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아버지가 초등학교 2학년 때 갑자기 돌아가셨습니다.
부모님은 저를 서울 학교 보내겠다고 서울로 이사온지 2년 차였죠.
아버지도 서울에 회사에 다니신지 채 2년도 안된터라 제대로 보상 받거나 할 것이 없었습니다.
아직 변재일이 많이 남았는데도 장례식장에 갚을 수 있냐고 찾아온 분들이 기억납니다.
어머니는 브래지어 클립 끼는 공장에 취직하셨는데 빚은 이자로 늘어만 갔고 매일마다 채권자들이 찾아 왔습니다. 저희 반을 찾아온 적도 있습니다.
어머니는 집의 불을 다 끄고 저를 안고 저녁 마다 우셨습니다. 저녁에 술먹고 찾아오는 채권자들이 있었거든요. 정말 무서웠었습니다. 어머니가 저에게 의미를 알수 없는 말씀들을 많이 하셨는데... 커서 그것이 같이 죽자는 의미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우리 어머니는 지금의 양아버님을 만나셔서 이 상황을 벗어나셨습니다. 저도 지금의 양아버님을 평생의 은인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만... 그때 저희 어머니가 양아버님을 조금만 늦게 만났다면... 저는 아마 이세상 사람이 아니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빚 몇천만원이 아니라... 세상 사람들이 모두 따돌리고 무시하고 겁을 주니까요. 더욱이 친했던 이웃들이 더 난리였습니다. 그렇게 서로 잘 지냈었는데...
이번 일가족의 부모님들... 저는 이해할 수 있을 것같습니다. 이런 상황에 빠지면... 하루 하루가 이성적인 생각을 못하게 만들어 버립니다. 그게 현실입니다.
부모와 자식을 비교한 게 아닙니다. 부모에게 공감하고 자식에게 공감하지 못한 게 아닙니다. 우리도 어릴 때는 자식이었고 지금은 부모입니다. 애도를 표합니다.
차이점이 있다면, 바늘로 찔린 햄스터는 죽는다는거....
각 개인의 견딜수 있는 아픔의 무게 한도가 서로 다 다르죠.
지옥보다 심한 지옥에서도 기어나와 생을 거머쥐는 사람도 있지만
별 것 아닌 것에도 척추가 무너지는 기분 겪는 사람도 있는...
그냥 다 상대적인건데 공감을 못 하는 분들도 계시는거죠 뭐. 내 아픈걸 일일이 이해시킬수도 없는 노릇이고....
남의 고통을 마치 별거 아닌 것처럼 취급하는 사람들 보면
"님이나 잘 먹고 잘 사세요"하고 싶은 말
꾹 참느라 힘드네요 ㅠㅠ
이거 경험 안 해본 사람은 말로 전해 듣는것으로는 절대 이해 못합니다.
단순히 당장 먹고 쓸 돈 없는 궁핍으로 자살하는 사람은 잘 없습니다.
아이를 꼭 안고 사망한 상태라고 하는데 얼마나 사는게 고통스러웠으면 그런 선택을 했을런지...안타깝습니다.
눈물이 나려고 하네요.휴...
연체를 할 경우 아무리 낮은 이자율의 대출이나 빚이더라도 법정 최대이자율인 24.9%로 연체이자율이 올라갑니다.
여러분이 신한은행에서 빌리든, BC카드에서 빌리든, 토마토저축은행에서 빌리든, 명동의 사채업자에게서 빌리든... 연체하는 순간 최고 법정이자율로 치솟게 됩니다.
불과 5년 정도 전에는 이게 2/3였습니다. 즉 법정 최고이자율이 66.6%였죠.
너무 말도 안 되는 이자율이라서 50%(즉 49.9%)를 거쳐 1/3(즉 33.3%)를 지나 이제 25%(즉 24.9%)입니다.
과거 2/3가 이자율이던 시절에는 원금이 1천만원이든, 1억원이든 순식간에 빚이 불어났습니다.
1년 1.66배, 2년 2.76배, 3년 4.57배, 4년 8배, 5년 12.6배가 되지요...
원금 1천만원이 빚 8천만원이 되는데 4년 걸리고 5년이면 1억 2천 600만원이 됩니다.
원금 1억원이면 이것에 10배를 곱하면 되고요. 4년이면 1억원이 8억원이 되어 있지요...
이런 게 복리의 무서움입니다. 이자에 이자가 계속 붙으니까요.
능력 닿는 한 갚아가서 원금을 줄인다는 게 통하지 않을 수 있다는 거죠.
과거보다 낮아졌다고는 하지만 지금의 25% 이자율도 굉장히 무서운 겁니다.
너무나 높은 이자율로 인해서 최근 몇 년 사이 많이 낮아졌습니다만, 여전히 국제적으로도 굉장히 높은 이자율입니다.
한국이 들어가 있는 선진국 그룹에서 이런 이자율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가까운 일본이 10%가 안 될 겁니다. 그래서 일본의 사채업자들이 한국으로 몰려와서 대부업체들을 만든 거고요.
이들이 진출할 때는 이자율이 2/3, 즉 66.6%였기에 그들에겐 천국이었죠.
사실 10% 또는 15%가 넘는 이자율은 사람 죽으라는 거나 다름없습니다.
자칫하다간 노동을 해도 그 노동으로 인한 임금으로 빚의 이자조차 갚지 못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파산이나 채무 조정이 된다면 벗어날 수 있겠지만, 이것도 해당되는 사람이나 되지요. 절차 신청을 위해 비용이 들고 진짜 어려운 사람은 그러기도 어렵거든요.
이걸 또 악용해서 빚을 안 갚는데 쓰는 나쁜 사람도 존재하고요.
파산이나 채무 조정을 하려면 일정 수준의 갚을 능력을 보여줘야 합니다.
결국 빚으로 인해 생계가 어려운 사람보다 오히려 경제력이 있는데도 빚을 안 갚는 사람이 이 제도를 이용하기가 더 쉽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금융권은 그게 1금융이든 사채업자든 연체하는 순간, 법정 최고 이자율로 올라가며 사실상 사채업자와 모두 같아집니다.
정상적으로 직장 생활하기도 힘듭니다.
아침 9시 무렵, 하루 한 번씩 전화가 오고 안 받으면 난리나죠. 받으면 10~30분씩 통화해야 하는데 이 상태로 직장생활이 되기란 어렵죠.
빚을 지고 어떻게든 해결하려고 하다가 돌려막기라도 하면 전화오는 금융기관이 여러 곳이 되니까 사실상 전화받다가 하루가 다 가죠.
연체하기 시작하면 곧 집으로 찾아오고요.
과거에는 직장에도 찾아와서 난리를 피웠기에 더 문제였죠.
과거에는 빚 독촉이 지금보다도 더 심각했기 때문에 빚을 지고 직장생활을 하기란 어려웠죠.
빚 독촉에 시달리면 그들의 몰아붙임에 정상적인 판단을 하기 상당히 어렵습니다.
지금도 빚 독촉을 피하면 주민등록을 말소시켜 버리죠.
그러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나 다름없어서 정상적인 금융(통장), 의료, 통신(한국은 다른 나라와 달리 휴대폰이 자기 명의로 없으면 아무 것도 못하는 나라입니다.) 쪽에 문제가 생기며 직장 얻기가 더 어려워지죠.
과거에 66%가 넘던 높은 이자율 시기에는 빚을 가족, 친척, 친구가 갚아주거나 연대보증을 세워서 받아내는 제도가 기본이었습니다.
높은 이자율 탓에 혼자서는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죠.
그러나 주변에서 도와주기 어려울 경우에는, 여자는 몸으로 때우는 경우가 흔했고 남자는 장기까지 떼다 파는 경우가 나오는 거죠.
IMF 이후 실직한 가장이 자살하고 가정 해체가 빈발했던 이유 중 하나가 과거의 높은 이자율과 심한 독촉 시스템 때문이었습니다.
통장과 휴대폰 개설할 수 없게 되면 직장 다니는 것은 불가능해지고 아무런 희망이 보이지 않으니...
그나마 남은 가족이라도 살리려고 이혼하거나 죽으러 가는 거죠. 채무가 가족들 앞으로도 되어 있다면 동반 자살 밖에 보이는 게 없는 거고요.
세상에는 두 가지의 사람이 있죠.
빚이 있는 자와 빚이 없는 자.
빚이 없고 몸이 아프거나 정신적 문제가 있어 일을 할 수 없는 게 아니라면, 일을 해서 먹고 사는데는 현재 한국의 경제 상황상 문제될 게 업습니다.
그러나 노동을 해도 빚을 청산하기 어려운 상황이 아직 존재합니다.
법정 이자율을 다른 나라들 수준으로 10% 아래로 더 낮춰야 합니다. 노동으로 이자를 갚기 힘든 상황을 만들만큼 이자율이 높으면 안 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나서 재산이 있음에도 빚을 안 갚는 사람에 대한 문제도 풀어야 하고요. 금융권 채무보다 개인 채무를 이렇게 안 갚으면 피해자가 나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은 세상 어떤 나라보다 디지털화되어 있습니다.
통장, 휴대폰 없이는 일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주민등록 말소를 당하면 의료 혜택도 없어집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외국인 노동자 중 정당한 체류 허가를 받지 않은 사람들은 이런 걸 피해서 살고 있고 기업이 오히려 이런 사람들을 취업시키는데 적극적이고, 나라도 기업이 노동 인력 구하는 걸 생각해서 사실상 단속을 안 합니다.
또한 한국에서 살다가 해외로 이민간 동포들은 의료 혜택에 무임승차하죠.
빚을 연체하기 시작한 내국인은 한국에서 가장 최하등급의 인간이 됩니다.
당장은 힘들어도 노력해서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이 있으면 해결할 수가 있는데, 상당수의 채무자들은 그럴 상황이 안 되다보니 희망이 사라지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겁니다.
그리고 우리사회의 여러 구조가 그렇듯, 이런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거나 상담을 해주는 시스템은 너무 멀리 있고, 당장의 독촉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도록 하는 시스템은 당장 내 눈 앞에서 잘 작동하지요.
학교 폭력, 가정 폭력부터 군대내 괴롭힘 같은 것들도 그렇고요.
대체 왜 죽지?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어떤 상황에 내몰리기 시작하면 스스로의 힘으로 벗어나기란 쉬운 게 아닙니다.
저런 핏덩이들까지 데리고 죽고싶을
상황은 그런 현실이 닥치지 않으면 상상이나 델까요?
그렇다고 저런얘들까지 죽이면서
자살을 옹호하고 싶진 않습니다.
이런 상황까지 몰고가는 현실이 안타깝고
이런 상황을 막을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이
갖춰지길 바랄뿐입니다...
그 부모를 이해할 수 있다면 지금 글쓰신 분이 어머니 선택으로 이세상 사람이 아닐수도 있었습니다. 그랬다면 어머니를 이해한다고 쿨하게 가실수 있었을까요?
생명은 기본적으로 생존이 본능입니다. 자식이 비참한 미래를 경험하게 하지 않기 위해 살해하는건 사람만 가능한 짓일테죠.
인간으로서의 삶을 제대로 누리기 힘든데 그렇게까지 살고싶진 않네요.
1천만..
아니 몇백만에도 죽을 고민 하는 사람들 꽤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