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십대 중반의 한 남자가 가게로 들어왔습니다. 작은 키에 앙상한 체구였습니다. 덥수룩한 머리는 눈을 덥었습니다. 계절에 어울리지 않는 두툼한 점퍼를 입었습니다. 공장에서 입는 작업복 같았습니다. 오랫동안 갈아입지 못했는지 옷가지들은 남루했습니다. 오랫동안 씻지 못했는지 얼굴은 거뭇했습니다. 양손에는 구겨진 비닐봉지가 들려있었습니다. 맥도날드와 이마트 편의점 로고가 찍혀 있었습니다. 정확히 알수는 없지만 남겨진 음식이 조금씩 담겨 있는 것 같았습니다.
"저.. 저.. 초장 조금만 얻을 수 있을까요?" 잘 들리지 않을 만큼 작은 목소리였습니다. 두리번 두리번 눈치를 살피던 남자가 어렵게 꺼낸 말입니다. 마침 주문이 밀리던 시간이었습니다. 나는 냉장고에서 소분된 초장을 얼른 내어주고 다시 일을 했습니다. 남자는 가볍게 목례를 하고 돌아섰습니다. 뒷모습에 아쉬움이 깊게 베여있었습니다. 일을 하면서도 그 뒷모습이 계속 생각났습니다. "저 아저씨 진짜 오랜만에 왔네. 좀 한가할 때 왔으면 밥이라도 챙겨줬을텐데. 맘에 걸리네" 조금 한가해진 뒤 나는 아내에게 그 남자 얘기를 꺼냈습니다. 아내도 나와 똑같은 생각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삼년 전 가게를 시작할무렵 그 남자를 처음 봤습니다. 상가 일대를 느린 걸음으로 배회하는 그 남자는 일대에서 제법 유명했습니다. 어느 겨울 저녁 시간이었습니다. 그 남자가 가게 앞을 서성이다 불쑥 들어왔습니다. 한참 망설이다 모기만한 소리로 "밥 좀 주시면 안 되나요?"라고 얘기했던 기억이 납니다. 우리 부부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얼른 상을 차려줬습니다. 그 남자는 배가 고팠던 사람같지 않았습니다. 아주 천천히 밥을 먹었습니다. 다른 손님들이 신경쓰일 정도로 길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추운 겨울날 따뜻한 히터 바람 아래서 하는 식사를 짧게 끝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식사가 끝났지만 남자는 한동안 계속 앉아 있었습니다. 한참이 지나 천천히 일어났습니다. 우리 부부에게 몇번이고 머리를 조아렸습니다. 가게를 나가서도 그랬습니다. 유리창에 서서 한참을 그랬습니다. "사장님 한 번 줘 버릇하면 자꾸 찾아와요. 담에 오면 냉정하게 딱 거절하셔야 되요" 남자가 사라지자 똑소리 나는 알바가 안경을 고쳐쓰며 충고(?)를 했습니다. 누구보다 맘 따뜻한 알바였습니다. 아마 먹는 장삿집에 그 남자가 자주 드나들면 이미지가 안 좋아진다고 생각해서 한 얘기였을 겁니다. 우리 부부도 솔직히 그런 걱정이 살짝 들긴 했습니다. 어쨋든 우리들의 우려와는 달랐습니다. 그 남자는 그 이후로 단 한 번도 다시 오지 않았습니다.
그 남자가 삼년만에 다시 왔습니다. 그런데 하필 바쁜 시간었습니다. 밥 한끼는 커녕 눈도 제대로 못 맞췄습니다. 계속 맘이 쓰였습니다. 나는 특별히 착한 인간이 아닙니다. 아마 이런 연민은 누구나 느끼는 감정일 겁니다. 우리의 아쉬운 마음을 읽어내기라도 했는지 잠시 뒤 그 남자가 다시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삼년전 그날처럼 조심스럽게 밥을 줄 수 없냐고 했습니다. 나는 다시 돌아설까 냉큼 드린다고 했습니다. 그 남자는 그때처럼 천천히 먹었습니다. 그때처럼 고개를 조아렸습니다. 그때처럼 유리창 밖에서 오래 머물렀습니다. 알바가 없어졌을 뿐 모든 게 삼년 전과 똑같았습니다.
그 남자, 언제 또 다시 올까? 혹시 그 남자가 다시 올 때 우리는 이 가게를 계속하고 있을까? 문득 궁금해집니다.
가게 오픈 직전에 문 앞에 놓인 x을 지나가던 사람들이 치워주고 있는걸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ㅎㅎ
맘에 안드는 사람 욕하고 싶은건 이해 하는데
이렇게 그냥 빈댓글도 아니고 이미지까지 써서 저격하는것도 원글 작성자에게 실례는 아닌지요
아닙니다
확실히 이 방법이 문제가 있긴 있습니다.
증빙자료로서 전달력이 너무 약해요.
누구는 '문재인 지지하지 않습니다'를 프로필로 써놓았는데
그거 갖다 캡처하면 뭐 때문에 빈댓글 하는지 전달은 되거든요?
(이사람은 폭발이 문제라 실제로는 이렇게 하진 않고,
굳이 문재인 지지하지 않는걸 사유로 삼냐는 정치색 논쟁이 있겠지만,
일단은 전달력 얘기하는 거라 별론으로 합니다..)
근데 이거 같은 경우 대체 무슨 글에 대해 비꼬기를 했는지 알 방법이 없다는 거죠.
막말로 어그로에 대고 저렇게 했는데 악마의 편집으로 왜곡해도 저렇게는 나옵니다.
게다가 닉변했다는 소리도 있어서 이 상태에서는 누가 누구를 얘기하는지 그것도 모를 판이에요.
돌려쓰는 증빙자료로 더 간결한 게 필요합니다.
다 좋은데 클리앙 운영자는 정상인 척하는 어그로의 세탁행위를 신고해도 절대 듣지 않습니다.
그럴 법도 한게, 어그로한테 소송으로 졌거든요.. 아마 그 뒤로 완전히 변한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좋은 글과 선행에 감사드립니다.
사업 번창하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