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한 이야기지만,
세상을 살아가며 가장 바람직한것은 형사사건의 피해자도 가해자도 되지 않는 것입니다.
하지만 세상만사 내맘대로 흘러가지 않는 사례가 너무나도 많고,
어느날 형사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사례가 나에게 발생하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습니다.
그리고, 이미 형사사건의 가해자가 된 이후에는 올바르게 대응하지 않으면
잘못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처벌을 받는 사례가 발생하거나,
혹은 내 잘못보다도 더 큰 처벌을 받는 사례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미리 알아두면 좋을법한 대처방법을 몇가지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직업적 경험에서 비롯된 이야기입니다만,
너무나 당연하게도 100% 통용되는 이야기는 아니며
개개 사건에 따라 적용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 글을 절대로 100% 통용되는 이야기로
이해하셔서는 안되며, 가벼운 가이드라인 내지는 참고자료 정도로 생각해주시면 좋겠습니다.
#1. 진술은 일관되게
수사기관에서 출석 요구를 받았습니다.
누군가가 나를 가해자로 고소했다고 합니다.
실제로 잘못했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일단 머리가 하얗습니다.
높은 확률로 평생 처음 경험하는 일이거든요. 경찰 검찰 그동안 욕만 했지
내가 거기서 조사를 받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겠지요.
자 그럼 무엇을 해야 할까요.
네, 일단 변호사를 찾아가시는게 급선무입니다.
그런데 이건 일단 이 글에서는 패스하겠습니다. 이 글은 당사자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글이니까요.
변호사를 찾는 방법이 궁금하시면 제 지난 글들을 참고해주시면 도움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그럼, 변호사는 찾아갔다 치고, 혹은 경제적 문제로 변호사 없이 홀로 대응해보기로 했다 치고
이제 무엇을 해야 할까요.
종이를 펴고 해당 사안에 대해 기억나는대로 최대한 상세하게
시간순서대로 정리하세요. 당연히 PC에 정리하셔도 무관합니다.
'저는 기억력이 좋은데요? 굳이 그런거 안해도 있었던 일 정도는 매끄럽게 이야기할 수 있어요!'
라고 많은 분들이 자신감있게 말씀하십니다.
하지만, 조사를 받다보면 기억이 오락가락 하는 일은 비일비재합니다.
수사기관의 무거운 분위기에 위축되고 긴장되다보면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고,
애매하게 수사관들이 유도하는 말을 듣다보면 내 기억이 맞는지 헷갈리기도 합니다.
그러다보면 나도 모르게 내 말이 점점 일치되지 않는 경우가 매우 자주 발생합니다.
그럴때 변호인으로 조사에 동석해서 의뢰인이 말하는걸 듣다보면 황당할때가 있습니다.
아니 대체 방금 전 한말하고 완전 상반되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술술 하고 있으니까요.
그럼 황급히 그런 의도가 아니지요? 라고 의뢰인을 다잡아야 하죠.
이건 꽤 위험합니다.
명백한 증거가 있는 경우라면 이야기가 좀 다르겠지만, 증거가 부족하거나
당사자의 의사를 판단할 필요가 있는 경우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진술의 신빙성"입니다. 이건 수사기관은 물론 법원에서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입니다.
그리고 그 "진술의 신빙성"을 보장해줄 최소한의 장치가 바로 "진술의 일관성"입니다.
간단합니다. 한 입으로 두말하는 사람의 말을 누가 믿을 것이며,
한가지 거짓말을 한 사람이 두가지, 세가지 거짓말을 하지 않았을거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그러니, 내 진술의 일관성을 최대한 유지하기 위하여 해당 사안에 대해 내가 기억하는것을
최대한 상세하게 시간순서대로 미리 정리해두고, 그걸 수차례 반복해서 숙지하는건
필요가 아닌 필수사항입니다. 자신을 절대 과신하지 마세요.
그리고, 진술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가능하면 "사실을 진술" 하세요.
형사사건에서 가해자의 진술이 사실인지를 밝혀낼 의무는 수사기관에 있으므로
거짓말을 한다 해서 죄가 되는것은 아닙니다만, 생각보다 사람은 그리 똑똑한 존재가 아닙니다.
여러분은 유주얼서스펙트의 절름발이가 될 수 없습니다. 사실이 아닌것을 진술하다보면
사실을 진술할때보다 훨씬 높은 확률로 진술의 일관성을 잃어버리기 마련입니다.
기억하세요. 수사기관이든 법원이든 내 말을 믿어주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기 위해 진술의 일관성을 유지해야 하고, 그러려면 가능한 사실을 진술하고,
있었던 일들에 대해 철저하게 리마인드해서 숙지하시기를 바랍니다.
#2. 수사에 협조하되 수사기관을 불신할것
수사기관, 그러니까 경찰과 검찰은 뭘 하는 기관일까요?
정의를 구현하는 기관일까요 아니면 시민들을 보호하는 기관일까요.
이념적으로야 그럴지 모르겠습니다만,
실질적으로 가해자 입장에서 수사기관은 '나를 잡아쳐넣으려는 적'일 뿐입니다.
내가 정당하고 당당하고 죄지은것이 없다고 하여 수사기관이 나를 신뢰하고
알아서 진범을 찾아내주거나 무고를 밝혀줄거라고 생각하시면 안됩니다.
내가 죄지은게 있다면야, 당연히 수사기관은 '나를 잡아쳐넣으려고 혈안'이 되는거구요.
그러니 수사기관을 신뢰하고, 수사기관에 많은것을 기대하시면 안됩니다.
억울하면 억울함은 내가 밝힌다고 생각하셔야 하고,
수사기관이 나의 억울함을 들어주는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그 말만 믿고 넙죽 그대로 따라가도 안됩니다.
물론 정의롭고 철저하게 규정을 지키며, 당신의 말을 귀기울여 들어주는 수사기관도 많습니다.
그러나 경우에 따라 어떤 수사기관은 당사자의 법적 무지를 이용하는데 거리낌이 없을지도 모르고
무죄추정등은 관심없이 당신을 이미 흉악한 범죄자로 점찍어두었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가장 무서운건, 여러분은 그 차이를 절대로 구분할 수 없다는겁니다.
'어? 그럼 일단 수사기관에는 저항하고 반항해야 하는거 아닌가요?'
아뇨, 그건 또 너무 격렬한 반응입니다. 그러시면 안됩니다.
수사기관은 생각보다 많은 재량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얼마나 협조적이었는가에 따라
수사기관의 처분이 달라질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일단 수사기관의 수사에는 가능한 협조하세요.
생각보다 자기가 생각하기에 죄가 없다는 이유로, 혹은 죄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무슨 깡으로 그러는지 모르게 수사기관에 비협조적인 사람들이 꽤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경우 높은 확률로 협조적일때보다 불리한 처분을 받게 됩니다.
특히, 출석요구에 반복해서 응하지 않는 경우 체포영장이나 구속영장 청구가 이루어질수도 있습니다.
유치장 가고, 구치소 가는거예요 덜덜.
그러니 수사기관의 수사에는 협조하되,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이놈들이 나를 속이지는 않는지.
이놈들의 진술이 내가 헛소리를 하게 유도하려는것은 아닌지 끊임없이 의심하시고
억울한 점이 있다면 그건 수사기관이 알아서 해결해줄거라는 기대는 지금 당장 내다버리세요.
#3. 조서는 (제발) 꼼꼼하게 읽고 수정할 것.
출석 요구를 받고 수사기관에 출석해서 조사를 받았습니다.
몇시간 넘게 진이 빠지도록 이얘기 저얘기 물어보고 답변을 하고 나니
이제 다 끝났다고 하네요.
아 드디어 집에 갈 수 있겠구나! 싶은 순간
수사관 혹은 검사가 뭔가 서류를 잔뜩 프린트해서 내밉니다.
읽어보고 지장을 찍으라고 하네요.
대충 살펴보니 내가 한 말들을 정리한 서류들인것 같습니다.
피곤하기도 하고, 대충 맞는 말인거 같기도 하고
애매한 부분이 있긴 한데 이런것까지 굳이 정정해야 하나 싶습니다.
빨리 집에 돌아가고 싶은 마음도 한가득입니다.
그래서 대충 훑어보고 이상없다고 지장을 꾸욱 찍습니다.
이러면 큰일납니다.
여러분은 방금 '피의자 신문조서'에 지장을 찍었고,
그 서류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재판에서 증거로 사용됩니다.
(물론 증거를 부동의 할수는 있습니다만 애초에 진술하지 않은것보다는 불리하겠지요.
진술의 일관성 문제도 발생할 수 있고...)
특히 수사기관에서 작성하는 피의자 신문조서는 여러분이 조사를 받은 내용을
녹취록처럼 그대로 받아적은 문서가 아닙니다.
수사관과 다양한 문답을 했는데, 조서 안에는 여러분이 말한 내용이 생략되거나 혹은
좀 더 자세하게 풀어 써져 있거나, 혹은 미묘하게 다른 뉘앙스로 적혀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수사관의 질문내용도 수사관이 실제로 한 질문과 미묘하게 다르게 적혀 있을수도 있죠.
물론, 살짝 작성된 내용이 다르더라도 여러분이 진술하고자 하는 의사와 큰 차이가 없다면
지장을 찍으셔도 무방합니다만, 묘하게 걸리는 부분이 있거나 뉘앙스가 좀 다르다거나
무엇보다 '내가 말하지 않은 내 의도나 감정이 적혀 있다면' 이건 좀 민감한 문제가 될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조서는 꼼꼼하게 읽고, 의도가 불충분하게 적혀있거나 내용이 부족하거나 과하다면
해당 부분에 대한 수정을 요구하세요. 내용을 빼달라고 해도 무방하고 좀 더 자세하게 써달라고 해도 무방합니다.
그 조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여러분의 입에서 나온 말과 동등한 효력을 발휘합니다.
지치고 힘들다고, 별거 아닌것 같다고 조서에 지장 찍었다가 나중에 번복하려면 일이 여러모로 복잡해집니다.
꼼꼼히 읽으시고, 괜찮다는 확신이 들때까지 수정한 후 그때 지장을 찍으세요.
간략하게 짧게 써야겠다고 마음먹고 시작했는데, 또 글이 꽤 길어집니다.
재미있게 쓰는 능력은 없으면서 자꾸 글만 길어지는건 좋은 습관이 아닌데...
일단 오늘은 여기까지 적도록 하고, 남은 내용은 며칠 안에 다시 정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부디 이 글을 읽으시는 모든 분이 이 상황에 당면하지 않게 되기를 바랍니다.
직업적 경험에서 비롯된 이야기입니다만,
너무나 당연하게도 100% 통용되는 이야기는 아니며
개개 사건에 따라 적용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 글을 절대로 100% 통용되는 이야기로
이해하셔서는 안되며, 가벼운 가이드라인 내지는 참고자료 정도로 생각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뭐든 경찰서 -> 검찰 -> 1심 -> 2심 -> 3심으로 진행하기 전에 가급적 빠른 단계에서 해결하는게 가장 우선이죠. ;;
진짜 세상 중요한게 그 내용이긴 한데, 지난번 제 글과 겹치기도 하고,
이 글 전체 취지하고 좀 달라서... 사실 변호사 찾아가서 제대로 된 변호사를 만난다면
이런 글 하나도 필요 없죠. 그분이 다 설명해주셔야 하는 부분이니...
/Vollago
현실은 유죄 추정의 원칙이 적용됩니다.
지장찍어 놓으면 재판에 가서 뒤집는거 생각보다 힘듭니다
따라서 긴가민가하면
차라리 질문 받을때 묵비권을 행사하는게 좋습니다
/Vollago
이놈이라...
/ Vollago
글 전체적으로 해당 단어를 사용한 것은 그 부분이 유일하고 다른 곳에는 모두 '수사관'이라는 단어를 꼼꼼하게 사용하고 계시네요.
거의 쓰레기에 가까운 사람도 많고
보통 어떤 일(좋지 않은일)이 있었고, 나중에 그사람한테 이야기할때 이놈 저놈 표현 정도 쓰지 않나요?
이놈이란 말이 어디 나왔는지 기억도 잘 안나는데요.. 이 댓글을 보니 조서 같은거에서는 정말 말 한마디도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꼬투리 안잡힐려면....어쨋거나 좋은 본문 잘 봤습니다.
기분나빴는지 검찰에 넘겼는데 증거불충분
검찰에서 전화와서 이거저거 묻더니 바로 종결짓더라구요.
지금 와서보니까 이런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건 지금 현재의 인식이고 위험한 생각입니다
사건이 있을때에는 그 당시 기준으로 설명해야 정당한 상황으로 인식 될 수도 있는 점이 있습니다
수사관이 타주는 커피나 따뜻한 말한마디에 속지 마시고 끝까지 긴장하셔야 합니다.
공무원이 점점 더 철밥통 안정직장이 되어갈수록 직업의식이나 사명감과는 거리가 먼 사람들이 그 자리를 채워가고 있죠. 그리고 최종판단은 검사-판사 넘어가는것이라 어쩔수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객관적 증거가 받쳐주지 않는다면, 수사관 입장에선 당연한거 아닌가요?
객관적 진실, 또는 객관적 범인은 애시당초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이상적인 개념입니다. 그건 드라마나 영화를 보는 시청자나 전지적 작가 시점에서나 가능합니다.
'명목상'이란 말이 좀 어감이 좋지 않지만 '겉으로 드러나는 진실의 한 단면'이라는 의미라고 해석한다면 적당하지 않을까 합니다.
훌륭한 경찰일수록 이러한 명목상 진실의 여러 단면을 캐려고 노력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쉽게 드러나는 단면만 보고 판단하더라구요. 그래서 진짜 결백한 사람도 자신의 결백함을 적극적으로 주장하고 근거를 제시하지 않을 경우 가해자로 바뀌거나 도매금으로 같이 넘어가는 경우가 많더군요.
적으신 정도만 유념해도 억울한 일은 안당할겁니다. 충분히 도움되는 내용이네요 ^^
2. 일관된 진술
3. 수사기관에 협조하되, 너무 믿지말것
감사합니다~~~머리속에 꽉 저장시켰습니다...
당해보면 얼마나 양아치 새끼들인지 뼈져리게 알게 됩니다.
사건, 사고가 생겼을때 절대로 절대로 형사, 검사들의 말을 믿으면 안됩니다.
절대로... 아... 생각만 해도 깊~~은 빡침이 몰려오네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정말 잘 봐야 하는데, 문맥과 어투 입니다. 글안에 써있는 정말 미묘한 표현 하나하나 잘 보셔야 합니다.
어떤 행위를 했는데 그럴 의도가 약간은 있었다와 그럴의도는 아예 없었는데 그렇게 되었다는 천지 차이입니다.
아오 옛날생각하니까 또 열받네ㅋㅋㅋ
감사합니다.
경창/검찰들은 선수에요.
밥만 먹고 그것만 하는 사람이기에 보통 사람이 당할 수가 없죠.
더불어, 경찰/검찰들도 직업인들 입니다.
이게 그림이 그려진다 싶으면
한건이라도 더 올려서 포인트 따야 승진도 하고 월급도 오르고....
결론적으로 변호사를 사는 게 답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쪽이 선수면 이쪽도 선수로 대응해야죠.)
변호사비용이 부담이 크다 싶으면
20-30만원에 상담 정도는 가능 하니까
상담을 통해 전체적인 가이드라도 받는게 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 바닥에 발을 아예 안딛는게 최선입니다.
형사는 진술의 일관성을 확인하기 위하여 동일 사안에 대하여 다양한 관점으로 질문을 하는 것 같았습니다.
사실을 진술하지 않으면 진술이 오락가락할 가능성이 있죠.
정리해 주신 글 잘 읽었습니다.
단, 거짓말이나 증거은폐가 들통났을 때 양형 사유가 되고, 법정에서 내 진술의 신뢰도가 없어지고, 심지어는 구속되기도 하죠.
민,형사에서 모두 무죄나와도 상대방은 허위진술했음에도 처벌 안받고....
지난 5 년간이 악몽같았습니다
앞으로 몇 년 더 끌지 참 막막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