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소일 삼아 써봅니다. 무슨 의미 따위 특히 '스페인하숙'이나 나영석PD 예능의 폄하의도 같은 거 전혀 없습니다.
순례라고 흔히 말하는(개인적으로 저는 이 표현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순례는 순례자가 하는 거지요) 산티아고트래킹에는 여러 루트가 있습니다. 가장 대중적인 길이 프랑스 접경에서 출발해 피레네 산맥을 넘어 횡으로 이베리아반도를 가로지르는 '프랑스길'이고 스페인하숙도 이 길 어딘가에 위치해 있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그곳이 아마도 '레온'이었던 거 같은데(저는 초반 1~2회 정도만 재방송으로 지나치듯 이 프로그램을 봤습니다. 정확치 않을 수 있습니다) 레온 정도면 프랑스길에서 마주치는 몇 안 되는 대도시 중 하나입니다. 즉 대부분이 고즈적한 시골마을을 지나치는 여느 프랑스길의 분위기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경유지죠. 제가 레온에서 묶었던 알베르게는 그다지 높지 않은 오피스빌딩들이 밀집해 있는 도심(?)에 위치해 있었고, 저녁식사는 쇼핑몰에 있는 '중국뷔페'를 이용했었습니다.
네. 그러니까 차승원, 유해진이 근무하는 스페인하숙은 일반적인 레온의 알베르게들과는 약간 분위기가 다릅니다. 제작진들이 일부러 그런 곳을 찾았겠지요. 많은 트래커들이 묵는 경유지이면서(일반인 출연자를 적절하게 유인해야 하니까요) , 스페인의 이국적인 정취도 일부나마 느낄 수 있는, 그런 숙소를 헌팅했을 거라 봅니다.
그런데 그런 숙소(예상컨대 루트에서 살짝 벗어나 있어 접근하기가 번거로우면서 원래는 가격이 비쌌을 그런 사설 알베르게)에 사람들이 많이 가느냐, 아니면 우연히라도 가게 되느냐, 일반적으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개인적으로 산티아고 트래킹은 사전에 경유지를 정하고 꼼꼼하게 계획을 짜서 움직이는 걸 '멍청한 짓'이라고 봅니다만, 대개는 매일매일의 출발 전 그러니까 전날 저녁이나 아침쯤에 하루의 일정을 마칠 도시와 알베르게를 찜해 둡니다. 레온 정도의 대도시는 거의 머물긴 하지만요.(대도시 아니면 할 수 없는 정비사항들이 늘 생기기 마련이니까요) 이때 공식 알베르게, 일명 '공알'이 선호 1순위가 됩니다.
스페인 트래킹 코스에서 만나는 일반적인 숙소 형태인 '알베르게'(싱글베드만 제공하는 '도미토리' 정도로 이해하시면 됩니다)는 크게 공식 알베르게와 사설 알베르게로 나뉩니다. 공식 알베르게는 산티아고 트래커를 대상으로 해 비영리로 운영되는 알베르게입니다. 정부나 지자체나 교회나 이런데서 운영하는데 비교적 시설이 양호하고 가격이 쌉니다. 심지어는 공식적으로 '무료'고 도네이션만으로 운영하는 곳도 적지 않구요. 사설 알베르게는 공식 알베르게에 비해 가격이 비싸지만 컨디션이 제각각이라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유명한 사설 알베르게도 없진 않습니다) 공알에 자리가 없을 때만 차선으로 고려됩니다.
따라서 꼭 그런 것은 아니지만 트래커들은 매일 숙소잡기 경쟁(?) 같은 걸 합니다. 공알 자리는 한정돼 있으니 먼저 가서 자리를 잡아야 하룻밤을 싸고 편하게 묵을 수 있기 때문이죠. 저는 약간 비수기(?)에 갔는데도 일부 지역에서는 이 경쟁을 피하기 어려울 때가 있었습니다. 성수기라면 훨씬 더 치열했을 겁니다.
따라서 별도의 사전 정보가 주어져 있지 않은 이상, 스페인하숙은 인기 있는 숙소의 조건을 갖추고 있는 곳이 아닙니다. 공알에서 자리를 못 잡으면 그나마 상태가 나은 사설알베르게를 찾아나서게 되는데(배낭 여행 다닐 때 호스텔 잡는 것과 비슷하죠) 그러다 얻어걸리게 되는 숙소 중 하나라고 봐야죠.(물론 촬영 기간 중에 이곳에 가게 된다면 로또 터진 거고. 그 가격에 그 퀄리티면....ㄷㄷㄷㄷ)
스페인하숙 첫 손님이 들어오는 에피소드를 본 기억이 나는데 그 손님이 길에서 발병이 난 '환자'였었죠? 미뤄 짐작컨대 전날은 같은 도시의 공알에서 하루를 묵고, 다음날 어쩔 수 없이 새 숙소를 찾다 스페인하숙까지 흘러온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일반적으로 공식 알베르게는 1일 이상의 숙박을 허용하지 않습니다. 부득이 하게 이동없이 하루를 더 묵어야 한다면 다른 알베르게로 옮겨가야 하죠. 그게 산티아고길의 룰입니다.
이건 순전히 제 '추측'입니다만...적당한 길목 어딘가에 스태프가 진을 치고 있다가 숙소를 찾아헤매는 트래커들을 낚았을지도 모릅니다. 화살표로 루트가 표시돼 있는 길 여기저기에 알베르게 광고가 막 붙어 있는데 보통은 거의 신경을 안 쓰거든요. 산티아고 트래커들은 거의 도시마다 알베르게 리스트를 들고 있고, 이런저런 경로로 정보를 취합해 도시에 들어가기 전에 본인이 들어가고 싶은 알베르게 순위를 매겨놓습니다.(요즘은 SNS로 실시간 공유한다고 하네요.) 즉 공알 투숙에 실패하면 2안은 여기, 3안은 여기..이런 식으로요. 스페인하숙은 촬영 전에 그 정보를 미리 오픈해놓지 않았을 거 같구요(오픈했다면 미어 터졌겠죠), 단기간 촬영 후 트래커들 사이에서 소문이 퍼지기 전에 빠르게 철수하지 않았을까(정말 소문은 삽시간에 납니다) 생각됩니다. 그렇다면 적당한 수의 트래커들을 유인하기 위해 쓸 수 있는 방법은 하나죠. 길바닥에서 낚는 겁니다. 방송에서 설정된 것처럼 숩죽이고 마냥 기다리다가는 투숙객이 하나도 오지 않아, 촬영을 공칠 수 있는 위험이 있으니까요.
어쨌거나, 집 나가면 자고 먹는 일이 가장 큰 일일 수밖에 없고, 그래서 산티아고 트래커들에게는 적당한 알베르게를 잡는 일이 그날그날 해결해야 할 중요한 미션 중 하나가 됩니다. 최근 그곳에 다녀온 분들 얘기를 들어보면 '진상한국인'들로 오염이 심각하다고 하는데 이게 이 문제와 무관하지 않아 보이네요. 원래 산티아고 길에는 한국사람이 많습니다. 매년 통계가 나오는데 제가 그곳에 다녀온 5~6년 전에 이미 산티아고 프렌치루트를 지난 한국 국적자가 세계 3위였습니다. 이 길이 프랑스에서 출발해 스페인으로 가는 길이니까, 스페인-프랑스 사람 빼면 한국 사람이 제일 많다는 얘기가 되겠죠.. 그런데 지금은 더 많아졌답니다.
작년에 산티아고 다녀온 지인 얘기 중에 가장 충격적(?)으로 들었던 얘기가 한국 트래커들의 '선발대' 운영이었습니다. 즉 한국인 트래커 무리들이 원하는 숙소를 잡기 위해 매일 아침 선발대를 조직해 파견합니다. 이 선발대들이 나머지 한국인 트래커들의 여권과 크리덴셜(순례자여권이라고 하는데 제주 올레길 같은 데서 가는 데마다 찍어주는 도장수첩 같은 걸로 이해하심 됩니다)을 죄다 들고가서 공알 베드를 선점해버리는 거죠. 그래서 인기 있는 숙소는 어딜 가나 한국인들로 버글버글 댄다고 합니다. 산티아고 첫 경험 이후로 호시탐탐 두 번째 트래킹을 노리고 있었는데 이 얘기 듣고 그냥 자연스럽게 관심이 꺾이더군요..ㅋㅋㅋㅋㅋㅋ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티아고 트래킹은 여러모로 장점이 많은 여행입니다.
우선 돈이 안 듭니다.
프랑스길의 경우 일반적 출발지인 '생장'에서 '산티아고'까지 약 800km를 걸어야 합니다. 산티아고에서 '땅끝'이라고 하는 피니스테레까지 100km를 더 걷기도 하는데 이 경우에도 걸어야 할 거리가 총 900km 정도고 하루평균 30km, 대략 한 달간에 걸쳐 이 길을 걷습니다. 1박당 숙박이 가장 비싼 곳을 기준으로 삼아도 10유로 내외고, 주로 투어리스트메뉴를 이용하는 석식비용도 10유로 이쪽저쪽. 간단한 조식이나 과일, 차, 와인 등의 군것질비용까지 포함해도 하루 30유로 정도면 대충 견적이 나옵니다. 지금은 물가가 좀 올랐을지도 모르겠고 셈법이 달라졌을지도 모르겠지만 제가 갈 때는 km당 1유로 정도로 비용을 계산하는 게 일반적이었습니다. 즉 30일을 동안 900유로 정도의 비용을 잡았다는 거죠. 엄청나게 저렴한 거죠 이건! 심지어 저는 이 예산보다 돈을 더 적게 썼습니다..;;;
두 번째로 좀더 깊이있는 유럽(스페인) 체험이 가능합니다.
개인적으로 출장 빼고 유럽지역으로 여행을 길고 짧게 다섯 번 정도 다녀왔는데 가장 만족도가 높은 것이 산티아고 트래킹이었습니다. 주요 관광지 위주로 '찍고'다니는 여행과는 확실히 다릅니다. 만약 여러분이 외국인 입장에서 한국 여행을 왔는데 KTX나 관광버스 타고 서울, 부산, 경주, 목포, 강릉 찍고 다니는 게 아니라 하루 30km씩 걸어서 시골마을 훑고다니며 교회나 폐교, 여인숙 같은데서 자고 김찌찌개에 토종닭백숙 사먹는다고 생각해보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5~6년 전 산티아고 트래팅을 경험한 후에 줄곧 프랑스길을 다시 한 번 가보느냐, 이른바 포르투갈길(리스본에서 출발해 이베리아반도 서쪽 해안을 타고 올라갑니다)에 도전해보느냐 갈등을 치고 있었는데, 여건에 밀려 실행을 못해보고 있네요. 다시 간다면 포르투갈길이겠지만...이미 무릎이 시큰 거리기 시작했...ㅠㅠ
시간이 없네요. 좋은글 같습니다.
아쉽네요...ㅋㅋㅋ
상점에 반값할인이라고 한글로 써붙여놨다는 사진도 본적있는 것 같구요..
방송에서도 유해진이 있다라는 소문 듣고 온 일반 팬도 있었던 걸로 기억이 납니다.
그럼에도 이번화에는 손님이 1명인 걸 보면 진을 치고 있다가 데리고 왔다라는 가설은 잘 모르겠습니다.
어짜피 리얼 다큐가 아니니 어찌되었든 상관은 없겠지만요...
어찌 했던 맘에 안드셨나봅니다 프로그램이...
기분 상하셨다니 죄송한데 저는 이해가 잘 안 가네요..^^....
이 프로그램을 그닥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그 이유가 그런 데 있지는 않습니다.
아래 Blackmirror님 댓글 보시면 좀 이해가 가실지도요.
어떻게든 투숙객을 통제하지 않으면 100% 폭주가 일어날 수밖에 없어요.
실제 어떻게 진행됐는지는 제가 알 길이 없지만, 통제나 설정이 있었다고 해서 이 프로그램이 욕먹을 이유가 되진 못합니다. 고로 이 프로그램을 싫어해서 단 댓글이 아니예요. 그냥 웃자는 소리일 뿐.
시청자들의 대부분이야 진실을 모르고 넘어가지만 그래도 다들 "방송이니까" 라고 어느정도 짐작하는 부분이랄까..
네 맞습니다 그런맥락으로 긴 본문을 읽으면서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그러다가 댓글을 보고 기분이 나빠진겁니다
리얼리티를 표방하지만 방송은 방송입니다
보통 시청하는 시청자도 방송을 방송이라고 인식하고 봅니다
그래서 언론이나 인터넷에서 까기를 시전해도
시청하는 각자각자가 어느정도 까방권을 주고 시청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누구는 그 프로가 맘에 안들수도 있지만 어느누구는 그 프로를 보면서 힐링도 합니다
그래서 비판도 할수 있고 지적도 할수 있고 칭찬도 할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근데 님의 글은 폄하가 아니라고 서두에 말하고 본물을써내려가고도
댓글에 묘하게 기분나쁜 비아냥투가 보입니다 ( 뒤에 ㅋㅋㅋ 가 결정적)
내가 격었던 경험과 다른데 아마도 그랬을 것이다 라면서....
별로 보기 좋치 않다고 생각합니다
님과 같이 보시는 분들이 꼭 계셔서 제가 굳이 첫행에 그 라인을 써 넣은 겁니다.
제 기준으로는 도대체 그 내용이 왜 '까기'며, 설사 그게 '까기'라도 해도 뭘 얼마나 심하게 깠다고 눈쌀까지 찌푸리셨는지 댓들을 보고도 전혀 이해를 못 하겠네요. 여기서 '까방권'이 왜 나옵니까? 스페인하숙이 무슨 성역이라도 되나요? 아니 그걸 떠나 이게 무슨 깔 거리라고....그런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다니까요. 비판도 지적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하시지 않았나요? 이건 비판도 지적도 아닙니다만.
본인조차 '묘하게'라는 단어를 쓰실 정도인데(애매하게 심증이 느껴진다는 말씀이시죠?) 글쓴 당사자가 그런 뜻 아니라고 굳이 밝혔음에도 보기 좋지 않다고 다시 댓글을 다시다니.아마도 '나는 이 프로그램 좋아하니 그런 이야기 거슬린다' 이런 말씀을 하고 싶었나 본데, 그런 말씀 하시기 전에 댓글을 달 때 상대방이 그걸 읽으며 어떤 마음이 들지도 함께 생각해보시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별로 보기 좋지 않다'라니. 그런 건 명확하게 상대방이 실수했거나 본인 기준에서 그릇된 의도가 읽혔을 때나 쓸 수 있는 표현 아닌가요?
방송에서 나이 드신 분들도 종종 보이는걸 보면서 아직 가능하다고 희망을 품고 있습니다.
지금 현실의 무게가 너무 무거워서 혼자 훌쩍 떠나기엔 힘든게 참 안타까울뿐입니다.
지금은 예전처럼 고요한 길이 아닌 거 같고, 계속 더 그렇게 될 거 같아서 그게 아쉬울 뿐..ㅠㅠ
로컬뉴스에 소개됬다던데 그래도 연출은 있긴하겠죠
저도 의심?은 했는데 러브라인 안나오면 적당한걸로..
제가 갔을 때만 해도 거의 먹통 휴대폰 들고 다니다가 숙소 들어가서 와이파이로 접속해서 밀린 메일이랑 메시지 챙겨보고 그랬는데 요즘은 그럴 리가 없죠. 저는 당시 국내에서 다운받아 프린트해간 숙소 목록(한국 여행객이 작성한)을 들고 있었어요. 그래봤자 본문에 나와 있는 대로 1순위 숙소는 거의 '공알'이었고, 사설 알베르게 정보는 공알이 없는 경유지에서만 유용하게 썼습니다.
요즘은 화살표 보는 대신 휴대폰에 구글맵 띄우고 돌아다닐 거예요, 아마..ㅋ
이 생에 한번은 경험해 보고 싶긴 하더이다.
각설하고요, 흡인력 있는 글이라 반 숨(한 숨도 아니고~^^)에 읽어내렸습니다.
글 참 잘 쓰시네요. 내공 만발~^^~
저도 마흔 넘어 마누라 혼자 놓고 내뺐어요. ㅋㅋㅋㅋㅋㅋ
큰 돈 들이고, 바쁜 연예인들 스케쥴 빼고, 해외까지 와서 '우연'에 스토리를 맡기는게 어찌보면 큰 모험일 수 있으니 어느정도 수긍은 가는데, 막상 옆에서 보니 생각보다 너~~~~~~~~~~무 리얼이 아니어서 그 이후로 리얼 예능은 색안경을 끼고 보게 되더라구요.
좀 답답해요....ㅠㅠ
일정 수준까지 설정을 던져주고(설정의 디테일이 프로그램 스타일마다 다르죠) 캐릭터에 의존해서 끌고가면 예능이 되는 거고 그런 거죠. 보는 입장서야 이런 거 일일이 따질 필요는 없지만, 지나치게 이입하는 것도 곤란하다 생각합니다. 예능은 예능이죠. 설정과 연출이 들어가는 거고.
위치는 https://goo.gl/maps/Gg1LrABNH4M2
https://www.diariodeleon.es/noticias/bierzo/reality-coreano-agita-villafranca_1314085.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