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에서 유추하셨을 수도 있지만 의사는 되지 못했습니다.
정확한 학교명을 말씀드리긴 어렵고, 중부지방에 있는 의대를 졸업한 저희 친형은 6회차 국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고3 수능치고 현역 입학, 휴학 및 유급 없이 논스톱으로 본과를 마칠때까진 친형의 인생 그림이 다 그려지는것 같았습니다.
첫 시험에 낙방하더군요. 부모님도, 저도, 그리고 본인도 그러려니 했었지요. 그냥 스쳐가는 시련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재수, 3수도 낙방하면서 입대 연기도 할 수 없게 되었고, 결국 현역 일반병으로 입대했습니다. 집안 분위기는 정말
박살이 났죠. 당연히 본인이 제일 힘들테지만, 아들이 의대갔다고, 졸업했다고 친인척들에게 말해둔 부모님도 힘들어하셨습니다. 명절에 친형에 대한 소식을 묻는 친척들에게 체면때문에 둘러대던 부모님의 모습이 정말 안쓰러웠습니다. 친형은 자연스레 집안 행사엔 모두 불참하게 되었죠.
친형이 복무를 마치고 전역했을 때, 전 조심스럽게 제안을 했습니다. 비록 의사가 되지 못하더라도 의대 간판은 큰 스펙이다. 영어도 되니 점수 금방 만들고 취업을 하는게 어떻겠느냐. 이렇게 제안한 이유는 친형이 이미 반쯤 포기한게 보였기 때문입니다. 집 앞 PC방에도 자주 가는 것 같고, 등록해둔 독서실은 밤 11시에 끝나는데 새벽 2시가 되어 돌아와선 독서실에 있다 왔다고 했지요. 거짓말인걸 알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당연히 제 제안은 친형에게도 부모님에게도 기각당했습니다. 해온게 아깝다는 이유였죠. 그 뒤로 두 번의 시험이 더 있었고 역시나 낙방했습니다. 입대 전 세 번, 제대 후 두 번. 총 다섯 번의 시험에 탈락하면서 친 형은 30대가 되었고, 만나는 친구도, 이뤄놓은 약간의 경력도 없는 장수생이 되어버렸습니다. 외모도 심하게 망가지고, 대화를 하면 사회성도 많이 부족해진 것이 느껴지면서 마음이 아픕니다.
합격률 90%를 달린다는 의사국시. 합격률이 높다는게 마냥 좋은건 아니었습니다. 그 높은 합격률에 들지 못한다면 정말 나락으로 빠질 수도 있다는걸 바로 옆에서 보고 있으니 참...
저도 한 때 공부좀 한다는 소릴 들어서 전문직 면허시험을 준비한 적이 있었습니다. 한 번 낙방했죠. 바로 포기했습니다. 공부의 난이도를 떠나서 책상에서 공부하는 것 자체가 제겐 더 이상 맞지 않음을 깨닫게 된 경험이었습니다. 장수생이 되는 것에 대한 공포감이나, 수도권에서 공부하며 지출되는 비용에 대한 부담감도 한 몫 했습니다.
전현무가 예능에 나와서 꺼냈다가 몰매맞은 말이 있었죠. '포기하는 것도 용기다' 저는 그 말에 동의하는 사람 중 하나입니다.
/samsung family out
생계가 해결된 경우라면 상관없지만.. 진짜 자식 위하는게 뭘까 싶네요..
그래도 다른 길 찾는 것보다는 한번 더 시험 보는 게 낫다고 봐요.
장수생이 되었다고 공무원 시험과 동일하게 취급하는 건 어리석은 일입니다.
한 대여섯 학번에 한번 나오는 분 케이슨데..
힘내시라고 전해주세요!!
아마 첫 탈락 이후 계속 그게 충격으로 누적된게 아닐런지...
아마도 멘탈에 금이 간게 아닌가 싶습니다
유급 여러번 당하다가 막판에 정신 차려서 국시 붙고 좋은 의사가 된 케이스를 주위에서 봤기 때문에
포기하라고 말씀은 못드리겠습니다만 아마 뭔가 계기가 있어야 할 것 같은 느낌이네요
저도 총대단 같은걸 하면서 장수생선배 연락 드리고 했었는데 이게 학교나 학생선에서 챙기기가....쉬운 일이 아니더라고요 ㅜ
같이 본과수업 받았다가 유급횟수 누적이 되서 제적당해서 기억에 잊혀졌었는데 훗날 수능을 다시쳐서 컴공쪽으로 진로를 돌려 석사까지 밟고 대기업 간 형님사례도 생각이 나네요
아무쪼록 좋은 계기가 생겨 원하는 길로 갈 수 있길 바랍니다
부디, 형님이 어느쪽으로던 본인 인생이시니까 결단을 내리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저도 모 시험을 준비했던 적이 있는데 모든 시험은 장수를 할수록 성공 가능성이 낮습니다... 멘탈이나 에너지 흐름이 깨져있어서 그래요. 의대 졸업장이 있으니 다른 일을 한다거나 해외에서 의료 봉사를 한다던가 뭔가 다른 일을 하고 에너지 흐름을 바꾸고 다시 준비하는 거 추천드려요..
합격률이 높아도 참 힘든 시험입니다.
저도 전문의 시험 준비하면서 사실 가장 부담스러운게 부모님과 처가였습니다. 부담주는 사람 하나도 없었지만 혹여라도 실패하면 어떻게 뵈야하나.. 하는 고민이 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도 이렇게 걱정해주는 동생이 있으니 형은 내심 든든할 것 같습니다.
많이 위로 격려해주세요. 그리고.. 이왕이면 누구라도 같이 수험준비할 수 있도록 권유해주세요. 혼자하는 공부.. 외롭기도 하지만 잘못을 바로잡기가 어려워서 낙방 위험이 엄청 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