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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공원

[스압] 전직 MS 직원의 빌게이츠와의 일화 17

4
2019-03-28 15:07:11 175.♡.26.8
nosimuro

 이 이야기는 전 MS 직원이었던 조엘 스폴스키가 빌 게이츠가 완전히 은퇴하던 2008년 빌 게이츠에 대한 자신의 기억을 쓴 것이다.



 1991년 대학을 졸업한 뒤 나는 MS의 엑셀 팀에서 일하게 되었다. 내 직책은 프로그램 매니저였다. 내가 할 일은 새로운 프로그래밍 시스템을 만들어서 유저들이 엑셀을 자동화 할 수 있게 하는 것이었다. 나는 이 기능에 대한 세부사항을 수백 페이지 분량의 문서로 작성하였다.


 그 시절 MS에서는 우리가 BillG 리뷰라고 부르는 것이 행해지고 있었는데, 이는 빌 게이츠 스스로 주요 신기능에 대해 이것저것 검토해보는 것이었다. 그 시절 빌 게이츠는 이미 유명인이었고 세계에서 가장 부자인 사람으로 불리고 있었다. 내 BillG 리뷰 전날 나는 그에게 내 문서 사본을 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 그걸 인쇄하는데 프린터 용지함 하나 분량이 다 소모됐다.


 일단 문서를 인쇄해서 보낸 뒤 나는 여전히 손볼 필요가 있는 수많은 디테일 중 하나를 꼽기로 했다. 그것은 엑셀의 내부 날짜 및 시간 함수가 베이직의 것과 호환되는지 하는 것이었다. 우리가 베이직을 엑셀의 프로그래밍 언어로 쓰기로 했기 때문이다.


 다음날-1992년 6월 30일- 우리는 회의실에 모였다. 그 시절 MS는 지금보다 훨씬 덜 관료적이었다. 오늘날 11 혹은 12계층이나 되는 관리구조 대신 나는 마이크 콘테에게 보고했는데, 그는 크리스 그레이엄에게 보고했고, 그는 피트 히긴스에게, 그리고 마이크 메이플을 거쳐 빌에게 올라갔다. 하부부터 최상위까지 6층 밖에 없었다. 우리는 그때 8계층의 관리구조를 가진 제너럴 모터스 같은 회사를 조롱하곤 했다.


 그러니 이 일에 관여된 모든 책임자들이 그 방에 있었던 것이다. 거의 사촌지간이나 진배 없는 사이였다. 물론 우리 팀에서도 한명 왔다. 그의 역할은 빌이 얼마나 Fuck을 많이 말하는지 세는 것이었다. F 카운터가 적을수록 더 잘했다는 의미이다.


 빌이 들어왔다. 나는 그가 두 다리, 두 팔, 머리 하나를 갖고 있다는 게 참 신기하다고 생각했다. 거의 보통 인류와 똑같이 생겼던 것이다. 그리고 그가 내 문서를 손에 들고 있었다.


 그가 내 문서를 손에 들고 있다고!


 그는 내가 모르는 중역 한명과 내가 이해할 수 없는 농담을 주고받았다. 몇명이 웃었다. 그리고 빌이 나에게 돌아섰다. 나는 문서 여백에 코멘트들이 적혀있다는 걸 눈치챘다.


 그가 첫 페이지부터 읽었어!


 읽은 게 다가 아니라 여백에다가 필기까지 해놨던 것이다. 우리가 겨우 24시간 전에 보냈음을 생각하면 그가 전날 밤에나 봤을 게 분명하다.


 그가 질문을 시작했고 나는 대답했다. 처음엔 상당히 쉬운 질문부터 시작했지만, 그게 어떤 것이었는진 기억나지 않는다. 그가 페이지를 휙휙 넘기면서 질문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그가 내 문서를 넘겨보고 있어!(진정해! 초딩이야?) 그리고 모든 여백에 노트가 적혀있잖아! 모든 페이지에! 저걸 다 읽었단 말야?!


 대화가 진행되면서 빌의 질문은 점점 어려워지고 디테일해졌다. 그리고 약간 랜덤성도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신경쓰지 않았다. 지금까지는 나는 빌을 친구 같은 존재라고 생각했다. 내 문서를 읽어준 좋은 사람 말이다. 내 머리속에선 내가 어떻게 그의 질문에 그렇게 빨리 대답할 수 있는지 생각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결정적인 질문이 왔다. "그런데 당신들" 빌이 말했다. "이 모든 걸 어떻게 쓰는지 모두 아는 사람 있나? 가령, 그 많은 날짜와 시간 함수들 말야. 엑셀엔 많은 날짜/시간 함수가 있지. 베이직 기능에서도 같은 함수가 들어가나? 완전히 똑같이 작동하고?"


 이것이 바로 내가 어제 하루를 할애하면서 조사했던 그 질문이었다. 그리고 내가 알아낸 것은 거기 모순이 있다는 것이었다. 엑셀과 베이직 모두 각 날짜는 정해진 숫자코드가 있다. 1992년 어떤 날을 살펴봐도 양쪽은 동일했다. 하지만 19세기로 날짜를 돌려보면 엑셀과 베이직은 한자리 차이가 나는 것이었다. 어?


 나를 도와줄 수 있을 것 같았던 사람은 엑셀의 오랜 프로그래머였던 에드 프라이스였다. 그는 물고기가 헤엄치는 스크린세이버를 만든 사람으로도 유명했다. 나는 에드와 거의 만난 적이 없었지만 금요일 오후 언제나 그가 내 사무실 밖 복도에 있는 미니어쳐 골프를 하는 걸 봐왔다.


 "1900년 2월 28일로 가봐." 그가 말했다.


 그 날짜의 엑셀 코드는 59였다.


 "이제 3월 1일로"


 숫자는 61이었다.


 "60은 어디로 갔지?" 에드가 물었다.


 "2월 29일이야!" 나는 자신있게 말했다. "1900년은 윤년이었어!"


 "1900년은 윤년이 아냐." 에드는 그렇게 답한 뒤 내가 이 문제에 대해 좀 더 생각하게 했다. 에드의 조언에 따라 내가 알아낸 것은 로터스의 프로그래머들이 그 날짜가 수학적 문제를 발생시키기 때문에 1900년을 무시하기로 했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아무도 현재보다 90년이나 전의 날짜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신경쓰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리고 엑셀을 만든 사람들 또한 그러했고 똑같은 버그를 엑셀에서도 발생시킨 것이었다. 하지만 베이직을 만든 사람들은 같은 문제에 봉착했을 때 내부 캘린더 날짜를 하루 당김으로써 해결하려고 했다. 그렇게 베이직은 제대로된 날짜 시스템을 갖게 되었지만 다른 프로그램들과 문제를 일으키지도 않았다. 베이직이 하루 먼저 날짜를 세기 때문에 1900년 3월 1일의 베이직 내부 날짜 또한 61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부터는 엑셀과 완전히 일치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둘의 시간과 날짜 함수가 호환된다고 해야하는 것인가?


 "그렇습니다." 빌에게 대답했다. "날짜는 완전히 동일합니다. 1900년 1월과 2월만 제외하고요."


 침묵이 흘렀다. F 카운터와 내 상관은 놀란듯한 눈빛을 교환했다. 어떻게 그런 걸 알고있지? 하는 눈빛이었다.


 "OK. 좋아, 잘 했네." 빌이 말했다. 그는 그의 노트가 적인 내 문서 사본을 들어올렸다. 잠깐만!! 그거 저 주고가요!...그리고 나가버렸다.


 "4번이야." F 카운터가 발표됐다. 다른 누군가가 말했다. "우와, 이건 내가 본 것 중 가장 적은 횟수야. 빌이 나이 먹으면서 부드러워진 건가?" 당시 그는 36세였다. 이후 나는 이 상황에 대한 정확한 해석을 얻을 수 있었다. "빌은 사실 너의 문서같은 걸 보고싶어 하는 게 아냐." 동료가 말했다. "그는 단지 자네가 모든 상황을 통제하고 있는지 알고싶은 거지. 그의 방법은 네가 더이상 모른다고 시인할 때까지 점점 어려운 질문을 하는거야. 그리고 네가 미진하다는 걸 알고서야 그만두지. 아무도 그의 질문을 마지막까지 답했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몰랐어. 그런 일은 일어난 적이 없거든."


 내가 그걸 해냈단 말인가? 빌 게이츠는 놀랍도록 기술적인 사람이었고, 그는 MS의 소프트웨어에 대해 그걸 직접 만드는 사람보다 더 자세히 알고 있었다. 그는 수많은 변수들과 COM 오브젝트, IDispatch를 이해하고 있었고 왜 Automation이 vtables와 다른지도 알았다. 그는 시간/날짜 함수에 대해 신경쓰고 있었던 것이다. 프로그램을 만드는 사람들을 믿었다면 그렇게 간섭하지 않았겠지만, 빌 본인도 프로그래머이기 때문에 그에게 한순간이라도 거짓말을 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그는 진정한, 진짜 프로그래머이기 때문이다.


 프로그래머가 아닌 사람들이 소프트웨어 회사를 경영하려 하는 것은 서핑할 줄 모르는 사람이 서핑 하려고 하는 것과 같다. 아무리 그가 해변가에 훌륭한 서핑 강사를 두고있다고 해도 그는 계속 보드에서 바다로 빠질 것이다. MBA 문화는 사람들이 자기가 이해하지 못 하는 조직을 경영할 수 있다고 믿게 만든다. 하지만 많은 경우 그렇지 못하다.


 물론 시간이 흐르면서 MS는 거대해졌고 빌은 너무 지나치게 나아갔다. MS의 전략은 미국 정부와 충돌하기도 했다. 스티브 발머-그는 프로그래머가 아니다-가 CEO 직을 넘겨받았을 때, 이론상으로 이 덕분에 빌이 자기가 잘 하는 것(프로그래머를 관리하는 것)에 더 집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것조차 11계층이나 되는 관리구조에서 오는 문제를 고칠 수는 없었다. 끝없는 회의와 뭘 만들든 간에 완고하게 이래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들 말이다. 무료 웹브라우저 하나를 출시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R&D 비용과 법무비용이 들었으며, 명성의 하락을 겪어야 했을까?


 세상은 움직이는 법이고, 이달 빌은 공식적으로 그가 창립한 회사의 풀타임 직에서 퇴직했다. 그가 여전히 회장이긴 하지만 말이다. 내 옛날 부서도 바뀌었다. '엑셀 베이직'은 이제 '마이크로소프트 엑셀을 위한 마이크로소프트 비주얼 베이직 응용' 부서로 바뀌어서 수많은 TM과 R이 붙게 되었다. 사실 TM과 R을 어디 붙여야 되는지도 잘 모르겠다. 나는 1994년 회사를 그만뒀다. 이제 나는 내 회사를 꾸리면서 빌과 같은 식으로 리뷰를 하고 있다. 물론 절대 빌 만큼 잘 하지는 못 하지만 말이다.


 그리고 나는 빌이 나를 완전히 잊었을 거라 생각했다. 군중 속의 한명에 불과하게 말이다. 그가 월스트리트 저널과 한 인터뷰를 보기 전까진 말이다. 그는 거의 지나가는 듯한 말투로, 어떤 훌륭한 엑셀 프로그램 매니저의 후임자를 찾는 게 얼마나 어려웠는지 말했다.


 그게 나를 얘기하는 걸까? 에이 설마, 다른 사람일 거야.




조엘 스폴스키는 Fog Creek Software의 CEO이며 유명한 블로그 Joel on Software를 운영하고 있다.




원문 출처

https://www.inc.com/magazine/20080701/how-hard-could-it-be-glory-days.html


번역 출처

http://eggry.egloos.com/m/3762248

nosimuro 님의 게시글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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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17]
Yarra
IP 218.♡.56.132
03-28 2019-03-28 15:08:30
·
WTFs/sec가 실제로 쓰이는 곳이었군요 마소는 ㅠㅠ
그러함
IP 203.♡.179.184
03-28 2019-03-28 15:11:37
·
스폴스키
하얀빵떡
IP 58.♡.61.214
03-28 2019-03-28 15:13:15
·
Stack Overflow
샤아
IP 223.♡.21.118
03-28 2019-03-28 15:13:32
·
재미있네요.

CEO가 회사일을 얼마나 잘 알고 모르냐가 사기에 미치는 영향이 참 큰데...

잘 모르면서 소리만 지르는 사람이 훨씬 많네요 ㅎㅎ
rayuni
IP 222.♡.90.93
03-28 2019-03-28 15:13:40
·
조엘 책은 많이 읽어봤어요!
name21
IP 203.♡.179.176
03-28 2019-03-28 15:13:54
·
헐 일화 주인공이 조엘 스폴스키였군요
PSPuser
IP 39.♡.19.85
03-28 2019-03-28 15:15:04
·
빌이 내 문서를 읽었어!
MS! MS! MS!
니파
IP 121.♡.196.31
03-28 2019-03-28 15:15:23
·
조엘 스폴스키 책 재밌어요~
RoundWon
IP 223.♡.34.173
03-28 2019-03-28 15:17:08 / 수정일: 2019-03-28 15:22:47
·
원문 출처가 맞나요?
비슷한걸 찾긴했는데 중간에 빠진 부분이 들어가 있습니다. https://www.joelonsoftware.com/2006/06/16/my-first-billg-review/
삭제 되었습니다.
memory
IP 24.♡.157.60
03-28 2019-03-28 15:18:01
·
재미는 있는데 결국 자기자랑 글같은데...
andre518
IP 211.♡.48.120
03-28 2019-03-28 15:28:33
·
@memory님‍ 조엘 스폴스키면 저 정도 자랑은 극도의 겸손이죠.
카미
IP 49.♡.151.164
03-28 2019-03-28 18:09:33
·
같은 생각을 하긴 했는데 조엘이라면 다릅니다 입으로 떠드는 사람중에 잘하는 사람없다지만 조엘은 전세계에서 인정받는 급이라..
memory
IP 146.♡.122.229
03-29 2019-03-29 06:42:16
·
@님 아 그렇군요.
삭제 되었습니다.
모히또1m
IP 223.♡.202.224
03-28 2019-03-28 15:20:07
·
엑셀의 이 날짜 오류 때문에 고생했던개 생각 나네요..

scramble
IP 222.♡.34.117
03-28 2019-03-28 15:22:58
·
저런 거 만큼은 아니지만 SK C&C에 있던 사람 하나가, 퇴근하고나서 다음날 아침에 두꺼운 매뉴얼 하나를 소화하고 온 걸 본적이 있어요.
연봉 많이 받는 굇수들은 달라도 뭐가 다르구나 싶었더라는..

이따금 대입 시험이 지식분량이 아니라 공부하는 능력을 테스트한다라는 말이 이해되기도 합니다.
andre518
IP 211.♡.48.120
03-28 2019-03-28 15:27:27
·
얘는 누구야 했는데... 조엘 스폴스키?? 진짜???!!!!
만랩 개발자 조엘 스폴스키가 만랩 개발자 빌게이츠랑 만난 내용이네요.
스물
IP 39.♡.54.135
03-28 2019-03-28 15:41:00
·
미괄식이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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