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의 흐름대로 정리없이 주르륵 쓴거라 장황할 수 있습니다 ㅠㅠ
최근에 말로만 듣던 '중고나라론'을 당해봤는데, 진짜 신박하더군요
'사기죄'의 허점을 이용한건데, 택배거래를 통해 선입금을 받고 이차저차 이런저런 사정을 얘기하면서 최대한 지체를 시킨 후에 물건이 안온다는걸 알아챈 구매자가 조치를 취하려 하면 그제서야 환불해주는 거에요. 짧으면 하루지만, 길면 2주까지 늘어진 케이스도 있더군요. 진정서를 넣어서 수사진행중에도 환불해주면 사기죄 성립이 안되어버리니 더치트 이런데 올린 제보를 다 삭제해야 하고요.
왜 굳이 이런 방법을 쓰나 찾아보니 보통 급한 카드값 돌려막기나 도박(보통 EPL이 새벽에 있으니 돈 끌어서 배팅하고 따면 다음날 환불, 못따면 또 돌려막기)입니다.
제 경우는 컴퓨터 부품을 당했습니다. 시세보다 만원 싼 가격에 외진 지방에서 직거래, 택배거래시 배송비 판매자부담이었습니다. 티 안나게 살살 낚으려 머리쓴거죠.
거래시 절차는 일반적인 선입금 택배거래랑 똑같습니다. 가격 확인하고 계좌 확인하고 입금후 주소 불러주기. 나름 조심성 있게 한다고 더치트에 전화번호랑 계좌번호를 조회해 봤지만, 사례가 없다고 뜹니다. 안심하고 거래를 합니다.
이상함을 느낀건 그날 저녁부터였습니다. 우체국으로 보내준다는 사람이 편의점 택배로 보냈는데, 송장 사진이 이상합니다. 편의점 송장을 보면 가격란에 '선불 4000원' '착불 5000원' 이런 식으로 가격이 적혀있는데, 손가락이 이 부분을 가리고 있었거든요. 운임도 엄청 비쌌습니다.(사이트에서 조회해보니 1.5kg는 되어야 나오는 운임) 부품이 가벼운거라 아무리 꽁꽁 싸매도 1키로도 안될텐데, 사진 전체를 보여달라고 해서 보니까 착불입니다. 추궁하니까 '아 깜빡했네요' 하면서 착불 택배비를 제게 입금해줍니다.
뭔가 숨기는게 있다는 느낌이 들면서 뒷골이 서늘합니다. 판매자 전화번호로 중고나라 조회해보니 옷부터 시작해서 휴대폰에 메인보드에 만물상 수준으로 이것저것 팔고 있네요. 전부 다 시세보다 만원정도 저렴합니다.
혹시나 싶어서 판매자 이름으로 검색을 해 봅니다. 피해사례에 1년 전 글이 있네요? 거래 후 택배를 안보내고 전화기도 꺼버린답니다. 또다른 글도 나옵니다. 진정서를 쓰고 더치트에 올리니 그 사람이 연락와서 환불해 줄테니 더치트 삭제해 달라고 한다. 어떻게 해야하는가? 라는 질문입니다. 댓글은 경험상 환불해 주면 어쩔수 없이 삭제해 줘야 한다는 답변입니다. 이제서야 왜 더치트에서 조회가 되지 않았는지, 이름으로 조회하니까 왜 이런 글이 튀어나왔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남아있는 글은 환불을 해주지 않은 모양입니다.
거의 반쯤 확증이 들어 글 삭제하기 전에 거래 글, 그 사람이 올렸던 판매글, 피해사례랑 문자내용들을 모두 pdf 캡쳐해 둡니다. 그 와중에도 2017년에 구매한 하드를 판다는 글을 올렸는데, 댓글로 누가 'AS가 언제까진가요?'하는 물음에 '2022년까지입니다'라고 답변했다가 '그거 보증기간 3년짜린데요'라는 말에 판매글을 삭제해버리는 현장을 목격했습니다 ㅋㅋ
토트넘 경기가 있었던날 다음날 오후, 문자 한통이 옵니다. '판매자입니다. 물건 환불해 드려야 할 거 같아서 문자드립니다. 계좌 알려주시겠어요?' 나랑 거래를 했는데 계좌를 모른다고? 거기다 보냈다는 택배는 오고 있는데? 이게 중고나라론이구나! 여러 생각을 하면서 제 계좌를 불러주고, 칼같이 입금이 됩니다. 택배는 알아서 반송처리한다고 합니다. 저녁쯤이 되자 잘 오던 택배가 알아서 반송됩니다. 그리고 그 사람이 올렸던 글은 모두 삭제되고, 다른 중고나라 아이디에 동일한 연락처로 글이 올라옵니다. 또 다른 먹이를 찾는거죠.
결국 중고거래로 제 수중에 남은건 원래 부품을 사기로 했던 돈과 판매자가 준 착불택배비입니다. 당연히 더치트 등에는 깨끗하게 세탁되어있고요. 처음 당하는거라 이게 뭐지 싶다가도 어리석게도 '떼어먹혀서 신경쓰고 번거로운 절차를 안거쳐서 다행이다. 거기다 이자도 받았잖아?'는 생각도 드네요. 한번 당하고 나니까 한동안 택배거래는 눈길도 안가지 싶습니다. 여러분도 항상 택배거래는 주의하세요.
한번 당하고 나니까 직거래 물건만 찾게 되더라고요. 판매글 보고 지난글 조회만 해봐도 중고나라론이구나 하는 감도 옵니다.
미안하다 환불 늦어진다..시간 내서 은행간다..이틀 반인가 걸린거 같네요..
중고나라론이 그렇게 대중적이지는 않던 2016년에 한번 당해서 환불까지 2달 걸렸습니다.
본인이 사기라고 생각 안하기 때문에 본인 통장, 본인 명의 핸드폰 사용하는 특징이 있구요.
실제 가지고 있는걸로 하기 때문에 구매 전에 실매물 위에 날짜나 구매자 닉네임 써서 제품과 같이 인증해주는 그런 류의 인증은 다 해줍니다.
나중에 시간 끌때는 자기가 일하는 곳이라면서 명함 인증도 해주면서 안심시킵니다.
입금 받으면 경마, 경륜, 로또, 토토, 가상화폐 투자하고 따면 환불해주고, 잃으면 시간 끌면서 다른 투자처를 알아보거나 다른 피해자를 찾아서 수금(?)하더라구요.
대신 더치트에 기록남는거 엄청 꺼려합니다. 일단 더치트 등록된거 캡쳐해서 보내주고 환불 완료되면 지워준다고 하세요.
저는 경찰서 현판 앞에서 고소장 들고 인증샷 찍어서 보내줬더니 환불해주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