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끝까지 스포입니다.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신작 '살인마 잭의 집'은 관객을 가지고 노는 것 같습니다. 물론 기분이 나쁜 건 아니고, 내가 지금부터 너를 우롱할건데 게임에 참여해 볼래? 이런 느낌입니다. 칸 영화제에서 많이들 중간에 나갔다고 하는데, 아마 이런 게임 자체가 싫었던 것 같네요.
살인이 총 다섯 에피소드에서 나오는데, 첫 번째 에피소드에서는 희생자 여자가 살인마 잭을 처음부터 끝까지 귀찮게하죠. 심지어 잭은 죽일 생각도 없었는데, 차가 고장난 여자가 무리하게 잭에게 이런저런 부탁을 하고 안해도 될 소리 하다가 잭으로 얼굴을 맞아 죽습니다. 여기서 게임은, '여자가 죽어도 싸다'라고 1초라도 생각하면 관객이 지는 게임이네요ㅋㅋ
두 번째 에피소드도 마찬가지... 잭이 정말 엉성하기 짝이 없게 외판원 흉내를 내는데 돈에 눈이 먼 여자가 문을 열어줍니다... 여기서도 여자가 똑똑했으면 안 죽었지, 라고 생각하면 관객이 지는 게임...
마지막 에피소드는 제일 끔찍하네요. 남자 대여섯명이 잭의 냉동 창고에 끌려오는데, 처음에는 흑인 군인이 기지를 발휘해서 시간을 끄는 듯 하지만... 잭이 새 총알을 구하러 다녀왔으나 대여섯명의 남자는 그대로 묶여있네요. 감독이 치사한게, 일부러 바닥에 떨어진 날카로운 물체를 보여줌... 당연히 잭이 없는 사이 주워서 탈출했으리라고 기대하게 만들고는, 고분고분 묶여있는 걸 또 보게 만듭니다. 이 에피소드도 왜 남자 대여섯명, 그것도 한 명은 군인인데 잭에게 저항하지 않지? 라고 생각하면 감독에게 말리는 겁니다. 마지막 에피소드는 대놓고 아우슈비츠의 패러디이고,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유대인들은 아우슈비츠에서 왜 독일군에게 저항하지 않았지? 라고 생각하는 것과 정확히 같아지니까요.
에필로그도 비슷한 게 많구요... 한마디로 감독이 끊임없이 관객으로 하여금 하면 안되는 생각을 하도록 유인하는 영화네요. 이게 불쾌하다면 아주 불쾌할 수도 있겠구요, 게임이라고 생각하면 흥미로울 수도 있다고 봅니다.
10년 전쯤에 라스 폰 트리에가 인터뷰에서 했던 말이 기억나네요. 자기는 자기가 절대로 받아들이지 않을 신념을 관객에게 설득하는 것이 재미있다고... 아무튼 흥미로운 감독입니다.
원래 심적으로 아주 불쾌한 영화 만드는데 천재적인 감독이죠
예술을 살인에 비유하고, 처음에는 어설펐지만, 점점 능숙해지고 작가의 세계, 집을 만들었다는 이야기로 봤습니다.
하필 왜 살인에 비유했을까, 자극으로 관심 끌기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피해자는 살인을 유도하는 듯한데, 그게 나를 예술로 만들어줘, 하는 피사체의 예술 욕망에 끌렸다는 이야기로 보였고요.
한마디로 요약하면 '늙은 감독의 예술 장광설'
와... 진짜 이렇게까지 하는거냐라는 생각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