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tbs 오후 방송 중 강원국의 색다른 시선 마지막 방송이였습니다. 퇴근길에 오프닝 멘트를 듣고 너무 핵심을 찌르는 오프닝이라서 라디오 다시 듣기로 한 번 더 듣고 이렇게 본문을 퍼와 봅니다. 막방이라 그런지 쎄게 나오셨네요~
참고로 강원국 작가는 '대통령의 글쓰기'를 쓴 작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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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제가 진행하는 마지막 방송입니다.
마지막으로 고백 하나 하겠습니다.
저는 어릴 적부터 눈치 잘 보는 사람이었습니다.
저 같은 사람의 특징이 있습니다.
말을 잘 듣습니다.
토 달거나 이의 제기하지 않습니다.
시키는 걸 잘합니다.
물불을 가리지 않고 어떻게든 해냅니다.
시키지 않은 일도 곧 잘합니다.
윗사람 의중을 잘 읽고 말귀를 잘 알아들으니까요.
그래서 인정받고 승승장구합니다.
입신양명하지요.
하지만 내 일 아닌 일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내가 소중합니다.
다른 사람의 처지는 안중에도 없고 알지도 못합니다.
알았다면 그 엄혹한 시절, 그렇게 살지 않았습니다.
아니 알면서도,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모른 체 했습니다.
남들이 거리에서 최루탄 마시며 독재와 싸울 때,
도서관에서 내 앞날을 도모했습니다.
사회에 나와서도 그렇게 살았습니다.
그래서 출세했지요.
요즘 그런 사람이 부쩍 목청을 높이고 있습니다.
나라가 엉망이라고, 국민이 도탄에 빠졌다고 얼굴을 붉힙니다.
도대체 그런 걱정은 언제부터 했는지요.
자신이 잘 알지 않나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어려운 사람의 사정과 심정을 모르는데,
어떻게 그들을 위한 제도와 정책을 만들고,
그런 정치를 펼칠 수 있겠습니까.
이런 사람은 남을 위해 일해야 하는 자리에 가선 안 됩니다.
그곳은 그런 사람이 있을 자리가 아닙니다.
사람이 염치가 있어야지요.
왜 내게 그런 말을 하느냐고 묻는 이가 있다면,
바로 당신이 그 사람입니다.
부끄럽지만, 저 같은 사람이기도 하고요.
<강원국의 시선>이었습니다.
너무 좋아합니다..유머가 되는..ㅋㅋ 씬 스틸러..(본인 생각이지만..)
물론 민주화운동에 참여한 사람이 모두 훌륭한 사람은 아니죠.
마찬가지로 민주화운동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이 모두 나쁜 사람인것은 아닙니다.
법없이도 살만한 어진사람도 있을것이고, 엄청난 재능을 가진 사람도 있을겁니다.
저 자신 역시 불의에 맞서 목숨걸고 싸울 자신은 없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시민들을 이끌 지도자라면,
시민들의 목숨과 권리가 탄압받는 상황에서 가만히 있어서는 안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더 지독하게 변하거나
숨기고 살텐데
그 자신의 비겁함을 이야기 할 수 있는 용기 참 보기좋네요
딱 내가 다니는 회사 임원들 이야기네요.. 어찌 다들 하나 같은지..
직원들 잡기를 쥐 잡듯이..
스크랩 해두고 두고두고 볼 글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