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의 생명은 권력에 대한 감시라고 늘 생각해 왔고, 그렇기 때문에 권력을 가진 쪽이 되었을 때는
쓴소리도 감내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이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다만, 지난 대선 과정에서 그리고 지금 한경오가 하는 짓은 "비판"이 아니라
"장난감을 빼앗긴 어린 아이의 떼쓰기"에 불과하다는 점을 이야기 해 두고 싶습니다.
대선 과정에서 안철수의 인기가 급작스럽게 확 뛰어 오른 배경에 언론이 있었다는 것은
언론계 종사자들 빼놓고는 모두가 동의하는 일입니다. 그 때, 대선미디어감시단인가요? 거기서 조사했던
언론 긍정보도 대 부정보도 지수를 보면 문재인은 평균이 0이 안되었고(+일수록 긍정보도 -일수록 부정보도), 안철수는 40이 넘어가는
어마어마한 수치를 자랑했죠.
문재인은 일부러 미디어에 노출을 안시키거나, 부정적인 면만 보도했고, 안철수는 작은 것 하나도 긍정적인 면을 부각시켜
미디어 앞자리를 차지하게 했었다는 의미입니다.
그 과정에서 제가 정말 충격을 받았던 것은...
안철수를 과도하게 띄워주고, 부정적 영향을 가려주는 기사를 조중동과 종편 뿐만 아니라 한경오, 특히 한겨레에서 목격했었을 때였습니다.
유치원 파동이 대표적 사례겠군요. 얼마나 쉴드질을 쳐 해든지... 티타늄 방패라도 보는 기분이었지요.
오마이의 김당기자는 아얘 안캠프에 둥지를 틀었었구요.
화룡점정은 하어영 기자의 울컥...
마크맨이 후보와 항상 행동을 같이 하다 보니 과도하게 몰입되는 측면이 있을 수 있다고 보기엔...
뭐 안철수가 정계 은퇴를 선언한 것도 아니고,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더군요.
그래도 대선 이후에는 좀 달라질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출구조사 발표 후 5분도 지나지 않아서 한겨레 트윗에서 제일 처음 본 글은
"5년 뒤에는 결선투표 하자" 였습니다.
"너 따위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말의 세련된 표현에 다름 아니었지요.
오마이는 "여사" 호칭의 생략으로 그것을 보여줬고(말도 안되는 거짓 해명까지 해 가면서요), 경향은 "퍼먹었다"라는
상스러운 표현을 쓰면서 자신의 속내를 적나라하게 보여줬습니다.
저는 이와 같은 일련의 행동이, 2003년 노무현대통령의 첫 국회 연설 때, 김무성이 했던 말
"나는 노무현이를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아" 와 뭐가 다른지 그 차이점을 전혀 모르겠더라구요.
지금 본인이 하는 비난이 "권력에 대한 정당한 비판"이라면, 딴나라당 시절의 자유당에서 한 저 막돼먹은 짓거리(환생경제?)도
"비판"의 범주 내에서 용인되어야 한다는 소리입니다.
한경오가 그동안 좋은 기사들을 많이 썼다구요? 그래서 어쩌라구요... 뭐, 한나라당이 100% 나쁜 짓만 했겠습니까?
하다 보면 괜찮은게 얻어 걸리기도 하고 그런 거지.
한겨레가 없었으면 국정농단 사태를 알 수 없었고, 오마이가 없었으면 또부조리를 찾아낼 수 없었고...
이런 우리가 살아낸 "흔적"까지 늬들에게 무시당할 수 없으니 덤벼라 문빠야???
"야이.. 그래서 니들이 한경오 안볼거야?"의 다른 표현이죠.
속된 말로 "ㅈ"이나 까잡수라고 말하고 싶네여. (다른 말로는 그래, 안볼거다!)
오만함의 극치이자, 선민의식으로 똘똘 뭉친 이 발언...
자신들의 독자에게 한바탕 해보자고 패기 있게 선전포고 하는 그 모습...
국정농단에 대한 날선 보도로 자신들의 독자였던 박사모들에게 외면당하는 와중에도 조중동도 차마 하지 못했던
말을 하는 선구자적 자세!!!
캬~~~ 한경오는 드디어 조중동을 넘어서고야 말았습니다.
깨시민이라는 말에 두드러기 나시죠?? 고 뭐시기 님이 갑자기 생각나는데...
'깨어 있는 시민'은 배울만큼 배우고 빅 브라더 노릇 해야 하는 자신들만이 가져야 하는 고유명사인데,
아무 것도 모르고 당신들이 주는 소스를 받아 꿀꿀거리는 개돼지들이 감히 저 말을 보통명사화 해서
자신들에게 덤비는 이 사태 용납 못하시잖아요.
그래서 조언 드리는데... 더 이상 어울리지도 않는 중립 언론 옷을 벗어 버리시고
"나는 문재인이 너무 싫어"라고 정정당당히 커밍아웃 하시거나
차라리 "한경오당"을 만들어서 정당하게 정치질 하세요.
중립적인 척 펜대로 주저리주저리 씨부리면서 교묘하게 정치질을 하지 말고...
조중동에게는 안하는 잣대를 들이대서 억울하다고요?
조중동 취급 받고 싶으신 모양인데, 안그래도 그쪽 길로 가고 있으니 굳이 재촉 안하셔도 됩니다.
한경오에서 뭐라고 씨부리든 귀에 들어오지 않은 날이 머지 않았으니까요.
왜... 카운트다운이라도 해 드릴까???
전 저열하다고 봅니다
권력에 대한 비판은 열심히하며 자신들에 대한 비판은 귓등으로도 듣지 않는 꼴은 너무 추한 거 같아요.
남들이 깐다고 뭐라 하기 전에..
자기들 스스로 무언가 잘못된건 없나.. 돌아보는 모습이 하나도 안보인다는걸 알아야 될텐데 말이에요..
이게 진짜 그냥.. 노무현 문재인 관련해서만의 문제라고 생각한다면..
그 언론도 그렇구요..
그 다른 지지자들도.. 자기들이 지지하는 사람.. 안철수든.. 심상정이든.. 겪을 수 있는 고질적인 문제..가 있음을 좀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민주주의 문화의 핵심 중 하나는 상대방을 동등한 정치적 대화&숙고의 동반자로 생각해야한다는 점인데 아무리 언론이라는 매체의 특성상 동반자 개념의 한계는 있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고려하더라도 기자 개개인은 기본적으로 시민의 일부라는 생각을 가져야되는데 일부 기자가 페이스북 포스트에서 보여준 건 '난 너네를 나와 동등한 민주주의 시민으로 인정하지 않아'라는 태도의 여러 변형이 아니었나 싶습니당
이런 점에서 제가 느끼기에 이번 사태(?)는 결국 우리나라 사회에 노골적으로 존재해왔던 엘리트주의와 인터넷의 익명성 등을 통해 성장하고 있는 민주주의 문화와의 갈등이 기자라는 일종의 엘리트를 통해 노골적으로 드러난 사건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