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가기 전에 조금 주저리 주저리 해볼께요.
노무현이란 정치인을 처음 인식한건 민주당 대선 경선 때였어요. 당시 이인제 대세론이 우세하던 때였고, 개인적으로 흠모하던 정치인은 김근태 의장이었지요. 그래서 김근태 의장이 대선 경선에 나왔을 때, 이분이 되어야 한다고 기원하고 있었죠. 그 옆에 노무현이란 후보가 있었는데, 김근태 의장과 비슷한 말을 하더군요. 두 분이 참 비슷한 사람이구나 생각했네요. 그런데 두 분의 말하는 방식이 달랐어요. 분명 두분은 같은 곳을 보고 이야기하는데, 표현하는 방식이 너무 달랐어요. 김근태는 부드럽고 돌아 돌아가는 사람이라면, 노무현은 강하고 직설적이었지요.
민주당 경선이 전국을 도는데, 광주에서 신화가 쓰여지기 시작했죠. 광주가 노무현을 선택했고, 모든 언론들이 난리가 났지요. 노무현이 누구인지, 왜 노무현인지에 대한 말이 쏟아지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대세라 불리던 이인제는 저 멀리 사라지고 노무현이란 사람이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가 되었어요. 참 신기했고 놀라웠어요. 당안에 우호적인 세력도 없는 사람이, 다소 거친 말을 쓰는 저 사람이, 어떻게 대통령 후보가 될 수 있을까? 제 궁금증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사람들이 채워 주더군요. 그가 어떤 일을 했는지, 대중이 아니, 광주사람들이 그리고 민주당 사람들이 왜 그를 선택했는지....
대선 전날 정몽준의 배신. 그리고 학생운동의 얼굴이라 불리던 김민석의 배신. 하... 정말 그 때만 생각하면... 배신의 정치에 대한 대중의 분노였는지, 노무현이란 인간에 대한 호기심의 승리였는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이기더군요. 놀라웠고 신기했고 대단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무지하다 무시당하던 대중의 반란. 역전 드라마 혹은 신화가 내 눈앞에서 펼쳐졌으니까요.
그렇게 저는 그가 잘해낼 거라 믿고, 정치 이야기에서 멀어져만 갔지요. 그랬더니 기득권이 그를 탄핵시키려했고, 간신히 대중들이 막아냈지요. 열린우리당이 역전승을 거두나 했지만, 어느새 세상 모든 잘못은 그의 것이 되었더군요.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민주당으로 도망쳤고, 민주당은 제2의 노무현이 나올 수 있는 길을 부셔버렸지요. 그 결과 정동영이 등장했지요.
이런 저런 이유로 이명박이 대통령이 되었고, 노무현을 대놓고 노리는 수사가 집요하게 진행되었고, 언론은 날마다 글로 사람을 베어냈어요. 진짜 너무 잔인하다. 인간이 어떻게 저런 글을 쓸 수가 있는가. 저것들이 인간인가.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10년이 지났네요.
사람들이 얼마나 배웠을까. 나는 또 그 시간동안 무엇을 배웠을까.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만은 확신합니다.
내가 정치에서 눈을 돌리면, 두번 째, 세번 째 노무현이 나와도 그들의 마지막 선택은 죽음 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이요.
/Vollago
벼려진 칼날은 제 등을 벨 것입니다.
안온한 삶을 원한다면 절대로 정치에서 눈을 돌려선 안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