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일어난 일입니다.
도쿄에 출장을 와있는데 이래저래 일이 꼬여서 귀국할 날이 아닌데도 하네다공항에 잠깐 들렀습니다.
약속도 취소되고, 배는 고프고, 어쩌지 하다가 공항에서 혼자 밥먹을 생각으로 라멘집에 줄을 섰습니다.
한참 줄을 서있는데 어마어마한 짐을 짊어진 여자애가 다급한 표정을 지으며 떠듬떠듬 영어로 말을 겁니다.
제가 한국책을 보고있던 터라 외국인이라 생각한 듯 해요.
"저기...저 화장실이 급해서 그런데 잠시 여기 내려놓은 짐좀 맡아주실 수 있나요?" (실제로는 급해서 그랬는지 쿠쥬~ 배기지~ 토일렛~ 플리즈~밖에 안들렸지만)
고개를 끄덕이자 여자애가 황급히 사라집니다.
그리고 여자애가 돌아온 후 둘다 1인석 카운터에 나란히 안내를 받아 저와 그 아이(?)는 옆자리에 앉게되었습니다.
귀엽고 평범한 여자애가 자기 몸이랑 맞먹는 백팩을 짊어지고있길래 호기심이 발동한 나머지 일본어로 말을 걸었습니다. 휴대폰 화면이 일본어였거든요.
"일본분이에요?짐이 엄청 크던데 어디 멀리 다녀오셨어요?"
그랬더니 어라라 당신은 어째서 일본어를 하냐는 표정으로 눈이 커지더니 그 후 밥먹으면서 수다 아닌 수다를 떨었습니다.
여행을 좋아하는 19살(무려 10대..)여대생인데 혼자 동남아시아도 다니고 이번에는 캐나다 일주를 하고오느라 엄청난 크기의 백팩을 메고다닌다고....
제가 일본 유학하던 시절엔 아라시=_=가 인기였다고 하니 카라와 소녀시대도 인기있지않았냐며 그립다...고 하길래 열아홉이라면서요 했더니 당시 초딩이었는데 다들 춤 따라했다고 그립다네요............
의외로 수다가 재미있어서 한시간을 넘게 얘기하다 헤어지면서 명함(!!!)을 내밀었더니 "우와 이런거 처음 받아요 전 이런거 없어요 꺄아아아" 이러길래 생각해보니 명함엔 쓸모없는 회사메일과 전화번호뿐이라 인스타 계정을 공유하곤 팔로우를 눌러주었습니다.
숙소가는 길에 보니 한참 그 나이다운 풋풋한 여대생다운 피드가 많아서 귀엽네요ㅋㅋㅋㅋㅋ
물론 그 애는 이미 앞자리가 2도 아니고 3이나 되는 제가 귀찮았을 수도 있지만 어쨌든 표면적으로는 즐거워보였어요ㅋㅋㅋㅋ
다음에 또 만날 일이 있을진 모르겠지만 예전에도 비행기 옆자리 인연으로 만나 연락처 교환하고 나중에 밥도 먹고 그랬던 경우도 있는거보면... 뭐...어쨌든 즐거웠습니다.
.
.
.
.
이상 심심했던 아줌마의 일본여대생 헌팅기(?)였습니다 =_=
/Vollago
막 죽창 가지러 갈려던 참인데....다행이다.
해피앤딩이네요
막줄을 보고 평온해졌습니다.
#Clienk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