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의 추억 못지않게 강한 몰입력으로 이끄는 영화였네요.
긴장할 필요가 없는데 계속 긴장하면서 보게 되구요.
이선균, 조여정 가정을 야금 야금 침투해가는 송강호 가족이 싫기도 했었구요.
왜 잘 사는 집을 저들이 들어가서 망치려고 하지??
이런 생각도 하면서 봤네요.
(아니, 내가 뭐라고 이선균 가족을 걱정하면서 봤는지 참... )
영화보면서 남는 키워드는 '선', '운', '주거복지', '사회적 안전망' 이라는 단어들이였습니다.
첫째 키워드 '선'
이 영화는 '선'을 지켰으면 일어나지 않을 일들이 벌어지게 되죠.
애초에 학력위조해서 취업을 안 했으면 벌어지지 않을 일들
그리고 어찌하여 전 가족이 취업을 했지만,
거기에 만족하지 않고,
이선균 가족들이 집을 비웠을 때 집안에서 술 먹고 파티를 벌이는 바람에 이선균과 조여정의 은밀한 대화도 듣게되고, 지하에 살고 있는 사람의 존재도 알게 되죠.
그리고 이선균도 차에서 팬티 발견하고 조여정하고 대화할 때도 선에 대해서 이야기 하죠.
선을 넘지 않았다면 이선균의 본심도 몰랐을 것이고, 그것이 분노가 되서 이선균을 죽이게 되는 사건도 벌어지지 않았겠죠.
둘째 키워드 '운'
많은 분들이 '무계획'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데 이 사람들이 왜 그렇게 되었는지에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가족들의 과거를 보면,
송강호: 자영업 2번 실패 후 대리기사 등 전전
부인: 과거 투포환 선수로 수상 경력도 있음.
딸: 미대 입시 준비생, 포토샵도 잘 다룸.
아들: 군대 제대한 4수생 , 고등학교 과외 할 정도의 실력은 됨.
그런데 이 사람들이 이선균 집에 들어가서 다 그 역할을 제대로 해냅니다.
실력이 없었다면 바로 짤렸겠죠.
운전도 잘하고, 음식도 잘하고, 집안일도 잘하고, 영어도 잘 가르치고, 미술 선생으로써 자질도 있고 말이죠.
꽤 까다로운 이선균과 조여정의 취향을 잘 맞춰줄 정도로 일정 수준 이상의 정상적인 사람들이라는 것이죠.
송강호 가족은 아둥바둥 다했어요.
그런데 아무리 노력해도 나아지지 않으니까.
그냥 포기해버린 것입니다.
어차피 대리기사 다녀봐도 안되고, 소싯적에 투포환 선수로 열심히 운동도 했었는데 안되고, 미대 시험도 번번히 떨어지고, 명문대 입시도 번번히 떨어지고 이런 과정을 겪으면서 "아~ 우린 무엇을 해도 안되는구나"라고 하면서 그냥 체념한 상태가 되어버리게 되었죠.
그렇다고 미대입시 준비하려면 하루종일 그림만 그려도 될까 말까한데 아버지 사업망하는 바람에 알바하며서 준비해야했고, 명문대 들어가려면 온종일 공부에 매달려야 하는데 그럴 형편이 안되니 알바하면서 공부해야 하고,
여기서 세번째 키워드인 '주거복지', '사회적 안전망'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송강호 가족이 주거복지가 되어서 반지하에 살지않고, 임대 아파트에서라도 살수 있었으면 어땠을까요?
사회안전망이 잘 갖추어져서 실업급여 같은 것이 지급되어 송강호가 재기를 하고, 아들, 딸들이 온전히 입시에 올인 할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요?
(봉준호 감독도 입봉하기 전까지 조감독 하면서 입봉 준비 하다보니까. 이것도 저것도 안 되어서 1년 동안 생활할 수 있는 돈을 모은 다음에 일 다 그만두고 1년을 영화감독 입봉 하는데 시간을 투자했다고 하더군요)
해리포터 쓴 조앤 롤링처럼 국가에서 멀쩡한 집도 주고, 생활비도 주었다면 말이죠.
저렇게 무 계획적인 사람이 되지 않았을 수도 있겠죠.
다시 '운' 이야기를 하자면,
조여정 대사중에 성공에 대해서 "운이 좋아서 이렇게 되었다" 뭐 이런 대사가 있었습니다.
송강호가 면접보러 이선균 회사에 가는데 이선균 회사는 'Tech 벤처기업'이라는 것을 보여주게 되는데요.
벤처기업중에 그렇게 성공할 수 있는 기업이 몇이나 될까요?
이선균 정도의 부를 이루려면 운이 없다면 불가능하죠.
소소한 성공을 할 수 있어도, 그 정도의 부를 키우는 것은 운의 역할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그에 반해서 송강호는 운도 지지리 없어서 하는 일 마다 다 망하는데, 그 클라이막스는 '대만 왕 카스테라' 였습니다.
자신이 잘못한건 1도 없는데 말이죠. 방송 프로그램 때문에 하루아침에 그냥 망했어요.
운도 지지리도 없다보니 자포자기가 된 송강호 가족, 그에 비해서 실력도 운도 있어서 거대한 부를 이룬 이선균 가족.
선을 넘지 않았다면, 이선균의 그 '냄새'에 대한 이야기도 듣지 못했을 것이고, 그렇다면 송강호가 이선균에 대한 분노 또한 없을 것이고, 이전 가정부와의 갈등도 없었겠죠.
또한 운이 좋았다면 대만 왕 카스테라로 돈도 잘 벌어서, 아들, 딸 입시 지원 팍팍 할 수 있었겠죠.
그리고 망했을때 사회안전망, 주거복지가 제대로 된 사회였다면 망했다고 중산층에서 도시빈민으로 떨어지는 일도 발생하지 않았고, 지하에서 살고 있는 또 다른 운이 없어서 망한 그 사람도 만나지 않았겠죠. 또한 그 사람도 그 지하실에서 살지 않을 수도 있었겠죠.
마지막에 아들이 꿈꾸는 것은 절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건 다 알죠.
상류층에게도 한 마디 하죠.
사회적 안전망 이대로 방치하면 부메랑이 되어서 너희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그리고 저소득층이 무계획적이라는 편견도 갖지 말아주세요.
계획을 세워도 계획대로 되지 않는게 인생이고, 그게 쌓이다보면 자포자기 하게 됩니다.
아무튼 재밌게 잘 봤습니다!
영화 끝나고 우연히 신체장애와 지적 장애가 있으신 남루한 차림의 커플분과 엘레베이터를 함께 탔는데 뭐랄까.
저분들은 영화를 보고 무엇을 느끼셨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커플분은 나이도 지긋하신 분들이였는데.
덜 불편하신 여성분이 걸음걸이까지 불편한 남성분 팔짱끼고 "오빠 뭐 먹으러갈까" "오빠, 어디갈까", "여기 OO보다 별루지" 등 이렇게 계속 대화를 이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많이 복잡했습니다.
이렇게 글 잘 쓰시는게 저는 부럽네요~
2회차 보러 갈 예정입니다. ㅎㅎ
귀한 시간 내어서 글도 읽어주시고, 답글도 남겨 주셔서 고맙습니다. ^^
2회차 보시러 가시는군요.
기생충은 계속봐도 질리지 않는 영화가 될 것 같습니다.
마지막 포스터 배치도 인상적이네요. 이선균네 가족은 가족답게 모여있는데... 송강호네 가족은 자기가 기생한 사람의 반대에 서 있네요.
그리고 어김없이 보이는 왼쪽 아래 다리...
저도 처음보고 나서는 많이 복잡했었는데.
영화보기전에 안 보았던 감상평들 찾아보면서 저와는 다른 감상평들이 있어서 난 왜? 이렇게 생각하지 라는 생각을 2~3일 하다보니까.
머릿속이 좀 정리가 되어서 감상평을 써봤습니다.
영화보면서 저는 계속 불편하고, 긴장하고 봤습니다.
그래도 재밌는 장면들이 있어서 긴장이 좀 풀어지기는 했는데.
그래도 영화 보는 내내 이런저런 생각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에 복잡한 감정의 끈은 놓여지지 않더라구요.
마지막 포스터는 자세하게 안 봤었는데.
진짜 말씀대로 그렇네요.
좋은 하루 되세요.
송강호가족이 오히려 남의 집에 맨발로 서 있는게 독특했습니다.
포스터는 봉감독이 아니라 따로 맡겼다고 하는데 그 사람 눈에는 주객이 전도된 것처럼 보였던 건지..
20대때 고졸로 정규직 취업해보겠다고 연고도 없는 지방 조선소까지 내려가서 노력해보고 면접도 볼 정도의 실력도 인정 받았지만 결국 안됐거든요. 그렇게 20대 허무하게 보냈다가... 30대에 기적 같이 운 좋게 이름 대면 알법한 좋은 일자리 얻게되서 늦게나마 하나씩 쌓아가고 있습니다. 만약 20대에 여기를 취업했다면 어땠을까 생각도 하지만 이미 지나간 일이고... 반대로 만약 여기를 취업 못했으면... 송강호네 가족 상황이 제 상황이었을지 모르겠다 생각이 듭니다.
씁쓸하다 못해 무서운 이야기 같아요.
30대 막판에 서울에선 다닐 직장이 없어서 지인 소개로 수도권쪽 회사 소개 받아서 다니다가 결국 5개월 급여까지 밀리고, 퇴직금도 밀린 상태에서 자포자기 심정으로 했던 일이 우연히 잘되어서 지금껏 버티고 있습니다.
그런 경험 때문인지 영화에서 '운'이라는 것이 보이더라구요.
원초적인것으로 표현했죠 그 정점은 냄새였습니다
이 냄새라는게 자기도 모르게 반응하는거고 자기는 절대 모르는거죠
서양인에게서 나는 암내 한국인에게서 나는 마늘냄새..
계급차이와 가난에서 나는 냄새에 자기도 모르게 찌푸릴수 밖에 없는겁니다
자신은 모르는 그 냄새, 그 속에 있으면 모르는 그 냄새.
하지만 주변에서는 다 느끼는 그 냄새.
그 냄새라는게 송강호 가족에 스며든 무기력을 의미하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송강호 가족들도 그냥 패배에 젖어서 꿈도 꾸지 못하는 상태가 되어버린 상태 하지만 자신들은 모르는 그 상태.
그 상태가 냄새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Vollago
'선'을 결정짓는 건 '운'이 작용한다면 인생의 아이러니일 수 밖에 없는걸까요?
- 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인생의 방향을 결정 지는 건 우리의 의도와는 전혀 무관한 영역인 것 같습니다.
불편했던 이유.
- 감상평 처음에도 언급했었는데요. 전 그 선을 넘어버린 송강호 가족 때문에 불편했습니다. 왜 멀쩡히 잘 사는 가족을 파멸로 이끌고 갈까, 송강호 가족때문에 이선균 가족들이 얼마나 나락으로 떨어질까. 보는내내 조마조마 했었습니다. 이것 또한 아이러니가 아닐까 싶습니다.
모든 것을 이룬 가족이 도시 빈민으로 전락한 사람들에게 파괴 당한다. 마치 내 가정이 파괴 당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침략자라고 밖에 보여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불쌍하다는 생각이 안들었구요.
4가족이 다 그 집에 취업했으면 적어도 한달에 6백여만원 정도는 가계수입으로 잡힐텐데. 그걸 못 참고 선을 넘어버린 송강호가족. 운도 지지리도 없지만, 그 생활로 떨어지면서 도덕 관념까지 무뎌져 버림.
마치 송강호 가족이 자신들은 못 맡는 냄새처럼 그 가족들은 모든 도덕적 관념 또한 자신들도 모르게 잃었던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선균 가족의 평범한 일상을 깨뜨리는게 송강호 가족이고, 그러니 당연히 완전해 보이는 가정이 깨지는 걸 지켜보는게 불편 할 수 밖에 없지 않을까요?
그런데 우리는 묘하게도 송강호 가족에 대한 동정심을 갖고 있습니다.
참 아이러니하죠.
일방적으로 당하는 것은 이선균 가족인데 말이죠.
그리고 이선균 가족이 나쁜 사람이였다면 불편하지도 않았을텐데.
이선균 가족 구성원 누구하나 나쁜 사람이 없어요.
심지어 아들은 트라우마에 시달리기 까지하구요.
이선균 가족이 정상적인 사람이라서 그 사람들이 당하는데
우리는 알게 모르게 상류층에 대한 반감이 있고,
송강호 가족에 대한 연민 이런 것 보다는 이제껏 생각했던 상류층의 악랄한 이미지가 아닌 평범한 가정의 모습 때문에 더 불편했던 것 같습니다.
네 가족의 적반하장, 주객전도 행동이 많이 불편했습니다. 다만 가정부와 그분처럼 조용히 적당히 선(!) 을 넘지않았으면 해피투게더 할수 있지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컸습니다.
저도 빈 집에서 서로의 존재를 확인 했을때, 잘 타협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단결이 안되는 것 또한 현실이라서 그렇게 만들지 않았을까?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