 바르고 분홍 립스틱도 칠했습니다. 엄마에게서는 짙은 화장품 냄새가 났습니다. 맛있는 냄새가 아닌 예쁜 냄새였습니다. 학교까지 데려다 주던 그길에도 그 냄새가 났습니다. 집 근처 놀이터에서 같이 그네를 탈 때도 그 냄새가 났습니다. 내가 경험한 엄마의 냄새 중 가장 따뜻한 향이었습니다. 그렇게 오래 가진 못했습니다.
다시 엄마에게서 맛있는 냄새가 났습니다. 엄마는 생계를 위해 일을 해야만 했습니다. 한참은 엄마에게서 된장찌게 냄새가 났습니다. 한참은 곰탕 냄새도 났습니다. 언젠가 한번은 엄마에게서 음식 냄새 대신 진한 땀 냄새가 난 적이 있었습니다. 며칠 가지는 않았습니다. 아는 사람 소개로 돈 많이 준다는 공사현장에 나갔으나 몸살이 심하게 난 뒤 다시는 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 뒤로도 아주 오랫동안 엄마에게서는 맛있는 냄새가 났습니다.
이제 엄마는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을만큼 늙었습니다. 맛있는 냄새도 사라졌습니다. 엄마는 다시 파운데이션과 립스틱을 바릅니다. 보행 보조 유모차를 끌고 여기 저기 누비며 그 냄새를 퍼뜨리고 다닙니다. 언젠가처럼 예쁜 냄새를 풍기고 다닙니다. 내 기억속에 가장 따뜻했던 그 냄새 입니다. 오래 오래 더 맡고 싶은 엄마의 그 냄새 입니다.
잔잔한 글 늘 잘보고 있습니다. 팬 되겠어요 ㅋㅋ
감사합니다 계속 부탁드려요
글을 담백 깔끔하게 작성하셔서 언제나 읽기 편합니다.
좋은 글 고맙습니다.
한참을 잊고 있다가도, 길에서 스쳐지나가는 희미한 냄새와 함께
선명하지만 단편적인 기억이 떠오르곤 해요.
그 때, 그 곳, 그 사람에 대한 기억들....
좋은 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어머님 건강하게 오래오래 행복하셨으면 좋겠네요
감동이예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덕분에 부모님의 향은 무엇일까 생각하게 되네요.
생선냄새가 아닌 이런 사람사는 냄새의 음식을 먹고 싶습니다.
나중에 꼭 모아서 책 내주세요.
순식간에 읽어 내려갔네요.
잘 읽었습니다. 아내에게 아들에게, 난 어떤 향기로 기억될까.. 생각에 잠겨 봅니다.
화이팅입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단내가 났던거 같아요...
가끔 집에서 엄마의 향기가 날 때 사무치게 그립습니다 .
글 읽다가 혹시나해서 봤더니 맞으시네요 ㅎㅎ
좋은 글 감사합니다.
돌아가신 아버지요.
따뜻한 글 잘 읽고 갑니다.
메모에 "수필가"라고 되어있네요.
저는 어떤 냄새, 어떤 향기를 내는 사람인지...
생각해봅니다.
우리엄마..
공감하며 마음 따뜻한 시간 가질수 있었네요
나중에 모아서 책내시면 꼭 구입하겠습니다 ^^
늘 잘해야지 하면 아직도 50초입에 아들을 물가에 내 놓은 아이 마냥 걱정하시며 하는 잔소리에 살짝 짜증내는 모습을 언제나 돌아서면 후회합니다. 이제 얼마남지 않았을 잔소리들인데... 나중에 후회하지 말자 말자 하면서 주어진 시간에 감사를 해야하는데 늘 마주서면 시간은 무한하다 생각하는건지 후회할 행동과 말을 하게 되네요..
글솜씨가 정말 좋으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