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계의 목표는 ‘최소의 돈을 사용해서 그룹의 핵심 계열회사에 대한 지배권을 후계자에게 넘기는 것’이고, 상용하는 수법은 ‘후계자에게는 유리하고 일부 주주들에게는 부당한 분할·합병 등을 이용’하는 것이다. 중간에 비상장 회사나 자사주를 적당히 끼워 넣으면 이런 조작이 훨씬 쉬워진다. 회계법인만 딱 눈감아주면 되기 때문이다.
(...) 이 구역의 왕은 삼성이다. 국정농단 사건의 사법처리에 이어, 최근 약 한 달 사이에 8명의 계열회사 임원이 새로 구속된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바) 회계사기 사건이 이런 승계작업의 교과서 격이기 때문이다. 다만 한 가지 놀라운 것은 회계법인을 동원해 기업가치를 조작하고 은폐하는 모습이 그렇게 원시적일 수가 없다는 점이다.
(...) 승계의 목표와 전형적인 수법을 되새길 때 역시 핵심은 제일모직과 (구)삼성물산 간의 합병을 둘러싼 가치 조작이다.
(...) 최근 사실상 그 실체가 드러난 2015년 5월 하순경 작성된 삼정KPMG(이하 삼정)와 딜로이트안진(이하 안진) 보고서를 살펴보자. 이 두 보고서는 왜 그해 7월에 마무리된 제일모직과 (구)삼성물산 간의 합병이 희대의 사기극이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 놀이동산과 패션 사업을 하는 회사였던 제일모직에게 바이오 사업이 ‘영업’ 활동이 되기 위한 논거 말이다. 여기서 나온 것이 ‘신수종 사업’이라는 유령 사업이었다. 두 회계법인은 이 실체도 없는 유령 사업의 가치를 3조원으로 뻥튀기하면서 이 사업과 삼바 주식을 합쳐서 바이오 사업부문이라는 영업부문을 창조해 낸 것이다. 그러면서 통상적으로 장부가치로 평가하는 ‘비영업 자산 중 비상장 주식’의 가치를 6조원(신수종 사업까지 더하면 9조원)대로 부풀린 것이다. 3400억원짜리 가치가 6조원이 되는 마법은 이렇게 만들어졌던 것이다.
(...) 삼바 가치 조작이 제일모직의 가치를 부풀리기 위한 것이었다면 현금 자산의 부당한 처리는 (구)삼성물산의 가치를 억지로 깎아내리기 위한 것이었다. 합병 이전 (구)삼성물산은 약 1조8000억원의 현금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이 자산이 삼성물산의 가치평가 과정에서 그대로 증발해 버린 것이다. 그 이유는 두 회계법인이 이 현금자산을 전액 영업용 자산이라고 간주하여 별도 평가에서 제외했기 때문이다. (...) 정상적인 방법은 이 중 영업에 사용될 부분은 적당히 추산해서 제외하고 나머지는 비영업 자산으로 간주하여 가치평가에 반영하는 것이다. (...) 여기서만 삼성물산의 가치는 1조8000억원이 날아가 버린 것이다.
(...) 지금 검찰의 수사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턱밑까지 차올라 왔다. 절대로 햇빛에 드러날 것 같지 않았던 진실의 일단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나는 그것이 세상의 섭리라고 생각한다. 최근 승계작업을 벌이는 다른 재벌그룹의 후계자들도 나와 동일한 생각을 가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삼바 사건에 대한 검찰의 철저한 수사와 법원의 엄정한 사법처리가 필수적이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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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_id=201906062053005#csidx03d727c3626df06a900b9d6aa64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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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처럼 이런 범죄에 관련자들 모두 수 천년 징역형을 내려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