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sisain.co.kr/?mod=news&act=articleView&idxno=34344
20대 남자 현상이 존재하는 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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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분명한 점은 여기까지다. 이 현상의 원인은 고사하고 정체가 무엇인지부터가 뚜렷하지 않다. 젊은 보수 세대가 탄생하는 중인가? 페미니즘 물결에 대한 반작용인가? 여성혐오가 확산되는 사회심리 현상일까? 성별 권력관계가 이미 역전되었는데 사회가 그 현실을 못 따라가기 때문인가? 공정성에 유난히 민감한 ‘공정세대’가 등장했나? 입시와 취업 전쟁으로 이어지는 ‘시험 공화국’이 낳은 결과물일까? 저성장이 이 세대를 좌절시켰을까? 이제 주류가 된 386 세대에 대한 젊은 세대의 저항인가? 이도 저도 아니면 온라인에서 보이는 소수의 극단주의자가 그저 과대평가된 것일까? 지금까지 제기된 설명만 모아도 목록이 꼬리를 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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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전부 다 물어보기로 했다. 떠올릴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최대한 다 집어넣은 질문지를 짰다. <시사IN>과 한국리서치가 공동 기획한, 질문 숫자가 208개에 이르는 초대형 여론조사는 그렇게 탄생했다. 이런 방대한 조사는 전화로는 불가능하다. 질문 208개를 듣기 한참 전에 거의 모든 응답자의 인내심이 고갈될 것이다. 대안은 온라인에서 응답자들이 답변을 클릭하는 방식의 웹조사다. 문항이 방대해지더라도 응답률이 별로 떨어지지 않는다. 한국리서치는 웹조사용 패널 44만명을 확보하고 있다.
3월20일부터 3월22일까지 사흘 동안, 19세 이상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20대 여론을 정교하게 보기 위해, 20대(여론조사 단위로는 19~29세이나, 이 기사에서는 편의상 20대로 부른다) 응답자만 500명을 확보했다. 즉, 이번 조사의 응답자는 20대 남녀 500명, 그 외 연령대의 성인 남녀 500명이다. 전체 결과를 합산할 때는 연령별 가중치를 계산하여 인구 비례에 맞췄다. 조사 요청을 보낸 사람은 1만2385명, 조사에 참여한 사람은 1303명이다. 이 중 303명이 중도에 조사를 포기했고 1000명이 최종 응답했다. 조사 요청 대비 응답 비율은 8.1%, 조사 참여자 대비 응답 비율은 76.7%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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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남성은 여성 차별 문제를 가볍게 평가한다는 점에서는 특별하지 않다. 이 대목에서 20대 남성은 기성세대 남성과 일치한다. 20대 남성이 진정으로 특별한 집단이 되는 것은 남성 차별 문제를 무겁게 평가하기 때문이다. 차별받고 있다는 인식은 일관된 분노와 강한 결집력과 지치지 않는 지구력을 만들어낸다. 이것은 기성세대 남성에게서 찾기 어려운 인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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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남성은 페미니즘을, 그 어떤 긍정적인 표현(‘여성 지위 향상’)과도 연결시키지 않겠다고 단호하게 결심한 것처럼 보인다. 분석을 총괄한 한국리서치 정한울 연구위원은 이렇게 말했다. “반(反)페미니즘이랄까, 그런 인식이 강력하게 내재화되어서, 어떤 질문을 받더라도 그걸 기준으로 일관되게 답하는 집단이 20대 남성 중에 두드러져 보인다. 20대 남성의 응답이 튀는 젠더 관련 문항 거의 대부분은 이 집단이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 같다.” 이 집단에 젠더 문제는 거의 자동 스위치처럼 작동한다. 이를테면 20대 남자는 “지하철 임신부석은 비워둬야 한다”라는 문장에 반대하는 비율도 가장 높다(전체 평균 38.2%, 20대 남자 4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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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조사는 20대 남성 현상을 설명하는 다른 대안 몇몇을 기각했다. 20대 남성이 정치적으로 보수화되었다거나, 유난히 여성혐오 성향이 폭넓게 퍼졌다거나, 공정성에 대한 애착이 커서 작은 손해에도 민감하기 때문이라는 등의 설명이 제기된 바 있다. 이번 조사에서 이런 태도가 20대 남자의 유난스러운 특징이라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시장 개방에 대한 태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태도, 복지국가에 대한 태도 등 정치 성향을 보여주는 여러 질문에서 20대 남자는 정치적 보수화의 징후를 보여주지 않았다. 20대 남자들이 연애·결혼 시장에서 여성의 태도를 평가하는 관점은 기성세대 남성과 차이가 없다. 공정을 중시하는 것은 20대 남성 특유의 정서가 아니다. 이 정서는 전 세대·성별이 공유하고 있다. 20대 남성 여론이 유일하게 일관되고 뚜렷하게 차이를 보이는 분야는 젠더와 권력이 만나는 영역이었다. 20대 남성 현상의 특징은 젠더도 권력도 아니다. 둘의 결합이다. 둘 중 하나만 사라져도, 여론지형에서 20대 남성의 특수성이 따라서 사라진다.
이제 우리는 겨우 반환점을 돌았다. 남성 마이너리티 정체성이란 문제의 답이 아니다. 이것이야말로 문제 그 자체다. 기성세대에서 찾아볼 수 없는 이런 독특한 정체성이 어떻게 성립할 수 있었는지 설명해야 한다. 남성이 실제로 약자가 되었기 때문인가 그저 허위의식인가? 만약 남성이 실제로 약자가 되었다면, 그것은 재능과 노력에서 여성에게 뒤졌기 때문인가 부당한 권력이 작동해서인가? 만약 허위의식에 더 가깝다면, 그런 허위의식은 왜 어떤 경로로 이토록 공고하게 형성되었나? 젠더 권력 문제를 넘어서는 이 문제의 기원이 존재할까?
이런 질문들에 답하는 가설도 그동안 여럿 제시되었다. 우리는 같은 방법을 쓰기로 했다. 그냥 전부 물어봤다. 208개 문항 중 이번 기사에 등장하지 않은 나머지 대부분은 이 현상의 뿌리가 무엇인지를 더듬더듬 탐색하는 시도였다. 제605호에서 그 결과를 검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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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인트는 30대 남성도 현실인식은 딱히 다르지 않은데
어떤 문항에 대한 응답이 20대 남성의 일부 집단은 왜 이렇게 다른가입니다.
페미니즘은 여성 우월주의지만 여성의 지위를 향상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모순된 답변을 하는 집단이 생각하는 일관된 기준이 무엇인지는
시사인 이번 주 호에, 웹에는 다음 주에 공개될 듯 합니다.
사실은 한 문단 짜리 스포일러를 보고 기사를 찾아본 건데 그건 다음 주에 올릴 수 있겠습니다.
아마 선민의식 발동해서 교육이.더필요하다 지랄할껄요..ㅋㅋ
어떤 일베설은 오히려 기각합니다. 그리고 어떤 사람들은 일베만의 특징이 아닙니다.
그럴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게 해주는 내용이라 별로 놀랍지는 않습니다.
꽤 괜찮은 글인것 같고 같이 생각해 볼 만도 한데, 일단 젠더 문제를 다루면 거부반응 부터.....
거칠게 생각해보면 30대 이상에서는 여성이 경쟁 상대가 아니라서 여성 우대 정책에 별 감흥이 없는 것인지...
딱 답을 정해서 말하기보다는 모두 이리저리 숙고해볼 문제 같습니다
"입시와 취업 전쟁으로 이어지는 ‘시험 공화국’이 낳은 결과물일까?"
"남성이 실제로 약자가 되었기 때문인가 그저 허위의식인가?"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을 이번 주 가판대 다음 주 웹에서 볼 수 있을 듯 합니다.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24350
애초에 살아남을 수 없던.... 시사인....
다음 주에 웹에 올라오면 같이 공유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