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곧 8년차 들어가는 인도네시아에서 살고 있는 사람입니다.
저보다 더 오래 해외 생활하신 분들 많으실 텐데 이런 조언 하는게 좀 우숩게 보일 것 같아서 글쓰기가 고민되긴 하지만
제가 그랬던 것 처럼 장미빛을 가지고 준비하고 포기하고 반복하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좀 내려놓고 고민하실 수 있도록 도움을 드리고 싶어 글을 씁니다.
출장으로 3년쯤 왔다갔다 하다가 현지 한국 회사에 취업하고, 그 회사 투자자에게서 투자 받아서 사업하다가, 좋은 기회로 현지 회사로 옮긴지 1년정도 되었습니다.
편협하게 느낀 "부정적인 부분"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제 지식은 동남아 한정입니다. :)
해외에서 사업하실 분이 아니라 취업이민이나 거주를 생각하신다면... (사업은 전혀 다른 이야기니까요)
1. 해외 거주/취업은 탈출구가 아닙니다.
헬(?)조선을 탈출하자라고 생각하시는데, 해외거주/취업은 도전의 기회로 삼으셔야지 탈출할 수 있는 출구가 되지 못합니다.
외국에서 자국어 못하는 외국인을 채용하고자 하는 경우는 대부분 기술중심 인력 혹은 한국과의 다리 역활인데, 기술의 경우는 최소한 한국에서 인정받는 정도(최소한 취업가능하거나 해당업무 경험이 있어야)+외국어(현지어 혹은 최소 영어)가 되어야 하고, 한국과의 다리 역활은 한국에서 경험이나 인맥이 필요한 경우가 대부분 입니다.
아니면 한국인이 운영하는 회사에 취직하는 거죠. 그러면 외국에 산다 뿐이지 생활은 수준은 비슷하거나 떨어지고, 삶의 질은 후퇴합니다. (제가 사는 나라 기준으로 사업주의 마인드가 대부분 90년대 후반 정도 수준입니다. 정말 답없는 경우 많이 봅니다.)
2. 출장/여행 vs 거주/취업 은 그냥 다른 나라라고 보셔도 됩니다.
"여행을 가 봤는데 느낌이 좋아서... 여행/출장을 자주 가서 어느 정도 그 나라 이해하니까... 출장다니면서 쌓은 인맥도 탄탄하고..."
여행은 돈 쓰러 오시는거고, 취업은 돈벌러 오시는거니까 비교가 안됩니다. (은퇴이민으로 돈 들고 오시면 여행과 같은 기분 느끼실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경우는 "놀이공원에 놀러가는 것과 놀이공원에 취직해서 일하는 것" 보다 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출장하면서 생긴 인맥은 본인이 원래 있던 그 회사에서 그 일을 할 때 도움이 되는거지, 그 회사에서 퇴사 하거나 한국을 떠나시면 아무 의미 없는 인맥이 될 가능성이 아주 높습니다.
3. 외국인 거주자에게 친절한 나라는 없다고 보셔도 됩니다.
우리가 한국에서 외국인 노동자 보는 시선과 현지에서 외국인 보는 시선이 크게 다르지 않을껍니다.
동남아로 오신다면 내가 돈 주고 부리는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나한테 친절할 사람 없다고 각오하고 오시는게 데미지를 적게 받습니다.
관공서는 대부분 우리나라 보다 느리고 거칠고 업무를 명확하게 처리해 주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좋은나라 ㅜㅠ)
현지 취업도 그렇습니다. 1번에서 말씀드렸지만 자기 나라 말 못하는 사람, 여러가지 서류 처리(비용도 Plus) 해 가면서 뽑아서 쓸 명확한 이유가 있어야 합니다. 우월한 기술, 월등히 저렴한 임금 혹은 한국과의 특수 관계 등등... 여러 이유에 충족해야 채용이 되는 겁니다. 같은 조건이면 외국인은 패널티를 안고 가는 겁니다.
4. 어째꺼나 외국인, 현지 언어 못하면 힘듭니다.
"현지어를 못해도 영어만 하면 생활이 가능다하고..." 이런 이야기 듣고 오시는 분들은 그냥 외국인으로 겉돌면서 살겠다는 마인드를 가지고 오세요. 현지인 보다 비싼 물가, 영어 가능한 외국인들과의 커뮤니티를 만들어서 사는 걸 생각하고 오셔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면 아쉽지만 안정적인 거주나 다양한 인맥 형성, 현지 취업은 물건너 가신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혹, 영어도 힘들어서 한국 사람과 커뮤니티 구성해서 살꺼면 그냥 한국에서 사시는게 더 마음 편하고 좋습니다.
5. 주재원의 삶을 내가 누릴 삶이라고 생각하시면 안됩니다.
해외 거주 정보나 취업 정보 찾으실 때 주재원 정보를 현지 정보로 혼돈하시는 분들을 많이 봅니다. 그건 한국에서 취업해서 오시는 경우고, 현지에서 취업/창업하시면 전혀 다릅니다. 커뮤니티에서 주재원들이 이야기 하는 거주지정보, 삶의 방식, 학교, 그런 걸 기준으로 잡으시면 오셔서 100% 아.. 이거 어쩌지... 하실껍니다.
6. 사람은 아플 수 있습니다.
해외거주 하다보면 아프거나 사고가 날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한 충분한 생각과 정보, 계획을 가지고 오셔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정말 좋은 약도 싸게 유통되고 병원치료의 대기시간도 짧고 수준도 높습니다. 건강보험까지 있어서 비용에 대한 부담이 많지 않지만 해외에서 생활하면서 아프면 다 돈돈돈입니다. 문제는 그 돈을 주고도 제대로 된 치료를 못받았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습니다. 잔병이 있으신 분들, 체력이 약하신 분들 탄탄한 준비와 각오를 하시거나 건강하신 육체를 만들고 도전하세요.
이럼에도 불구하고 스스로는 젊어서 가장 잘한게 해외로 나온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해외로 나와서 생활한 지난 날을 뒤돌아보면 "한국에서도 이렇게 했으면 한국에서도 지금 처럼은 살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물론 해외에 나와 있으니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고 비교할 수도 있는 거라는거 잘 알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할 수 없는 경험들, 비슷한 월급에 더 윤택한 생활 등등이 있지만 반대로 한국에서 누릴 수 있는 더 많은 것을 포기한 대신에 얻는 것들이라는 것을 요즘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도움은 안되겠지만 해외로 취직 하고자 하시는 분들에게 드리고 싶은 조언은
1. 탈출이 아닌 도전
2. 현지 생활(언어와 문화)를 받아들이고자 하는 마음가짐
3. 확실한 목표
이렇게 3가지를 깊게 생각해 보셔야 한다고 합니다. 정말 기본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2번은 외국인으로 단물만 빨아먹겠다는 마인드를 떠나서 내가 살아갈 나라로서 그 나라를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살아갈 방법을 고민해 봐야 한다는 뜻입니다. 또, 3번은 대부분 한번에 가지 못할 목표일텐데, 그러면 단계별로 잘 고민해 보셔야 합니다. 그리고 단계별로 실패 했을 때 한국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는 생각과 그에 따른 백업 플랜도 꼭 한번 고민해 보셔야 합니다.
인생은 도박이 아니니 올인하지 마세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시는 도전에는 찬사와 박수를 보내고 응원합니다.
하지만 그냥 한국에서 답이 없어서 도망치듯 해외로 가고 싶다라는 생각이라면 과감하게 한국에 계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한국인이 한국에서도 못 찾은 답을 외국인이 되어 해외에서 찾는다는 건 정말 큰 도박을 하시는 겁니다.
놀러가보니 느낀게..
좋게말하면 잠재력이 높구나..
나쁘게말하면 x어먹을 나라구나.. (당한게 좀 있어서) ㅎㅎ
/Vollago
완벽합니다. !!!.~~
하나 한가지가 빠졌습니다
한국인 조심하세요
이건 어딜가나 1번!
아무런 준비 없이 해외에 나와서 사람들에게 도움을 구하는 건 한국인이든 현지인인든 나쁜 사람 만나게 될 가능성을 높이는 일입니다. 예를 들면 순수한 마음으로 중고나라에 선입금 삽니다 글쓰고 나는 좋은 사람들만 만나서 쉽고 빠르게 물건 살 것 같다고 기대하는 거랑 비슷하다고 할까요?
탈조선병 가진 분들은 해외에서 주재원이 아닌 비즈니스를 한다는거 정말 만만하게 볼 일이 아닌걸 알고 덤비셔야 합니다.
해외거주에서 얻을 수 있는 플러스는 눈에 잘 보이지만 마이너스는 겪기 전엔 모르거나 안 보고 싶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해외거주는 추천합니다. 다만 각오와 준비를 잘 하고 나오셨으면 좋겠습니다.
-> 너무나 와 닿는 비유입니다. 전체 읽어보고 구구절절 맞는 말씀에 추천 드리고 갑니다.
대부분 후기들이 내가 이렇게 성공했다..혹은 본인이 운이 좋았던것은 생각안하고, 마치 남들도 본인처럼 될수있다는듯 부추기는 글들이 많아 거부감이 많았는데..
정성스런글 감사합니다.
타국에서 항상 건강 조심하시고, 목표하신 바를 이루시길 기원하겠습니다.
외국생활을 하고 싶은거라면.... 프리랜서로 한국이나 해외 기업에서 원격으로 돈벌이를 할 수 있는 직종이면 훨씬 편합니다. 요즘 디지털 노매드라고 하는데... 걍 프리랜서죠...
전 번역인데, 코딩하시는 분들도 마음 먹고 완전 원격으로 전환하려면 거의 다 전환 가능하실 겁니다 (물론 그렇게 일해도 되는 거래처 찾는건 별개...)
수입원을 그대로 갖고 사는 장소만 이동하기 때문에 맨땅으로 해외 나가는 것보다는 훨씬 낫습니다.
이 것도 한국에 있으면서 이런 업무가 가능한 거래처를 꽤 오랜 기간 걸쳐 확보해야 합니다만, 모아놓은 돈만 싸들고 나가서 맨땅에 헤딩하는 것보다는 훨씬 정착하는데 성공할 확률이 높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