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는 정말 독특한 나라입니다.
우리 눈으로 볼 때는 영락 없이 서양 백인 국가, 즉 유럽이라고 할 수도 있는데
장작 유럽인들은 러시아를 유럽으로 간주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러시아인 본인들도 엄청난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지요.
얼마 전에 <나타샤 댄스: 러시문화사>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정말 흥미로운 내용을 담고 있더군요.
러시아는 과연 무엇인가.
과거 러시아의 귀족들은 어떻게든 유럽을 따라잡고자 했습니다.
유럽의 프랑스어를 배우고 집에서도 자녀들에게 프랑스어를 가르치고
자녀들이 러시아어를 말하면 오히려 때리고 벌을 주어서 프랑스어를 마스터시키고자 했습니다.
러시아적인 것은 후진적이고 낙후된 야만적인 것으로 생각되었고
프랑스적인 것이야말로 선진적이고 우월한 것으로 간주되었습니다.
유럽에 대한 동경이 얼마나 심했는지 심지어 똑같은 물건을 사도 서유럽에서 생산한 물건을 구매하는 게 대세였습니다.
따라서 엄청난 규모의 외화유출이 있었던 것이죠.
그런데 러시아 귀족들의 유럽 짝사랑은 이들이 실제로 유럽에 가서 유학을 하면서 와장창 깨지게 됩니다.
유럽인들의 차별에 분개한 이들은 유럽이야말로 위선의 대륙, 거짓의 대륙, 사치의 대륙, 거짓말의 대륙, 이기주의의 대륙이라고 비난했습니다. 이들은 유럽인들로부터 차별을 당하고, 또 유럽의 극심한 물질주의와 이기주의에 혀를 내둘렀습니다.
서유럽의 실상을 목격한 이들이 러시아에 귀국해서는 누구보다 열렬한 애국자, 민족주의자가 되었습니다.
어떤 러시아 귀족은 유럽에 푹 빠진 젊은 귀족을 열렬한 애국주의자로 만들기 위해서는 그이를 유럽에 유학보내면 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반대로 러시아는 아시아를 보면서 스스로 위안했습니다.
아시아를 보면서 스스로 우월한 문명이라고 자부했고, 스스로 진보의 요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러시아는 유럽도 아니고, 아시아도 아니었습니다.
러시아, 러시아였죠.
러시아, 러시아는 과연 어떤 문명인가?
참 흥미롭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