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때 한 여자애가 케첩에 밥 비벼먹는 걸 좋아했습니다. 기숙사 살던 녀석인데 입맛없는 한여름에는 식당에 케첩을 들고다니면서 비벼먹었죠. 어릴 때 많이 먹던 건데 이게 새콤한 맛에 그래도 밥이 좀 먹힌다면서요.
그런데 이녀석이 어느날부터 케첩밥을 잘 안 먹는 겁니다. "애기입맛 너 다 컸냐? 이제 케첩 안 먹어?"하고 물었더니 약간 시무룩해지며 "아빠한테 혼났어..."하데요. 방학에 집에 가서 늦잠자고 일어났더니 식구들 아무도 없고 출출하기에 케첩에 밥을 비볐답니다.
신나게 막 한숟갈 먹으려는데 아버지가 들어오셔서 자기 밥을 보더니 확 낚아채어 싱크대에 갖다 버리셨답니다. 깜짝 놀라서 아버지를 바라봤더니 아버지가 폰과 냉장고에 붙은 배달책자를 내미시며 궁상맞게 이런거 먹지말고 뭐든 시켜먹으라고 하고 안방에 들어가버리시더래요.
황급히 따라 들어갔더니 아버지 눈이 벌겋더랍니다. 젊어서 가난하던 시절 자식 셋이 반찬이 없어 케첩에 밥비벼먹던 게 서러워 아둥바둥 살아 이제 먹고 살만해졌는데 딸이 아직도 이런다는 게 속상하셨겠죠.
"아빠 진짜로 먹고싶어서 그랬다."
"내가 이제 니 묵고싶은 건 다 사줄 수 있다. 다시는 그런거 먹지 마라. 용돈 더 주까? 서울가니 물가 비싸서 돈 없드나?"
눈이 그렁한 아버지를 보고난 녀석은 그 후로 케첩밥을 차마 못 먹겠다고 했습니다. 그냥 케첩에 감자튀김을 얹어먹거나 오므라이스 위를 벌겋게 덮어먹는 정도로 타협을 했죠.
졸업식 때 녀석은 아버지께 학사모를 씌워드리고 아버지 팔짱을 끼고 꽃같이 웃었습니다. 시커먼 얼굴에 주름이 많던 아버님도 거친 손으로 졸업장을 쥐고 똑같이 웃으셨습니다. 부녀가 참 많이 닮았더라고요.
/Vollago
근데 결말이 하나 더 있어야 클량일 것 같은데...
지금은 옆에서 딸과 코콜며 자고있네요.
또는 그분이 제 장인입니다
이런거 없나요?
아버지는 케챱이 싫다고 하셨어..
진짜루요
/Vollago
근데 글을 참 잘 쓰시네요
저는 어렸을 때 밥 맛 없으면, 그냥 물에 말아 먹거나,
간장에... 아... 아닙니다.
/Vollago
어떻게 먹는걸까요?
가방에서 케첩통을 꺼낸다
감자튀김 한 가닥 위에 동량의 케첩을 짠다
먹는다
*반복
끓인 라면에 물을 더 부어서 섞어 먹는다는 건가용? ㅠㅠ
그거 갈구다가 부모님이 냅두라고 하셔서..
지금 생각해보면 괜히 그랬네요
제 아들놈도 그러더라구요 ㅋㅋㅋ
라면이 짜서 물을 더 부어서 먹는 건가요? ㅎㅎ 신기하군요.
그나저나 부모님 마음이란....ㅜㅠ
댓글 쓰려고 했는데...^^
뭘좀 아시네요. 완전 꿀맛이죠.
스시집 온 느낌 나고 좋아용
회사에서 돈까쓰먹으러ㅠ가서 그랬다가 엄청 질타 받았습니다 ...
맛있는뎅...
저도 어렷을적에 어머니가 밥에 계란 얹어서 간장에 밥 비벼먹는거 해주시면 맛있다고 하면서 먹었는데
나이 들어서 생각해보니 그때 좀 가난해서 그랬던거 같더라고요....
지금은 여쭤볼 어머니가 안계셔서 슬픔니다..
같은 김치찌개를 여러번 끓여먹고 계란에 케찹에 밥 비벼먹던 생각이 나네요. ㅜ.ㅠ
하늘봄이 님이 쓰신 글은 다 재밌어요 작성자를 안 보고 읽어도 글투에서 냄새가 남..
아부지 보고 싶네요... ㅜㅜ
아버지는 케챱밥이 싫다고 하셧어
그냥 먹을만해요!!
달아요..많이......
유머글인줄 알고 주변마다 저런분들 있는이야기로 공감하는 글인줄 알았으나 감동 ㅠㅠ
눙물이 글썽 거리네여..
로또 되게 해주세요...
요약 때문에 감동이 날라갔다고 생각했는데
이미 원글에서 감동받고 댓글 달았던 글이네요 ㅎㅎ
마지막글 보니 눈팅만 한다고 하셨는데
돌아오셔서 재밋는 글 써주시면 좋을꺼 같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