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톺아보기

아 정말 너무 속상하네요 ㅠ

로제아 · · 수정

조회 7,666 · 공감 45 · 댓글 18

좀 전에 퇴근을 했습니다.
 
회사 주차장에서 막 차를 몰고 나오는데 건물 앞에 웬 개 한마리가 방황하고 있더군요.
색깔은 노란 콩고물같은 누렁이인데, 크기는 작지도 크지도 않은 애매한 아이이고, 떠돌이 개 치고는 깔끔하고 누렁이치고는 너무 예쁘게 생겼더군요.
분명 목에는 가죽 개 목걸이가 채워져 있었고 줄이 끊겨 있었습니다. 그런데...
가슴쪽 목에 아주 깊은 상처가 있네요. ㅠㅠ
피를 많이 흘렸는지 그 부분은 완전 까맣게 변해버렸어요.
 
순간 정신이 혼미해 지다가...아, 모든 걸 내가 다 해결할 순 없어, 빨리 집에 가서 우리집 개들이나 잘 케어 해야지 하고 그냥 출발 했습니다.
백미러로 보는데 자꾸 그 개가 큰 찻길에 진입하려고 하는 겁니다. ㅠㅠ 상처때문인지 숨도 가쁘고 안좋아보이는데도 자꾸 찻길 쪽으로요...
 
안되겠더라구요. 유턴해서 다시 돌아 왔습니다.
차 안에 생수병을 챙기고 내려서 개가 있는 곳으로 천천히 갔는데...저를 쳐다보더니 제가 좀 더 가까이 가려고 하니 급히 언덕으로 도망을 쳐 버렸습니다. ㅠㅠ 저는 물 먼저 주고 신고한 후 사람들이 오기 전까지 같이 있어주려고 했는데...애가 한 눈에 봐도 사람에게 겁이 많은 것 같아요. 목의 깊은 상처가 그 이유를 말해 주는듯한...
 
이미 시야에서 멀어지고 저는 마음이 급해서 각종 신고 센터에 수도 없이 걸었는데도 진짜 안받네요. ㅠ 가장 마지막에 걸었던 상담센터는 전화를 받길래 상황설명을 했더니 자기들은 구조 업무가 아니라서 가능한 부서로 연결 해주겠다고 하여 마지막으로 연락이 닿을 수 있었습니다.
주소를 말하니 그분이 아, 그 개...지금 신고가 정말 많이 들어온 아이에요. 목에 큰 상처 있는 누렁이 맞죠? 하더라구요.
사람을 너무 두려워해서 포획하려고 몇 번 출동했어도 실패했다고...그 일대 여러군데에서 보여서 신고된 아이라고 하더군요.
제발 다시 오셔서 이 아이 꼭 구조해달라고,,상처 꼭 치료해 주시라고,,더 늦으면 차에 치어 죽거나 목의 상처때문에 죽을 것 같다고 울먹였더니 알겠다고 하시고 통화를 마쳤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었다는 자괴감과, 점점 더워지는 날씨에 깊은 목 상처를 가진 그 누렁이 생각이 나서...집에 어떻게 왔는지 기억도 안 납니다. 문 앞에서부터 저를 반겨 뛰는 제 댕댕이들을 보니 다시금 생각이 나서 너무 힘드네요.
 
댕댕이 산책을 바로 나갔어야 했는데 심리적 무게가 너무 커서 그냥 들어와 누워버렸습니다.
 
동물농장에서만 보던 일이 제 앞에서 일어나니 마음이 너무 무겁습니다.
 
제발 그 누렁이...빨리 치료 받길 바랍니다. ㅠㅠ
그리고 동물 구조 단체도 연락이 잘 되게끔 개선되길 간절히 바랍니다.

댓글 18

  1. 잠티 · · 공감 9
    강아지를 정말 사랑하시는군요

    글만봐도 그맘이 전해지네요

    감동이네요
  2. 벤지 · · 공감 1
    마음이 따뜻한 분의 글을 읽으니
    사람사는 세상이 느껴집니다.

    많이 연락 받으셔서 기억하고 계신다니
    좋은 결과 있을꺼예요.

    사견인데
    도망간 언덕에 개사료와 물을 가져다 놓으면
    고양이가 먹을지 몰라도 도움이 될지 모르고

    먹었다면 다시 만났을때 개사료로 유인해서
    친해지게 몇일해보면 어떨까요?

    많이 번거로우시겠지만요

  3. 로제아 · · 공감 1
    벤지님// 안 그래도 내일 휴무지만 다시 가볼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주말이면 동물구조하는 분들과는 더더욱 연락이 안 닿을 것 같아서요.
  4. 올리버 ·
    그 마음 알거 같아요 ㅜㅜ
  5. likebear · · 공감 1
    정말 좋은일 하셨네요. 글만봐도 안타까움이 전해집니다. 꼭 무사히 구조되서 좋은 견주와 행복하게 지냈으면 좋겠네요.
  6. 로제아 ·
    감자탕님// 제가 뭘 했는데요.... 아무것도 못 했습니다. 그래서 더 속상합니다. ㅠ
  7. likebear ·
    @님 너무 자책하시지 마세요. 꼭 구조될겁니다. ^^
  8. Junppa ·
    에고.... ㅠㅠ 고생하셨네요.... 꼭 구조되길 바랍니다...
  9. pil0teer ·
    날도 더워지는데... 어서 꼭 구조되길 바랍니다.
  10. 잠티 · · 공감 1
    tv동물농장에 제보하면 더빨리 구조되지 않을까요?
  11. 로제아 ·
    잠티님// 거긴 증거가 될만한 사진이나 영상이 있어야 한다더군요. 오늘은 제가 멍청하게도 너무 멘붕이어서 생각도 못 했어요.
    또 만나면 영상부터 찍어야겠어요.
  12. 고구미세트 ·
    그뭔 농장..........극적인 상황까지 방치한 사례도 은근 많아서....마냥 신뢰하지 마세요...
    예능입니다 그거도...

    시청이나 119로 연락하는게 가장 빨라요...
  13. 로제아 ·
    고구미세트님// 119는 일부러 안 했어요. 왠지 최후의 보루로 남겨야겠다는 생각에... 시청은 '우리 근무 끝이야'라고 말하는듯한 ARS 돌려막기에 5분 넘게 허비했고, 그나마 상담센터라는 곳에서 전활 받아서 신고를 보탤 수는 있었죠.
  14. 전가복 · · 공감 1
    유기견들 볼때마다 안쓰럽죠. 사람한테 무슨짓을 당했길래 그렇게 사람을 무서워하는지..
  15. 여행정착자 · · 공감 2
    측은지심은 우리를 사람답게 하는 마음입니다
    진심이 행동을 한 만큼 좋은 결과 올겁니다
  16. joyfulee ·
    좋은 일 하셨습니다. 꼭 치료받았기를 바랍니다..!
  17. 뮬러 ·
    고생하셨습니다. 유기견 보면 저도 마음이 안타깝지만 선뜻 행동으로 못 나가는데.. 그래도 좋은 일 하셨습니다!
  18. 니닝닝 ·
    동자련이나 카라같은 구도단체에서 구조해주면좋겠네요ㅠ 시에서 구조하는건 구조후 일주일뒤 안락사행이라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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