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라는 단어는 여러 의미로 쓰입니다. 프랑스 수도를 파리라고 합니다. 마르고 핏기어린 모양도 파리하다고 합니다. 그러나 뭐니 뭐니해도 모기, 바퀴벌레와 함께 대표적인 해충을 부르는 파리가 제일 익숙합니다. 모기나 바퀴벌레가 실체를 잘 드러내지 않는 반면에 파리는 용감합니다. 낮이건 밤이건 시도 때도 없이 앵앵거립니다. 시도 때도 없이 신경을 거슬리게 만듭니다.
파리는 잡아야 합니다. 위생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그래야 합니다. 그래야 직성이 풀립니다. 헌데 그게 쉽지 않습니다. 막상 파리채나 에프킬러를 들고 사냥에 나서면 순식간에 사라집니다. 신기할 정도 입니다. 막상 눈에 띌 때는 마땅한 연장이 없을 때가 많습니다. 가장 원초적인 도구인 손을 써보지만 매번 헛탕입니다. 과연 맨손으로 파리를 잡는 건 불가능한 일이란 말인가요.
진화론에 따르면 파리는 나는 법을 아주 늦게 배웠다고 합니다. 날개 달린 동물 통틀어서 꼴찌에서 두번째 랍니다. 박쥐 때문에 겨우 꼴지를 면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럼에도 제일 먼저 날기 시작한 풍뎅이 보다도 훨씬 잘 날아다닙니다. 풍뎅이 정도라면 잡을 수 있을 것 같은데 파리는 맨손으로 도저히 잡을 수가 없습니다. 당연히 그건 다 이유가 있습니다.
파리와 인간은 신경계가 다릅니다. 사람은 한 사물과 다른 사물을 구분하는데 20분의 1초까지는 감각으로 판별할 수 있습니다. 그 이상 빠르면 구분 못합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영화는 사실 동영상이 아니라 무빙 픽처입니다. 그러니까 빨리 움직이는 사진입니다. 그러나 20분의 1초보다 약간 빠른 1초에 약 24컷의 사진을 빨리 보여주면 인간은 그걸 사진이 아니라 동영상으로 인식하게 됩니다. 그게 인간이 가진 시신경의 한계 입니다.
반면에 파리는 사물과 사물 사이를 구분하는데 200분의 1초까지 감각으로 판별할 수 있습니다. 딱 인간의 열배 입니다. 그러니 늘 파리는 인간의 손보다 열배 빠를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인간의 입장에서 제 아무리 재빠르게 팔을 휘젓는다 한들 파리의 입장에서는 아주 느린 슬로우모션으로 보인다는 말입니다. 그러니 맨손으로 파리를 잡는 게 그렇게 어려웠던 것입니다.
그렇다고 불가능한 건 아닙니다. 인간은 늘 한계를 극복하오지 않았던가요. 시신경이 뒤떨어진다면 심리전으로 넘어설 수 있습니다. 파리는 인간이 팔을 휘두르기 시작하면 그 느린 동작을 천천히 판독하며 피해 갑니다. 마치 플레쉬맨과 일반 사람이 대결하는 것과 마찬가집니다. 그래서 현재 시점의 파리를 직접 겨냥한 손짓은 실패할 수밖에 없습니다.
미래를 예측해야 잡을 수 있습니다. 파리가 어디로 날아 오를지 예상하고 그 허공에 손을 날려야 합니다. 요령은 이렇습니다. 파리가 바라보는 시선의 역방향, 그러니까 머리쪽에서 배쪽으로 휘두르 되 실제 파리의 위치보다 한뼘 정도 높은 허공에 대고 손을 날려야 합니다. 파리가 슬로모션으로 다가오는 인간의 손을 보고 천천히 피할 그 길목에 손을 뿌리면 맨손으로도 파리를 잡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자만해서는 안 됩니다. 손에 들어왔다고 다 잡은 게 아닙니다. 긴가 민가해 손을 펼치는 순간 파리는 유유히 날아가 버립니다. 그래서 헛탕이건 잡았건 일단 바닥에 힘껏 패대기 쳐야 합니다. 빈손이면 그냥 조금 머쓱하면 될 일이고 바닥에 파리가 나뒹굴어진다면 바로 발로 팍 밟아야 진정한 맨손 파리 사냥의 완결입니다. 이것이야말로 맨손으로 완벽하게 파리를 잡는 법입니다.
왠 파리 타령이냐고요? 파리의 또다른 의미로 장사가 안되는 조용한 상태를 일컬어 '파리만 날린다'라는 말을 씁니다. 신기하게도 진짜 조용하면 파리가 유난히 더 눈에 띄고 유난히 더 거슬립니다. 어느새 나도 맨손으로 완벽하게 파리를 잡을 수 있을만큼 고수가 돼 가고 있습니다. 나 뿐만 아니라 맨손 파리 사냥꾼이 점점 더 느는것 같습니다. 경기가 어렵다는 의미겠죠.
어차피 생명체라 계속 날아다닐 수는 없기 때문에 잠시 앉아 쉴 때 덮치면 아주 쉽습니다.
문제는 손에 더러운 것이 닿는 거부감과 뒷처리죠.
저는 씻을 각오 하고 싱크대 같은 데에 물을 살짝 틀어 놓고 잡은 파리를 그대로 익사시키는 것을 가장 선호합니다 ㅋㅋㅋ.
이거 초파리에도 적용 가능한가요?
재미있었어요~
https://www.sciencetimes.co.kr/?news=%ED%8C%8C%EB%A6%AC%EB%8A%94-%EC%99%9C-%EC%9E%A1%EA%B8%B0-%EC%96%B4%EB%A0%A4%EC%9A%B8%EA%B9%8C
성석제 소설가의 느낌이 납니다.
잡아다가 바닥에 내동댕이 치면 죽지는 않지만 충격 먹었는지 빌빌 거리는 거 구경하곤 했죠.
어떤 녀석은 전기라이터 전기내는 거 빼와서는 파리한테 전기충격을 주기도 하고... ㅋㅋㅋ
어떤 녀석은 실험(?)을 했는데 방안에서 계속 파리 쫓아다니면서 못쉬게 했더니 두시간정도 지나니까 파리도 지쳐서 툭툭 건드려도 날지 못하고 기어다니기만 했다는 얘길 듣고 대단한 녀석이구나 생각한 적이 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