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당일보다 하루 늦게 시댁에 다녀왔습니다.
애기도 봐주시고, 음식 차릴 일도 안해도 되고, 설거지도 안시키셔서 몸은 편하긴한데 어쨌든 시댁은 시댁이니 맘이 마냥 편한 곳은 아니지요. 저희 남편에게 처가가 그렇듯..
암튼 오는 길에 늘 어머님이 이래저래 바리바리 주시는데
거의 매번 초콜릿을 주십니다.
시누이 남편(제부)이 파일럿이라 비행때마다 초콜릿 등등을 자주 사오는데 그게 냉장고에 쌓여있거든요.
근데 하필 주시는 게 늘 유통기한 몇달 지난 생초콜릿들...
생초콜릿이 유통기한이 짧기도 해서, 지금껏 그냥 모르시고 주시는 건 줄 알고 어쩔수없이 그냥 받아와서 버렸습니다. 1-2주도 아니고, 유통기한도 아닌 소비기한이 2-3개월 지난 생초콜릿을 먹긴 좀 그랬거든요.
근데 오늘은 시어머님과 시누이의 대화를 듣고 말았어요.
주섬주섬 냉장고에서 초콜릿을 꺼내는 어머님. 그리고 그걸 보던 시누.
"엄마. 이거 유통기한 한참 지났는데? 안될거같은데"
"냉장고에 있었으니 괜찮아, 이리 줘"
그리고 그건 저희에게 주실 쇼핑백에 들어갔습니다.
또 2-3개월 지난 거겠거니 해서 집에 와서 보니....
2017년 8월까지네요.... 제조일자도 아니고 소비기한이...
하나 더 있는 초콜렛 박스는 저희가 올 2월 다녀와서 시누랑 같이 드시라고 드린 건데 그건 그나마 10월까지지만 20개 중 다 먹고 3개 남은 게 들어있는 박스... 개별포장도 아닌 것들인데...
매번 버리는 것도 그래서, 남편한테 이번 건 좀 심한것 같은데 어떻게 어머님께 넌지시 얘기좀 해보랬더니 오히려 저에게 너무 예민한 거 아니냐고 하네요=_=
저기... 나도 지금껏 숱하게 넘어갔다고...
유통기한 넘은 거, 남편 말대로 그냥 저희가 버리면 됩니다. 귀찮지만 몇분 걸리는 일도 아니지요.
하지만 제가 속상한건, 어쨌든 그래도 선물이라고 주시는 건 감사하지만 유통기한이 한참 지난걸 아시면서도 주시는 무신경함이에요. 뭐든 괜찮겠지, 하고 냉장고에서 먹던거나 남은 걸 쓸어담아 주시는 그 무신경함이 악의가 없다는 걸 알면서도 좀 받아들이기 힘들었습니다.
늙은분들은 말이 안통하고 서운함만 쌓입니다.
그런데 파일럿들이 많이 사는 생초콜릿이라면 제가 아는 그 브랜드일텐데..
그거 좀만 지나도 먹으면 안되는거더라고요
물론 이건 냉장 기준이고 냉동일땐 어떻게될지모르겠긴합니다만..
냉장도 냉동도 둘다 안되는데..
보통 민항기 조종사로 온 과정이 다들 비슷비슷하다보니 연령대도 비슷비슷하신데
딸들이 좋아한다고 그거 많이 사가십니다 ㅋㅋ
기억에 남는건 ㅇㅅㅇㄴ 조종사분이셨는데 11월에 딸 수능본다고 이거 안사가면 큰일난다고 헐레벌떡뛰어다니면서 사가시던ㅋㅋㅋ
냉장고에 아꼈다가 담아주시는지는...
이참에 어머님 버릇도 고치고 남편도 고치려고 하는게 아니라면
그냥 받고 버리는게 가장 깔끔한거 같긴 합니다.
글쓴님 묘한 기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그걸 오픈해서 얻는 이득보단 덮는 것에서 가지는 외적인 평화가 더 낫지 않을까 싶습니다.
전 장모님댁이 가까워서 자주가는데요. 장모님께서 밥을 너무 많이 주셔셔..
서운하실까봐 많다라고 말씀은 못드리고.. 1년넘게 매번 소화제를 먹었네요.
요즘은 와이프가 직접 밥을 퍼서 조금 적게 줍니다. ㅎ
//iPhone8, Vollago
/Vollago
저희 어머니도..냉장고 들어간건 괜찮다 생각하는 분이라.. 그거로 많이 싸웠는데 그럼 본인이 먹겠다고.. 몰래 버리고 바꿔치기도 해봤는데 몇 번 걸려서 대판 싸우고(같이 살때)
이제는 독립해서 살다보니 여전히 집에갈때 이것저것 챙겨주시는데 조용히 들고 와요. 다 챙겨와서 가져와서 싹 버려요.
어쩔수 없는거 같아요 ㅜ ㅜ
세월만큼 단단해진 경험적 가치관이나 상식, 생활양식을 바꾸거나 가르치려 하면
대다수가 이성적 사고보단 감정적으로 받아들입니다. 표현을 안해도 마찬가지입니다.
남편이 글쓴이보다 더 오래 같이 살면서 원만한 관계를 위해 터득한 처세가 지금의 상태인겁니다.
개인적인 경험으론 위 상황에서 어떤 액션을 하고 설명을 해도 서로 윈윈되는 결과 찾기는 힘들겁니다.
저같으면 그냥 이야기 안합니다. 개개인에 따라 다르겠지만 수십년을 그렇게 살아왔을텐데
절대 쉽게 바뀔게 아닙니다. 감정적으로 상황을 모면하려한다던지 알겠다고 하고 본인은 고쳐보려
하지만 그게 신경쓰이고 잘 안되어서 스트레스를 받아 그걸로 관계가 나빠진다던지 아니면 알겠다고하고
그냥 흐지부지 되던지 예상되는 상황이 이정도밖에 안되는데 굳이 나설 필요가 있을까 싶습니다.
딸한테는 유통기한 지난거 안주시더니 왜 저희한텐 주시는 거죠..
유통기한 1년 지난 우유 주는 거나 마찬가지란 걸 아셔야 할 텐데요... 다음에 또 주시면 유통기한 확인하시고 생초콜릿은 생크림이 들어서 변질이 빨리 된다고 말씀 드리세요. 남편 분 설득하셔서 남편 분이 얘기하는 게 낫겠죠.
그나마 남 주지는 않습니다.
이거 말씀드리면 시부모님 기분도 안좋으시겠지만 유통기한 지난 초콜렛을 시부모님이 드실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모른척 받아오고 버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