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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아버지가 돌아가셨습니다. 웃긴 얘기의 진부한 도입부죠. 서섹스에 있는 작은 마을에 묻히셨어요.
아버지와 매우 가까왔기 때문에 묘소를 자주 방문했어요. 지금도 그럽니다.
(걱정 마세요. 좀 있음 재밌어져요.)
저는 항상 꽃을 가져갔는데 어머니도 자주 방문하셔서 꽃을 가져가셨고 조부모님도 그 당시 살아계셨는데 항상 꽃을 가져가셨어요.
아버지의 무덤은 자주 챌시 플라워쇼의 최소 3등 작품처럼 꾸며졌죠.
그 때문에 아버지 옆 무덤에 미안했어요. 그는 꽃이 전혀 없었거든요. 37세에 크리스마스에 죽었는데 아무도 무덤에 꽃을 남기지 않았어요. 그런데 이제 자기 옆 무덤은 갑툭튀한 꽃집이 되었으니.
그래서 그에게 꽃을 사다주기 시작했어요. 제가 본 적도 없는 죽은 남자를 위해 꽃을 사주기 시작했다는 말이죠.
꽤 오랫동안 이걸 했지만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어요. 한 번에 꽃 한 다발로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고 있다고 혼자 농담했죠.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그가 친구처럼 생각되기 시작했어요.
우리 사이에 숨겨진 인연이 있어서 저절로 그에게 끌렸는지 궁금해졌죠. 아마 같은 학교에 다녔거나 같은 풋볼 클럽에서 뛰었거나 하여간에. 그래서 그의 이름을 구글에서 검색했는데 10초 뒤 그가 누군지 알아냈죠.
그의 아내가 그의 무덤에 꽃을 남기지 않은 이유는 그가 그녀를 살해했기 때문이었습니다. 크리스마스 날에.
아내를 죽인 후 그는 장인장모도 살해했습니다. 그러고는 그 크리스마스 날 밤에 발콤 터널을 지나는 유일한 기차 앞에 뛰어들었어요.
그게 바로 아무도 그에게 꽃을 남긴 적이 없었던 이유였어요. 저 빼고 말이죠. 저는 그에게 꽃을 가져다줬죠. 몇 주마다 한 번씩. 그것도 2년 반 동안요.
그의 아내와 그녀의 부모님들께 끔찍하게 죄송스러웠어요. 이젠 그에게 2년 반 동안 몇 주에 한 번씩 꽃을 가져다주는 일은 그만뒀지만 그들에게 어떻게든 사죄해야 한다는 기분이 들었어요.
그들이 어디에 묻혔는지 알아내고, 꽃다발을 사서 차를 몰고 묘지로 갔어요. 그들의 무덤 앞에 서서 뭐라고 사죄의 말을 중얼거리는 동안 한 여자가 제 뒤에 나타났어요. 그녀는 제가 누구고 왜 그녀의 이모와 외조부한테 꽃을 바치는지 물었어요. 이 어색함이란.
설명을 했더니 그녀는 괜찮다, 이상하긴 해도 아주 사려깊다고 했어요. 저는 고맙다, 좀 이상하긴 하죠 어디서 한 잔 하실래요 했어요, 세상에. 놀랍게도 그녀는 승락했죠.
2년 뒤 그녀는 다시 승락했어요, 제가 결혼해 주겠냐고 했을 때요. 이게 제가 아내를 만나게 된 스토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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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세상이 더 나은 곳이 된 훈훈한 해피앤딩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