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소수에 대해 뭔가 새로운 것을 알게 된다고 해서, 직접적으로 소인수분해에 대한 더 나은 알고리즘이 나오지 않는 이상 현재의 인수분해 기반 암호 체계가(RSA 같은 것) 갑자기 심각한 타격을 받을 일은 없습니다. 리만가설도 마찬가지입니다. 만일, 현 시점에서 이미 리만가설을 가정했을 때에 소인수분해를 현저하게 빨리 할 수 있는 알고리즘이 있다면 모를까, 그런 것이 없는 상황에서 소수에 대한 추상적인 이해가 높아진다고 해서 그것이 암호에 영향을 직접적으로 줄 것이라고 예측할 근거가 전혀 없습니다. 리만 가설의 증명이 줄 수 있는, 소수의 구조에 대한 잠재적인 새로운 이해의 가능성이, 향후 인수분해 알고리즘의 개선에 영향을 줄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정도의 느슨한 주장은 그나마 봐줄만 하지만, 그 정도의 느슨한 주장은 사실 리만 가설만이 아니라 수론의 거의 모든 결과에 대해서도 할 수 있을 지도 모릅니다. 한 마디로, 하나마나한 이야기지요.
차라리, 양자컴퓨터에 의한 위협이 훨씬 더 현실적인 위협입니다: 이것은 이미 구현된다면 깨진다는 결과가 이미 나와 있고, 구현이 어렵다는 것이야 다들 알고 있지만 IBM, Google 등에서 매우 진지하게 구현하고 있는 팀들이 있고 결과들이 나오고 있으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AKS 소수성 판별 알고리즘이 나왔을 때도 그렇고, 리만 가설 증명 이야기가 나오는 현 시점에서도 그렇고, 뭔가 소수에 대한 얘기만 나오면 곧장 나오는 이야기가 암호 깨진다,입니다. 제 생각에는, 이런 상황에는 수학자들의 책임이 크다고 봅니다.
기본적으로 홍보의 문제죠. 리만 가설이 증명된대,라고 누가 말하면, 사람들이 묻습니다. 그게 뭔대요? 그러면, 소수에 대한 이러이러하고 저러저러한 결과야라고 말합니다. 그러면 사람들이 다시 묻죠. 그래서 어쨌다는 건가요? 이 시점에서 이야기는 수학의 영역을 떠나 마케팅의 영역으로 넘어가게 됩니다. 일반인들에게 리만 가설의 중요성을 설파하기가 쉽지가 않으니까, 쉬운 길로 가는 겁니다. '야, 암호가 인터넷 시대에 얼마나 중요한지 봤지? 암호에 소수가 얼마나 중요한 건지 알아? 리만 가설은 소수에 대한 거야. 그러니 리만 가설이 얼마나 중요하겠어?' 물론 이 이야기의 흐름은 전혀 논리적이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런 마케팅이 뭔가 소수에 대한 결과만 나오면 암호가 망하지 않을까 하는, 별다른 근거 없는 인식을 부추깁니다.
기본적으로, 이러한 마케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뭔가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것과 연결짓지 않으면 불안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리만 가설을 얘기하는 마당에, 이런 것 따지고 있어야 하겠습니까.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것 중요합니다. 정말 대단한 온갖 현대문명의 이기들을 만드는 엔지니어들은 존중받고 존경받아야 마땅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땅만 보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고개를 들고 별을 볼 필요도 있고, 그런 사람도 있어야 합니다. 소수와 연관이 있고, 소수는 암호와 연관이 있고, 암호는 산업과 연관이 있으니까, 소수에 대한 리만 가설이 중요하다라는 식의 설명은, 그냥 마케팅에 불과하고, 본질과 무관합니다. 사람들이 음악을, 미술을 하는 이유는 현실적이고 실용적이어서가 아니라 미적 감각이 인간의 본성이고, 그것이 아름답기 때문입니다. 수학적인 결과에 대해서도 그냥 그렇게 말하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