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우반(豆瓣)은 책, 음악, 영화 등 문화 작품들의 소개와 평점, 네티즌 평론을 다루는 사이트다. 딱히 국적을 가리지도 않는다. 위에서 보듯 <변호인>은 9.2의 높은 평점을 받고 있는데, 정확할는지 모르나 한국영화 평점순위로는 2위로 검색된다(1위는 <도가니>). 이 사이트에서는 평론(장문) / 소감(단문) 식으로 글을 남길 수 있고, 언제부턴가 ‘화젯거리’ 기능도 생겨 작품과 연관된 화제를 던지고 댓글로 토론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앞서 중국 기사의 댓글 수준이 퇴행했다고 지적했는데, 이 사이트는 그렇지 않다. 옹호든 비판이든 최소한의 합리성을 가지며, 일반적인 논의 수준 자체가 상당히 높다. 중국 신작 영화에 대한 언론 반응은 호평 일색이라 가치가 떨어지지만, 더우반에선 충분히 수긍할 정도의 품질 좋은 반응을 찾기 쉽다.
따라서 <변호인>을 구해볼 정도의 사람들이라면 실제 모델이 누군지는 상식이고, 디테일한 배경지식까지 알고 있다. 총 7만4천 여 소감문 중에서,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소감문들은 이런 거다. (별 5개가 10점 만점)
별 5 / 한국의 전(前) 대통령 이야기를 각색한 것이다. 외국인의 입장에서, 한국 영화관에 앉아 정의가 무엇이고 민주와 자유가 무엇인지 한국인의 호소를 들었다. 언젠가 중국에서 이처럼 정치인을 마음껏 논할 수 있는 영화가 상영된다면, 그러면 민주주의가 온 것이리라.
별 5 / 현실을 바꾼 영화. 부산지방법원은 2014년 2월 13일 ‘부림사건’ 제2심 판결을 진행해 5명의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1심 판결로부터 33년만의 일이다. “국민이 못산다고 법의 보호도 민주주의도 못 누린다는 건 동의할 수 없다.” –송우석
별 5 / 만약 극장에서 이 영화를 보았다면, 나는 기립박수를 쳤겠으나, 살아 생전에 중국 영화관에서 이런 영화를 볼 기회가 있을는지 모르겠다. 우리가 자기비하로부터 광분까지 이르는 심리상태로 스스로를 치켜세우고 이웃나라를 업신여길 때… 우리가 그 모든 어둠과 죄악의 인습을 당연하게만 받아들일 때… 우리가 그 행위의 동조자가 될 때… 우리는 눈감고 보지 못한 척 했지만, 사실 이미 30년은 뒤떨어져 있었던 것이고, 그 차이는 더욱 커져갔던 것이다…
별 5 / 한 편의 영화가, 보고 난 후, 사람들에게 사고의 공간과 시간을 더욱 확장시킨다면, 영화의 영향력은 더욱 크고 가치가 더욱 무거워지는 것이며, 사람들에게 주는 영향은 더욱 깊고 넓어지는 것이다. <변호인>이라… 내 생각엔 말이지, 내 머리가 백발이 되었을 때라도, 발딛고 있는 이 땅이 변했든 아니든 간에 송우석이 안정적인 생활을 포기했던 그 이유를 기억하고 있지 않을까. 나의 아이들, 그리고 그대의 아이들이, 이런 황당한 시대에 살게 하고 싶지 않구나.
현실을 개탄하는 중국인들의 소감에서, 나는 그 단순한 초심을 읽는다. 그는 민주주의를 상징하는 인물이었고, 그의 죽음은 현실로 이루어진 민주 사회의 상실을 뜻했다. 찾아보자면 노무현 정부의 행실에서 수많은 오류와 한계를 발견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가 뜻했고 우리가 부여한 의미는 그 방향성에 있었다. 중국인들의 개탄은 그 방향성이 전혀 보이지 않기 때문에 일어난다. 현실에서 중국이 미국의 압박을 이겨내고 더 고도성장을 한들, 반대로 경제침체에 빠진들 여전히 민주와 자유를 누릴 수가 없을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노무현이 한국 사회에 가져온 변화가 무엇이었는지, 10주기를 맞아 그를 여전히 기리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반추할 수 있다.
나는 그 덕에 민주주의 사회를 경험했다고 말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그 덕에 민주주의 사회가 현실이 될 수 있다고 믿게 되었다.
<변호인>의 장문 평론에서 가장 인상 깊은 문장은 이것이었다. 이 마지막 문장은 이후 다른 글에서도 자주 인용되곤 한다.
… 이 영화는 실제 사건을 각색한 것으로, 송우석의 모델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당시의 역사에 대해 나 역시 잘 알지는 못한다. 하지만 정의와 신념을 위해 끝까지 싸운 이런 사람을 두고 존경하지 않을 수가 없다. <도가니>에서 자주 인용되는 그 말처럼 말이다. “우리가 싸우는 이유는, 세상을 바꾸겠다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우리를 바꾸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다.” 마지막으로 이 한 마디만 하고 싶다;
그들에겐 나라를 바꾸는 영화가 있고, 우리에겐 영화를 바꾸는 나라가 있다.
우리가 경험한 것을 그들은 갈망한다. 노무현은 바로 그 자리에 있다.
P.S.
<변호인>은 2013년 말 개봉한 영화다. 위의 소감이나 평론은 거의 2014년에 작성되었다. 그렇다면 중국인들의 관점도 뭔가 변하지 않았을까, 이렇게 생각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예전엔 없었던 ‘화젯거리’ 기능이 더우반 사이트에 새로 추가되면서, 이 오래된(?) 영화에도 토론거리를 던져놓은 사람들이 있었다. 그래봤자 총 3개다. 그 중 하나는 8개월 전 것인데, 많은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주제 : <변호인>은 어떤 사회 문제를 반영하는가?
댓글 : 답변하려는 사람이 없다, 이게 바로 우리의 사회 문제다. (반복) 140자 맞췄다.
일베나 일베 멀티에서 맨날 '짱깨'라고 놀려먹는데
정작 '한국인'을, 중국인 심지어 일본인과도 분리시켜주는
가장 굵은 경계선들은 그들이 가장 지저분하게 희희덕거려온
5.18/ 김대중/ 노무현 이라는 점은 알고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하기는... 그 정도 지능이라도 있었으면, 거기서 인생을 낭비하지 않았겠죠.
* 딴지의 '아홉친구'님의 좋은 글입니다. 많이 줄였으니, 시간되시면 한 번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크~ 국뽕 취하네요....
아 여기서 그들은 우리이고 우리는 중국이죠
우리도 민주항쟁 투사들 아니었으면 중국 못지않은 독재국가로 남아있었을지도 모르는 일인데 웃긴 일입니다
중국도 민주항쟁 투사가 있었고 노력했습니다. 다만 중국 공산당이 사람의 목숨가치를 인정안하는 놈들이라는 차이가 있었던거죠
저를 포함해서, 일베를 증오하면서, 중국도 그만큼 혐오하는 사람은 많습니다.
다만, 무엇이 우리가 중국을 혐오하게 만드는지 제대로 알기나 했으면 좋겠다는거죠.
사람의 목숨가치 인정이라 하면 박정희 전두환 정권도 딱히 해당사항은 없는것 같구요
다만 딱히 중국 혐오는 일베하곤 관계가 없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홍콩은 가능할지 모르겠네요
이번 주말엔 용기 내어 꼭 봐야겠군요.
우리나라에 사는 토착왜구와 대가리에 우동사리 찬 강아지들이 빨갱이라고 합니다...
어처구니가 없죠.
결국 우리가 계속 생각하고 고민하고 토론을 해나가야할 문제라고 보고있습니다. 실제로 우리나란 예송논쟁같은걸 좋아하고 어처구니없을정도로 고집스러운 부분도 있으며, 이젠 합법적인 명예혁명도 이룬 역사를 가지고 있거든요. 전 아직도 노통이 하던 말을 새기고 있을 뿐입니다.
뭐든 할 수 있다고. 한다고하면 곧 잘 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