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및 노르딕 시리즈를 쓰다가 핀란드 교육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서 몇 가지 통계자료를 찾아 봤습니다.
전통적으로 핀란드는 다른 노르딕 국가들과 달리 교육에 투자를 많이 하고 양질의 교사(MA 이상)로 학습 동기 부여와 창의성 개발에 놀라운 성과를 거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2012년 PISA 결과는 대폭락을 거둔 스웨덴뿐만 아니라 전통적으로 3위권 밖을 벗어나지 않았던 핀란드를 수학 12위, 과학 6위, 독해 5위에 머물게 만들었습니다.
* 2012년 PISA 점수

2015년 PISA 결과가 공개되면 보다 명확해지겠지만 2012년 PISA의 특징은 동아시아의 최상위 싹쓸이였습니다. 단, 중국은 중국 당국이 상하이 지역만 테스트를 허용하는 바람에 상하이 한정 점수입니다.
특히 핀란드가 내려간 대신에 1인당 GDP가 2,171 달러(2015년 IMF)에 불과한 베트남이 수학 17위, 과학 8위, 독해 19위로 순식간에 여러 선진국들을 제치고 올라온 것도 주목할 변화였습니다.
* 2006과 2012 PISA 수학과 독해 각국 순위 변화: 스웨덴의 순위가 대폭락하였으며 핀란드 순위도 하락함

그래도 핀란드 교육에 대해서는 동아시아의 주입식 교육에 비해 성취도도 높고 만족도도 높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PISA 성적을 하나의 성취도 기준이라고 했을 때, 예전만큼의 차별적 우위를 보이지는 못하는 것 같습니다. 그럼 만족도에서는 어떨까 하고 살펴보면 의외의 결과가 나오기는 합니다.
OECD의 2012 PISA Results 보고서 중 학생들이 학교에서 행복한지를 조사한 통계를 보면 핀란드는 최하위인 한국보다는 높지만 끝에서 5위에 머물고 있습니다.
* 학교생활이 행복하다고 응답한 각국의 학생들 비중(OECD)

아래 산점도는 2012년 PISA 결과와 위 학교생활 만족도를 표시한 것입니다.
1사분면의 나라들은 성적도 좋고 만족도도 좋은 우량 그룹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두번째 그림에 순위가 나와있지만 싱가포르, 대만, 스위스 = 홍콩, 리히텐슈타인, 중국(상하이), 일본, 아이슬란드, 베트남, 마카우 순입니다.
반면 2사분면의 성적은 좋지만 학생들이 행복하지 않은 나라를 보면 한국, 에스토니아, 핀란드 등입니다.
한국을 제외하면 높은 성적을 받는 동아시아 국가들의 학생들은 만족도도 높아 가장 이상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한편 1인당 교원수가 세계에서 가장 많은 편인 그리스는 성적도 나쁘고 만족도도 낮게 나와 구조적 문제가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스는 교육뿐만 아니라 의료체계도 MRI 보급률이 가장 높은 편임에도 불구하고 의료 서비스의 만족도는 매우 낮고 비리가 심하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 PISA 점수와 학생들 학교생활 만족도

* 주요 순위

http://www.buzzfeed.com/jakel11/where-in-the-world-you-can-find-the-best-schools-and-the-hap#.nykDmXxoZ
결국 핀란드의 학업 성취도는 최근 악착같이 달려 오는 베트남을 비롯한 동아시아에 밀려나는 추세이며 학생들의 학교생활 만족도 또한 낮은 편입니다.
오히려 한국을 제외한 동아시아의 타이거 맘 국가들은 학업 성취도와 학교생활 만족도 모두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습니다.
한편 핀란드 청소년의 문제를 보여주는 또 다른 지표로는 청소년 자살률이 있습니다.
핀란드의 10~24세에 이르는 청소년/청년층 사망률을 보면 10만 명당 거의 40명에 가까우며 60명에 가까운 미국이나 50명을 넘는 뉴질랜드에 비해서는 낮지만 30명을 넘지 않는 동아시아 국가들에 비해서는 매우 높습니다.
그리고 그 사인을 보면 자살의 비중이 큰 것을 알 수 있습니다.
* 청소년/청년 사망률 비교(교통사고, 폭력, 자살, 기타)
핀란드의 청소년 자살률을 별도로 보면 핀란드는 러시아, 뉴질랜드, 아일랜드에 이어서 15~19세 자살률이 가장 높은 국가입니다. 가장 최근 시점이라고 할 수 있는 2008년 핀란드 청소년들은 10만 명당 12명 정도 자살을 하였습니다. 그나마도 20명을 넘던 1990년에 비해서는 많이 낮아진 결과입니다.
* 청소년(15~19세) 10만 명당 자살률

핀란드 청소년들의 자살은 지금도 높긴 하지만 과거에는 정말 높았습니다. 1980년대와 1990년대 동안 청소년 자살률이 10만 명당 15명을 넘었는데 현재 이 자살률을 넘는 국가는 러시아와 뉴질랜드 정도입니다.
* 주요 국가의 과거 청소년 자살률 추이

물론 핀란드 청소년의 자살이 동아시아 국가에서 종종 나타나는 학습 부담 때문인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상대적으로 높은 자살률이나 낮은 학교 만족도를 보면 핀란드 청소년들이 느끼는 스트레스 또한 작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덧붙여서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다고 하지만 결국 고도의 부가가치 산업이 없으면 현재의 풍요를 유지하기 어려운 것은 선진국들도 마찬가지 입니다. 그러다 보니 혁신 산업에 대한 관심과 투자도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개발국가의 인재를 수입해서 산업을 발달시키는 게 아니라면 자국 인재를 육성하고 산업의 변화에 대응을 해야 하는데 주요 선진국 청소년들의 학력은 점점 아시아 국가 또는 아시아 출신 이민자에 밀려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호주는 스웨덴 정도는 아니지만 PISA 순위와 점수가 계속 하락하고 있습니다. 아래 표는 홍콩과 호주의 상반된 PISA 경로를 보여주고 있는데 홍콩 교육학자에 따르면 호주 등 서구 국가에서는 그동안 동아시아의 높은 교육 성취도를 전체주의적 사회분위기 탓으로 돌렸다고 합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베트남까지 합류한 아시아의 교육열은 다른 서구 국가들(핀란드까지도)의 순위를 점점 끌어 내리는 것 같습니다.
동아시아의 높은 성취도에는 주입식 교육과 개인주의에 대한 희생 등 여러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서구 국가와 다른 교육에 대한 관심과 열기를 무시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그리고 실제 다수 동아시아 국가 청소년은 위에서 볼 수 있듯이 높은 학력과 함께 만족도도 높은 편입니다.
* 홍콩과 호주의 2006~2012 PISA 순위 및 점수 변화

영국 교육계에서 인종에 따른 학업성취도 추이를 보면 점점 아시아 이민자 그룹의 발전이 놀랍습니다.
학업성취도인 GCSE 상위성적 비율을 백인 학생에 비해 상대적으로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를 보면 인도출신 학생들은 평균 15% 이상 성적이 높습니다. 최근에는 방글라데시 출신 학생들도 2010년을 기점으로 백인 그룹을 추월하고 있습니다.
영국에서 이들 그룹의 성적 향상의 배경으로는 점점 높아지는 교육열과 사교육(방과후 또는 주말 학교)의 확대가 이야기 되고 있습니다.
11-16세 학생 서베이에서 이들 그룹의 사교육 비중은 45%에 이르고 있으나 백인은 20%에 그치고 있는 상황입니다.
* 영국내 인종별 교육성과 추이

마지막으로 좀 다른 이야기이긴 하지만 교육 이슈 하나를 더 이야기하면 초등학교 교사 중 여성의 비율이 높은 것은 여러 선진국의 공통된 이슈입니다.
아래 주요 국가의 초등학교 여자 선생님 비율을 보면 이탈리아는 90%를 훌쩍 넘어서고 있습니다.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모두 80%를 넘고 있습니다.
반면에 인도네시아, 중국, 터키의 여교사 비중은 60%를 조금 넘거나 그 이하입니다.
* 주요 국가의 초등학교 여자 교사 비율

결국 선진국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교사의 성비 불균형 문제는 성 역할에 대한 정서적 장벽이 큰 요인일 것 같습니다만 지금처럼 안정된 일자리가 부족한 상황에서는 남자들이 전통적 여성 직군이라고 해서 외면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이제는 어쩌면 점점 줄어들 운명인 교사 자리를 두고 치열한 경쟁만 남은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상 여러 정보를 취합하느라 좀 두서없게 된 교육 관련 글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오히려 총기와 알콜 문제가 있는 것 같고 최근 들어 여학생들의 자살이 상대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라고 합니다.
소득이나 복지의 확충이 더 개선되었다기 보다는 자살 예방 노력이 크지 않았나 합니다.
국내 복지분야에서는 정말 드물게 아동, 청소년 관련 통계자료, 논문은 매년 체계적으로 업데이트가 되고 있는데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우리나라 성인 자살률은 엄청 높은데 이상하게 청소년 자살률은 상대적으로 낮습니다.
약물, 총기류 관리가 다른 OECD 국가들보다 잘 되고 있어서 그런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from CV
경쟁으로 따지면 베트남이나 중국이 더 심할 것이고, 왕따등의 문제는 일본이 더 심할 것 같고,
우리나라는 여러나라의 불행 요소들이 믹스되어 발생한 것일까요?
답도, 해결방법도 요원한 것 같아 자식 키우는 아버지 입장에서 참 씁슬하네요.
#CLiOS
#CLiOS
행복이라는 것이 현재 상태에 대한 만족감과 미래에 대한 기대에 영향을 받는다고 가정하면, 스칸디나비아 국가 중 핀란드가 사회 진출 후 가장 경쟁적이고 미래에 대한 압박이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닐까 조심스레 추정해 봅니다.
대한민국은 둘 다 매우 낮을 것 같고요.
from CV
우리나라는 자살율이 증가하는 패턴이네요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라는 시절이 언젠데 지금은 그보다 더해가기만 하니...
동아시아 국가들의 학생들의 만족도가 높다는게 흥미롭습니다 아니 사실 이해가 안되네요
from CV
카타르 학생들은 학업 성취도 낮으면서 불행하다고 느끼는군요. ㅜ.ㅠ
그나저나 예전에 싱가포르 리로케이션 알아볼 때 싱가포르 교육은 사교육이 아닌 공교육 자체가 새벽부터 애들을 때려잡는 식이라 학구열이 높은 부모에겐 좋은 환경이지만 반대의 경우도 있는 호불호 구조라고 들었는데 의외로 통계에서는 아이들의 행복 지수도 최상위권이라는게 새롭습니다.
혹시 "니들은 행복해"라고 주입식 교육을 받은거 아닐까요? 비교 대상은 물질적으로 부족한 주변의 말레이지아, 인도네시아 구요.
이민에 대해서도 염두하고 있는데, 분석해주신 글을 보니 많은 생각을 하게 되네요.
간결하고 명확한 문장으로, 정말 쉽게 이해되도록 정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항상 흥미롭게 읽고 있고, 읽고 나면 항상 숙고해볼만한 이슈를 던져주시네요.
사회적 타살과는 구분되어야 하는거 아닌가싶습니다.
물론 반론은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암튼 확실한건
대한민국은 애니 어른이나 아주 살기 힘든나라가 되어 가고 있어요...
귀한시간내서 쓰신글 잘 봤습니다.
감사드려요
의문이 듭니다. 학교가 '제공'하는 것에 만족한다는 의미인지 아니면 학교 '생활'에 만족한다는
의미인지 아니면 개별 학교를 떠나서 '학창 생활'에 만족한다는 의미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의미 차이가 꽤 클 것 같은데 굉장히 모호하게 나와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