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글의 댓글에도 달았지만 ... 한가지 말씀드리고 싶었던 부분이라 글로도 쓰는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미리 말씀드리자면 전 매일유업 광팬이고 직접적으로 브랜드 상품명을 언급하는 유일한 기업입니다.
현직 소아과 의사고 현재는 조리원과 관련 없는 곳에서 일하고 있지만, 수련받을때는 신생아실/신생아중환자실을 담당하는 고로 분유에 대해 경험담을 말씀을 드리자면
<분유에 대한 선택은 부모들이 하는게 아닙니다. 아이가 합니다. >
당연히 부모가 아닌 분들은 납득도 안되고 이해도 안될 수 있습니다. 이해합니다. 이건 직접 분유를 골라보고 아이가 설사하지 않는 / 토하지 않는 분유를 찾기 위해 국내 마트부터 (지방은 심지어 몇 브랜드가 들어와있지도 않습니다.) 해외까지 둘러보는 부모들이나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제가 경험한 대단한 분은 당일 비행기표로 일본까지 가서 사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해당 기업이 옳은 기업인지 찾는건 큰 고려 사항이 아닐 것입니다. 미숙아로 태어나 미숙아 분유를 떼고 일반분유로 가는 과정이 아주 어렵습니다. 그 과정에서 입맛에 맞지 않으면 아주 쉽게 토합니다. 정말 뜬금없이요. 우유 알러지인지 날문협착증인지 기타 다른 중추신경계 질환인지 기나긴 여정을 거쳐 결국 맞는 분유가 아니어서라는 결론에 도달하는 아이들이 너무너무 많습니다. 신생아실에 입원해서 당장 분유를 먹어야 하는데 아이는 일반 분유 먹고 피똥을 싸는데// 수시로 녹색 담즙이 섞인 우유를 토해내는데 어느 부모가 이 기업은 불매하니까 몇일 택배 기다려서 그거 먹일꺼야 할까요?
전 개인적으로 매일유업 분유를 아주 좋아합니다. 장 전체가 유당 알러지로 울긋불긋하게 올라오고 출혈로 피똥을 싸는 아기들은 완전 가수분해 우유란걸 먹어야 합니다. 일명 HA분유라고 불리는데 해외의 HA보다 맛도 좋고 효과는 비슷합니다. (이 매일 HA로도 안되면 어쩔 수 없이 Nutricia나 존슨사의 HA분유를 사서 먹어야 합니다) 남양은 HA분유가 없거든요.(최소한 소수를 위한 분유를 생산한다고 자랑하려면 HA는 기본이 아닌가 싶은데 남양은 아주 후안무치하죠) 그런데도 신생아실에서 남양 분유를 없앨 수 없었습니다. 왜일까요? 부모가 방치했다? 조리원이(의료진이) 남양 돈 받아먹었다? 친남양이라서? 전부 아닙니다. 그냥 남양을 잘 먹는 아이들이 있고 남양의 조제 분율이 맞는 아이들이 있고 남양의 특수분유가 효과가 있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신생아실이든 조리원이든 담당하는 의료진의 지상명제는 아이가 울지 않고 잘 먹고 잘 살찌도록 하는게 지상명제입니다. 아이가 남양분유 잘먹고 매일분유를 토하는데 남양불매못하는 아기 취급을 해야 하는건 아니잖아요? 물론 돈이 많은 분들은 해외분유 직구도 하고 산양분유니 뭐니 사다 먹이기도 합니다. 다 해달란대로 해줍니다. 그래도 토하는 애들은 토하고 설사하는 애들은 설사하고 안먹는 애들은 안먹습니다. 물론 과반수 이상은 주는대로 잘 먹습니다. 탈도 없고, 그런데 다수의 아이를 케어하는 입장에선 절대 브랜드 한가지만 고집할 수 없습니다.
<모두가 원하는 분유를 원하는 때에 살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흔히들 설사분유라고 하는 분유가 있습니다. 이건 완전 가수분해는 아니지만 어느정도 유당을 없애고 단백분해를 시켜놓은 약간의 소화시켜놓은 분유입니다. 대표적인 분유가 녹십자사의 노발락 시리즈죠. 그런데 노발락은 대도시를 벗어나면 구할 수가 없습니다. 커다란 몇층짜리 대형마트에 입점해있고 심지어 제가 사는 근처의 대도시인 포항에도 홈플러스에 있을때도 있고 없을때도 있었습니다. 남양이 마트나 일반 시장에 뿌려지는 침투력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남양 분유가 없는 곳이 없습니다. 전 가급적 몇시간이고 걸려도 대도시까지 나가서 노발락을 사오라고 시킵니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그렇게 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할 수 없는 부모들도 있습니다. 주로 가난한집의 아이들이죠. 돈이 없어서, 아버지가 일용직이어서, 외국인 엄마여서. 그럴때는 학회에서든 업체에서든 받아놓은 분유를 줄 수 밖에 없습니다. 시식하라고 만들어놓은 1회용 분유를 잘라서 주거나 판촉용으로 받아놓은 분유를 줄 수 밖에 없습니다.
물론 이렇게 얘기하면 그럼 너희들이 사다놓고 주면 되잖아? 남양꺼 줘놓고 어쩔 수 없다고 하는건 좀 아니지 않아 돈도 많이 버는 사람들이? 라고 하는 사람들 분명 있겠죠? 분유는 절대 오래 보관해서는 안됩니다. 한번 까면 보름이내에 다 먹도록 권장하고 있습니다. 제조사에서도 개봉 후 최대 보증기간은 한달 이내인걸로 알고 있습니다(이건 불확실). 30명이 입원해있으면 설사분유를 먹여야 하는 아이들은 적을땐 1명 많을땐 5명까지 있습니다. 그 아이들을 위해 분유를 항상 까놓고 먹는 아이가 없으면 버리고 해야 할까요? 그것도 오염의 가능성이 상당히 많은 병원에서?
결국 그런 안타까운 아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건 비싼 그리고 구하기 힘든 분유가 아니라 인근 매장에서 구하기 쉬운 분유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매일유업의 일반 슈퍼등의 침투력은 남양보다는 모자라 보였습니다. 전 엄마들에게 안내할때 항상 노발락을 가르쳐 주고 없으면 매일유업의 베이베웰-센서티브-HA 만을 알려줍니다. 이게 없으면 비슷한 다른 분유 점원에게 물어서 사오세요 라고 합니다. 그렇게 함에도 절반이상이 남양 분유를 사옵니다. 없으니까요.
<조리원이든 신생아실이든 분유를 먹일 것이라면 미리 여러 선택지의 분유를 준비해두시는게 좋습니다.>
정확히는 어디서 구할 수 있는지를 알아보면 좋습니다.
미숙아분유(매일유업 프리미, 남양 미숙아 분유) ,
설사분유(매일유업 아기설사, 노발락 AD, 시밀락),
대두분유(매일 소이분유),
산양분유(매일 산양분유),
가수분해분유(매일 센서티브, 매일 HA, Nutrilon pepti, Aptamil pepti) 정도만
최소한 하루에 갈 수 있는 거리의 마트를 순회하셔서 어디 지점에 뭐가 있더라 정도는 알아두시는게 좋습니다.
갑자기 아이가 피똥을 싸거나 담즙성 구토를 하게 되면 당장 근처의 마트에 있는걸 집어올 수 밖에 없고, 그 분유의 맛에 길들여지면 나중에 바꾸기 위해선 아이가 괴롭게 됩니다. 당장 성인에게 건강에 좋으니 내가 싫어하는 한가지 음식만 먹으라고 해보세요. 누구라도 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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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이 남양분유를 선택하는건 너무나 많은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제가 부모님들에게 선택하도록 할때는 항상 매일유업을 권하지만, 안타깝게도 남양분유의 선호도가 높습니다. 아이가 잘 먹는 것이든 구하기 쉬운 것이든 가격이 싼 것이든...
일부 댓글처럼 조리원/의료진이 남양유업에게 공짜로 분유를 받아서 먹이는 것도 아니고 (그런곳이 아예 없진 않겠죠....)
부모가 일부러 아이에게 가성비 따져서 나쁜게 나올 수도 있는걸 알고 먹이는 것도 아닙니다. 내가 살 수 있는 최대한의 자본으로 아이에게 최대한 좋은걸 해주고 싶은게 모든 부모의 마음입니다.
그러니 해당 사건은 해당 사건에 대해서만 비판과 논의가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램으로 적어봅니다....
고양이를 키우신다면 아실진 모르겠지만 약간 과장하면 고양이 사료의 로얄캐닌 같은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조리원은 직접적으로 컨택이 없어서 모르겠지만 병원엔 신상품이라고 주고 가고 이런게 좀 있습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남양의 비율이 조금 더 높았던것 같기도 하네요..
부모의 이름조차 아까운 짐승들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최소한 아이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나이가 될때까지는 최대한 아이에게 맞추는게 가장 올바른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ㅠㅠ
카제인나트륨 드립 칠 때부터 아웃이었습니다..
애는 없지만 공감 누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