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글하드웨어 펌글입니다--
어쩌다가 상당히 어이없는 기사를 뒤늦게 발견하여, 여러분께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코메디닷컴> "북한 요구대로 스위스 타미플루 공급"…제약업계 '술렁'
https://m.news.naver.com/read.nhn?oid=296&aid=0000039673
한국 정부에서는 북한에 인플루엔자(흔히 말하는 독감) 치료제인 타미플루를 20만 명 분량, 그리고 기증받은 독감진단키트 5만 개를 제공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이에 대해 국내 제약업계에서는 “지금은 좋은 국산 복제약들도 많이 나왔는데, 왜 굳이 외국 회사의 약을 사용하려는 것이냐?”고 부정적인 반응을 내놨습니다. 이에 대해, 해당 기사에서는 이것이 결국 오리지널 약을 요구하는 북한의 요구를 한국 정부가 무비판적으로 수용한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한국이 북한에게 끌려 다니고 있다는 것이죠. 이 기사대로라면 한국은 북한에게 삥뜯기는 호구나 다름없는 것입니다. 정말 어이가 없지 않습니까?
자, 과연 팩트는 무엇일까요?
먼저, 복제약(複製藥, Generic drug)이 뭔지부터 알아보죠. 의약품의 성분은 한번 개발되면 20년간 특허를 통해 보호받게 되는데, 이 특허기간이 끝나고 나면 원래 해당 약물을 개발한 회사가 아닌 다른 제약회사도 똑같은 성분의 약을 만들어서 팔 수가 있게 됩니다. 이 똑같은 성분의 약을 바로 복제약이라고 부르죠. 의약품은 한번 개발하는 데 엄청난 비용이 들기 때문에, 원래 약을 개발한 회사는 개발비용을 회수하기 위하여 약을 비싸게 팝니다. 그런데 복제약은 그런 개발 과정이 생략되어 있기 때문에, 약값이 비쌀 이유가 없습니다. 타미플루의 성분인 오셀타미비어(Oseltamivir)는 1996년에 개발되어 2016년까지 특허가 걸려 있었습니다. 지금은 특허가 만료되었으니, 여러 제약회사에서 오셀타미비어 성분의 약을 만들어 팔고 있지요.
문제가 뭐냐면, 어째선지 한국의 복제약 가격은 상당수가 오리지널 의약품과 같거나 더 비싸다는 점입니다. 여기서 문제가 되고 있는 오셀타미비어 성분의 약 가격을 한번 살펴볼까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공개하고 있는 2019년 1월 1일자 최신 약값 목록을 살펴보면, 한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오셀타미비어 75 mg 규격의 약품은 총 45종(오리지널 포함)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오리지널인 타미플루(₩1,662원/캡슐)보다 저렴한 약은 고작 7종(₩1,450~1,650원/캡슐)밖에 되지 않습니다. 나머지 37종의 약들은 죄다 짠 것처럼 가격이 ₩1,731원/캡슐로 통일되어 있습니다.
그러면 오리지널보다 저렴한 7종의 약 중에서 선택하면 되지 않느냐고 생각하실 분도 있으실 것 같은데, 문제가 그리 간단하지 않습니다. 일단, 복제약의 약효가 오리지널만 못한 것 같다는 의심이 끊이지 않고 나오고 있습니다. 복제약을 시판하기 전에는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 줄여서 생동성 시험이라고 하는 과정을 거쳐서 복제약을 복용했을 때의 혈중 약물 농도가 오리지널의 수치와 같거나 엇비슷하다는 것을 증명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위에 나온 이 44종이나 되는 복제약들이 모두 제대로 된 생동성 시험을 통과한 것이 맞기는 할까요? 그리고, 한번 생동성 시험을 통과했다고 해서 복제약 만드는 회사가 오리지널과 같은 품질을 꾸준하게 내어줄 것이라는 보장이 있기는 한가요? 일전에 고혈압 복제약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된 사건을 보면, 무려 82개 제약사가 발암 물질이 섞여있는 중국산 원료로 된 약을 판매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82곳의 제약사에서 매번 생동성 시험을 제대로 한 것이라고 믿는다면 너무 순진한 것이겠지요. (제대로 된 생동성 시험은 소위 말하는 ‘마루타 알바’를 여러 명 써야 하는 등 비용이 꽤 비싼 시험입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의사들은 복제약을 만드는 제약회사에서 리베이트라도 받아먹지 않은 한에야 가능하면 복제약보다는 오리지널 약을 쓰려고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현실적인 문제도 있습니다. 독감이 유행하는 것은 겨울철이기 때문에, 북한에서 도는 독감 바이러스를 억제하기 위해서는 지금 당장 약을 보내주는 것이 맞습니다. 그런데 만약에 정부가 북한에 약을 보내준다는 결정을 내린 뒤에 국내 제약업체들로부터 복제약을 납품받으려고 한다면, 어느 업체로부터 납품받을 것인지를 정하는 것에서부터가 시간이 소요될 겁니다. 사실은, 한국 정부는 타미플루를 이미 충분히 가지고 있습니다. 10년 전(2009년)에 터졌던 신종플루 대유행 이후, 정부는 또다시 이런 일이 벌어질까봐 신종플루 등에 효과가 있는 타미플루를 매년 비축해두고 있지요. 작년(2018년) 11월 초 기준으로 정부가 공식적으로 비축해두고 있던 타미플루는 약 355만 명 분량이고, 그 후에도 추가 비축이 예정(당시 기준)되어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의약품 또한 엄연히 유통기한이 있는 물건이기 때문에, 창고에 쌓여 있는 물량이 있으면 유통기한이 다가오는 것부터 소비하는 것이 맞지요. 위에서 언급했듯이 오셀타미비어 성분의 특허는 2016년에 만료되었기 때문에, 그 전에는 복제약 자체가 없어서 비축된 모든 약은 오리지널 뿐이었습니다. 이제 잘 생각해보죠. 기존에 사둔 오리지널 타미플루가 창고에 쌓여 있는데, 지금 당장 보내줘야 할 물건을 위해 굳이 시간을 들여 새 제품을 발주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선택일까요?
제가 보기에, 이건 정부가 창고에 비축된 오래된 약들을 정리하는 김에 북한에게 재고떨이로 생색내는 것을 가지고 말도 안 되는 선동을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현 정부가 하는 일들 중 비판받을 만한 것은 많습니다만, 그렇다고 해서 터무니없는 것을 가지고 선동을 하면 안 되지요. 제가 이전에도 주장한 적이 있습니다만, 언론에서 하는 말은 (특히나 그것이 자극적일 경우)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의심해야 합니다. 그것만이 기레기들의 선동에 휘둘리지 않는 유일한 길인 것 같습니다.
/Vollago
저는 이렇게 의약품을 보내는것과 같이 다른 것들도 북한에 (인도적 차원으로) 보낼수 있고 보내야 하고 보내는 것이 이익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단 생각나는 것 두가지는 바로 쌀과 우유입니다.
쌀은 농업의 대표적 상품으로 농민들의 생산품을 정부가 수매하고 있고 정부미라는 이름으로 어마어마한 양을 비축해두고 있고요.
지금 정확한 수치는 모르겠지만 제가 들어왔던 상식으로는 쌀의 소비량은 줄어만 가는데 생산량은 훨씬 많고 그렇다해서 농민들이 쌀농사를 그만둘수도 없는 상황이라 들었습니다.
정부미는 보관기간이 길어지다보니 당연히 맛이 떨어져서 가격을 싸게 책정한다해도 잘 팔리지 않는다고 알고요.
우유는 다들 아시다시피 가격을 정해버리고 그 이하로는 팔지 않게 되어있기 때문에, 축산농가는 우유를 버리거나 생산 제품은 재고가 쌓여서 파기하는데, 이것 역시 소비량은 줄어들고 있죠.
이렇게 우리는 남아돌아 버리는 쌀과 우유는 북한에서는 제대로 생산도 안되고 가격도 비싸다보니 없어서 못먹는 것들입니다.
우리가 적절한 재고 이상으로 쌓이거나 버리는 쌀과 우유(물론 우유는 금방 상하니 탈지분유 형태로 가공을 해야겠죠)를 북한에 보내면 우리 초과 생산분에 대한 처분보다도 (보수 극우자들이 그렇게도 부르짖는)북한 주민의 영양상태와 인권에도 도움이 될것이고요,
만약 인도적 차원이 퍼주기라는 비난을 받을수 있다면 북한에서 채굴하는 지하자원이나 희토류, 철광석등으로 물물 교환으로 우리가 외국에서 수입하는 비용보다는 훨씬 절감될거라 생각합니다.
이것에 대해 이 글처럼 구체적인 숫자와 통계를 구해서 객관적으로 쓰고 싶은데...
재주가 없네요. ㅠ
쌀과 우유로 배불려 줄테니, 힘내서 지하자원을 캐오라우 동무들! (농담입니다)
정부는 전염성 질병에 대한 대비로 비축분을 가지고 있는것으로 압니다.
비축분은 로슈사의 타미플루 였겠죠, 복제약이 있는데 왜 타미플루냐?
복제약이 나온게 2017년 입니다. 17-18 겨울에 처음 제네릭 복제약이 사용됐고 그때는 복제약이 타미플루 보다 저렴했습니다만, 위에 말씀 드린대로 18년도 가을경 인하를 하여 가격이 역전 되었습니다.
제네릭 안보낸거는 그냥 비축분에서 선입선출 했다고 뇌피셜로 생각해보고요,
타미플루가 좀 더 싸진것도 얼마 안됩니다.
그냥ㅋ 목적을 가진 기사가..
그것만이 기레기들의 선동에 휘둘리지 않는 유일한 길인 것 같습니다.
극히 공감합니다.
오리지널 보다 복제품이 더 비싼 이상한 구조 ㅋ
지금은 크게 남는 약도 아니라서요.
생동성 문제 역시 걱정할 약은 아닙니다.
지금 당장은 저렴한 원료 찾으려고 해도 별 차이가 없어서요..
고혈압약 발암물질 사건은.. 여기 걸린 메이저 제약회사는 몇 없습니다.
마이너한 제약회사에서 최대한 원가 후려쳐서 이익내려다 벌어진 일이라서요.
우리나라에 제약회사 정말 많습니다..^^;;
오르려 하는 것 같은데, 기렉의 시대라 좀 꼬아서 보게 되네요.
원료특허는 2016년에 만료되었구요..재형특허는 얼마전에 만료 되었습니다...여기서 중요한점이 재형특허입니다...
재형 특허 때문에 타미플루가 여타 의약품과 크게 차이나는 점은 바로 유통기한입니다.....
타미플루의 유통기한은 10년입니다...그래서 정부가 상황대비를 위한 비축이 가능한 제품인 것입니다...
어쨌든 매년 새롭게 구매를 하고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제품들을 풀어서 사용합니다...
그렇다면 지금은 8~10년 사이 정도의 유통기한이 남은 제품을 준다는 것 같은데요.....그때는 특허가 만료되기 전이므로
타미플루밖에 존재하지 않던 시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