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분 한 분 덧글을 달아드려야 하나, 저의 게으름, 그리고 제 예상을 뛰어넘는 덧글로 인한 놀라움으로 이렇게 별도의 게시물로 감사의 인사를 대신하게 되었습니다. 별것도 아닌 넋두리를 좋게 읽어주셔서 너무 기쁘고, 한편으로는 감사드리고, 또 죄송하기도 합니다.
제가 그 글을 쓰게 된 이유는 정직하게 말씀드려 클리앙을 함께 하는 사십 대 분들과 삶을 공유하고 싶었던 이유도 있었겠지만, 저의 개인적인 어려움을 다른 분들과 공유하며 마음을 고쳐잡고 싶었던 이유도 있습니다.
일전에 저의 선배가, 제게 "네 걱정 좀 하고 살아라, 사십 대가 돌연사가 가장 많다더라" 라는 말을 하였습니다. 저는 그때 사십 대의 무게를 실감했습니다. 이제는 나에 대해 신경을 써야 하는 시기가 왔구나, 싶었습니다.
사십 대는 어려운 시기입니다. 사회에서 가장 어중간한 시기, 이십 대에는 실수가 용납이 되었고, 삼십 대에는 새로운 뭔가를 도모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십 대는 그렇지 못합니다. 실수는 치명적이며, 뭔가를 도모하기 위해서는 큰 희생을 치루어야 합니다. 사십 대는 단 한 장의 카드만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생의 마지막 패 한 장. 그것을 손에 쥐고 언제 그 패를 뒤집을지 가늠해야 하는, 그래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가 사십 대가 아닌가, 저는 늘 그런 생각을 해왔습니다. 사십 대가 어떻게 끝나느냐에 따라 남은 삶도 결정되는 것이 아닌가, 그것이 저를 늘 두렵게 만들었습니다.
최근 저는 하는 일에서 많은 실수를 저지르고, 힘겨워하고, 의욕을 잃고 있었습니다. 휴가를 가고 싶다, 라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습니다. 저는 휴가를 좋아하지 않았으며, 늘 쉰 것 같았는데, '정말로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든 것입니다. 마침 어버이 날도 가까워 왔고, 본가에 와서 부모님을 뵈며 아무 생각도 하지 않으니, 아이러니하게도 참 많은 생각들이 스쳐지나갑니다. 내가 너무 많은 것에 집착하는 것은 아닌가, 나는 아직 다가오지 않을 미래를 너무 두려워하는 것이 아닌가, 나는 내 자신에게 너무 확신이 없는 것은 아닌가,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클리앙에 글을 쓴 이후로, 여러가지가 정리되었습니다. 완전하지는 않지만, 나보다 더 힘들게, 그리고 하루를 충실히 살아가는 사십 대 분들이 많다는 것을 깨달았고, 그것이 위안이 되었으며, 계기가 되었습니다.
내일이면 이 짧은 휴가도 끝이 납니다. 그러나 '휴가가 끝이 나서 아쉽다'가 아닌,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는구나' 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하루하루의 일상이 마치 드라마의 하나의 에피소드처럼 느껴질 때가 있었습니다. 그 안에서 우리는 모두 주인공이지요. 저는 이제 제 사십 대의 새로운 시즌을 시작하려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전히 힘들고, 여전히 두렵지만,
사십 대라면 그것을 극복할 연륜정도는 있어야 한다
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른 클리앙의 사십 대 분들께서도 삶이 힘드시겠지요. 제 글이 아무런 위안도 주지 못하는, 허세 가득한 개소리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이십 대, 삼십 대에 대한 글들이 넘쳐나고, 오십 대 이후의 삶을 계획하는 프로그램이 넘쳐나는 이 세상에, 누군가는 이렇게나마 사십 대를 위한 글을 써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앞으로 사십 대가 될 분들, 그리고 사십 대이신 분들, 그리고 이전에 사십 대이셨던 분들.
모두가 행복해지셨으면 좋겠습니다.
다시 한 번 여러분들의 과한 관심 감사드립니다. ^^
만으로 아직 40이 아니라고 온몸으로 거부해보지만요 ㅎㅎ
그래도 불혹이라는 말에 걸맞게 삶을 가꾸어 나가려고 노력합니다.
전에 관상관련해서 40살 되면 이제 슬슬 얼굴에 보인다 하니 제 얼굴에 책임을 지기 위해 노력하네요 :)
스크랩했다가 오후에 다른 분들이 다신 댓글도 다시 읽었어요.
공감이 가는 글을 읽는 일이란 한편으로 위안이죠.
고맙게 읽었습니다.
저는 '나이에 맞는 삶' 이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 편입니다.
남들이 그렇다고 생각하는 무언가에 나를 맞출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남이 정해준 틀에 나를 맞추는 순간부터 나의 사고와 행동은 그에 맞춰 제한되거든요.
/Vollago
감사합니다. 건강 챙겨야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