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리앙을 처음 만들었을 때만 해도 이렇게 커질 수 있을지 짐작조차 못했습니다. 처음엔 단지 국내에서 쉽게 정보를 구하지 못하는 클리에라는 제품에 대한 이야기를 서로 나눌 수 있는 공간을 만들겠다는 취지였는데, 여느덧 하루 히트수 백만을 바라보는 초 거대 커뮤니티가 되어 버렸네요. 사이트 개설 초기(2001년, 사이월드 시절)의 운영방침은 100% 클리에 정보소개였습니다. 개인적인 이야기들 보다는 어떤 프로그램이 클리에에서 잘 돌아가고, 어떻게 하면 한글을 잘 쓸수 있느냐가 모두 관심이였지요. 가입 회원 대부분이 얼굴은 잘 몰라도 서로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회원수 3~400명대의 작은 커뮤니티였습니다. 사실 그때는 운영방침이라는 것도 없었고 그런걸 생각해야할 시기도 아니였죠. 그러다가 클리앙이라는 이름으로 사이트를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기회도 좋았고 많은분들도 도와 주셔서 그리 어렵지 않게 사이월드를 버리고 독립합니다. 그때부터 폭발적으로 회원수의 증가가 있었죠. 많은 사람들이 가입하고 활동해 주셨고 게시판이 활기차게 돌아 갔습니다. 뭐... 당시 다른 사이트의 안좋은 일도 있어서 회원수 증가는 더욱 많아졌구요. 그때부터 1년 정도 기간의 운영방침은 적당히 거리를 둔 관계속에서 클리에의 사용 및 정보교환을 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자는 것이였고, 당시의 분위기가 지금까지 예의바르고 상대방을 존중하는 클리앙 분위기를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예의와 적당한 거리를 두는 것은 일면 삭막한 느낌을 주게 되고 상대방과의 깊이있는 어울림을 가지지 못하게 되었죠. 마치 공부만 하는 모범생같은 느낌이랄까... 그래서 2002년 말 \"사람 냄새나는 클리앙\"을 만들고자 하였습니다. 번개도 매주 열리고... 단골 맴버들도 생겼습니다... 그들 대부분은 아직까지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구요. 아무튼 그런 분위기가 지금까지 계속 이어지고, 폭발적인 회원수의 증가와 신변잡기 이야기들을 포함한 엄청난 양의 게시물들이 올라오게 되고 이것이 다시 회원들을 불러들이는 선순환을 계속하게 되지요. 반면에 클리에에 대한 심도있는 이야기는 상대적으로 자/사게의 게시물에 비하여 빈약해 보이게 되는 단점도 있었으나 그래도 많은 분들이 도와 주셔서 그럭저럭 흘러왔습니다. 그런데... 덩치가 커진 만큼 문제점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회원수 2만의 클리앙 회원분들 중 표면으로 들어나 있는 분들은 100여명 정도입니다. 표면에 들어나 있다는건 글을 자주 쓰고 번개를 나오고 왕성하게 의견을 제시하는 실질적인 \"활동\"을 하시는 분들이지요. 그리고 글을 쓰지는 않지만 매일 들어와서 글을 읽고 같이 느끼고 즐거워 하시는 분들이 2000여명 정도 계십니다. 물론 잠정집계입니다만... 이분들이 클리앙의 바탕에서 힘이 되어 주시는 분들이죠. 나머지는 시간나면 오셔서 게시물을 확인하시거나 생각날때마다 들어오시는 분들이시죠. 또는 기억속에서 사라져 버린 분들도 있을테구요. 그런데 이 3개의 그룹들은 계속 변합니다... 퍼센트는 거의 변하지 않는데 내용(?)이 변하죠. 왕성한 활동을 하시는 분들을 A 그룹, 직접적인 활동은 안하지만 매일 글을 읽으며 동참하시는 분들을 B 그룹, 시간나면 가끔 오시는 분들을 C 그룹이라고 보면...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보면 A그룹에서 활동하는 시기는 평균 5개월 정도입니다. 거의 클리앙 신제품 발표 사이클과 일치하죠. 그리고는 B그룹으로 넘어가시거나 바로 C그룹으로 이동합니다. 나무에 비유를 하면 B그룹은 뿌리가 되고, A그룹은 나뭇잎, C 그룹은 공기라고나 할까요? 나뭇잎은 계절이 바뀌면 떨어지죠... 물론 A그룹을 무척 오래 유지하시는 분들도 많이 계십니다만 이분들이 오히려 더 잘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오랫만에 번개나 정모에 나가보면 아는 얼굴이 한명도 보이지 않을 때가 있죠. 자기 주된 관심사가 클리에와 클리앙인 경우 왕성하게 활동할 수 있지만 그 관심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시간적인 여유도 있어야 하구요. 워낙에 글이 많이 올라오는 곳이라 상대적으로 왕성하게 활동하기 위해서는 자기 시간의 대부분을 할애해야 하기 때문이지요. 문제는 여기에 있습니다. 사이트가 점점 더 왕성하게 활동하는 회원들만을 위한 구조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더불어 점점 왕성한 활동력을 보이는 그룹에 접근하기 어려운 구조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왕성한 활동을 하던 회원들도 시간이 지나면 회사원들은 생업에, 학생들은 학업에 눈을 돌릴수 밖에 없습니다. 들어오는것은 적어지고 나가는것은 일정하면 결국은 말라죽게 됩니다. 물론 지금 현재 그 수가 줄고 있다는것은 아닙니다. 아직까지는 버틸만 하지요. 하지만 이러한 징조를 보고 지금 당장 변해야 하겠다고 느낀것이 작년 여름입니다. 어느새 일년이 지났네요. 이대로 그냥 방치해 두면 안되는데... 하면서 바쁜 업무라는 핑계로 계속 질질 끌고 왔습니다. 또 하나, 클리앙에 올라오는 가치있고 훌륭한 자료들이 정리가 되질 않습니다. 수많은 게시물들에 파묻혀 옥석을 가리기도 힘들 뿐더러 가려졌다 해도 지속적으로 보존할 수가 없다는것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물론 그것들의 정리는 운영자인 제가 하거나 누군가 맡아서 해야 하는 일이지만 그것이 워낙에 엄청난 작업들이라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군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운영 리소스를 확보하기가 점점 힘들어지고 있습니다. 당장 눈빛마음님도 군대를 가시게 되고, 저도 지금까지처럼 방만하게 운영하기에는 더이상 한계가 아닌가 생각될 정도로 규모가 커지게 되었구요. 마음속의 우선순위는 항상 클리앙이 먼저이지만 먹고 살기 위해서는 일을 먼저 해야 하는 것이 현실인거죠. 이것들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들을 생각해 볼 때가 된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고민해서 얻은 방법은 세가지가 있습니다. 첫번째는, 그냥 현 상태를 유지하는 것입니다. 머 어찌되던, 팔자려니 생각하고 모든걸 운명에 맏기다가 문제가 생기면 그때그때 임시방편으로 해결해 나가는... 가장 쉬운 방법이지만 답은 아니라고 봅니다. 두번째는, 제가 클리앙에만 전념하는 방법입니다. 회사를 그만 두고 클리앙을 운영하며 자료 정리도 하고, 여러사람들이 즐겁게 놀 수 있는 공간들도 더 많이 마련해서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분위기도 유도하고 물론 광고배너도 적극적으로 유치해서 수익도 창출 하는 것이죠. 근데 이건 좀 위험성이 있습니다. 어찌되었든 사업을 시작하는 것인데 아직까지 경험도 부족하고 실패할 가능성도 있죠. 세번째는, 다른 업체와 협력관계를 맺는 것입니다. 다들 아시는 커뮤니티 조합이나 또는 그 비슷한 형태의 회사와 계약관계를 체결하고 일정 부분 수익을 창출하며 업체의 노하우 및 개발 지원을 받아 지금의 문제점도 해결하고 같이 발전해 나가고, 혹시 문제가 발생하거나 발전 가능성이 안보이면 다음 계약을 체결하지 않고 홀로서기를 하는 방법이지요. 실은 현재 몇몇 업체와 상담중에 있습니다. 제가 생각한 해결책은 여기까지 입니다. 물론 세가지 다 비슷한 수준의 장단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일년여를 고민해 왔는데... 쉽게 결정내릴 수가 없네요. 한가지 확실한건... 운영자 및 운영진의 무수익 노력에 의해서 사이트가 오래도록 지속된다는건 힘이 든다는 점입니다. 가끔 정모나 번개의 5~6차 쯤 술마시면서 털어 놓은 적은 있지만 이렇게 게시판에 글을 올린것은 처음입니다. 글을 올리는 것에 대해서도 고민이 많았어요. 개인적으로 다수결의 결정이 항상 옳은 결정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감정에 치우쳐 쉽게 잘못된 결론이 도출될 위험성이 있다고 보거든요. 하지만 여러분이 클리앙을 사랑하시고 오랬동안 지속시키고자 하는 마음은 저와 같을거라 생각합니다. 저는 클리앙을 영원히 보존하고 싶습니다. 여러분들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두서없고 지루한 글 읽으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 cipher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4-05-12 13: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