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활어회, 일본은 숙성회. 지금까지의 통념은 대체로 이랬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도 점점 숙성회 문화가 확산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숙성회는 식감이 떨어지기 때문에 탱글 탱글한 식감을 좋아하는 우리 입맛에는 맞지 않다는 생각이 바뀌기 시작한 것입니다. 바로 잡아 먹는 활어회가 가장 싱싱하고 맛있다고 여겨왔는데 조금씩 인식이 변해가고 있습니다. 황교익씨는 대놓고 '활어회는 과학적으로 절대 맛있을 수 없다'고 단언하더군요.
어느정도 동의하지만 다 맞는 얘기는 아닙니다. 활어회가 정말 맛이 없는지 알아보려면 우선 숙성회와 활어회의 차이를 알아야 합니다. 흔히 살아있는 고기를 바로 잡으면 활어회, 그걸 일정기간 숙성시키면 숙성회라고 합니다. 이런 기준으로 보자면 사실 우리나라도 이미 오래전부터 숙성회 문화가 진행됐다고 봐야합니다. 수산시장 좌판에서는 손님이 고르면 바로 회를 쳐주지만 대부분의 횟집은 미리 회를 작업해 놓았다가 주문에 따라 썰어내기만 하는 게 일반적이니까요.
이래서 활어회와 숙성회의 정확한 구분이 필요합니다. 살아있는 생선을 즉살해서 바로 썰어내는 걸 활어회라고 합니다. 어시장 좌판을 생각하면 됩니다. 바로 앞에서 손님이 기다리기 때문에 빠른 속도로 손질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버다. 손질 과정이 다소 비위생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피나 비늘을 물로 씻어내는 과정에서 생선회의 기름기(아부라)가 씻겨 나가는데다가 사후경직이 진행되기 전이라 육질이 질겅거릴 수 있습니다. 활어회가 과학적으로 맛이 없다고 주장하는 근거가 될 여지가 있는 지점이죠.
즉살 이후 깨끗하게 전처리해 냉장보관을 시작하면 시간에 따라 싱싱회나 가벼운 숙성회 단계가 됩니다. 동네 횟집을 생각하면 됩니다. (아직 어시장 좌판 방식으로 작업하는 횟집도 많습니다.) 영업시간이 시작되기 전에 전처리를 해놓고 손님이 오거나 주문이 들어오면 그때 그때 썰어냅니다. 미리 손질을 하니 작업과정이 위생적입니다. 대략 1시간에서 8시간 가량 냉장 보관됩니다. 사후경직이 시작되면서 식감이 쫄깃하고 감칠감이 나기 시작합니다. (중요한 건 이 단계의 회를 싱싱회나 가벼운 숙성회가 아니라 일반적으로 활어회라고 부르고 점입니다.)
즉살한 생선살 필렛을 최소 12시간 이상 냉장 보관했다가 썰어내는 회를 숙성회라고 합니다. 작업과정은 싱싱회나 가벼운 숙성회와 다르지 않으나 숙성 시간에 차이가 있습니다. 최근에 일본식 작업 방식이 많이 알려지면서 이케시메(급소 파괴 즉살)나 신케지메(신경 파괴) 같은 방식을 활용하기 시작했는데 싱싱회나 가벼운 숙성회를 파는 곳도 마찬가지입니다. 결국 둘의 차이는 숙성하는 시간밖에 없지만 숙성 시간이 만들어내는 결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아데노신3인산이라는 근육의 에너지원이 감소하면서 이노신1인산이 최대치가 됩니다. 소위 감칠맛이 풍부해집니다. 숙성회가 과학적으로 맛있다고 주장하는 근거가 되는 지점입니다.
그래서 결론은 숙성회가 더 맛있다는 얘긴가? 위에서 말한바대로 동의하는 부분도 일부 있지만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이 더 많습니다. 우선 명칭에 대한 오해 때문에 활어회가 맛이 없다는 말을 듣는 부분입니다. 바로 잡아 물에 빨듯이 씻어서 바로 썰어내는 어시장 좌판식 회가 맛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은 어느 정도 동의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생선의 상태나 작업 방식에 따라 바로 썰어도 맛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하지만 싱싱회나 가벼운 숙성회를 숙성회가 아니라 활어회라고 부르는 현실을 감안하면 활어회를 너무 협소하게 구분지어서는 안 됩니다. 활어회를 어시장 좌판 방식으로만 생각하면 안 된다는 얘기죠.
두번째는 숙성회의 기술력 차이입니다. 무조건 오래 보관한다고 다 숙성회가 되는 게 아닙니다. 마트에서 파는 진열된 회를 먹을 때 퍼석하고 무른 느낌에 인상을 찌푸렸던 기억이 있을 것입니다. 시간상으로 그리 오래 되지 않았는데도 이미 지나치게 숙성되었기 때문입니다. 생선의 전처리 과정에도 고난도의 기술이 필요합니다. 뿐만 아니라 필렛 그대로 마른 수건이나 해동지에 잘 싸서 공기가 통하지 않도록 밀봉해서 얼지 않을 정도의 온도에서 잘 보관해야 한다. 그래야 수분이 날아가도 기름(아부라)은 유지됩니다. 장기간 숙성하는 일본의 경우는 껍질도 벗기지 않고 숙성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그러니까 숙성회가 무르지 않고 맛있으려면 충분한 기술력이 뒷바침 되어야 합니다. 반대로 싱싱회나 가벼운 숙성회, 아니 갓잡은 활어회도 기술력에 따라 식감이나 감칠맛 조절이 가능합니다.
마지막으로 맛의 주관성입니다. 객관적인 맛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일반적으로 누구나 구분할 수 있는 기준, 예를들어 해경과 자기소화 과정의 수분과 기름기가 다 날아간 퍽퍽한 회를 맛있다고 할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보통 일반적인 사람들은 싱싱회나 가벼운 숙성회와 (잘 처리한)숙성회를 쉽게 구분하지 못합니다. 그때부터는 객관적인 맛이 아니라 주관적인 맛입니다. 분위기나 곁들이 음식 등이 회의 맛을 판단하는데 크게 작용하게 되는 것이죠. 갓잡은 활어회도 마찬가지입니다. 선상 낚시에서 금방 낚아 올린 회를 썰어 먹으면서 맛있다고 하는 말이 모두 거짓말이거나 착각인 건 아닙니다. 과학적으로 부족한(?) 맛을 보충해주고도 남을 비과학적 맛이란 게 있다는 말이죠.
아무튼 결론은 회의 맛은 작업하는 숙련공(조리사)의 숙련도와 생선의 상태가 제일 중요합니다. 거기에 주관적인 환경이 부수적으로 맛을 가감시킵니다. 숙련공의 숙성회가 맛있는 건 인정합니다. 그러나 숙련공의 활어회(활어회, 싱싱회, 가벼운숙성회)도 충분히 맛있습니다. 비숙련공의 숙성회는 끔찍할 확률이 높습니다. 그러나 비숙련공의 활어회(활어회, 싱싱회, 가벼운숙성회)는 그럭저럭 맛있을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습니다.(낚시하는 사람들이 회를 치는 경우를 생각해보시라고요.) 활어회가 과학적으로 맛이 없다고요? 숙성회가 더 맛있다고요? 정답은 상황에 따라 다르다, 아닐까요?
비가 계속 내리니 확실히 손님이 많이 줄어드네요. 비오는 날 회 먹는 거 아니라는 속설이 아직도 영향을 많이 끼치네요. 흐흐
다만 단위가 우리가 아는 단어인 Kcal 입니다.
칼로리가 높을 수록 맛있다를 시전중입니다.....
ㅋㅋㅋ 죄송하빈다.
그냥 공장에서 알약으로 만들지 뭐하러..
어 이거 속설이었어요? 비브리오균이 더 많아진다고 먹지 말라고 배웠;;;
선어 좋아하면 선어 먹으면 되지
무슨 맛에 절대기준이 있는것도 아니고....
동네에 포장만 전문으로 하는 제대로 된 횟집을 추천하길래 거기거 한번 먹어보고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회는 잘 하면 다 맛있다...
어디까지를 활어회로 볼것이냐의 문제지싶네요.
팔딱 팔딱 살아있는걸 바로 잡아 즉석에서 회뜨는걸 활어회로 보자고 한다면....
활어회보단 숙성회가 맛있다는걸 글쓴이도 인정하시는 거 같구요.
고기도 살코기 좋아하는 사람 지방 좋아하는 사람 있듯 회도 선호하는 바가 각자 다 다르겠죠..
쫀득한 식감도 무시 못하구요..
활어회는 활어회의 맛으로 숙성회는 숙성회의 맛으로 먹는거지
그게 딱히 우열이 있는지는 모르겠네요
그냥 입맛 취향 아닌가 싶은데요
/Vollago
누군가는 향을 포함한 미각까지만을 맛으로 따질수 있고 누군가는 식감까지 누군가는 분위기나 선호도같은 개인의 취향을 넣어서 맛을 따지니까요.
다른곳에도 기고하시는 모양이군요.
http://www.usjournal.kr/news/newsview.php?ncode=1065576575343184
알아도 기분이 나쁘죠.
일본에서 땅콩소스 묻힌 고메사바 먹어본 이후론 숙성회에 대해선 기술 존중까지 생길 정도입니다. 고등어회에서 그렇게 깔끔한 맛을 내기란 쉽지않죠
그런디 국내 회문화는 활어회 중심으로 형성되서 일부 관광지는 폭리까지하니 실망할 수 밖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