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에 자게에 5형식 이야기가 나왔길래 글을 하나 썼었습니다만, 몇몇 분께서 강좌게시판으로 옮기는 게 좋다고 하셔서 좀 보강해서 강좌로 올립니다.
이 글은 5형식의 문법을 설명하는게 아니고 5형식의 배경과 유효성을 논해 보고자 하는 글입니다.
1. 5형식은 일본 (or 한국) 에서 만들어낸 문법체계고, 원어 학자는 모르는 실제 영어엔 존재하지 않는 문법이다.
-> 5형식은 C. T. Onions 라는 저명한 문법학자가 체계화 한 것입니다. 간혹 몇 몇 사람들이 꼭 이걸 따지고 드는데, 우리가 한국말 할 때 용언이니 체언이니 하는 문법을 따지지 않고 경험으로 배워 쓰듯이 원어민들도 5형식이니 하는 문법을 따지지 않고 경험으로 말을 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잘 모른다고 한국어 문법이 없는 게 아니듯, 영어도 문법이 없지 않습니다.
사실 더 중요한 것은 누가 만들었냐가 아니라 이것이 유효하냐 입니다. 원어민 학자가 만들었다는 이유만으로 말이 안되는 문법이 대접받고, 비원어민??학자가 만들었다는 이유로 좋은 문법 이론이 찬밥신세가 된다면 그게 더 웃기는 일이겠죠. 유효성의 문제는 제가 주장할 문제가 아니겠지만, 아래에서 조금 다루어 보겠습니다.
2. 5형식은 절대적인가?
-> 그렇지는 않습니다. 5형식 말고도 최대 25형식까지 나름 다르게 체계화 시킨 학자들이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5형식은 그중에서도 오래되고, 대접 받는 체계중 하나입니다. 가장 효율적이라 말하기는 무리가 있겠습니다만, 없거나 이상한 문법 체계라는 건 어불 성설입니다. 현재 교육과정에 거론되는 7형식도 결국 따지고 보면 5형식에 뿌리를 둔 것입니다. 또한 GB이론 처럼 완전히 새롭게 접근하는 문법 이론체계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문법이란 것이 사람이 이미 사용하는 언어를 인위적으로 분석해서 공통점을 정리한 것이지, 미리 정해놓고 그렇게 쓰지는 않는 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당연히, 모든 문장을 형식이란 것으로만 이해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을뿐더러 좋은 방법도 아닙니다. 이것은 5형식 뿐 아니라 7형식이나 13형식 다 마찬가지입니다.
3. 왜 5형식을 영어교육에 쓰는가?
-> 5형식 자체가 1900년대 초반에 제시되었습니다. 즉 비교적 현대영어를 이해하는 문법체계입니다. 말과 글을 이해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는데, 그 중 구문을 이해하는 방법으로 제시된 것이 5형식입니다.
원래부터 주어 + 동사 + 목적어의 구조를 원어로 가지는 사람들은 (다수의 유럽어권, 중국어권, 등등) 5형식을 별로 연구하지도 않고, 어렵게 배울 필요도 없습니다. 왜냐면 문장의 구조 자체가 원래 자신들이 사용하는 것과 같거나 비슷하기 때문에 크게 개의할 필요 없이 적절한 단어만을 외워서 활용하면 말이 되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실제 세계적인 영어문법 연구에서 5형식은 그리 많이 논의 되지도 않고 다루어지지도 않습니다. 한국어와 일본어를 모국어로 하는 사람들끼리는 굳이 구문형식을 배우지 않고 단어만 배워도 쉽게 적응이 되는 것과 비슷한 이치입니다.
하지만 이런 구조를 따르지 않는 언어를 모국어로 하는 민족 중 가장 먼저 영어 교육에 관심을 가진 나라가 바로 일본입니다. 이런 일본인들이 1900년대 초 영어를 배우고 교육하려고 영어 문장의 구조를 이해하려고 하다 보니 당시로서 가장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졌던 것이 바로 5형식이었던 것입니다.
5형식은 간단히 기본적인 영어의 문장 구조를 마치 수학 공식처럼 논리적으로 풀어낸 것입니다. 어떤 언어를 배우고 이해하는 데에 가장 좋은 방법은 당연히 경험과 그에 따른 감각입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필수적인 문제가 있는데, 바로 절대적인 시간과 그럴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해당 언어에 대해 모국어적인 센스가 없고 또 그것을 가질 만한 여유가 되지 않는 상태에서 그 다음으로 타국어를 이해하는 좋은 방법은 바로 그 언어에 녹아있는 ‘논리’를 익히는 것입니다. 5형식은, 아니 모든 형식이나 문법은, 완벽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모든 문법은 결국 그 언어에 녹아있는 논리를 찾아내고 정리하는 것이라는 것이고, 5형식은 충분히 논리적이라는 점입니다.
결론적으로 이것이 일제 강점기를 통해 한국인에게도 전수 되었고, 아직까지 남아 있는 것이 현재까지 한국에서 5형식이 교육에 쓰이는 이유입니다.
4. 5형식은 독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 단어를 하나씩 번역하고 그걸 그냥 머릿속에서 조립하는 수준의 독해에 익숙해진 분들의 경우 형식이란 걸 이해하라고 하면 설레발을 내밉니다. 5형식 몰라도 독해 잘하고 있었다고. 그런데 과연 그럴까요?
I found the empty room.
I found the room empty.
똑같은 단어로 단지 단어 2개만 배열을 바꾼 문장입니다. 일반적으로 독해를 시키면 대부분 위나 아래나 “나는 비어있는 방을 찾았다.”로 해석을 합니다. 하지만 위와 아래의 뉘앙스는 다릅니다.
위는 3형식이고 아래는 5형식입니다. 뉘앙스는 아래와 같습니다.
I found the empty room. - 나는 비어있는 방을 찾았다. (원래부터 비어있는 방을 찾고 있었고, 그 방을 찾았다는 의미)
I found the room empty. - 나는 방이 비어있음을 알았다. (알게되었다) (어느 방을 봤는데, 그 방이 비어있더라는 의미.)
굳이 상황 까지 설명을 하지면, 위의 문장은 누가 “위층에 빈 방이 있대. 빈 방 좀 찾아봐.” “내가 빈 방을 찾았어!” 이런 경우일 가능성이 높고, 아래 문장은 “그 방 좀 확인해봐.” “내가 봤더니 비었던데!” 이런 경우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렇게 두개의 문장이 의미하는 바가 다른데, 결국 독해에 있어서 5형식을 공부하는냐 마느냐는 이것을 경험으로 아느냐 논리적으로 이해하느냐의 차이입니다. 제가 생각컨데 5형식을 제대로 이해하고 독해를 하면 다년간의 독해경험으로 해결 할 것을 훨씬 짧은 경험으로 해결 할 수 있습니다.
더 재미있는 건, 실제 독해를 좀 하지만 5형식은 전혀 모른다는 분들도 사실 알고 보면 기본은 이미 알고 있는 것입니다. 좋든 싫든 한국에서 교육 받고 독해를 하면서 최소한 3번째 형식 (주 동 목) 은 익숙해 질 수 밖에 없고 이거 조차도 이해 못하면 독해가 아예 안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바로 이것 자체가 형식이고 이걸 바탕으로 5가지 형식으로 확장을 하는 거죠.
5. 5형식, 또 그 외의 문법은 실제 영어를 사용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 문제는, 대부분 5형식을 공부하는 사람들이 그것을 "논리적으로"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거의 다 외우다 시피, 그리고 하고 싶은 말을 형식에 맞추어서 이해하고 만들어 보는 게 아니라 시험문제로 제시된 문장을 보고 그걸 해부하듯 깨보기 훈련만하는 국내의 현재 교육 시스템의 문제라는 것입니다.
솔직히 1~5 형식을 순서대로 설명한다는 것 자체가 벌써 대부분의 영어강의를 하는 강사/선생님들이 본인조차도 제대로 5형식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을 반증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위에 적었듯이 5형식 자체가 영어 원어민이, 자신들이 영어를 이해하는 방식으로 체계화 시킨 것입니다. 한국어를 하는 사람이 저 숫자의 순서대로 공부할 필요도 없을 뿐더러, 실제로 이해가 되지도 않습니다.
가장 먼저 3형식을 이해해야 합니다. 가장 많이 쓰이고 기본적인 문장구조입니다. 그 후에 1형식을 이해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뒤에 2형식을, 또 그 뒤에 5형식을 (5형식은 많은 부분이 3형식 + 2 (또는 1,3) 형식의 의미를 가집니다), 마지막으로 이게 됐을 때 4형식 (3형식의 변형) 을 이해해야 합니다. 이것이 제가 생각하는 5형식 구문을 논리적으로 이해하는 순서입니다.??한국 사람이 영문법을 이해하는데 에는 그에 적절한 다른 순서가 있는데, 기존 문법을 가르치는 대부분의 강의가 전혀 그런 점을 고려하지 않고 진행되는데 문제가 있습니다.
완전 자동사니 불완전 자동사니, 완전 타동사니 불완전 타동사니 뭐 이런 명칭이 중요하진 않습니다. 형식이라는 것이 의미하는 바를 알면 이런 건 나중에 자연히 익숙해지거든요.
간단히 4품사와 5형식을 큰 그림으로 이해를 제대로 하면 영어 문법의 기본은 끝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문제는 이걸 외우라 하고 문제 풀이만 시키는 교육 체계에 있는거죠.
나중에 4품사와 5형식을 제대로 이해하는지 못하는지는 글쓰기 시켜보면 압니다. 경험만으로도 물론 라이팅 가능합니다. 하지만 문법을 제대로 알고 있으면 더 짧은 시간에 더욱 깔끔한 라이팅이 가능해집니다.
6. 5형식은 유효한 문법 체계인가?
-> 저는 적어도 일본 / 한국인에게는 그렇다고 봅니다. 영어를 공부하고 가르치는데 에는 많은 방법이 있습니다. 5형식과 기존의 문법체계는 분명 그 방법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충분히 논리적인 접근이기 때문에, 유효하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논의되는 7형식도 기실 5형식의 확장판입니다. (7형식의 가장 큰 근간은 5형식에 부사구를 형식의 일부분으로 취급할 것인가에 대한 접근으로 알고 있습니다.)
다시 말씀 드리지만 문법교육의 문제는 문법이 수단임을 망각하고 그것을 목적으로만 가르치고 배우는데 급급한 현실에 있습니다. 정확한 논리적 배경과 원리를 이해하면 실제 문법수업에서 외울 건 생각보다 별로 없습니다. 하다 보면 자연히 외워지는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예를 들어 want는 to 부정사를 목적어로 취한다. 뭐 이런 것도 정확한 준동사의 의미와 역할, 부정사의 의미와 역할을 이해하면 외울 필요 없이 그냥 당연히 그렇게 생각하게 됩니다. 당연히 그렇게 생각하게 되는 걸 굳이 외울 이유가 없겠죠.
어찌 어찌하다 보니 나름 장문의 글을 치게 되었는데... 제 개인적으로 영어가 되고 안되고는 정보 접근력에 대한 심각한 차이를 가져온다고 생각합니다. 좋든 싫든 지구에서 21세기에 가장 많은 정보가 쓰여져 있는 언어는 영어이기 때문입니다. 정보 접근력에서 뒤지는 사람은 당연히 모든 면에서 뒤쳐질 수밖에 없습니다.
영어를 강압적으로 잘해야 되는 이런 사회 분위기, 저도 싫습니다. 하지만 강압적이지 않은, 누구나 그냥 쉽고 자연스럽게 영어를 배워서 굳이 외국어네 아니네 하는 것 조차도 논의 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한국에서 영어 좀 한다는게 대단한 능력이나 감투가 아닌 시절이 오길 희망하고, 모두들 영어 공부에 건승하시길 기원합니다.
보너스. - 위의 제시된 문장을 기본으로 약간의 설명.
I found the room empty. 는 5형식 입니다. 일반적인 영어 강의에선 5형식 동사라 해서 이런 동사를 외워서 문제를 푸는데에만 집중되기 때문에, 왜 이 해석이 그렇게 되는지 잘 모릅니다.
먼저 5형식은 위에도 잠깐 언급했습니다만 기본적으로 3형식 + X (1,2,3) 형식의 구조입니다. 즉, 문장이 원래 2개라고 보는 게 타당합니다. 문장이 2개라는 것은, 적시하는 사실이 2개라는 것입니다.
I found the room. The room was empty.
이렇게 2개의 다른 문장이 있습니다. 이걸 순서대로 해석하면
“나는 방을 찾았다.” “그 방은 비어 있었다.”
이렇게 됩니다. 그런데 첫 문장의 목적어와 둘째 문장의 주어가 같습니다. 이런 문장을 굳이 두 문장으로 말할 필요가 없이 한 문장으로 말하면 편리하므로 한 문장으로 하면
“내가 방을 찾았는데, 비어 있더라.”
이 정도가 됩니다. 이걸 똑같은 의미로 더욱 줄이면
“방을 봤더니 비었더라.” -> 이것이 의미 하는 바는 방을 보고 나서야 그 방이 비었음을 알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즉 다른 말로
“나는 방이 비어있음을 알았다” (알게되었다) 이런 의미로 되는 것입니다.
이런 것을 굳이 독해할 때 매번 따져야 하느냐?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문장을 뜯어보는 습관을 들여서 정확한 해석을 하다보면, 어느 순간 자연히 따지지 않아도 그렇게 해석되고 그렇게 보입니다. 만약 5형식을 이해하지 않은 상태에서 단순 독해훈련 만으로 노력을 하면 이 차이를 이해하는 데에는 수년 이상의 방대한 독해량이 뒷받침 되야 합니다. 하지만 형식을 알고 보면 의외로 얼마 안가서 자연스럽게 독해하게 됩니다.
즉, 5형식을 문제를 풀기 위해서 형식별 동사를 외우는 게 아니라 그것이 의미하는 바를 논리적으로 정확히 이해하고 적용하면 영어공부 - 그것이 독해이든 회화이든 - 에 큰 도움이 됩니다. 형식별 동사는 이해하고 보기 시작하면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외어지는 것이지, 죽어라 외운다고 쓸 수 있는 건 아닙니다.
계속 수고 해주시면 저 같은 사람한테는 많은 도움이 되네요^^
사소하면서 중요한 것이지만, 하나 덧붙이면, 문장의 구조는 동사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만 이해해도 독해나 작문 등 언어를 배우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C. T. Onions가 5형식 체계를 수립했다고 배웠는데,
일본학자가 개발했다고 말을 하다니OTL 죄송합니다.
그리고 이거 제가 쓰고 싶었습니다.-_-;
영 말 주변이 없어서 글을 썻다가 지웠다가 하고 있었는데,
정말 감사합니다.
영어를 배움에 있어 형식은 훌륭한 도구라고 생각합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형식을 따져보면서 봐야 저도 나름 실력이 늘거 같습니다. ^^
다시 한번 좋은 글에 감사드립니다.
그렇다고 요즘 문법을 무시하는 분위기도 바람직하지 않죠.
말씀하신대로, 특히나 우리나라 사람은 고급 영어를 하려면 영문법의 중요성이 더더욱 부각되죠.
글 잘 읽었습니다.
열심히 해야죠~ 영어공부 ㅋ
예문이 괜찮으면 개념 설명이 잘못되거나 부족하고, 개념 설명이 좀 낫다 싶으면 설명이나 예시에 오류가 있거나.. 이래서요.
오히려 강의를 위한 책이라면 (토익의 경우)TOMATO나 해커스나 이런 책들도 충분히 문법적인 기본을 담고 있어서 강의에 쓸 수는 있습니다만.. 물론 이건 강의로 적절한 설명을 들어야 됩니다. (현재 토익 강사입니다.;;)
만약 제가 나중에 라도 (어쩌면 내년쯤?) 책을 쓰게 되면 이런 내용을 가지고 쓰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럼 그때 하나씩 사주세요. 굽신. ^^;
위에서 설명에 \"알았다\" 는 정확한 한국말 표현으론 \"알게되었다\" 의 의미입니다. 다만 교육과정에서 저는 웬만하면 한국어적인 수동 표현을 안하기 때문에 (수동태 공부때 헷갈립니다.) 알았다 라고 적어놨는데, 그렇게만 적어 놓으니까 \"나는 방이 이미 비어있음을 (이전부터) 알고 있었다\" 처럼 느껴지기도 하네요. 그런 뜻은 아닙니다.
정확히는 \"나는 방이 비었음을 알게되었다.\" -> 즉 방을 발견헀을 때 (찾았을때, 봤을때) 그 방이 비어있는 상태(사실)을 인지하게 되었다라는 의미입니다. 이런 의미임은 전체적인 설명의 맥락을 통해서 설명이 되었다고 생각하는데, \"방이 비었음을 알았다\" 라는 글만 딱 보면 다르게 해석될 여지가 있어서 덧붙입니다. ^^