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년 여름이었습니다. 배낭 여행중 이었던 저는 당시까지 여전히 연방을 유지하고 있던 그러나 갓 내전이 발발한 유고 연방을 가로지르는 일정을 앞두고 고민에 빠진 적이 있습니다. 휴대폰도 없던 시절인데 내전 때문에 고립되면 내가 어디 있다는 걸 어떻게 알릴 것이며 알린다 하더라도 대체 누가 구하러 올 것인가? 그렇다고 길을 돌아가긴 너무 멀고 그러다 역에서 또래의 미국 청년들과 일행이 됐고 젊은 치기에 기차를 타고 유고 연방을 가로지르기로 결정 했었습니다.
그 기차여행에서 기억나는 건 두 가지입니다. 멀리서 들리던 대포소리 그리고 만약 고립되면 어쩔거냐는 이야기에 그럼 미군이 자기들을 구하러 올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던 그 청년들의 자기 정부에 대한 신뢰, 실제 그런 일이 벌어졌다면 미군이 왔을까 싶긴 합니다만, 그때는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는 자체가 아주 부러웠습니다. 당시로는 우리 정부가 나 때문에 거기까지 사람을 보낼 일이 절대 없다고 생각 했었으니까요.
헝가리에서 우리 국민들이 큰 사고를 당했습니다. 정부가 장관을 비롯해 해난 구조대를 현지에 급파한다고 합니다. 사고를 당한 이들에 대한 구조와 수색이 원활하기를 빕니다. 그리고 마지막 국민이 돌아오는 순간까지 정부는 그 조직을 유지하길 기대하겠습니다.
또 앞으로도 우리 국민들이 해외에서 어떤 종류의 사고를 당하 건 정부가 가용한 모든 자원을 동원하는 것이 너무 당연한 세상이길 기원합니다.
국가는 그러라고 있는 겁니다.
아.. 제한구역을 가지 않는한 사고나면 외교공관이 도와주겠구나..
여태는 전혀 기대 안 했거든요...
너무 당연한 소리가 ...
그리고 외교부가 권력자들에게만 일하는 기관이 아닌, 국민 전체를 위하는 기관으로 바뀌기를 바랍니다.
왜 사고 현장에 우리나라 기자들은 아무도 가길 않는거지?
그러라고 있는 국가.
묘하게 오버랩됩니다.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