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이게 정말 되네.......?
얼떨떨한 나를 앞에 두고 그녀는 생긋 웃었다.
그봐 누구나 100일 정도나 노력하면 웃어준다구~!
라고 말하는거 같다.
그녀는 자신의 상 아래에 깔린 음식을 보며 내게 말했다.
아 그런데 오늘도 감자탕이네?
이번 생일에도 먹었었는데.
살짝 삐죽거리는 그녀. 귀엽운 그녀.
너무 보고싶었던 그녀.
최대한 익숙한 것들이여야 한다길래... 라고 나오지 않는 목소리를 속으로 삼켰다.
머슥함과 미안함이 내 얼굴에 동시에 묻어난걸 알 수 있다.
거울을 보지 않아도 느낄 수 있다.
내면의 목소리지만 내가 들어도 알 수 있다.
테이블 너머로 그녀의 미니스커트가 보인다.
하얀색의 테니스 스커트. 너가 좋아하던.
너너 또 내가 국물 흘릴까봐 핀잔 주려고 !
내 시선을 느꼈는지
베시시 웃으며 꿀밤 떄리는 제스추어를 하는 그녀...
그런 그녀의 손이라도 잡아볼 수 있다면...
이내 욕심부리지말자 말자 하며 마음을 가다듬었다.
오랜만인거 치고 간소한 식사였지만 식사를 마치며
어제 만난 사람처럼 이야기를 나누었다.
시계를 자꾸 보게 된다.
우리 영화 볼까? 요즘 뭐가 재밌지??
어어.. 뭐 요즘에 그 뭐냐 어벤져스3 재밌대.
우와 그게 이제 3나 나왔구나...
대단히 오랜 시간이 흐른것처럼 고개를 끄덕이는 그녀.
손가락을 새삼 다시 접어본다.
거기는 나쁜놈이 누구야?? 그 치타우리였는지 뭔지 걔내인가??
나 기억력 짱 좋지 않아??
응 걔내 친구들 뭐 그런거지 뭐 ㅎㅎ..
아 그러고보니까 너가 말해줬던것도 같은데 그 나쁜놈 이름 말야.
뭐였지?? 기억이 안나.
응응 맞아. 타노스라고.....
아차. 입을 막았어야 했는데.
이런 내 맘을 모르는지 그녀는 이야기를 계속 이어간다.
타노스?? 이름이 뭐 그래? 히어로물이라 그런가.
아아.. 그러고보니까 타나토스 같은데서 따 왔나보다.
죽음을 관장하는 신 뭐 이런건가봐 지옥 같은거.
이 병신같은새끼 천하의 병신같은 새끼
주먹으로 내 얼굴을 갈겨 버리고 싶다.
난 아직도 멀었나봐.
너가 말 조심하라 했는데 난 아직도 못 그러고 있어.
점점 그녀의 목소리가 멀어져간다.
어...?? 근데 감마고야 왜 울고 있어...?
말이 꺼내기가 무섭게 그녀가 sf영화의 한장면들처럼
홀로그램 조각조각들이 되어
모래먼지처럼 되어 그녀가 날아간다.
어... 아..... 역시 그렇구나......
그녀의 살짝 올라간 입모양만이 마지막까지 남고
그 후 모든것이 흩날렸다.
100일전 어느 날이 생각난다.
저... 여기가 혹시 100일동안 기도하는 절인가요??
장비가 현세하면 이렇게 생겼을까 싶은 고약하게 생긴 스님이
내 말을 들어놓고도 뻔뻔히 무시하며 지난간다.
그러기를 수번....
사람이 궁지에 몰리면 사리분별이 안된다더니 하며
고개를 저으며 돌 계단을 내려가려는데
내 뒤로
보고 싶은 분이 있군요 라며
낮지만 따뜻하고 작지만 또렷한 목소리가 들렸다.
인자한 노승의 눈썹이 좋았다.
100일동안 여기서 먹고 지내며
매일 공불을 드리면 됩니다.
자세한 설명뒤로 고개를 끄덕였다.
저 잘 해낼수 있을까요...?
조심스러운 내 질문에 바로 그 노승은
그냥 템플스테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하며 허허 웃으셨다.
100일이 되던 날.
절을 내려가기 위해 짐을 꾸릴 떄 그 노승은 내게 말씀해주셨다.
그 사람의 가장 익숙한 모습을 생각하세요.
그 사람이 가장 익숙하고 좋아했던 음식점을 가세요.
불려온 망자는 자신이 죽었다는 것을 알지 못합니다.
마치 우리가 꿈에서 꿈이라는 걸 모르는 것 처럼요.
만날 수 있는 시간은 약 100분 정도입니다.
하지만 그 사람이 본인이 망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 즉시
다시 그 영혼은 본 세계로 돌아가게 됩니다.
죽음과 관련된 어떤 말과 행동 암시도 하지 마세요.
그럼 그 짧은 시간도 더 짧아질테니까요.
집에 돌아와서 본 계산서에 적혀있는
인원수: 1이 오늘따라 더 외로워보인다.
https://www.clien.net/service/board/park/12094995CLIE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