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여학생회의 성평등위원회 전환과 더불어 학우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
안녕하십니까, 학우 여러분. 제 33대 울림 총여학생회장단 000 000입니다. 지난 11월 1일 있었던 전체학생대표자회의의 결과로 안성캠퍼스 총여학생회는 현임 제 33대 총여학생회를 끝으로 학생자치의 역사 속에 남겨지고, 총학생회 당연설치 특별기구인 성평등위원회로 전환 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61대 총학생회의 출범과 동시에 학내 성평등과 소수자 인권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성평등위원회가 신설되어, 기존의 인권복지위원회, 졸업준비위원회, 문화위원회와 함께 총학생회 산하의 특별기구로 독자적 영역을 갖춘 업무를 진행하게 될 것입니다.
저희는 이 글에서 총여학생회의 성평등위원회로의 전환까지 저희 총여학생회의 고민을 정리하여 학우 여러분께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부디 이 글을 통해 저희의 고민이 학우 여러분들께 전달되기를 희망합니다.
저희는 학생자치기구도 시대의 변화에 맞추어 그 구조를 유연하게 바꾸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크게는 우리 사회의 시류에 맞추어, 작게는 우리 대학의 학생사회의 변화를 따라 진화해 나가야 할 것 입니다. 크고 작은 내외부적 변화에 맞추어 진화해 나가는 것이 학생자치기구 조직이 지속적으로 학우들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구성원들의 필요에 응답하는 방법입니다. 과거 총여학생회의 출범 또한, 그 당시의 크고 작은 내외부적 인식의 변화에 맞춘 학생자치기구의 진화였습니다. 사회적으로도, 또 학내에서도 소수집단으로의 여성을 존중하고 그들의 권리증진을 위해 시작된 총여학생회는 지금까지 33대에 걸쳐 내려오는 동안 그 출범정신에 부합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왔습니다. 저희는 소수자를 대변하고자 했던 그 존재의의와 출범정신을 매우 존중합니다.
소수자를 존중하고 그들의 권리증진을 위해 노력하자는 총여학생회의 그 출범정신을 존중하는 사람이라면, ‘또 다른 소수자는 없는가’ 하는 질문을 하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은가 생각합니다. 저희의 고민 역시 이 지점에서 출발했습니다. 지금의 우리 사회는 고도화됨에 따라 성별 간의 벽이 허물어지고 있습니다. 그에 따라 고정된 사회적 성의 역할은 점차 희미해지고 있으며, 특정 사안 속에서는 소수집단이 달라지는 현상들 또한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는 학내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따라서 이에 대응하는 역할을 누군가는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저희는 총여학생회가 출범하던 그 시대에는 사회적인 성의 개념과 역할이 현재보다 협소했고, 양성으로 구별되는 일반적인 인식 속에서 사회적 소수자인 여성을 대변하기 위한 단체가 별도로 존재하는 것이 충분한 합리성을 갖추고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총여학생회의 그 존재가치와 출범 의의를 부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사회적인 성의 역할이 출범 당시보다 고정되지 않고 점차 다양화 되고 있으며, 그와 동시에 사안 별로 소수집단이 달라지는 현상에도 대응해야 하는 것이 현재라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최근 몇 년 간은 총여학생회가 학내 소수자 권리 증진이라는 역할의 일부분을 수용하여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여성유권자와 여성대표로 이루어진 조직이라는 한계점으로 인해 그 역할을 완전하게 하는 것은 현실과 부합하지 않았습니다. 실제 총여학생회의 조직 특성상 도움을 요청하기에 심리적 저항감이 생긴다는 학생도 있었습니다. 저희는 과연 현재의 총여학생회가 그 역할을 다 할 수 있을까 고민했고, 결과적으로 성평등위원회와 같은 모두의 권리 향상을 고유 업무로 하는 특별기구의 설치가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이 같은 새로운 체제의 필요성을 인정한 후에는 총여학생회의 역할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졌습니다. 소수자 인권 보호라는 광의의 개념을 가진 조직이 있다면, 그보다 하위의 개념으로 일하는 총여학생회의 존재이유에 대한 질문은 당연할 것입니다. 여학생의 권리 증진을 위한 조직이 소수자 인권 보호를 위한 조직과 별개로 존재해야 한다면, 남학생의 권리 증진을 위한 조직, 다양성을 인정받아야할 소수자들의 권리 증진을 위한 조직 등도 모두 별도로 존재해야 한다는 주장을 할 수 있습니다. 물론 각자의 권리 증진을 위한 조직이 모두 존재한다면 이상적이겠습니다만, 학생자치기구는 한정된 자원을 배분하여 일하는 현실세계의 조직입니다. 이 같은 현실 속에서 포괄적 개념을 다룰 수 있는 조직으로 업무를 일원화 하는 것은 총여학생회의 출범가치를 존중함과 동시에, 한정된 자원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일 것입니다.
물론 총여학생회 체제가 성평등위원회 체제로 전환된다면, 여학생의 권리증진을 위한 업무를 할 수 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문제제기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어떤 업무를 어떤 조직에게 맡기느냐의 문제는 권한과 책임을 어떻게 분배하느냐의 문제이지, 그 이름이 무엇이냐의 문제는 아닙니다. 따라서 새로운 체제가 출범한다고 해서 여학생 권리증진을 위한 업무를 할 수 없다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오히려 ‘평등’이라는 관점에서 폭 넓고 다양한 관점으로 각종 사안을 바라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존경하는 학우 여러분.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뒤처지고, 현상유지를 위해서는 실천이 필요하며, 앞으로 더 나아가려면 훨씬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고 합니다. 학생자치기구 조직의 개편 논의는 학내의 소수자 대변과 양성평등이라는 총여학생회 최초의 정신을 현재의 학생사회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를 위한 고민의 시작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전체학생대표자회의의 학생자치기구 구조개편 결정은 우리가 항상 그 정신을 잊지 않고 있다는 증명입니다. 부디 성평등위원회에서 앞으로도 학내 소수자를 대변하고 성평등을 위한 우리의 역할을 우리 스스로 함께 고민해 나가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중앙대학교 33대 ‘울림’ 총여학생회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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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자를 존중하고 그들의 권리증진을 위해 노력하자는 총여학생회의 그 출범정신을 존중하는 사람이라면, ‘또 다른 소수자는 없는가’ 하는 질문을 하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은가 생각합니다."
"여학생의 권리 증진을 위한 조직이 소수자 인권 보호를 위한 조직과 별개로 존재해야 한다면, 남학생의 권리 증진을 위한 조직, 다양성을 인정받아야할 소수자들의 권리 증진을 위한 조직 등도 모두 별도로 존재해야 한다는 주장을 할 수 있습니다."
"근본적으로 어떤 업무를 어떤 조직에게 맡기느냐의 문제는 권한과 책임을 어떻게 분배하느냐의 문제이지, 그 이름이 무엇이냐의 문제는 아닙니다. 따라서 새로운 체제가 출범한다고 해서 여학생 권리증진을 위한 업무를 할 수 없다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이런 여학생회가 있다니... 정말 멋지네요! 제 모교로서 자랑스럽습니다ㅠ
페미니즘은 여성의 경험에서 유래하고 그 시작이 여성을 돕기위한 움직임이었어서 페미니즘으로 명명되었습니다. 페미니즘(유래중심 이름)에서 이퀄리즘(목표중심 이름)으로 대체되는 것이 아니라 페미니즘과 이퀄리즘이 동시에 존재하는 겁니다.
본문의 내용도 그 시대변화를 따라가는거구요
지금 얘기해주신 부분들이 드러나고 확대되면서 이퀄리즘의 필요성과 요구가 늘어난 것은 맞습니다. 시대변화에 따른 사상(?)을 요구한 것도 맞구요.
말씀하시는 뜻에 많이 공감이 되지만 제 개인적으로 아직은 페미니즘이 남성과 여성 및 여러 소수정체성의 '평등'을 추구하고 있지만 점점 여성의 경험에 집중했을때 찾을 수 있는 또다른 것들을 발명해내진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습니다.
글로 쓰니까 말이 빙빙도는 느낌이네요. 이퀄리즘의 필요성에 대해선 공감합니다.
내용 좋네요
다른 대학 총여들도 이런식으로 바뀌었으면
학생시절에 총여회하고 다툼도 꽤 있었는데 안산캠은 정말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는 것 같아 좋네요 :)
안성캠만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런 글을 읽으면 또한번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구나를 느끼네요 ㅠ
어떤 책을 읽고 있나 추천도 받고 같이 얘기하고 싶습니다.
정말 좋은 글이라 생각합니다. 읽으면서 저 또한 많은 것을 느꼈네요~ 잘 읽었습니다! :)
그래서 그런가 만들어졌을때와 지금의 변화를 잘 표현한 글 같아요. 멋지네요.
이렇게까지 생각을 유연하게 확장할 수 있다는데에 찬사를 보냅니다.
여초학과에서는 소수자가 남학우인 경우가 많죠..
좋은글 공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진짜 다각도로 많운 고민을 한 티가 팍팍 나네요. 저 결론에 도달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토론과 설득이 있었을까... 응원합니다.
이거였습니다.
되려 그런 사람들 위한답시고 퀴어페스티벌마냥
소수자들을 강제로 아우팅 시키지않을까하는 우려마저 생기구요.
글 쓴 취지인 진정한 평등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지지합니다.
서로를 이해하고 위로하면서 상생하는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합니다.
갈라치기는 이제 그만!!!
상당히 장문의 글임에도 불구하고,
아주 정갈하고, 군더더기가 없으며 차분하고 논리정연 하네요.
명문입니다.
많은분들이 글만으로도 공감할듯 합니다.
짝짝짝!
내용도 그렇고 생각하는것도 그렇고...
글자체도 정말 잘썼네요...
댓글에 보니 은근 동문님들 총출동한거 같은데...
흑석동 봅스트홀 출신으로 참 후배들이 자랑스럽네요...
진보의 가치를 품은 페미니즘을 여기서 다시 보니 반갑습니다.
요즘 자칭 페미는 대부분 가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