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으 더워. 그런데 이거 왜 이렇게 비싸요
너무 비싼거 같아.
투덜이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이어지는 뻔한 대답.
한철장사라 그래요.
허울 좋은 말이다. 손님입장에서는.
이 좁은 땅떵어리에서 ~ 라고 시작하는 수식어가 대거 등장할수 밖에 없는 한 여름의 바닷가.
메인보드에 스위치선들을 꼽아놓은 것 처럼 빼곡하게 파라솔들이 꽂혀 있고
그 뒤로는 한찰장사라 그래요. 라고 써놓은 것처럼 비싼 가격들의 먹거리들이
줄 지어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판매하는 남자들의 몸처럼.
친구녀석들이 결혼하기 전 마지막 여름휴가가 될거라는 거에는 이의가 없었다.
그래서 그런가 평소보다 점잖을 빼던 녀석들도 이번에는 적극적이다. 재밌다.
그런데 안하던 짓들을 하면 탈이 나기 마련인가보다.
사소하다고 생각한 문제들이 하룻밤 사이에 커져버렸다.
어차피 하루 이틀보고 말 사이.
상대 여자들도 얼마나 우리를 중히 생각했을지
우리 역시 그랬다. 곧 결혼할 사람도 있는데 뭐 얼마나 마음을 줄꺼야. 재밌게만 놀면 되지.
그런데 막상 상황에 젖고 나서는 아니였나보다.
아니 굳이 거기서 옛날 이야기를 왜 꺼내.
가장 심통난 a다.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는 제일 큰 피해자다.
언제는 네 직업에 자부심이 대단하다며. 난 너 띄워줄라 했지.
a는 대학가에서 핫도그 장사를 하고 있다. 물론 가판 장사다. 허가 받지 못한 곳이다.
나름 세금 꼬박내고 한다는게 한줄기 남은 친구의 자존심이다.
너가 나 띄워주려고 이새끼 핫도그 매니아에요 이딴 소리하진 않지
사실 b는 a가 학창시절에 자기보다 잘 난거 하나 없다고 내심 생각하던 놈인데
핫도그 장사로 자기 월급에 배 이상을 벌어드리니 1차로 살짝 꼬였고
2차로는 여행 오기 전 최근 술자리에서
어차피 공부하는게 돈 잘 벌려고 하는거 아냐?? 대학 갔으면 돈 아까워서 어쩔 뻔 했겠냐
라는식의 말로 명문대를 나온 b를 긁기는 충분했다.
내가 볼 땐 그 놈이 그 놈이다.
아니 돈 잘 번다고도 해줬잖아. 그럼 된거 아냐??
의미 없는 말들이 몇번 더 오가더니 목소리가 커진다.
나를 포함한 나머지 애들도 저러다 말겠거니 하면서
저거저거 어제 공쳤다고 승질 부리네 하며 적당히 웃으며 팝콘을 튀기다가
서로 잦아들길래 마무리 되는가 했더니
결국 한 놈이 선을 넘고 말았다.
인생바닥 핫도그새끼 기름밥이나 많이 드세요.
당시에 어떤 유명한 mma 선수가 뒤통수를 맞아 우스꽝스럽게 되었는데
b의 모양새가 비슷했다. 뒤 돌아 나가는 b의 뒷통수를 가격하더니 뒷덜미를 잡아 끌어내려고 했던거 같다.
아마 체구가 비슷했으면 발랑 뒤로 자빠졌을터인데,
b는 a보다 20키로는 족히 나간다. 그래서 우리가 너무 팔지만 말고 너도 핫도그 좀 먹으라 했잖아...
결국 엉겨 붙어 싸우기 시작한다. 친구 녀석 하나는 말리다가 팔꿈치에 스쳐 피도 살짝 보이고
다른 친구 하나는 이거 20년짜리라면서 동영상 촬영하기 바쁘다.
나랑 다른 친구 하나는 어유 이 병신들 하는 눈빛으로 발로 두 놈을 걷어차며 그만하라고 말한다.
둘이 겨우 떼놓았나 했더니 갑자기 a가 황소마냥 친구 팔을 뿌리치고 팔을 길게 뻗는다.
느리다. 누가 맞냐 했는데 b는 맞았다. 돼지새끼. 그걸 맞다니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한대 맞으면 고개를 돌리거나 자빠지거나 피가 나거나 했는데
현실싸움에선 그런거 없다. 처음 한 두번만 멋있게 팔을 뻗고 그 다음부터는 또 개싸움이다.
b의 팔뚝이 두껍다. 초크는 a가 하고 있는데 b의 주먹이 a의 옆구리를 친다. 간장치기야 뭐야.
b의 목이 두꺼워 초크가 잘 안걸리는거 같다. 술도 잘 쉬는거 같고.
a 저거 만날 mma 보더니 핸드폰 하면서 봤나??
방 커다란걸 빌리기 잘했나보다. 둘은 엉겨 붙더니 거실 한 쪽 끝으로 간다.
선수들이 움직임에 따라 카메라감독도 따라 간다.
a는 b의 등과 벽 사이 가운데에 껴 볼썽 사납게 되었다.
창문만 열면 바로 백사장이 보이는 좋은 펜션을 구했다며 서로 신났다고 한지 24시간쯤 지난 때였다.
빼곡한 파라솔에 있던 사람들이 커다란 창문 너머로 삼삼오오 우리의 파이팅을 보기 시작한다.
쪽팔린다. 아주 고마운 친구녀석들이다. 창문을 닫으려 하는데, 뱀새끼 같은 a/b가 창문 근처로 이동한다.
관중을 의식하는지 갑자기 mma 선수들 처럼 떨어진다. 서로 놔놔 하더니 긴밀한 비밀협정처럼 서로 슬그머니 놓는다.
갑자기 권투 자세를 잡는다. 뭐여 저것들 지금 뭐하는거야? 내 목소리에 아랑 곳하지 않고 둘은 일정 거리를 유지하며
호를 그린다.
나는 말한다. 야 너네 권투선수라고는 타이슨이랑 알리밖에 모르잖아.
a은 굳이 나누자면 인파이터다. 체급이 5체급 차이는 날텐데 아무튼 그런거 같다.
자꾸 난타전을 하려고 하다가 b한테 잡혀서 불쌍하게 된다.
b는 그 체구에 아웃복서다. 말하자면 그냥 쫄보새끼다.
어디서 본건 있는지 a가 고개를 숙이고 턱을 노리는 듯한 팔이 뻗으면
b는 그걸 못 피하고 일단 턱으로 주먹을 막고 이상한 괴성을 내며 a를 껴안과 놔주지 않는다.
그렇게 옆구리 몇대 떄리고 레프리는 없지만 관중들의 중재로 떨어지기를 수어번
창문 너머로 고소한 기름 냄새가 난다. 이렇게 더운데 왜 튀김 같은걸 먹는거야.
b가 중얼거린다. 이 ㅈ같은 기름냄새.
그 ㅈ같은 기름냄새가 a에겐 각성효과였나보다.
다시 같은 패턴으로 들어간다. 지겹다 .
야야 이제 고만들해. 라는 말들을 뚫고 a가 아까보다는 더 낮게 b의 품으로 들어간다.
이번엔 턱이 아니라 바디 블로다. 원투. 성공인가?
b가 a의 목덜미 어딘가를 잡으려고 박수를 친다. 짞 소리가 난다.
a의 가는 종아리에 힘을 가득담아 b의 도가니를 찬다.
헐크 같은 메스의 b의 허벅지는 무조건반사 실험처럼 풀썩 젖힌다.
중력을 따라 내려간 b의 안면에 a의 훅이 꽂힌다.
b를 넘어뜨려 마운트 자세가 되자 카메라맨이 핸드폰을 던지고 달려들어 a를 뜯어낸다.
a는 말리는 우리에게서 끌려가며 소리를 지른다.
방이 떠나가라 크게 외친다. 숙연하고 좀 미안하고 처절하다.
핫도그 개새끼야. 넌 평생 핫도그 쳐먹지마. 기름도 먹지마 !!
그렇게 우리의 기혼전 마지막 바다여행은 끝이 났다.
내 서랍에는 그때 바닷가에서 얼굴이 퉁퉁 부은 a, b의 억지 우정 사진과
그리고 b의 결혼식 단체사진에 핫도그를 들고 있는 a의 사진이 아직도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참 즐거운 병신들이다.
https://www.clien.net/service/board/park/12098750CLIEN

왠만한 책 한권 뚝딱 쓰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