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을 살리는 재생종이 http://www.green-paper.org
환경 운동의 일환으로 재생지를 사용하자는 운동이 꽤 오래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숲을 살리는 재생종이' 웹사이트도 그 일환입니다. 들어가 보시면 재생지 관련한 정보를 다양하게 제공하며, 웹사이트에서 재생지를 직접 주문할 수도 있습니다.
가격은 재생 복사지 한 박스 2,500매에 19,000원이고 두 박스부터 주문 가능한데, 두 박스를 주문하면 38,000원에 배송비 4천원 해서 42,000원입니다. 단가를 따져보면 100장당 840원입니다. 나름 저렴한 가격이라고 할 수 있으니 관심있으신 분들은 주문해보셔도 될 것 같습니다.
물론 일반 복사용지는 다나와 최저가 600원(100장) 이하의 제품들이 여럿 있고, 배송비 무료이므로 재생복사지가 일반 복사지보다 40% 정도 더 비싼 셈입니다. '숲을 살리는 재생종이' 사이트에서도 가격 문제를 염두에 두었는지, 아직 재생지가 좀 비싸긴 하지만, 이는 규모의 경제 문제로서 재생지 생산규모가 늘어나면 더 싸진 것이라고 말합니다. 재생복사지 생산이 활발한 독일에서는 재생복사지가 일반복사지보다 더 싸다는 점을 제시하면서요. (제가 독일 아마존에서 검색해 본 바로는 더 싸지는 않았습니다만)
아무튼 큰 문제는 아닙니다. 품질면에서 재생복사지가 일반 복사지보다는 조금 떨어지긴 하지만 사용하는 데 큰 문제는 없고, 그 당위성에 대해서 동의만 한다면 40% 정도 추가 비용 부담은 감수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다만 "규모의 경제 때문에 더 비싸다, 더 생산량이 많아지면 싸진다." 라는 부분에 대해서는 좀 부연 설명이 필요하겠습니다.
사실, 한국은 이미 활발하게 재생지를 생산하고 있고, 그 생산량도 대단히 많습니다. 펄프 중 재생펄프 비율 100%인 갱지나 신문용지들이 바로 그렇죠. 저가형 코믹스들의 종이로 많이 쓰이는 만화용 중질지도 재생지입니다. 재생펄프 100%만으로는 종이 품질 충족이 어렵기 때문에 서적용으로 쓰기 위해서는 그냥 펄프와 재생펄프를 적당히 섞어서 좀 싼 종이를 만들기도 합니다.
서적용으로 많이 쓰이는 용지 중 이라이트지는 일반 화학 펄프지인 반면, 같은 회사의 그린라이트지는 재생 펄프를 일부 섞은 종이입니다. 그래서 '그린'이란 표현이 들어갔습니다. 두 용지의 가격은 국전지 80g 한 연 고시가 기준으로 이라이트 39,090원, 그린라이트 39,090원입니다. 정확히 같은 가격입니다.
한국에서 쓰이는 각종 종이 중 중질지 이하의 제품은 재생지(100% 또는 재생 펄프 일부 함유)를 많이 쓰고, 백상지(상질지) 이상의 제품은 거의 재생지를 쓰지 않습니다. 위에 언급한 그린라이트 등 벌키한(외국어 죄송) 느낌의 보급형 서적지들은 중질지와 백상지 사이 등급의 제품이라 보면 되겠습니다.
아무튼 오랫동안 여러 용도로 재생지와 일반지 그리고 적당히 섞은 종이들이 시장에서 광범위하게 쓰이면서 이제는 어느 정도 결론이 났다고 봐도 되겠는데요. 같은 수준의 품질(종이 등급)끼리 비교할 때 재생지가 일반지보다 더 싼 경우는 없습니다. 위에서 이라이트와 그린라이트를 비교했는데 두 종이의 가격이 같지만, 사실 종이 품질은 미세하게나마 이라이트가 더 좋습니다. 그린라이트는 재생지 특유의 잿빛이 연하게 깔려서 색감 면에서도 약간 떨어집니다.
'숲을 살리는 재생종이' 웹사이트에서는 재생지를 많이 생산하면 규모의 경제에 힘입어 일반지보다 더 싸진다고 자신합니다만, 그렇게 자신할 만한 근거는 없습니다. 이제까지 그랬던 적이 없기도 하고요. 그린라이트가 이라이트보다 다만 몇 퍼센트라도 싸든가 혹은 같은 가격에 이라이트보다 품질이 좋든가 했다면 굳이 누가 쓰라고 운동 안 해도 모든 출판사들이 앞 다투어 쓸 겁니다만, 실제로는 이라이트 사용량이 압도적입니다.
한 가지 더. 한국에서 서적에 쓰이는 재생지 중 그나마 제일 높게 평가되는 그린라이트지만, 재생펄프 함유량은 20% 정도입니다. 겨우 20% 밖에 안 돼서 일반적인 재생지 기준(40%)에는 들어가지 못합니다. 그린라이트의 재생펄프 함량을 40%로 올린다면 두 가지 선택지가 있습니다.
1. 종이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더 많은 공정을 거치고 에너지를 소모한다 (=이라이트보다 더 비싸짐)
2. 기존 가격을 유지하는 선에서 최대한 재생펄프 비율만 올린다 (=품질이 더 나빠짐=이라이트와 격차가 커짐)
어느 쪽도 반갑지 않죠.
현재의 재생지에 관련된 품질, 비용, 자원, 에너지 간의 방정식에는 그다지 빠져나갈 구멍이 없습니다. 재생지의 친환경성을 주장하는 쪽에서는 흔히 "일반 펄프 종이에 비해 재생지는 40%의 에너지를 덜 소모한다"는 식의 이야기를 합니다. 이 문장 자체는 사실일 것입니다. 여기에 품질에 대한 함수 추가하지 않는다면요. '같은 품질'이라는 조건을 붙인 다면 위의 주장은 성립하지 않습니다.
만약 그것이 가능했다면, 즉 재생 펄프를 40% 이상 사용해서 기존 서적지(ex: 80g 미색백상지)와 품질이 동등한 재생 서적지를 만드는 데 오히려 비용(=자원, 에너지)이 덜 소모된다면, 현재 한국의 모든 제지업체가 그런 종이를 만들고 있을 겁니다. 만약 같은 품질의 재생 서적지가 단 5%라도 일반 서적지보다 더 싸다면 모든 출판사가 그 종이를 사용할 겁니다. 현재 한국의 제지업체들은 국제 펄프가 인상 때문에 상당히 괴로운 시기입니다. 재생펄프를 사용해서 '같은 품질로 더 싸게' 만들 수 있다면, 만사를 제쳐놓고 뛰어들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에서 비싼 가격 혹은 낮은 품질을 감수하고 재생지를 쓰는 것은 개인의 자유입니다. 하지만 '규모의 경제'는 아닙니다. 같은 품질, 같은 등급의 종이에서 재생지가 일반지보다 더 싸지는 일은 적어도 아직 까지는 발생한 적 없습니다.
한 가지 더.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비싼 가격을 감수한다"
라는 명제에 대해서는 재검토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현대 산업 사회에서 '더 비싼 가격'은 '더 많은 자원과 에너지 소모'입니다. 무슨 특허로 보호되는 아이디어 상품 같은 것이 아닌 이상 가격은 결국 투입된 자원과 에너지에 비례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지 않아서, 초기 단계이고 소규모라서 비싼 거다?
얼핏 맞는 말 같지만 의미 없는 말입니다. 결국 단위 제품당 소모한 자원과 에너지가 더 많기 때문에 비싸진 거니까요. 위에서 '같은 품질에서 일반지보다 재생지보다 더 싸지는 일은 없다'라고 얘기했는데요. 이는 돌려 말하면 '재생지가 에너지와 자원을 더 많이 소모한다'는 뜻입니다. 아니라고요? 재생지가 자원과 에너지를 덜 소모한다고요? 네 그럴 수도 있죠. 품질을 양보하면요.
종이에 국한된 얘기가 아닙니다.
이 논리는 플라스틱과 재생플라스틱에도 적용됩니다.
다른 어떤 OOO와 재생OOO 조합에도 모두 적용됩니다.
현대 산업 사회에서 더 비싼 상품은 더 많은 자원과 에너지를 소모하여 제조된 상품이라는 뜻입니다. 그러므로 '더 비싼 친환경 제품'이란 표현은 성립하지 않습니다. '환경을 위해 비싼 가격을 감수'한다는 개념도 성립하지 않습니다. 친환경 제품 생산자들은 양심적인 사업자라서 일반 상품 보다 마진을 더 적게 가져간다고 가정한다면 더욱 그렇습니다.
'품질이 낮으면서 더 싼 친환경 제품'은 가능합니다.
정말 친환경을 기준으로 삼는 다면, 가격이 같거나 좀 비싼 친환경 제품이 아닌, 낮은 품질의 더 싼 제품을 선택해야 합니다.
그리고 낮은 품질의 더 싼 제품은 굳이 '친환경' 마크 안 붙여도 고가/고품질 제품 보다 더 친환경일 것입니다.
그런데 형광물질이 그렇게 나쁠까요? 우리가 매일입는 면재질에서 나오는 형광물질은 생각도 안하는데
친환경적으로 대량의 에너지를 저렴하게 얻는 방법부터 있어야 할듯
예전 이미지눈 계속 숲을 밀어버린다는 이미지였는뎅..
그리고 재활용 자체는 멈출수가 없는게
에너지눈 소비하면 그만인데
쓰레기를 처리해야하는 물리적 공간이 부족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