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곳이 있었네 하며 들어간 번화가 외곽의 선술집
오너이자 쉐프인 남자는 30대 후반이나 40대 초반쯤 되어 보인다.
머리는 까까머리 정도에 얼굴이 동글하나 덩치가 있어 되려 얼굴이 작아 보인다.
선하게 웃고 손이 두껍다. 손이 따뜻해 보인다. 따뜻한 손은 일식하기 안 좋다던데.
추천해 달라는 나의 말에 대답해준 오마카세라는 말은
당시 막 취직한 나에게는 조금 낯설었었다.
우리가 개업 후 첫 오마카세 손님이라 했다. 제가 좀 비싸게 책정했나봐요.
멋쩍게 웃는 그의 웃음이 순했다.
요리는 생각보다 예상보다 훌륭했다. 가격이 저렴하게 느껴졌고, 원테이블 식당에 가봤다면 이런 느낌일까 싶었다.
벚꽃이 이미 졌어도, 지금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의 벚꽃엔딩의 독주가
번화가에 흐르던 5년 전쯤 이야기.
어 또 오셨네요??
번화가 외곽에 위치한 선술집의 수요일은 평화롭다.
10평에 6테이블 남짓한 작은 가게에 젊은 여직원의 목소리는
묘하게 알수 없는 디퓨저 향처럼 가게와 조화롭다.
텅 빈 홀을 의식한건지, 나를 반가해준 것은 모르지만
젊은 중년의 쉐프는 마른 수건에 손을 닦으며 나를 반겨 주었다.
다찌자리에는 여러 종류의 피규어와 귀여운 인형들이 있었다. 나로서는 단 하나도 모르지만 어느 누군가는 이들의 이름을 모두 알겠지 라고 잠시 생각했다.
친구와 나는 여직원분을 보며 인사를 건낸다.
어 저희는 처음 뵈었는데 저번에도 계셨었나요?
오마카세 손님이 처음 왔었다며 쉐프분과 이야기를 하고 있었더랬다.
수요일이 제일 손님이 없다는 말을 기억하고 와줄거 같다고 대화 중이였는데 우리가 정말 와서 놀랍고 반가웠다.
그녀는 왜인지 나와 특히 이야기를 많이 했다.
직원은 수수한 느낌의 늘어진 목티와 적당한 길이의 9부 진을 입고 있었다.
몇 살이냐고 묻는 말에 어리다고 대답했다. 그 직원은 웃으며 자기는 안 어리다고 했다.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나보다 어릴 거라고 응수했다. 그녀는 나보다 3살 많았다.
나는 재빨리 역산하여 어 xx 띠? 라고 말했다. 우리는 40분 만에 친구를 하기로 했다.
그녀에게는 판화의 재능이 있었다. 핸드폰 사진첩에는 수백장은 족히 될거 같은 그녀의 작품들이 있었다. 군데군데 남자친구의 흔적이 보였다.
남자친구에요? 라고 말하니 살짝 입꼬리가 올라가며 쉐프와 눈을 마주치더니 음 ... 하며 말을 하지 않는다.
아 ~ ex구나 라고 말하니, 그건 또 아니란다.
그럼 좀비네요 라고 말하는 내 말에 눈동자로 대답한다.
남친이긴 한데 살아 있는 관계는 아닌거 같고, 죽었다고 하기엔 움직이고 뭐 그런거 아닌가?
나보다 3살 많긴한데 동갑으로 알고 있으니 일단 말이 짧아졌다.
마찬가지로 짧은 대답이 온다.
맞단다. 좀비 남친이란다. 쉐프님은 옆에서 듣더니 혹시 하시는 일이 뭐냐고 묻는다.
친구가 옆에서 직종을 알려준다. 어쩐지 하며 고개를 끄덕이신다.
술을 많이 마셨고, 다찌집은 아니지만 정말 그런 것처럼 음식이 자꾸 나왔다.
11시가 되자 쉐프님은 가게 블라인드를 내리고 간판 불을 끄고 음악 볼륨을 살짝 높인다.
넷이서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는 모르겠다. 술이 맛있었다.
죄송한데 담배 좀 피우고 와도 될까요 라고 쉐프가 묻는다.
내가 더 죄송하다는 식으로 네 피우고 오셔요. 라는 말을 뒤로
친구와 같이 주방 뒤로 나가신다.
혹시 마실거 좀 사다 드릴까요?
옆 여직원이 저는 바나나우유요.
저는 메로나요 하면서 웃고 만다.
무슨 말을 했는지는 잘 기억 안나는데 아무튼 그녀의 손이 조심스레 내 허벅지 위로 놓여졌고
1분이 되지 않아 우리는 입을 맞추었다.
시간이 여름철 고양이처럼 주-욱 늘어진거 같다가
발소리가 들리자 고양이가 사라졌다. 입술이 맨들했다.
여직원이 괜스레 주방쪽으로 바나나우유~ 하면서 봉지채 낚아온다.
얼굴이 화끈한지 입술이 화끈거리는건지 알 수가 없었다.
자리를 옮겨 노래방으로 가기로 했다.
쉐프는 자기가 노래방을 쏘겠다고 했다.
기분 좋게 계산을 하고 바로 옆 노래방으로 향했다.
두어곡, 세곡, 네곡
친구를 가게로 보냈다. 텐션이 올라갔을 때는 유지해야 되는 것이다.
빨리 데리고 오라고 재촉했다.
친구는 알았다며 큰 걸음으로 가게로 향했다.
친구가 돌아와 노래방 문을 열으며 나를 보고 웃는다.
갑자기 웃옷을 챙긴다.
왜냐고 묻는 말에
그 들은 안와. 안 올거야 라고 말한다.
왜? 라고 재차 묻는 말에
둘이 사귀는 사이인가봐.
그럴 리가? 라는 내 말에
아냐 그런거 같아
친구는 본인의 감이 맞다는 확신의 말투를 고수했다.
둘이 너무 붙어 있어가지고 가게 들어가지도 못했어.
뭔가 알수 없는 허탈감을 동반한 재밌는 웃음이 나왔다.
뭔가 묘한 기분 좋은 불쾌감이 동반했다.
그런 나를 아는 모르는지 맹한 친구와 택시를 잡으러 나오는 길이였다.
그런데,
그 직원 말야.
응? 하며 묻는 내 눈을 보며 친구는
하... 하며 웃음 섞인 한숨을 내쉬더니
이전 방문 때 그 여직원과의 묘한 기류가 있음을 내게 말해주었다.
그리고선 뭔가 본인이 허탈하단다. 사장과 그렇고 그런거였나봐
하면서 쓴 웃음을 짓는 친구를 다독이며 말했다.
야 너는 (사실 나도)그냥 전채요리야. 샐러드 같은거
친구는 무슨 개소리야 라는 식으로 쳐다본다.
샐러드 별로냐? 그럼 차왕무시 같은거야.
라고 말하고 웃어 버렸다.
친구는 미안하게도 아직도 이해를 못한거 같지만, 굳이 설명해주지 않았다.
꽤 시간이 흘러 가기 싫다는 친구를 데리고 다시 방문한 그 집에
그 직원은 안 보였다.
쉐프에게 물으니 남자친구와 이사를 갔다고 해서 그만두었다고 한다.
다시 앉은 다찌자리에는 4살정도 되어 보이는 딸을 안고 찍은
3인의 가족 사진이 여러 액자에 게시 되어 있었다.
선추천후감상
개인적으론 그럴 수 있는 사람들이 묘하게 부러울때도 있습니다. 저는 그렇게 살면 안 살아지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