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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공원

튀김집 앞에서 28

27
2019-06-08 20:23:36 수정일 : 2019-06-08 20:32:11 121.♡.56.88
낭만지리

출장과 주말 당직으로 이번 주에는 이 도시를 벗어나지 못하였습니다.

저녁나절 무엇인가 허전하여 동료들과 두어 차례 방문했던 맛집을 찾아갑니다. 

한 집은 마지막 손님을 막 받았고 또 다른 집은 닫았더군요. 

어두운 관사에 혼자 있기가 싫었나 봅니다. 

이리 저리 차를 굴리며 길을 따라 흘러다녔네요.

그러다 오래된 시장골목에 차를 세워 봅니다. 

얼마 전 방문했던 한 튀김집이 생각났거든요.


길거리에 있던 한 튀김집. 정말 평범하고 하루 종일 볕이 들지 않는 간이 가판대에 

주인 아주머니는 연신 튀김을 만듭니다. 시장이 파하는 시간 즈음에 아주머니는 

어눌한 한국어로 튀김을 권하고 600원짜리 상추튀김과 깻잎튀김을 먹었지요. 

세상에. 600원 튀김에 꽉찬 고기속이라니요. 게다가 너무 맛있습니다. 

아주머니는 일본어 억양이 채 가셔지지 않은 가운데 셈을 더디게 하셨지요. 

다문화 사회라지만 지방의 쇠락한 시장통에서 보는 그녀의 모습은 왠지 사연을 느끼게 합니다.

그리고 한 달여가 지나 오늘이 되었지요.


튀김은 이미 다 팔리고 없습니다. 고구마 튀김만이 저를 반기네요. 

아주머니는 이제 장사를 파하려 합니다. 

제가 안쓰러웠는지 고추튀김과 김말이를 다시 만들어 주시네요.

사람이 북적입니다. 제 옆에 있던 이들은 저보다 단골일 테지요. 하나 하나 계산을 하면서

실랑이가 벌어집니다. 아주머니는 3800원을 3000원만 달라 하고 제 옆의 모녀는 기어코 동전을

꺼내서 쥐어주네요. 주인이 가격을 깍는건 처음 봅니다.

그 사이 네 개의 튀김이 제 앞에 나왔고 몇몇 이들이 남은게 있냐고 지나가며 묻습니다.

저 아래 준비된 튀김옷을 보았거든요. 하지만 아주머니는 다 팔렸다고 손사레를 치네요.

그리고 저는 분명히 들었습니다. 돌아서서 서툰 한국어로 혼자말을 하는 것을요.

"욕심 부리면 안돼. 오늘은 여기까지다."


사실 하루종일 힘들었습니다. 누구나 그럴때가 있지 않나요. 

일은 일대로 꼬이고 위에서는 쉼없이 프로젝트 압박이 들어오고, 가족의 불화나 

개인적인 우울함이 세 쌍으로 밀려오던 하루였지요. 그런데 그 말을 들은 겁니다.

갑자기 울컥했습니다. 고추튀김이 매워서였겠지요.

아주머니는 마지막 남은 고구마 튀김 두 개를 저와 옆의 다른 연인에게 맛보라고 주는군요.

연인들은 끝내 고구마값 500원을 더 내고 갔습니다. 

이 즈음에서 저는 단막극에 관객으로 참여하고 있는게 아닌가 생각되더군요.


분명 2700원 어치를 먹었는데 아주머니는 더듬거리며 셈을 하더니 2000원만 달라고 합니다.

앞의 테이블처럼 돈을 더 드리려고도 했으나 그냥 따르기로 합니다. 대신 다음에 한 번 더 오지요.

가끔 들르게 될것 같습니다. 간장에 튀김을 찍어먹으며 왜 그리 눈물이 나려 하던지. 

사람이 그리웠던가 봅니다. 아니면 그리 원하던 인간다움의 무엇인가를 이 곳에서 보았기 때문일까요.

사람들에게 블로그로 홍보를 하거나 sns 에 올려 대박을 내주고 싶은 생각도 들더라구요.

하지만 그건 저만의 생각이었습니다. 가만히 포장마차를 벗어나며 그냥 모든것이 그대로 있기를 바랬습니다.

사람들에게도 알리지 않고 저 혼자 가끔 가려구요. 전 욕심둥이니까요.


탐하려는 사람들과 탐하는 자들. 그리고 월요일이면 득달같이 달려들 정치와 기싸움이 아련하지만

잠시나마 이 곳에서는 체온을 느꼈습니다. 

걸어가는 길에 할머니 두 분이 시장길에서 인사를 하시네요.

"죽지 않고 있었구만." "살아 있으니까  이렇게 또 보네."

자꾸 울컥거리게 되는 저녁입니다.







낭만지리 님의 게시글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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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28]
바나나망고
IP 211.♡.69.211
06-08 2019-06-08 20:25:46
·
하나의 수필을 보는것 같네요 잘읽었습니다
낭만지리
IP 121.♡.56.88
06-08 2019-06-08 20:40:02
·
감사합니다.
interart
IP 117.♡.3.241
06-08 2019-06-08 20:26:15
·
한번 가보고 싶은곳이네요
낭만지리
IP 121.♡.56.88
06-08 2019-06-08 21:36:35
·
아마 우리 주변 어디엔가 이런 분들이 또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삭제 되었습니다.
evan
IP 124.♡.143.229
06-08 2019-06-08 20:28:38
·
와...글 정말 잘쓰시네요. 저도 이렇게 글 쓰고 싶어요.
낭만지리
IP 121.♡.56.88
06-08 2019-06-08 20:40:31
·
그냥 끄적거린걸요. 오늘 기록을 남기지 않으면 기억에서 잊혀질듯 했어요.
무위무사
IP 110.♡.27.153
06-08 2019-06-08 20:29:48
·
잔잔한 아름다운 글 감사합니다.
낭만지리
IP 121.♡.56.88
06-08 2019-06-08 20:40:45
·
좋게 봐주셔서 고맙네요.
삼혼4
IP 121.♡.82.76
06-08 2019-06-08 20:32:23
·
정말 보기드문 인심 넘치는 분이시군요..
낭만지리
IP 121.♡.56.88
06-08 2019-06-08 21:36:46
·
네. 힐링되는 분이세요
낭만지리
IP 121.♡.56.88
06-08 2019-06-08 20:34:39
·
너무 고개를 들고 위만 바라보며 살았나봐요. 제 주변과 소소한 삶이 얼마나 감사한지 새삼 느끼는 하루입니다.
램프아이
IP 222.♡.129.161
06-08 2019-06-08 20:36:25
·
이런곳이 있다니 ㄷㄷㄷ
낭만지리
IP 121.♡.56.88
06-08 2019-06-08 21:36:59
·
우연한 만남이 이런 것이죠
TIME_TRAVELER
IP 110.♡.58.34
06-08 2019-06-08 20:51:02
·
정말 읽기 쉽고 잔잔한 여운이 남는 글이네요...감사합니다 ㅎㅎ
낭만지리
IP 121.♡.56.88
06-08 2019-06-08 21:10:55
·
감사합니다.
재이
IP 58.♡.53.162
06-08 2019-06-08 21:06:09
·
어딘지 가르쳐주세요.
가벼운복통
IP 222.♡.91.102
06-08 2019-06-08 21:06:45
·
좋아하는 작가의 에세이를 읽은 느낌입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낭만지리
IP 121.♡.56.88
06-08 2019-06-08 21:11:47
·
시간내서 읽어주셔서 고맙네요
우주근원
IP 220.♡.246.153
06-09 2019-06-09 00:16:06
·
짧은 단막극을 본 기분이에요.^^
글 잘 쓰신다.ㅎ
낭만지리
IP 110.♡.46.246
06-09 2019-06-09 22:40:59
·
감사합니다
agape
IP 182.♡.75.14
06-09 2019-06-09 06:25:47 / 수정일: 2019-06-09 06:25:59
·
아련한 느낌이 드는 글 잘 읽었습니다.
사람이 그리우신 것 같아요.

상추튀김... 광주 인근인 것 같군요.
아내와 데이트 했을때 자주 먹었었는데...
낭만지리
IP 110.♡.46.246
06-09 2019-06-09 22:41:36
·
사람이 그립네요. 쓰고 보네 오류입니다. 상추튀김->고추튀김 이에요
모른다뇌
IP 118.♡.81.71
06-09 2019-06-09 07:05:31
·
글을 너무 잘쓰시네요. 부럽습니다.
낭만지리
IP 110.♡.46.246
06-09 2019-06-09 22:41:52
·
감사합니다
june
IP 211.♡.137.19
06-09 2019-06-09 07:36:31
·
오랜만에 댓글 달게 하는 좋은 글이네요. 잘 읽었습니다.
낭만지리
IP 110.♡.46.246
06-09 2019-06-09 22:41:43
·
감사합니다
어푸어푸
IP 59.♡.60.207
06-09 2019-06-09 08:26:57
·
와....낭만지리님...
글이 정말...d=(^0^♡
잔잔하게 읽히면서 가슴 한 켠이 따뜻해지는 글입니다.
공감글을 읽어보는 와중에 뒤늦게 읽게 되었네요ㅎㅎㅎ
낭만지리
IP 110.♡.46.246
06-09 2019-06-09 22:42:05
·
좋게 봐주시니 감사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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