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저는 사십오 년을 살았습니다.
2. 나이가 시간이 내게 남긴 흔적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던 십 대 무렵, 저는 시간이라는 것이 그저 무형의, 무한한 어떤 것이라는 생각만을 가지고 살았던 것 같습니다. 그런 것들을 하나하나 생각하며 살지 않았습니다. 저는 빨리 이십대가 되고 싶었습니다. 어른들이 쌓아 놓은 훈육이라는 담장을 어서 빨리 넘고 싶어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마치 학교의 수업시간에 몰래 학교 담을 넘고 싶어하는, 그런 욕망과 같았습니다. 일탈과 일상의 경계에서 저는 고민했지요. 쉽지 않은 삶이었습니다.
3. 그렇게 이십 대를 맞이했을 때, 비로소 담장 밖의 세상으로 나왔을 때, 저는 여전히 담장 안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군대를 다녀왔고, 수능시험을 다섯 번 보았으며 2년제를 포함 세 곳의 대학을 거쳐갔습니다. 두 곳은 자퇴를 했고, 이십 대 후반에 이르러서야 겨우 사년제 대학에 머무르게 되었습니다. 겨우.
4. 삼십 대는 절망의 시간이었습니다. 사회생활은 전무했고, 저는 여전히 학생의 신분에 머물렀습니다. 금전적인 어려움이 뒤따르기 시작했고, 저는 고민을 했습니다. 저의 꿈은 글을 쓰는 것이었고, 그 목표만을 갖고 지난 시간을 보내왔지만, 정말로 내가 글을 쓰면서 살 수 있을지 의심스러워지기 시작했습니다. 물질적으로, 정신적으로 궁핍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삼십 대를 버텼습니다. 삼십 대 후반, 석사를 마치고 박사를 등록해야 했지만 입학금이 없었고, 저보다 아홉 살이나 어린 대학원 선배이자 조교 선생님에게 입학금을 빌려야했습니다. 그리고 그 조교 선생님은 제가 어려울 때 많은 도움을 주었고, 지금은 제 아내가 되었습니다.
5. 사십 대. 저는 사십 대가 되었습니다. 지난 살아 온 날보다, 이제 앞으로 살아 갈 날이 더 짧아지는 시기가 온 것입니다. 아마도 저는 이제 인생의 변곡점에 서 있는 것은 아닌가, 고민을 합니다. 나이라는 것은, 결국 시간이 제게 남긴 생채기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제 저는 무엇을 하기에는 너무 늦은 시점에 머물러 있습니다. 새로운 무엇인가를 도전하고자 하지만, 결국 기존의 무엇인가가 저의 발목을 붙잡습니다.
6. 제 인생은 '늦음의 인생'이었습니다. 어린시절 몸이 아파 아홉살에 초등학교에 입핵했고, 그것은 제게 늘 불편한 핸디캡이었습니다. 대학도 늦게 입학했고, 군대도 늦게 입대했으며, 결혼도 늦게 했습니다.
7. 하지만 저는 문득 깨닫습니다.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라는 말을 저는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결국 시간의 흐름을 거부하려는 자기 합리화처럼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저는 이제 늙어가고, 그 늙어감을 감당하기로 했습니다. 이 시점에, 꼭 무엇인가를 새로 시작할 필요가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새로 시작하는 것이 아닌, 내가 좋아하는 것을 '다시' 시작하는 것이라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8. 늦으면, 늦었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뭔가를 새로 시작하고 싶지만, '늦었다'는 것이 발목을 잡게 되어 포기하게 된다면 그것은 결국 엔진이 멈춰버린 자동차처럼 '정체'되어 버리는 것이 아닐까요. 비록 느려도, 꾸역꾸역 조금씩 멈추지 않고 나아가면 언젠가는 목적지에 다가갈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내가 생각하는 목적지에 못 갈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정체되어 아예 갈 수 없다는 것이 정해진' 것보다는 훨씬 낫습니다.
9. 최근에 저는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삶이 너무도 힘겹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제가 사십 대의 삶을 거부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여전히 내가 십 대, 혹은 이십 대의 삶에 머무르고 싶어하는 것은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십 대와 이십 대의 관점에서 사십 대는 뭔가를 하기에는 너무 늦은 나이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제 사십 대의 삶을 살아보기로 했습니다. 그것이 비록 쉽지 않은 시기라면, 그리고 그것이 사십 대의 삶이라면 그것을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저의 삶을 살기로.
10. 요즘 이런저런 생각들이 많아졌습니다. 제 일을 즐기기 어려워졌습니다. 하루가 힘이 들었고, 그래서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뭔가 계기가 필요한 시점인 것 같습니다. 어버이 날이 다가와 본가에 올라와서, 문득 제 삶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모두는 아니겠지만, 사십 대는 뭐랄까 좀 외롭고 고독한 것 같습니다. 이렇게 찬란한 하루, 이런 글을 올려 죄송하고, 혹시 읽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클량의 모든 분들, 멋진 하루들을 보내셨으면 좋겠습니다. ^^
진솔하게 써주셔서 참 잘 읽었습니다.
결혼했다는 것은...
좋은 밤 되세요.
공감과 함께 부러움을 이글에 드려요^^
다시 가고 싶어도 쉽지 않네요.
들어가도 맞지않고 전 제 가족이 있지만 더 고독한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 글을 읽었습니다.
구구절절 맞는 말씀이라 생각합니다.
어디 들어가야 효도한다는 시집간 누나의 말이 오늘따라 가슴을 찌릅니다.
저도 작성자분처럼 받아들여야 하나 생각해보는 하루네요.
이젠 공부를 해도 아내눈치가 보이네요.
어쨌든 남 일 같지 않은 글이네요. 저한테도...
정신적으로 방황하던 20대 후반에 성경을 읽다가 문득 다가온 내면의 소리 덕분에 잘 버텨내며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지구를 거쳐간 사람 수만큼 각기 다른 인생들이 각자의 이유를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 거죠.
때로는 방법 없이 버텨내야 하는 시기도 있고, 때로는 예건하고 대비할 수 있는 것도 있고...
Up and Down을 계속하며 앞으로 나가는 것이 우리를 살아있다고 느끼게 하는 근원적인 힘이 아닐까 싶습니다.
살아 있는 한, 다를 것 없어 보이지만 미약하게나마 전진하는 하루하루가 모여,
몇 년 뒤에는 뭔가 이루고 변화하는 열매를 얻게 되시기를 기도합니다.
그저 화이팅 /ㅡ_ㅡ/;; 입니다.
이미 마음속에...!!
님께도, 제게도,,,,,,,,,,
공감이라는 말을 쓰고 싶습니다.
삶의 가장 큰 특징은 고유하다는 것입니다.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야하고 그럴 수 있는 권리가 있습니다.
사회적 기준보다 빠르다 느리다 라는 말 자체가 우리가 얼마나 사회에 길들여져 있는가를 나타내 주는 거겠죠.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삶의 본질은 그런 것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글쓴이 보다 몇살 많기는하지만 저나 친구들이나 아직도 철업는 애들같아서 인생에대해서 아직도 성찰이 부족한거 아닌가 느낌니다
그런 면에서분명 성공적인 삶을 살고 계십니다
사회 속의 사람은 의식.무의식적으로'상대적'인 시각을 갖기 마련이고
각기 처해진 여건에서
어떤 물적 정신적 대상을 놓고
누구에겐 '크고', 또 다른 이에겐 '작아 보이고'
혹시 주변?이 어지러울 때
유유상종이란 말을 잠시 따르기도 합니다
내가 어느 시간에 서 있느냐를 아는 것은 중요하며, 그 시간에 과거의 아쉬움을 생각하기보다 그 시간에 꼭 해야 할 일을 최선을 다해 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것만이 내게 주어진 시간 가운데 가장 좋은 의미를 만들어낼 수 있는 일일테니까요. 그리고 제게 있어서 이 시간에 할 가장 중요한 일은 조금은 조용한 가운데 나를 들여다 보는 것 입니다. 그토록 많은 관계들이 밖으로 향하다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안으로 향할 때 조금은 당황스러웠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고독한 순간을 조금은 더 즐기고 있네요. 그 고독이 조금 더 제가 살아갈 이유를 진지하게 생각케 하기도 했고요.
지금은 어린 시절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희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릴 때에 비하면 너무나도 적은 양의 희망이며 가능성 또한 적어진터라 어린 시절의 무한에 가까운 희망을 생각하면 우울해 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 양의 희망이 제게는 정말 소중합니다. 그게 없더라면 당장 눈 앞의 일들만을 처리하며 무의미에 가까운 삶을 살았을 것이니까요. 아마 매일 절망감에 살았을 겁니다. 비록 지금도 가진 것도 없고 삶도 팍팍하지만 아직도 전 할 수 있을거라는, 행복할 거라는 믿음이 있습니다. 그 믿음으로 이 시간을 충실히 보내려고 노력합니다. 법정 스님이 이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고독은 옆구리에 스치는 시장기 같은 것이라고요. 희망은 바로 아침, 점심, 저녁으로 반복적으로 올 시장기에 필요한 연료인 것 같습니다. 우리는 그것을 끊임없이 섭취하지 않으면 고독은 고립이 되고, 결국 죽음의 상태가 될 게 뻔합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우리의 나이에 제한된 희망을 찾아 섭취하여 계속 건강을 유지하는 일인 것 같습니다. 그것만이 비록 10대, 20대는 아니더라도 젊음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 아닐까 싶네요. 많은 클리앙 분들이 그러한 살아갈 이유를 계속 찾아서 섭취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다만 저는 늦는다는것이 오히려 제 삶의 가장 큰 원동력이 되어 왔습니다.
"남들보다 늦었기 때문에 지금 더 힘내야 한다..."
그래서 항상 이 악물며 살아왔구요.
그래서 늦게 시작한 인생단계별 과정들이 남들보다 더 좋은 성과를 남겼습니다.
언젠가 남들을 역전하는 순간이 올겁니다. 힘내세요.
그리고 더 중요한 건...
그 역전... 안하면 또 어떻습니까? ^^
어차피 다 늙어 사라질 우주의 먼지들이....
자리한켠엔 아까끓여먹은 자장그릇냄새가...
해가진지오랜데 티비는 꺼져있고
까만방에서 아이패드로 막 짚어대는
신디사이져 소리만 둥당거리고...
가치는 내가 만들어가는거지 하면서도
아무것도 하기싫은 화창한 날이었습니다.
울컥안할겁니다.
내일이면 또다시 출근이니까요.
그렇다면 연봉도 숫자에 불과하고
혈압도 숫자에 불과하죠.
글에서만 봐도 느껴지는 마음씨 따뜻한 아내분은 정말 부럽습니다 ^^
힘내시죠
럴 나이인가 싶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저도 다시 뭔가 새로운 동인이 필요해서 삶의 길을 약간은 틀어보고 있습니다.
먹고 살기가 싶지 않아 걱정도 앞섭니다만...여하튼.. 힘내세요~~~
쉽지 않을 일인거 같습니다.
좋은 글 공유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많은분들이 글쓰신분과 다르지 않을것 같습니다.
그것이 또한 삶의 고뇌일까 생각해 봅니다.
직접 격어보지 못한 부분은 역시나..
그런 나의 선택에 남의 잣대를 들이 대니 복잡해지는 거 같아요..
인생의 선택의 연속이라는거 자체가 중요한것 같습니다.. 결과는 결국 우주의 먼지이니까요..
2. 나이 설흔 여덟에 석사과정에 들어갔습니다. 직장다니면서 다닐 수 있는 특수대학원이나 교육대학원이 아닌 전업으로만 해야만 하는 전업대학원으로요.
3. 음악치료. 여자가 93%이고, 대부분은 음악전공자입니다만, 저는 비전공자이네요.
4. 부모가 늘 어렸을 때부터 결혼을 반대해왔네요. 그래서 24살부터 38까지 쉼 없이 있던 여친과 핑게지만 결혼도
하지 않다 대학원 다니면서 헤어지니 그 이후로는 완전 멀어지네요.
5. 여전히 결혼 못(?)하고 있습니다.
6. 글 쓴 이와 다르게 저는 박사과정 하지 않고 일을 하고 있습니다. 나름 부산에 중소기업 다니는 사람중엔
안정되게 살고 있어요.
7. 그런데 29개월동안 소개팅 19번 했는데, 전혀 안생기네요. 그나마 나이드니 유부녀만 꼬여요. ㅎㅎ
글 쓴 이는 승자십니다. 무려 9 살 어린 여친분이 학비를 빌려주고, 그런데 그 분이 대학원까지 다녔다니요?
저는 꿈도 못 꿀 일입니다. 나이가 들어서 하는 연애가 어떤지 아십니까? 일단 만날때가 없습니다.
그래서 소개로만 만나요. 소개로 만나니 나이 든 분들은 참 안타깝지만, 생기(?) 있는 경우가 매우 적습니다.
생기가 있으면 대체로 예의가 없어요.
8. 여기서 예의란 일주일 전에 정해진 약속시각을 하루 이틀 전에 바쁘거나, 만나고 집에 가면서 곧장
잠수타거나, 데이트 비용을 일방으로 다 부담하게 하거나, 뭐 그런 것들 이네요. 뭐 지내면서
생기도 있고, 데이트 비용도 잘 분담하거나, 부담안되게 하는 분도 있네요. 그런데 그 분들은 교회를
열심히 다니시네요. ㅎㅎ.
9. 글 쓴 분 다른 고민은 이해되지만, 결혼 부분은 승자이십니다. 그래도 나이 들어서 공부하고
고민하는건 너무 이해가 되어요. 혹시 이 글 보고 생각 있으시면 쪽지주셔요. 부산 오시면
제가 소주 한 잔 사드릴께요. ㅎㅎ
농담을 하자면 몸이 아프셔서 아홉살에 학교에 가셨지만 아홉살 어린 아내분을 얻었다면 나쁘지 않은거 같습니다ㅎㅎ
최근 인생이 고독하다고 느끼던 참이었는데 좋은글로 위로가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힘내십시오. 그래도, 미래를 함께할 가족이 있으시니....많이 이루어 놓으신 삶입니다.
두번 살수 없는 삶이기에 하고 싶은것 하며 즐겁게 살아가는게 최고라고 생각하며 삽니다.
그래서 사회적 책임감 같은것도 많이 내려놓고 현재 남은 젊음을 많이 즐기려고 하네요.
글쓰는 지금도 하와이 마우이섬에서 휴가를 즐기고 있습니다.
45년 후면 평균수명도 90세가 넘기 때문에.. 아직 절반 이상 사신건 아니라고 봅니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