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서두로 말하자면 저는 자전거 동호인이고 무조건 헬멧 착용, 가족에게도 필수 착용을 강조합니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은 엄청나게 광범위합니다. 유아는 빼더라도 보조바퀴를 달고 다니는 초딩부터, 여든 할아버지까지 거의 전연령층이 자전거를 탑니다. 또한 수준으로 살펴보면 일반도로를 빠른속도로 달리는 동호인도 있고, 인도를 갈지자로 다니는 아이, 심지어 막걸리 한잔 걸치시고 도로를 역주행으로 다니는 할아버지도 계시고.. 그렇습니다.
이중에서 동호인은 사실 이번 헬멧 법제화와 관련성이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동호인 사이에서는 헬멧이 기본상식이고 대부분의 분별있는 모임에서는 헬멧없으면 참가도 못합니다. 이들은 대부분 어느정도 법규를 알고 있고 위험성도 알고 있기에 역주행이나 이런 노답행동은 잘 안하는 편입니다. (1차선 좌회전이나, 병렬주행등의 이야기는 일단 여기서는 다루지 않겠습니다. 말그대로 일정수준 이상의 라이더의 얘기라서요.)
반면 보통 동네 자전거 타시는 분들은 일단 인도로 타는게 불법이라거를 모르고, 좌회전 우회전시의 수신호도 모르고, 자신의 행동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도 잘 모릅니다. 아이들도 마찬가지죠. 왜냐하면... 아무도 제대로 가르쳐준적이 없거든요!
한편 인도주행은 불법이고, 역주행은 더 큰일날 일이며, 음주주행은 음주운전임을 단속하고 계도해야할 경찰들도 모르거나, 그냥 지나치는게 현재 상황입니다. 법규도 현실과 동떨어져 있고, 과실비율은 어떻게 되는지, 어길시 처벌은 어떻게 되는지, 도로에서는 어디까지가 자전거의 권리이고 책임인지 도대체 엉망인데... 끝도 없으니 이만 줄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그냥 보통 동네 자전거 타시는 분부터 꼬맹이들까지 헬멧을 강제하는게 과연 옳은 것인가가 지금 쟁점입니다.
더 큰 위험, 더 큰 불법도 모르고 또는 하찮게 여겨 안지켜지는 상황에 본말이 전도되었다는게 법제화를 반대하는 사람들의 지적인 겁니다. 있는 법규나 확실하게 정비하고, 있는 법규나 확실히 단속하는 데 행정력을 집중하고, 어른 그리고 특히 어린이들에게 헬멧은 자전거와 원래 한쌍, 자전거는 항상 조심히 즐기는 것이라는 교육부터 우선하는게 옳다는 겁니다.
그런 노력은 하나도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수십년전부터 이미 자전거 교육이 생활화된 외국에서도 잘 안되고 있는 헬멧법제화부터 하겠다고 나오니, 자전거를 나름 안다고 하는 동호인들이 속터져하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